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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47화 (247/250)

제247화

제247화

“……무검이라.”

패왕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후욱, 후욱.”

그에 반해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는 독고황은 검을 잡은 손을 축 늘어뜨린 채 반쯤 꺾인 무릎이 땅에 닿지 않도록 억지로 버티고 섰다.

“끝을 볼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군.”

패왕의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무검이라는 초식 자체는 무의환향보다 특별할 게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선이 주욱 하고 그어졌을 뿐이다.

끝없는 하나의 선.

끝없이 이어진 그 선이 결국 세상과 맞닿아 잠깐이나마 세상을 분리시켜 버렸다. 아니, 유리시켜 버렸다고 해야 할까.

피잇.

그리고 천천히 패왕의 몸이 두 쪽으로 분리되었다.

“……고맙다. 마지막까지 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어서.”

패왕의 말에 독고황은 그대로 쓰러졌다.

그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끌어다 썼다. 그것은 무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정도의 큰 부작용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욱, 후욱. 나 역시.”

서서히 감기는 두 눈꺼풀에.

“……맹주님!”

달려오는 천성검협 하후성과 천성검대 대원들.

태양천자 남선과 남해태양궁 무인들의 아우성.

낭인으로 보였던 두 무사까지.

모두가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지만.

‘너무도 피곤하군. 잠깐 눈이나 붙일까.’

독고황은 깊은 피로감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 * *

후우우우우웅!

검기의 다발들이 쏟아져 날아간다. 쏘아 내기 시작한 검기 다발을 본 갈천중은 그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천무린, 당신은 이 공격이 내게 먹힌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정말로?”

생도들이 쏘아 내는 매서운 검기 다발에도 갈천중의 표정은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자신을 무시해도 유분수라는 듯.

이 정도의 처사는 명백히 자신을 우습게 본 게 틀림없다는 듯.

“어. 먹히는 거 같은데.”

능청스럽게 대답한 천무린의 말에 더욱 미간을 좁힌 갈천중의 발이 허공에서 진각을 밟는다.

천마군림보의 한 걸음에,

쿠웅!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수십 개의 검기 다발을 모두 막아 낸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충격파로 생도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고작 내 발구름 한 번도 견디지 못할 벌레들을 가지고.”

당장이라도 일행을 덮칠 듯한 진각에도 생도들은 자신들의 검 끝에 기운을 응축시킨다.

“흥! 이미 늦었어요. 당신들은 모조리…….”

쿠콰가가강!

일행들에게 닿을 뻔했던 갈천중의 진각이 허공에서 부딪친 충격파에 의해 사라졌다.

그리고 허공에서 소멸된 두 충격파 사이에서 만들어진 연기를 뚫고 다시금 쇄도하는 수많은 검기의 다발들.

초절정 고수 십여 명이 쏘아 대는 검기가 하나로 응축되고 또 응축된다.

겹겹이 쌓인 검기의 다발들이 하나로 합해지면서 단 하나의 신념으로 뭉쳐진다.

‘오로지.’

‘저 녀석을.’

‘쓰러뜨리는 데.’

‘모든 것을.’

‘건다.’

생도들의 마음속에 담긴 강한 의지가 그 검기에 투영된 것이다.

“흥! 버러지들이 합쳐 봐야 버러지들일 뿐.”

단숨에 손을 허공에 내젓자, 꿀렁거리는 음험한 기운이 갈천중의 오른손 위에 이글거렸다.

동시에 검은 마기의 덩어리가, 응축되어 거대해져 버린 검기를 향해 빠르게 날아간다.

“에헤이, 그럼 쓰나.”

콰앙!

검은 마기의 덩어리가 날아가는 도중에 다시금 천무린의 기운과 부딪쳐 그대로 소멸된다.

서걱!

그리고 동시에 거대한 검기가 갈천중의 왼쪽 어깻죽지부터 옆구리까지 깊은 상흔을 남긴다.

그러자 갈천중의 표정이 순식간에 뒤틀렸다가 고개를 내젓는다.

“이렇게나 멍청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고작 저 버러지들의 공격을 성공시켜 주려고 당신의 기운을 그렇게 허비하다니 학습능력이 많이 떨어지는군요.”

“그럴 리가. 나 이래 봬도 사천무관 생도 졸업반이야. 그러면 안 되지.”

“…….”

“아아, 그리고 공격이 먹혔잖아?”

그 말에 갈천중의 인상은 절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네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는 거 보니까 좀 쌤통이기도 하고 말이야.”

천무린의 유들유들한 반응에 갈천중은 깊게 팬 미간을 풀고 한숨을 내쉰다.

“정말 대단하군요.”

“어. 알아.”

그리 말하는 갈천중의 육체에 새겨진 검기의 상흔이 천천히 수복된다. 다시 회복된 모습.

“크후후후후, 그래서 저 애송이들과 함께 기적을 일으켜 보겠다? 그런 감상적인 인간이 되어 보겠다는 건가요?”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정말 버러지가 되어 버렸군.”

갈천중은 고개를 젓더니 말을 덧붙였다.

“더 이상 당신에게 보여 줄 존경 따윈 없을 겁니다.”

“딱히 바라지도 않았어.”

갈천중이 뭐라고 말을 더 이어 하려는 순간,

후우우우웅!

다시 한번 검기의 다발이 갈천중을 향해 날아왔다.

“…….”

갈천중은 손을 휘저어 검디검은 호신강기를 일으켜서 검기의 다발을 모조리 막아 내며, 오른손으로는 천마신권을 그대로 내리꽂는다. 천무린이 아닌 일행들을 향해서.

후우우우우웅!

동시에 천무린의 신형이 일행들 앞에 나타나며 그대로 천마신권으로 대응하여 방향을 틀어 버린다.

“계속해.”

그런 천무린의 듬직한 모습을 본 생도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걱정 말라고. 한 대 먹이니까 속이 다 시원한데.”

“사람 새끼도 아닌 놈이 또 있을 줄은 몰랐지 뭐야.”

“무린이를 믿고 움직여 보자고.”

천무린은 일행에게 물러나라거나 뒤로 빠지라거나.

하는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든든한 모습으로 일행들의 앞에 서서 갈천중의 모든 공격을 막아 주었다. 그랬기에 생도들은 자신들의 전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소용돌이치는 마기의 폭풍이 귀곡성으로 바뀌며 하늘에 닿는다. 생도들이 찢어질 듯한 귀청을 보호하며 주춤거리자, 천무린의 입가가 비틀린다.

장강이라는 거대한 강에서 물보라가 크게 일어난다. 동시에 일행들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검은 마기의 불길함이 사방을 감쌌다.

그러나 천무린의 발이 땅바닥을 내리누르며 그 기운을 해소했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천무린과 갈천중의 기세 싸움이 이어졌다.

갈천중은 위에서 아래로.

천무린은 아래에서 위로.

동시에 천무린의 뒤에 있던 생도들의 검 끝에 담긴.

넘실거리는 푸른 기운, 녹빛의 기운, 묵빛의 기운 등이 제각기 갈천중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검은 마기의 폭풍은 게걸스럽게 그 기운을 집어삼켰지만, 천무린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맞서고 있는 이상 갈천중의 몸에 생채기들이 새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푸슉! 푸슉!

그럴 때마다 갈천중은 꿀렁이는 기운에 의해 몸을 회복했다.

그런 후 갈천중의 전신에서 마기가 순간적으로 쫙 하고 뻗어 나오더니 일행과 천무린을 집어삼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흡사 끈끈해 보이는 거미줄 같았다.

콰가가가가가강!

검기의 다발이 거미줄에 닿자 그 검기의 다발은 거미줄 같은 마기의 기운에 산화된 듯 허공에서 갈려져 버렸다.

“……진절머리가 나는 기운이군.”

“꿈에라도 나올까 무서워.”

누군가의 말처럼 갈천중의 온몸에서 줄기차게 뻗어 나오는 검은 마기의 폭풍은 끝이 없었고, 일행들이 무수히 쏟아 내는 검기의 다발에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우리도 검강이다!”

한 단계 끌어올린 검강의 다발로 변모한 일행들의 기운에 뻗어 오는 검은 마기의 기운이 순간 주춤거린다.

검기보다 한 단계 높은 만큼 내력의 소모도 극심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모되는 기운이 배가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무린이가 우릴 지켜 준다! 모든 걸 쏟아부어!”

“우리도 도움이 된다. 할 수 있어! 보여 주라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일행은 천무린이라는.

그가 보여 준, 늘 기적 같은 순간과 힘을 믿었다.

천무린이라는 존재는 불가사의하면서도 그야말로 경이로운 존재였으니까.

쾅! 콰앙! 콰가가가강!

검기에서 검강으로 변하는 그 순간부터 갈천중에게 생겨나는 생채기의 숫자도 더욱 늘어났다.

미미하기 그지없던 상처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감히.”

갈천중이 크게 분노하며 기세를 더욱 올리려는 순간.

피잇!

갈천중의 뺨을 타고 흐르는 핏물.

상처는 회복되었지만 한 줄기 흐른 핏물은 사라지지 않고 갈천중의 뺨을 타고 턱 끝에 맺혀 있다가 떨어져 내렸다.

“이제 몇 명이나 남았냐? 한 삼천 명쯤 남았으려나.”

“…….”

“전혼대법이 무적이라고? 그럴 리가 없지. 그랬으면 진즉에 미치광이밖에 없는 천마신교에서 전혼대법을 쓴 인간이 그리 적을 리가 없잖아?”

천무린의 키득거리는 말에 갈천중의 두 눈에는 시뻘건 혈광이 번뜩인다.

“회복 능력도 서서히 느려지고 마기도 옅어지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여전히 같잖게 센 척을 하네.”

“…….”

“전혼대법이 삼대 금기 마공으로 꼽힌 이유를 내가 말해 줘?”

천무린과 갈천중의 시선이 맞닿는다.

“쓸데없이 다른 인간들의 영혼을 앗아 가 놓고 더럽게 쓸모없는 효과만 내거든. 넌 아주 잠깐 왕 놀이를 한 것뿐이야.”

콰드득.

갈천중의 손아귀가 기괴하게 뒤틀린다.

“……닥치세요.”

“열 받았네.”

피잇!

그리고 그 순간, 갈천중의 팔뚝을 베어 가르는 검강 한 줄기.

생도들이 쏘아 낸 검강 한 줄기를 맞은 갈천중.

그 순간,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졌다.

콰드드드득.

갈천중의 전신에서 소름 끼치는 마기의 폭풍이 다시금 일어났다. 그리고 그 폭풍은 점점 붉게 변했다.

“……모조리 죽이겠습니다. 그렇게 죽임을 당하며 당신들이 얼마나 하잘것없고 쓰레기에 불과했는지 느끼게 해 주겠습니다.”

쩌저저저적!

휘이이이잉!

폭발하는 마기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무섭게 휘몰아치는 마기의 폭풍.

각자가 검을 땅바닥에 꽂고 마기의 폭풍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용을 쓴다.

폭풍에서 일어나는 인력(引力)과, 빨려 들어가자마자 갈려서 철저하게 박살이 나는 자연물에 순간적으로 놀란 일행들은 넋을 놓았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

그러나 송무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치켜세우며 마기의 폭풍에 대항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린다.

“무린이에게 짐이 되지 마. 무린이가 우리 때문에 죽을 위기에 직면하게 하지 마. 절대로.”

그 말에 일행들 모두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자신들의 가장 앞에 서서 폭풍과 마주하고 있는 천무린을 바라본다.

송무의 말을 끝으로 천무린의 몸이 서서히 허공에 떠오른다. 마치 폭풍에 빨려 들어가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지만, 천무린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지어져 있다.

“이 길고 길었던 지루한 싸움을 끝내자.”

그렇게 시작되었다.

장강에서의 마지막 싸움이자.

어쩌면 정마대전의 처음이자 끝이 될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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