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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41화 (241/250)

제241화

제241화

한껏 여유롭던 갈천중의 표정이 금이 간 유리 파편처럼 크게 일그러진다.

“……천무린.”

“여유가 없어졌네.”

“당신이 이긴 것 같습니까?”

천무린을 바라보는 갈천중의 입에 씹어뱉듯 한 마디, 한 마디가 살기 그득하게 흘러나온다.

“이대로 끝일 것 같습니까?”

“뭔 소리야. 아직 끝이 안 났어. 네 팔다리 죄다 부숴 놓고 머리통만 남겨 놓은 채 잘근잘근 씹어 줄 거야. 대체 피해 본 게 얼만데.”

천무린의 말에 갈천중은 헛웃음을 짓는다. 여전하다.

저 말투, 저 표정.

천마 천무린이 틀림없었다.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 참으로 대단합니다. 전 영원히 가지지 못할 모습이겠지요.”

“당연하지. 네깟 놈이 어딜 넘봐? 음흉한 새끼.”

“맞아요. 음흉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넘보지 못하죠.”

구밀복검(口蜜腹劍).

갈천중은 음흉함 그 자체인 사람이다.

“그런 음흉한 사람과 맞붙는 당신은 강하지만, 그만큼 큰 단점이 있어요.”

“……뭐?”

“누구도 믿지 못하잖아요.”

“무슨 개소릴…….”

“천마신교의 교주이자 천마였던 당신이 정마대전을 일으켰을 때도 당신은 그 누구도 믿지 못했어요. 그렇잖아요?”

“…….”

정마대전을 일으켰던 천무린은 그 말에 반박하려다가 이어지는 갈천중의 말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다른 이들은 당신을 따라가지 못하니까. 당신의 속도에. 당신은 늘 앞으로 먼저 나아가지. 뒤에 있는 이들은 당신을 쫓아가느라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도 모르고.”

그 말에 천무린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갈천중을 바라본다.

“무인으로서는 위대했지만, 지도자로서는 실격입니다.”

“……날 흔들려고 하는 말이 고작 그거냐? 지도자로서의 실격이라고?”

“아아, 저는 다르거든요. 당신과는 달리 모두에게 믿음을 주고 움직이니까요.”

천무린의 두 눈이 가느다랗게 떠진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소리치려는 찰나에 먼저 갈천중이 입을 연다.

“홍.”

“……!”

“기억나시죠?”

갑자기 그놈의 이름이 왜 나온단 말인가.

“규화보전이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굴러 들어간 거 같아요.”

“뭐?”

천무린이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갈천중, 이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맞아요. 저예요. 삼대 금기 마공이라 불리는 규화보전이, 우리는 당장 써먹을 일이 없지만 그 강대하고도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규화보전이 정파 무림에 왜 흘러 들어갔겠어요? 후후후.”

“……이 새끼가.”

그 이야기에 천무린은 일 년이 훌쩍 지난 과거에 맞붙었던 홍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떠올렸다.

제대로 된 흔적이 없어서 그동안 잊고 살았다.

잊어서는 안 되는 녀석이었거늘.

규화보전과 구음백골조가 완성된 이라면…….

천무린의 등골이 절로 서늘해진다.

“당신도 알죠? 모든 마공에는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불문율이 있다는 거.”

“…….”

안다.

마공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

하지만 그 치명적인 단점이 지금껏 천무린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천마신공은 모든 마공의 정점이니까.

“모든 마공은 자기 마공보다 강한 마공 앞에서는 턱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죠. 상성이 어쨌든 간에 말이에요.”

그리고 천마신공에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마공.

삼대 금기 마공에 꼽힐 만큼 불가해(不可解)한 마공 중 하나인 규화보전이다.

“이제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 규화보전의 성장력이라면 충분히 대성했겠지요.”

“……네놈이 만들어 놓은 안배냐?”

“후후, 마음에 들어요?”

스릉!

천마신검의 초식 중 하나가 그대로 허공을 내리긋는다.

카아아아아앙!

경천동지(驚天動地)를 할 만한 무시무시한 위력의 초식이 벼락처럼 뻗어 나와 갈천중의 바로 코앞에 짓쳐들어왔다. 그 모습에 한껏 입꼬리를 말아 올리던 갈천중은 자신의 검을 급히 들더니 꿀렁거리며 뻗어 나온 초식으로 천무린의 검공을 단박에 막아 낸다.

“성급하네요.”

“그 새끼 어딨어?”

“아마 지금쯤 정파 무림을 마구 헤집고 있겠죠?”

“……미친 새끼가!”

분노한 천무린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신형을 쏘아 냈다.

검은 유성우처럼 나아간 그의 검 끝에 검은 염화(炎火)가 이글거리며 꺼지지 않을 천마의 기운이 터져 나왔다.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

천마신검의 초식에서 후반부 절기 중의 절기.

천마멸겁보다 한 단계 높은 초식이 그대로 그어졌다.

그 모습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운 갈천중의 검 끝이 흔들렸다. 천무린의 검은 염화와 달리 용암처럼 꿀렁거리며 소름 끼치는 기운이 갈천중의 검 끝에서 퍼져 나왔다.

시원스럽게 터져 나오는 천무린의 강대한 기운과 달리, 진득하고 끈적한 기운이 천무린의 천마신공과 맞부딪친다.

천마대멸겁.

같은 초식이지만 전혀 다른 기질의 기운이 한데 얽히면서 폭음을 자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앙!

“홍이, 어디 있냐고요?”

파아앗!

폭음이 터진 그곳을 헤집고 나온 천무린의 오른손이 갈천중의 복부에 단숨에 틀어박힌다.

“큭……!”

빠가각.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더니, 갈천중의 입가에 터져 나온 핏물.

주먹을 비틀어 버리면서 장강 속 내부를 헤집었다.

꼬르르르륵!

두 사람이 서로 얽혀 장강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서 천마신권의 기운에 힘을 더한 천무린의 주먹을 맞고 갈천중은 코와 입에서 핏물을 터뜨렸다.

두 사람에게 서늘한 장강의 차가움 따위는 전혀 문제가 안 되었다.

갈천중의 오른손에 발현된 검은 기운이 천무린을 잡아당기며 그대로 안면을 강타하자, 천무린은 가볍게 고개를 비틀어 피해 내고는 몸을 당겨 무릎으로 갈천중의 턱을 후려쳤다.

콰앙!

고개가 뒤로 크게 젖혀지며 멀리 날아가는 갈천중의 신형을 바짝 쫓은 천무린은 그의 발목을 잡아당기며 그대로 장강 위 허공으로 던져 버린다.

촤아아아아악!

그리고 천무린은 따라가며 갈천중 몸 곳곳에 난격으로 후려친다.

퍼억! 퍼버버버벅!

천마신권의 기운을 고스란히 두 주먹에 담아서 순식간에 십여 번을 갈천중에게 난타했다.

“……크윽.”

두들겨 맞는 갈천중의 신형이 정상적일 수 없도록 천무린의 분노와 다급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거센 주먹질이었다.

“이렇게……. 쿨럭!”

“닥쳐. 네놈의 입으로 들을 생각은 없어. 지금 여기서 널 죽이고 놈을 찾으러 간다.”

콰앙!

천무린이 뻗은 발길질에 그대로 턱이 돌아간 갈천중의 신형이 포탄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로 튕겨 나간다.

콰가가가가가각!

장강을 벗어나 육지의 땅거죽을 마구 헤집은 갈천중의 신형은 무려 십여 장을 날아가고서야 겨우 멈췄다.

“쿨럭, 쿨럭!”

육지에 발을 디딘 천무린이 발걸음을 옮기며 갈천중에게 다가선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거 알아요?”

“알고 싶지 않아, 병X아.”

“이런다고 저 안 죽어요. 파하하핫.”

까각, 깍, 까가가각.

갈천중은 두 눈을 치켜뜨며 함몰된 가슴과 팔다리, 기형적으로 꺾인 몸을 천천히 뒤틀리며 제자리를 맞춰 간다.

“당신도 처음 보죠. 전혼대법이 만들어 낸 효능은. 후후, 전 죽지 않아요. 당신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 말에 천무린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당신과는 다르게 말이에요. 체력도, 내력도, 육체도. 당신과는 달리 유지된답니다. 더 발악해 보세요.”

꽈드득.

두 주먹이 꽉 쥐어졌다. 이놈에게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어서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전혼대법의 저런 효능은 천무린으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중원 무림 역사상 전혼대법을 펼친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하하하하. 당신 그 표정, 정말 볼만하네요. 정말 당신이 이긴 줄 알았어요?”

“……닥쳐.”

“시간문제죠. 시간문제. 당신이 제아무리 용을 쓰고 발악을 해도 당신은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나와는 다르게.”

“…….”

천무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 천무린과 달리 갈천중은 싱긋 미소를 짓는다.

* * *

콰아아아앙!

거대한 검기의 폭풍이 휘몰아치는가 싶더니 검마와 창천검존 남궁도의 신형이 뒤로 튕겨 나갔다.

폭풍에 휩쓸린 두 사람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날아갔다가도.

타아앗!

타앗!

금세 두 사람의 신형이 얽혀 들며 검과 검을 맞부딪친다.

주고받는 일검일퇴.

검을 주고받고 튕겨 나간 서로가 다시 맞붙기를 수십 번.

서로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검에 타오르는 검강이 어둑해진 하늘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이래서는 영 결판이 안 날 것 같아.”

“인정하기 싫지만, 그렇군.”

“결판을 내려면 있는 힘을 다 꺼내야겠지.”

“물론.”

창천검존 남궁도의 패검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동시에 하늘을 쩌억 가르며 거대한 검의 형상을 만들어 낸다. 고작 호흡 한 번 내뱉은 순간에.

이른바 제왕검형(帝王劍形).

진정한 제왕의 검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려는 초식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마의 검이 지옥에서 올라온 마도의 검 형상처럼 그의 뒤로 검의 길이 열린다.

촤르르르르르륵!

제왕의 검과 수라의 검이 동시에 발현되어 사천 땅 한가운데를 쩌억 하고 쪼개 버리면서 강하게 맞부딪친다.

콰아아아아앙!

* * *

패왕마저 섬뜩하고도 저릿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예기의 폭풍 속에 뛰어든 패왕은 수십 번의 주먹질을 허공에다 뿌렸다.

콰가가가가강!

부딪칠 때마다 검의 폭풍을 부숴 놓는다. 파천대구식이라는 절세의 검공을 맞이한 패왕진천권이 만들어 내는 폭발적인 위력은 이를 지켜보는 남해태양궁의 무인들을 비롯한 남선에게도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는가.”

화경의 경지에 들어선 이후로 이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남선은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독고황과 패왕이 벌이는 격전은 자신을 어른들 싸움에 끼어들었던 아이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이제 다섯 수 남았다.”

“다섯 수 안에 나를 베어 낼 수 있겠나, 파천검황?”

“물론.”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정마대전이라는 대전쟁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거침없이 무공을 펼친다. 여태 쌓여 있던 모든 것들을 풀어내려는 듯.

콰가가가가가각!

* * *

기괴망측한 낫의 움직임에 검왕 청강진인은 신중하게 대응했다. 그의 유연하고도 부드러운 검공과는 철저하게 상극인 사신의 공세였다.

수세에 몰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청강진인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정도 변수는 늘 달고 살아온 삶.

무당이 낳은 최강의 검수인 그로서는 사신의 낫을 수비적인 자세로 대응하면서 파악할 따름이었다.

“크키키키키키! 검왕이라더니 별거 없구나!”

“무량수불.”

츠파앗!

날카로운 낫의 끝에 핏물이 튀면서 요동친다. 검왕 청강진인의 어깨가 쩍 하고 갈라지며 핏물이 튄 것이다.

“크키키키키! 아쉽네, 아쉬워.”

사신의 낫이 부르르 떨면서 적신 피를 흠뻑 흡수했다.

“과연 검왕의 혈향! 아주 좋아! 크키키키키!”

그 모습에 낮게 도호를 왼 검왕 청강진인의 검 끝이 유려하게 태극을 그려 낸다 싶더니 무당이 자랑하는 경공술 제운종이 펼쳐진다.

파앗!

흐릿해진 그의 신형을 순간적으로 놓친 사신이 주춤하는 사이, 그의 허벅다리가 날카로운 예기에 쩌억 하고 갈라졌다.

“인간의 것이 아닌 웃음소리를 내길래 확인을 한번 해 보았소.”

그 말에 사신의 표정이 굳었다.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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