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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38화 (238/250)

제238화

제238화

전혼대법.

만 명을 희생해 얻은 금기의 술법이자 대법.

삼대 금기 마공으로 손꼽히는 규화보전, 흡성대법에 이어 전대미문의 최악의 술법을 갈천중은 자신의 몸에다 시전했다.

끔찍하게 퍼져 나가는 귀곡성과 소름 끼치는 불길한 기운의 원천은 바로 만 명의 영혼의 원성과 원한이었다.

끄그그극.

천무린의 몸이 숫제 사시나무 떨듯 떨려 왔다. 천마신공을 끌어올려 무형의 압박에 벗어나기 위해 마구 몸부림을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요? 힘들어요? ……확실히 모든 무위를 회복한 건 아니었네. 후후후.”

가공할 압력이 천무린의 코와 입 주변을 감싸며 평범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꾸구국.

“아차차, 아까 물었죠? 제자가 어떻게 되었냐고.”

옴짝달싹 못 하는 천무린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갈천중과 마주했다. 그런 천무린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운지 고개를 주억거리던 갈천중이 입을 뗐다.

“연화운, 당신이 아끼고 총애하던 그 제자.”

갈천중이 씨익 하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검지로 자신의 단전을 가리켰다.

“열심히 보좌한 보람이 있었어요. 자신이 당신을 따라 다음 천마가 되어 세상을 호령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순진무구한 사람이었죠.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애송이처럼 말이에요.”

그러면서 갈천중의 전신에서 끈적하고 음험한 마기가 물보라처럼 소용돌이친다.

“얼마나 이용해 먹기가 쉽던지 그가 가진 천마신공에 대한 모든 이해도, 구결도 그뿐 아니라 그의 영혼마저도 삼켜 버렸지요. 후후후후.”

그 말에 천무린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그러니까 왜 죽었어요. 당신 때문에 총애하던 제자까지 죽은 거라고요.”

꾸구국.

무시무시한 압박으로 숨이 막힐 지경에 놓인 천무린이었지만, 그의 표정에서 넘실거리는 살기는 갈천중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갈천중에게는 유희였고, 즐거움이었다. 자신을 눈앞에 두고 저토록 넘실거리는 살기를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까.

“안 그랬으면 내가 당신을 전혼대법의 제물로 삼고 천마의 자리에 올랐을 텐데요. 얼마나 아쉽고, 또 아쉬웠는지 당신은 아시냐고요.”

씨익 말아 올리는 갈천중의 입꼬리를 본 천무린의 두 눈이 스르륵 하고 감긴다.

“…….”

“포기하셨나요?”

“……불.”

……음?

갈천중에게도 들릴락 말락 할 정도로 작은 천무린의 음성에 갈천중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한 걸음 다가선다.

그리고 그 순간.

“……나무아미타불!”

우우우우우웅!

천무린의 전신에서 솟구쳐 오르는 황금빛의 광채.

감은 두 눈과 자연스레 한 손을 반장(半掌) 한 자세로 천무린을 압박하던 무형의 기운에 대항한다.

그것을 본 갈천중이 미간을 좁혔다.

“고작 소림의 무공 따위로 천마신공에 대적을……!”

고오오오오!

“……다 떠들었냐?”

갈천중이 펼쳐 낸 천마등공의 옥죄는 기운에서 자유로워진 천무린은 온몸을 황금빛 서기에 감싼 채 장강 위에서 천천히 승천한다.

우우우우웅!

웅혼하고 성스럽게 터져 나온 황금빛 기운은 세상천지를 밝혀 주는 햇살이 되었다. 파마(破魔)의 기운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불광의 기운에 음험하고도 불길한 기운이 조금씩,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끄그그극.

“……펼쳐 낼 수 있는 잔재주가 제법 있네요.”

“잔재주라.”

역근세수경(易筋洗隨經).

반야대능력(般若大能力).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

세 가지의 웅혼한 기운이 한데 어우러진다.

어느 하나만 익혀도 부처의 힘을 고스란히 펼칠 수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소림의 중심이 되는 무공이다.

황금빛에 이어 주홍빛, 그리고 점차 붉어진 기운이 반개해 있던 천무린의 두 눈에 스며들더니 그대로 터져 나온다.

그 기운을 맞이한 갈천중의 끔찍하기 그지없던 기운이 순간 주춤거린다. 봄날의 햇살 앞에 드리운 그림자가 짧아지듯 조금씩, 조금씩 그 기운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겨우 소림의 무공 따위가!”

콰앙!

한 발을 강하게 내딛는 갈천중의 천마군림보가 불쾌한 그의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동시에 마기의 소용돌이가 천무린을 향해 나아가며 흡사 검은 폭풍처럼 금빛의 서광을 터뜨리고 있는 천무린을 뒤덮었다.

검은 물결에 이은 검은 해일.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마기의 폭풍이었다.

그 마기의 원천은 죄 없이 죽어 간 만 명의 억울함과 원통함이 뒤섞여 크나큰 분노에 차 있었다. 그리고 단숨에 천무린을 뒤덮고 생기를 얻고자 하는 의지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악신(惡神)의 강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겨우 소림이라니, 말이 좀 섭하네.”

검은 해일을 눈앞에 마주한 사람치고는.

강대한 검은 마기의 폭풍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유라고.’

평소처럼 여유 넘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의 목소리에 갈천중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제 스스로 다룰 수도 없는 검을 들어서 피 맛 좀 봤다고, 그 검이 널 주인으로 인정할 것 같으냐?”

천무린의 말에 갈천중의 얼굴이 조각난 파편처럼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에 대한 근본을 따지는 것보다 더욱 그를 건드리는 역린 중 역린은.

바로 천마신공을 얻은 갈천중의 자격을 따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따질 수 있는 사람은 중원 무림에서 천무린, 단 한 사람뿐이다.

“전생에 얽혀 네놈 따위에게 휘둘릴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우우우웅!

터져 나오는 황금빛 불광이, 들이닥친 검은 해일을 향해 뻗어 나간다. 천무린의 왼손에 얽힌 권력으로.

콰아아아아아아앙!

세상을 뒤흔들 만한 굉음에!

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 줘어어어어-!

수백 명의 영혼이 깎여 나가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무린의 권력은 멈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넋은 이후에 천천히 기려야겠지.”

눈앞에 있는 갈천중을 막지 않으면.

제2차, 제3차 전혼대법으로 인한 희생자가 나올지 모른다. 감정에 앞서기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해 움직여야 했다.

비호처럼 터져 나가는 권력에 검은 해일 군데군데에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그 순간, 천무린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기운을 뿜어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천마신권.”

좌수엔 백도 무림 최강의 권이라고 일컬어지는 백보신권(百步神拳)을.

우수엔 마도 무림 최강의 권이라 알려져 있는 천마신권(天魔神拳)을.

두 주먹이 동시다발적으로 뻗어 나온다.

검은 해일을 맞이해 백보신권으로 기운을 밀어내고, 천마신권을 통해 빈틈을 공략하며 갈천중을 향해 뻗는다.

꽈가가가가강!

갈천중이 질세라 입술을 앙다물더니, 천마신권을 양손으로 펼쳐 내 천무린의 권력에 맞선다.

이윽고 기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기의 폭풍이 천무린과 갈천중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지만,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형을 움직여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꽈아앙!

두 사람의 주먹이 정면으로 맞붙는다.

꾸구구국.

콰드드득!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의 몸이 튕겨 나가며 뻗어 낸 검을 휘둘러서 천마신검의 강기를 서로에게 쏘아 냈다.

콰가가가가강!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은 천마신검의 기운이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용권풍을 베어 가르며, 서로를 양단할 기세로 나아갔다.

그조차도 서로의 기운에 부딪치자마자 소멸하여 먼지처럼 사라졌지만, 천무린의 움직임은 멈출 기색이 없어 보였다.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소림의 무공과 천마의 무공을 마음껏 펼쳐 내기 시작하자, 갈천중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위력을 놓고 봐도, 내력의 양을 따져 봐도 천무린에게 밀릴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쌍수호박(雙手互搏).”

씹어뱉듯 갈천중의 입에서 맴돌던 무공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잘 기억하네.”

천마라는 천무린의 위엄과, 그를 무신이라는 자리에 올려놓게 만든 또 하나의 무공.

검은 해일을 소멸시키는 소림의 불광과.

갈천중의 무한한 내력의 원천을 맞이하고도 전혀 물러섬이 없는 천마신공.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펼쳐 내는 천무린의 양손은 자유롭기 그지없었다.

쌍수호박(雙手互搏).

두 손이 서로 다른 의지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두 가지의 무공을 양손으로 자유롭게 펼쳐 낸다. 상대방은 마치 두 명의 천무린을 상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왜? 이건 전혼대법으로 어떻게 안 돼? 베껴 보지, 왜? 분수에도 안 맞는 검을 두 자루 휘둘러야지.”

입가를 비트는 천무린의 말에 갈천중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쌍수호박은 무공이라고 보기보다는 분심술(分心術)에 가까웠다. 마음을 두 가지로 나누는, 전설 속에 사라진 무당의 양심신공(兩心神功)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갈천중이 제아무리 재주가 좋다고 해도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콰앙! 콰앙!

양손으로 두 개의 거대한 권력을 펼쳐 내는 천무린에게 점차 밀리던 갈천중이 어지러워지는 두 손을 교차하며 황급히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큭.”

두 눈에 혈광이 줄기차게 뻗어 나온다. 광포하기 그지없는 살기가 저릿하게 뻗어 나와 천무린에게로 쏟아졌다.

“왜? 뭐? 뭐가 어쩌니 저쩌니 하며 또 신나게 떠들어 보지 왜?”

“……후우.”

갈천중이 호흡을 고르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무린을 바라봤다.

“과연 천무린답네요.”

“낯짝 두껍게 왜 칭찬을 하고 X랄이야. 뒈지게 맞다 보니까 도저히 안 되겠어?”

“……입담도 여전하시고요.”

어둡게 그늘져 있던 갈천중이 어깨를 으쓱하며 천무린을 바라봤다.

“그런데 말이에요. 시간문제 아닐까요?”

“뭐?”

“난 당신만 여기 묶어 놓고 있으면 될 것 같은데.”

그러면서 갈천중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검마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검마의 시선은 시종일관 경악한 채였지만, 갈천중과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검마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북해와 남해는 금방 정리가 되었을 거고, 당신이 믿는 무림맹과 무관들도 별수 없겠지요.”

“…….”

“당신은 결국 승리하지 못해요. 아니.”

갈천중이 하얀 이를 다시금 드러낸다. 천무린의 흔들리는 동공을 바라보면서.

“당신은 그 누구도 지켜 내지 못해요. 아무도 말이죠.”

“…….”

천무린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그 누구도 지켜 내지 못한다고?”

“어쩌면 당신이 나를 만나지 않고 새외로 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패왕을 막을 수 있는 자는 당신을 제외하고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장로 검마는 당신의 일행을 쫓아갈 겁니다.”

“……음.”

침음을 흘리던 천무린이 서서히 고개를 들어 올려 갈천중을 직시했다.

“그래서?”

“네?”

“그래서 다 떠들었어?”

“……자신만만하시네요?”

“어. 새끼야. 너만 대가리가 있는 줄 알아?”

일행을 향해 나아가던 검마는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을 보고 그만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창천검존.”

* * *

북해빙궁주이자 빙천검 설종량과 맞붙던 구유비마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젠장.”

눈앞에 등장한 태극 문양의 주인.

검왕 청강진인이었다.

* * *

“재밌게 놀았으면 이제 나와도 어울려 주는 게 어떠한가, 패왕?”

천마신교의 무위로는 2인자로 손꼽히고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위엄을 지닌 패왕에게 말을 거는 한 사람.

“……맹주!”

피 흘리며 쓰러져 겨우 숨을 헐떡이고 있는 남선의 시선에 걸린 것은 다름 아닌 독고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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