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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35화 (235/250)

제235화

제235화

천마신교(天魔神教).

그리고 천마신교를 다스리는 이는 교주인 천마다.

천마가 죽거나 사라지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는 이는 부교주나 장로가 아니다.

다음 천마로 인정받는 이는 다름 아닌.

천마신교의 소교주다.

황궁에는 황제가 있고, 황태자가 있듯이.

마교에도 천마가 있고, 소교주가 있는 것.

“마교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네요, 보기보다?”

“내가 원래 좀 박식해. 세상 물정을 잘 안다고 할까.”

이제는 자신이 천마라고 공언하는 갈천중은 하얀 이를 드러냈다. 여전히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런 갈천중의 모습에 천무린의 시선은 검마에게로 향했다.

소교주라는 말이 나왔음에도 무표정한 얼굴은 변함이 없었지만.

‘……흔들려? 저 냉혈한 새끼가.’

짧은 순간, 검마의 검고 짙은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본 천무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하다.

변고가 생겼다.

천마신교의 소교주이자 자신이 가장 총애했던 제자.

연화운.

지금은 이립(而立,서른)이 넘어서 천마신교의 교주 자리에 오르고도 남았을 텐데, 연화운이 아닌 눈앞의 능글거리는 놈이 천마랍시고 나대고 있다.

“있긴 했지요.”

“죽였냐?”

거두절미하고 묻는 천무린의 말에 갈천중의 어깨가 으쓱거린다.

“죽이긴요. 제가 왜 그런 흉악무도한 짓을 하겠습니까.”

“네게 묻는 게 아냐.”

“네?”

천무린의 시선이 갈천중이 아닌 검마에게로 향한다.

“죽였냐고?”

“……무슨 소리지?”

“언제부터 천마신교가 근본도 없는 놈을 천마로 내세웠지?”

그 말에 갈천중의 눈썹이 처음으로 씰룩거렸다.

“하하하, 제법 귀에 거슬리는 말을 잘도 하네요. 근본이 없다니.”

“응. 근본 없는 거 맞아, 넌.”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길 하는 건가요? 합당한 근거를 대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이겠습니다.”

서늘하게 식은 갈천중의 눈빛을 처음 본 풍산은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이 멎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저 정색했을 뿐인데.

그만큼 이곳의 분위기를 갈천중이 꽉 잡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천무린의 눈빛 역시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항상 능청스럽고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던 그 천무린이.

몇 초간의 정적이 풍산에게는 마치 억겁(億劫)의 시간처럼 더디게 느껴졌다.

속으로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이 침묵을 깨 줬으면 하는 그의 바람을 알아챈 것일까.

드디어 천무린이 말문을 열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

“천마신교의 천마가 가져야 할 첫 번째 근본.”

그 말에 갈천중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래서 네가 안 된다는 거야, 이 새끼야. 네놈이 잠깐은 왕 노릇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천마신교 전체를 부정할 속셈이냐.”

천무린이 고갤 돌려 검마를 바라보자, 무표정했던 검마의 얼굴이 이젠 대놓고 동요의 빛이 어렸다.

천무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천마신교의 핵심을 찔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풋.”

웃는다. 갈천중은 언제 자신이 정색했냐는 듯 허연 이를 드러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푸후, 푸후흐하하하하!”

이내 더욱 크게 터지는 그의 앙천대소(仰天大笑).

“파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이어지는 웃음으로 인해 생겨난 위화감이 천무린의 몸 전체를 감쌌다.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과 여유로운 표정.

거기다 검마의 흔들렸던 반응이 금세 되돌아오는 것.

평생을 함께해 왔다고 여긴, 천무린이 아는 천마신교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정말 재밌네요. 멸마, 당신은.”

“……뭐가 그리 재밌단 거지?”

“재밌을 수밖에요. 당신이 지금 내게 천마신교의 근본을 따지고 있는 것도. 당신의 입에서 천마신교의 소교주를 운운하는 것도.”

그러면서 그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정체가 뭡니까?”

“…….”

흥분한 나머지 천무린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떠벌리고 말았다.

“아아,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됩니다. 어차피 들을 생각으로 한 질문도 아니니까.”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갈천중이 걸음을 옮겨 천무린에게로 다가온다.

저벅, 저벅.

툭툭.

천무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갈천중이 그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근데 말이에요. 제가 그 근본의 필요조건을 채웠다면요?”

……뭐?

천무린이 파르르 떨리는 눈가를 한 채 갈천중을 향해 고개를 꺾는다. 그리고 그의 반응에 갈천중이 씨익 하고 입가를 말아 올리더니 천무린의 어깨를 다시금 툭툭 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마신공은 일인전승(一人傳承).

오로지 천마 천무린이 허락한 소교주 연화운만이 익힐 수 있었다.

그걸 모르지 않을 갈천중이건만, 지금 내게 뭐라고 씨불이는 건지.

“믿지 못하나 보네. 그럼 확인시켜 드려야지.”

그리고 그때.

갈천중의 손아귀에서 피어오른 검디검은 염화(炎火)가 이글거린다 싶더니 천무린의 두 눈이 커짐과 동시에 한 곳으로 쏘아졌다.

흐릿하게 퍼져 있던 안개를 꿰뚫고 관통한 기운은 시커멓게 물들인 수라도(修羅道) 속을 나아갔다. 그리고 그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닿는 곳은 다름 아닌.

“이 새끼들아! 피해!”

포위된 사천무관의 일행이 있는 곳이었다.

“늦었어요.”

천무린의 악다구니가 뒤늦게 크게 울려 퍼졌지만, 갈천중이 뻗어 낸 죽음의 기운은 일행에게로 순식간에 도달했다.

“……뭐야, 저게?”

“지, 진천뢰?”

“멍청한 새끼야! 저게 어떻게 진천뢰야?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그건 그렇고, 무린이가 간 쪽에서부터 날아오는……. 막아!”

송무와 태강, 황태, 그리고 소화진이 말을 멈췄다.

그들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곧바로 검을 들더니 검기를 넘어 푸른빛이 넘실거리는 검강을 쏘아 냈다.

무려 초절정 고수 네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 낸 검강이었다.

폭사한 검강이 서로 어우러지더니, 시커멓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대번에 갈라 버릴 듯 맹렬하게 날아갔다.

“미친!”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천무린은 전력으로 몸을 허공에 띄웠다. 갈천중은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심산으로 구경하고 있었고, 천무린은 일행을 향해 운룡대팔식을 펼쳐 허공을 박차고 있었다.

이미 늦은 것을 알았지만, 이것은 본능이었다.

갈천중이 순간적으로 펼쳐 낸 무공은 다름 아닌.

천마신권(天魔神拳).

천마의 진정한 무공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그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천무린이었다.

고작 검강 따위로는 절대 막아 낼 수 없음을.

“피해애! 이 새끼들아! 피하라고오오오!”

콰가가가가가가강!

검강과 천마신권의 기운이 부딪치자마자.

“미, 미친!”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검강은 마치 먼지처럼 소멸되었고, 천마신권의 기운은 일행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안 돼애애애애애!”

날아가고 있던 천무린이 처절한 절규를 내질렀고.

미지(未知)의 힘으로 이뤄진 천마신권의 기운에 불가항력(不可抗力)의 벽을 느낀 일행은 다 같이 검을 들어 기운을 쏘아 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기운은 마치 모든 기운을 잡아먹는 악귀처럼 일행을 향해 그대로 나아갔고, 결국 일행은 제각각 호신강기(護身强氣)를 둘러야 했다.

본능적으로 호신강기를 일으켜 최대한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양 떼가 배고픔에 굶주린 이리 한 마리를 어쩌지 못하듯, 일행은 옴짝달싹 못 한 채 그저 입을 악다물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투다다다다!

콰아아아아앙!

들려오는 폭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었다.

몸에 닿는 기운이 전혀 없음을 느낀 송무는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고 앞을 바라봤다.

한 인영이 그 시커멓고도 불길한 기운에 맞서 검 끝을 들어 올린 채 온몸으로 막아 내고 있었다.

“……교, 교관님!”

송무의 부르짖음에 일행 모두가 놀란 눈으로 악교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음울하고도 패악적인 마기(魔氣)에 정면으로 맞선 악교운의 몸이 정상일 리 없었다.

초절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도 불구하고 천마신공이라는 무공을 견뎌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쿨럭!”

막아 내고 있는 검 끝이 점차 검게 물들어 가더니, 끈적거리는 그 마기가 검을 타고 악교운의 손에 닿는다.

저릿, 저릿.

“커헉!”

그저 기운이 닿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끔찍한 고통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몸이 점차 굳어 가고, 오장육부가 고통으로 뒤틀린다.

덜덜덜덜!

“……교관니임!”

송무를 비롯한 일행이 달려가 악교운을 도우려는 순간.

“오지 마!”

멈칫.

악교운이 전심전력을 다해 외쳤다.

“피해라! 얼마 버틸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이 포위망을 벗어나! 어서 벗어나라!”

“하, 하지만……!”

“너희마저 당하면 누가 사천을 지키겠느냐!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어서 벗어나란 말이다! 이 머저리들아!”

악교운의 음성이 터져 나오자, 일행은 주춤거리며 천마신권에 맞서는 악교운의 뒷모습을 보며 그저 사시나무가 떨듯 떨었다.

……죽어 가고 있었다.

시커멓기 짝이 없는 저 불길한 기운에 악교운이 잡아먹히고 있었다.

자신들이 약해서.

우리가 나약해서.

저 기운을 감당해 내지 못해서.

결국 악교운이 저 기운을 홀로 막아 내고 있다.

자신들을 살려 내기 위해.

“……고, 고마웠다.”

“교관니이이임!”

“아, 악 교관니이임!”

말도 안 된다며 울부짖는 일행의 눈앞에서 악교운의 온몸을 휘감은 불길하고도 끈적한 기운은 그의 손끝을 시작으로 다리, 허리, 가슴팍으로 점차 퍼지고 있었다. 마치 요사스러운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처럼.

“너희를 제자로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게 나의 가장 큰 보람이자 행운이었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라도 꼭 살아남아라.”

그리 말을 남긴 악교운은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천마신권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에 침투한 마기의 기운이 다른 생도에게 향하지 못하도록 오롯이 방향을 틀기 위해서였다.

“크아아아아아!”

포효하는 악교운의 모습에 그의 뒤로 한 인영이 내려앉는다.

“이런 미친 양반이!”

그러면서 악교운의 뒷덜미를 잡아당김과 동시에 다른 손으로 주먹을 들어 올린다.

백보신권(百步神拳).

황금의 기운이 서릿발처럼 터져 나오며 단숨에 천마신권과 맞부딪친다.

하지만.

……천마신권은 역시 천마신권이었다.

검강의 다발과 악교운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위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으득.

꾸구구국.

이를 꽉 문 채 천마신권의 기운을 미세하게 비틀어 흘려 낸다.

쿠콰카카카카카!

그리고 그 덕에 방향이 빗나가기 시작한 천마신권의 기운은 애먼 땅거죽을 모조리 파헤쳤고, 그제야 천무린은 몸을 돌려 악교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천무린조차 겨우 방향을 비트는 데 그쳐야 했을 만큼 강력한 천마신권이었다.

“쿨럭! 쿨럭!”

악교운의 온몸은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피부는 생명력을 잃어 갔고, 두 눈에 초점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 차려! 이 양반아!”

“푸, 푸흐흐.”

죽어 가던 악교운이 엷은 미소를 띠었다.

“왜 울상이냐. 너답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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