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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29화 (229/250)

제229화

제229화

해가 밝았고, 지난 전장에 출격한 사천무관 8기수를 비롯한 세 교관과 5기수 소화진, 7기수 이백과 진량까지 수적과 산적을 어떻게 해 보겠다고 뛰어나갔다.

밤사이에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싶더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폭음과 굉음은 사천무관 사람들을 비롯한 수많은 양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운 이들은 그저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그들은 이미 지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는 게 정녕 맞는다고 보십니까, 모두들?”

부교관이었던 두 사람이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이제는 정교관 자리에 당당히 오른 자겸의 말에 또 다른 정교관 고윤이 일어나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아무리 지쳤기로서니 저들이 저렇게 위험한 전투를 벌이는데 우리는 뒤로 빠져서 그저 관망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희 역시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관주님까지도 직접 움직이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타다다닥!

어둠 속을 헤치는 인영의 다급한 발소리에 고윤과 자겸이 긴장했고.

스르릉!

달빛을 받은 검이 번뜩이는 검광을 뽐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적인가!”

고윤과 자겸은 다가오는 이의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자신들보다 훨씬 고수라는 것을 느끼고 양옆으로 퍼져서 언제든지 합공할 준비를 마쳤다.

“후우, 후우, 다들 손 좀 빌려줄래요? 사람 하나 업고 전력으로 달려왔더니 제법 땀이 나네요.”

익숙한 목소리와 명랑한 말투에 고윤과 자겸은 저도 모르게 긴장을 풀었다.

“배 교관님?”

“역시 척하면 착이네요.”

어둠을 헤치고 온 이는 담진을 업고 있는 배단아였다. 혈투를 벌인 흔적으로 인해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었다.

두 교관의 시선이 배단아의 등으로 향한다.

“후웁, 후웁.”

숨을 헐떡이는 사내를 보자마자 두 교관이 뛰어왔다.

“……다, 담 교관님이 갑자기 왜 이리!”

“다, 담진 교관님! 괜찮으십니까!”

고윤과 자겸의 두 눈이 찢어져라 커지더니 곧바로 담진을 둘러업었다.

“당장 당의원으로 모시고, 사천무관에서 개발 중인 영단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먹여 주세요. 최대한 빨리 옮겨 주세요. 부탁해요.”

구슬땀을 닦아 낸 배단아가 침착하게 입을 열며 담진의 손목을 통해 내력을 불어넣었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아마 당백진이 날아가는 담진의 몸을 받아 내면서 그 피해를 최소화해서 그럴 것이다.

“……예!”

“배 교관님은……?”

담진을 둘러업은 자겸이 다른 생도들의 호위를 받아 당의원으로 사라졌고, 남아 있던 고윤의 말에 배단아가 차분해진 눈빛으로 전장을 훑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짧게 설명 드릴게요.”

수룡왕과 벽력왕의 등장.

그리고 수룡왕이 이끌고 온 진천뢰의 포격.

“……진천뢰라고요?”

고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눈빛을 했다.

관무불가침(官武不可侵).

황가와 중원 무림은 서로 간에 불가침조약을 맺었다.

즉, 관이 강호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강호 역시 관을 간섭할 수 없다.

그것은 강호 무림과 평생에 걸친 약속이자 약조였다.

소림의 조사인 달마와 혜능.

무당의 조사인 장삼봉.

뿐만 아니라 천마신교의 초대 천마마저.

약조를 한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진천뢰는 관무불가침이라는 약조를 깨는 화기이자 무기였다.

“네. 이유는 알 수 없어요. 문제는 수로채가 진천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지요.”

“……말도 안 돼.”

그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사천 지역의 절반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쿠콰가가가강!

콰아아앙!

“흐으읍!”

배단아의 손에 잡힌 검이 재빨리 검막을 치면서 비산하는 포탄의 잔재를 막아 냈다.

두두두두두!

검막을 무수히 두드리는 포격의 흔적.

직격을 받은 것도 아닌, 포격의 잔재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배단아의 검막을 위협적으로 두드리는 그 모습에 고윤은 놀라 마른침을 꼴깍 삼켜야 했다.

포격은 배단아와 고윤이 있는 곳에서 삼 리쯤 떨어진 곳에서 터졌다.

그런 포격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 거리가 피부에 와 닿을 만큼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고윤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배단아를 바라봤다.

“조금씩 전선을 뒤로 물리세요. 막사의 수적과 산적들은 모조리 물리쳤으니까 전선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렇습니까?”

“혹시 모르니까 최소한의 대비만을 한 채 뒤로 물리면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양민들과 사천무관의 인명 피해가 없도록 미리 피난할 준비도 마치세요.”

“설마 그 말인즉슨…….”

“네. 사천무관을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건물이야 다시 지으면 그만이니까요.”

그 말에 고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교관님.”

“말씀하세요.”

“혼자 가는 건 안 됩니다.”

“무슨 말이죠?”

고윤의 시선이 뒤로 향하자, 배단아의 시선도 그 시선을 따라 뒤로 향한다.

처억.

그의 뒤로 5기수를 비롯한 8기수까지.

생도들이 도열해 있었다. 온몸에 새겨진 잔상과 생채기의 흔적으로 그동안 얼마나 전장을 힘들게 버텨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지쳤지만,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가 주십시오. 저야 맡겨 주신 임무가 있으니 그에 따라 움직이면 되지만, 이 녀석들은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사천무관의 일원으로 열심히 싸웠습니다.”

처억.

사천무관 8기수 생도인 후송이 나직이 말했다. 옆구리에 새겨진 자상을 지혈된 붕대로 칭칭 감고 있는 그의 모습이 배단아의 눈에 들어왔다. 고통스러워해도 무방할 지경인데,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결의로 무섭게 불타올랐다.

“데려가 주십시오. 천무린, 송무, 태강, 설화린, 백리무영, 백리후, 진무양, 명진, 낭소소, 황태, 신혁건, 당지운, 남사익. 모두 우리 동기이자 같은 생도입니다.”

“이백과 진량이도 말입니다.”

“우리 기수만 빠지면 섭섭하지.”

“소화진, 그 녀석만 멋있는 역할을 하게 둘 순 없습니다. 아직 더 싸울 수 있으니까요.”

8기수, 7기수, 6기수 그리고 5기수까지.

전장에서 활약한 생도들이 배단아를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건한 눈빛.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배단아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다 말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시원한 미소였고, 대견하다는 눈빛이었다.

“어떻게 이런 고집스런 생도들만 있는지.”

“교관님이 저희를 이렇게 교육하셨습니다.”

“나 참, 이걸 내 탓으로 돌린다고요?”

배단아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에게 모아진 생도들의 시선을 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요. 가요. 하지만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 할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나 참.”

배단아가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고윤을 바라본다.

“고윤 교관님도 고생이 많았겠네요.”

“더없이 듬직한 녀석들이죠. 무관의 교관이라는 직함이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한 순간입니다.”

“그랬겠어요. 그럼 제가 책임지고 생도들을 지휘할 테니까 고윤 교관님은 이곳 전선의 정리와 사천무관을 부탁드릴게요. 과한 짐을 어깨에 올려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네요.”

“아닙니다. 걱정 마십시오. 대신에 하나만 알아주십시오.”

고윤의 시선이 뒤에 선 생도들을 쭉 훑었다가 배단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가 배운 가르침에 따라 사천무관, 그리고 무관을 넘어 정도 무림을 위해 하나가 되어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을요. 재능과 결과에 따라 주목을 받는 사람은 주목을 받고, 받지 못하는 사람은 받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기까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배단아가 빙긋 웃는다.

“제가 바로 그 주목받지 못한 사람이었잖아요?”

배단아는 교관이라 하기엔 더없이 무위가 약했다. 역사교관이자 이론을 가르치는 교관이었기에 부교관인 자겸이나 고윤과 비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나약했다.

그런데도 정교관으로 활약했고, 부족한 점을 한없이 찾아 나갔으며 뼈를 깎는 혹독한 수련을 거쳤다.

그래서 그녀는 안다.

“이처럼 제 자신을 불태운 사람들이 왜 주목을 못 받겠어요? 다른 누가 아니라 제가 알아줄 거고, 제가 알릴 거예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느 누구보다 제 제자인 이들이 용감하게 싸웠음을.”

* * *

타다다다닥!

배단아를 따라 사천무관에서 출발한 생도들의 숫자는 못 해도 백여 명이 넘었다. 전장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인원은 있어야 했고, 그들 모두 배단아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그들은 다급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콰아아앙!

비록 진천뢰라는 폭격이 한없이 땅거죽을 헤집고.

쾅쾅!

천지를 뒤흔들며.

화르르르르륵!

사방을 불태운다고 하더라도.

“제가 막아 낼게요! 제가 선두입니다. 모두 발걸음을 멈추지 마세요! 진천뢰를 저지하러 간 일행을 따라잡아야 해요!”

배단아의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지도력이 생도들을 따뜻하게 감쌌고, 용기백배한 생도들은 지친 와중에도 발걸음에 더욱 힘을 실었다.

타다다다닥!

“저어……. 교관님!”

“음? 무슨 일이죠?”

선두로 달려가는 배단아에게 말을 건 것은 다름 아닌 8기수 후송이었다.

“이상합니다. 분명 격전지는 두 곳, 그리고 진천뢰를 향해 움직여야 하는데, 오른쪽에는 그 어떤 격전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아요.”

그 말에 선두로 달려가고 있는 배단아의 두 눈이 게슴츠레 변한다.

왼쪽에는 수룡왕 파건량과 만독암제 당백진이 여전히 천지를 크게 요동치면서 화경의 경지다운 초인들의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수십 리 떨어진 전장이었지만,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그러나.

오른쪽은?

“……설마?”

오른쪽은 분명 천무린이 있는 곳이다.

왼쪽이 수룡왕이라면, 오른쪽은 멸마 천무린과 벽력왕 금태도의 격전지.

그런데 폭음, 굉음은 고사하고 인기척조차 미약했다.

절레절레.

그럴 리 없다고 여긴 배단아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천무린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배단아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빨리 격전이 끝날 리 만무했으니까.

만약 자신이 아는 그 천무린이 무너졌다면.

“……모두들 각오가 됐나요?”

선택은 하나다.

진천뢰를 막으러 간 일행을 위해서 벽력왕의 발목을 잡는 수밖에.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예!”

후송의 대답을 필두로 백여 명에 달하는 생도들에게 전달된 감정은 단 하나였다.

“갑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칼빵 하나는 제대로 먹인다!”

“낄낄, 벽력왕이 뭐 별거냐! 어차피 살과 피로 이루어진 사람이잖아!”

그리 말했던 이들이지만, 그들의 감정에는 분명 불안감이 어렸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은.

“어, 뭐야?”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청년을 본 순간, 전신을 감싼 팽팽한 긴장감이 일시에 풀어졌다.

천무린이 두 눈에 초점을 잃은 벽력왕 금태도의 몸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발 늦었네. 어휴, 하여간 더럽게 늦어요.”

벽력왕과 더불어 녹림과의 전쟁을 비로소 마무리한 것이다. 무려 2년에 걸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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