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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26화 (226/250)

제226화

제226화

악교운이 맥없이 나가떨어진 것으로 보아 위력은 초절정의 고수마저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인 모양이다.

괜히 최악의 화기가 아닌 것이다.

담진은 이를 악물며 검막을 비스듬히 세웠다. 진천뢰의 포격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속셈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처럼 진천뢰가 검막에 의해 방향을 틀자, 일행이 있는 곳에서 떨어진 들판 위에서 터졌다.

콰르르르릉! 파아앙!

다행히 막았구나…….

그리 여기며 담진이 검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가슴팍에 도달한 수룡왕의 손바닥.

콰아앙!

악교운이 진천뢰에 적중당해 날아간 것보다 배 이상의 충격으로 멀리 수십 장을 날아가는 담진이었다.

“예쁜이 못 보게 왜 앞을 막고 X랄이야. 짜증 나게.”

* * *

우레가 떨어져 사방을 불태우는 모습이 저 멀리서도 보인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모습.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천무린이 모를 리 없었다.

“……진천뢰. 아주 난리가 났네?”

비아냥거림을 흘린 천무린이 눈앞에 선 사내를 바라봤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혈웅사자와 광혼마도 같은 버러지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멸마. 멸마 천무린인가?”

“거산도 전위를 후계자로 내세운 이유를 알겠네. 같은 과네, 같은 과. 덩치 하며 말하는 거 하며.”

혀를 차는 천무린의 음성에 우두커니 선 사내의 주먹이 꿈틀거린다 싶더니.

콰아아아아앙!

천무린의 신형이 포탄에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튕겨 나가 아름드리나무에 강하게 부딪혔다.

콰지지지직!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성인 남성 세 명을 합한 것보다 더 큰 나무가 대번에 박살 나며 천무린은 그로부터 수십 장을 더 나아가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그 모습에 황태와 태강이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단번에 사내에게 쇄도했다.

처억!

검 끝을 세운 황태의 짐승과도 같은 돌격.

그리고 태강의 날랜 몸놀림에 비례한 발차기가 동시에 사내의 앞뒤를 노렸다.

그러나.

투콰앙!

쇄도한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튕겨 나간 황태와 태강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반응을 한 것인지. 주먹이었는지 손바닥이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천무관의 8기수는 황태와 태강이 튕겨 나간 빈자리를 채우며 단숨에 쇄도했다.

파바바바바박!

당지혜의 양손에서 뿜어 나온 비수와 비침들이 사내를 향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발이 올라갔다가 땅을 밟자,

쿠콰아아아앙!

한 번의 발 구름으로 비수와 비침들이 힘없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사익과 설화린의 손바닥에서 터져 나온 극양과 극음의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열양장과 빙백신장이 사내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심한 얼굴을 한 사내의 엄지손가락이 두 번 튕기자, 무음의 기운이 두 장력과 부딪쳤다.

쾅! 쾅!

“쿨럭!”

“푸후우.”

초절정에 다다른 이들이 맥없이 튕겨 나간다. 초절정에 다다른 고수들이 내뿜는 수많은 공격을 무심하게 튕겨 낸다.

명진과 진무양, 그리고 낭소소가 연속해서 쇄도하며 자신들의 절기를 무한히 뿜어 댔다. 봉신곤에서 터져 나온 막강한 파괴력이 담긴 강기를 마주한 사내의 주먹은 자비가 없었고, 태극혜검으로 펼쳐 낸 부드러움을 더욱 강한 주먹으로 분쇄했다.

낭소소의 낭창낭창한 연검을 더욱 빠른 주먹질로 검면을 모조리 후려친다.

“컥!”

“큭!”

“윽.”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모두 튕겨 나갔다.

“뭐, 뭐가 저리 강해?”

“사람 새끼가 아닌데…….”

이 정도로 고강한 이를 만나 본 적이 없었던 생도들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때.

“……으그그,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뜸 주먹질부터 하는 건 무슨 경우야.”

뻐근한 목을 풀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천무린이 손목을 잡으며 털어 냈다.

“벽력왕이라는 별호답게 강하긴 더럽게 강하네.”

그 말에 생도들 역시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자리에 선 저 남자가 바로 사파제일인이다.

적어도 생도들은 그리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네가 직접 나선 걸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은가 봐. 그럼 저쪽은 수룡왕이 왔으려나.”

“……그렇다. 아마 저기에 간 놈들은 모두 죽겠지.”

“에이, 그리 단정 짓진 마.”

천무린이 태평한 얼굴로 몸을 풀다 말고 손가락으로 사천무관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거기에도 나름 네놈만큼 강한 인간이 있거든. 너무 걱정 마.”

그 말과 함께 천무린이 입가를 비틀었다.

* * *

덥석.

“모두들 물러나게.”

뒤로 튕겨 날아가던 담진의 몸을 부드럽게 잡은 이는 다름 아닌 당백진이었다.

“과, 관주님!”

“언제…….”

당백진의 시선에 쓰러진 일행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다가 스윽 하고 수룡왕과 눈빛을 마주한다.

“……어랍쇼. 끝판왕이 직접 등장했네.”

수룡왕이 히죽 웃더니 머리를 쓸어 올렸다.

“만독암제 당백진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굉장히 반갑네.”

씨익 하고 입가를 말아 올린 수룡왕 파건량은 온몸이 저릿저릿해 오는 당백진의 기운을 만끽했다.

당장이라도 폐부를 찌를 법한 비수가 저 손끝에서 날아와 난도질할 것만 같은.

요사스러운 독사 수백 마리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듯한 그런 모습에 수룡왕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배 교관.”

“…….”

“배 교관!”

“네, 넷!”

두 번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린 배단아가 당백진을 바라봤다.

“악 교관, 담 교관,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이도록. 진천뢰의 반경에서 최대한 벗어나도록.”

“예? 지, 진천뢰를 부수러 가야 하지 않나요, 관주님?”

그녀의 말에 당백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 거리에서 쏘아 대는 진천뢰를 무슨 수로 막을 수가 있을까. 심지어 강 위에서 쏘아 대는 것 같은데.”

“정답. 역시 만독암제. 척하면 착이네.”

따악, 하는 손가락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자, 또다시 진천뢰가 불을 뿜었다. 용트림이라도 하듯 뿜어내는 불길은 단숨에 당백진을 향해 날아왔다.

콰아아아아앙!

당백진은 그 진천뢰를 바라보고 허리춤에서 뽑아낸 비수에 내력을 불어넣더니.

우우우웅!

약동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뜬 비수를 그대로 쏘아 보냈다.

날아간 비수가 수룡왕을 지나쳐 찬란한 불길을 내뿜으며 날아오는 진천뢰에 그대로 명중했고, 그 충격파는 실로 어마무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진천뢰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불길을 토해 냈고, 수룡왕이 쯧, 하는 소리와 함께 진각을 굴려 포탄의 위력을 날려 보냈다.

“되게 가볍게 막네? 얼마나 힘들게 공수해 온 물건인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제대로 붙지.”

당백진의 공격적인 언사에 파건량이 휘파람을 불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나저나 나한테만 집중해서 되겠어?”

“무슨 뜻이지?”

“여기에 내가 왔다는 건 저쪽엔 다른 놈이 갔다는 걸 대번에 파악했을 텐데.”

“……알고 있다.”

“저기에 그놈을 상대할 녀석이 있다고? 아아, 창천검존이 온다고 했던가.”

수룡왕 파건량은 남궁도를 떠올리며 그럼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대는 따로 있다.”

“음? 따로 있다고?”

“그래, 따로 있지.”

“……에, 설마?”

수룡왕 파건량이 치렁치렁한 머리를 다시금 쓸어 올리며 곰곰이 무언가를 떠올린다.

“뭐라더라. 멸마? 멸마였나?”

“그렇다.”

“오호, 그놈이 벽력왕을 상대할 수 있다고?”

그 말에 당백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야 모를 일이지.”

“흠…….”

수룡왕 파건량이 녹림이 세웠던 막사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멸마라는 애송이의 이름은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많이 들었다.

무형노괴를 꺾은, 약관의 청년.

당백진마저 그 청년을 은연중에 믿는 것이 느껴진다.

절로 흥미가 동한다.

“……여길 빨리 끝내고 구경이나 가야겠군.”

“과연.”

웅웅웅!

당백진의 주변에 수십 자루의 비도와 비수들이 허공에 떠오른다.

하나같이 의지가 깃들어 당백진 주변을 공전하며 파건량을 노려보는 듯했다.

“갈 수 있다면 가 보도록.”

“이거 왜 이래? 나 파건량이야.”

수룡왕 파건량이 서 있는 곳의 땅거죽이 뒤틀리면서 찰랑거린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수룡왕이라고, 이 새끼야!”

그 땅거죽이 마치 해일처럼 뒤집히더니 그대로 당백진을 향해 짓쳐들어온다. 파도를 자유로이 조종하는 것과 같은, 입이 절로 떡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쿠콰카카카카카!

모래와 자갈, 흙들이 파도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무섭게 들이닥쳤지만, 당백진의 두 눈은 깊이 침잠하여 속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후우우웅!

그러면서 스무 자루쯤 되는 비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 땅거죽의 해일을 맞이하여 빠르게 쏘아졌다.

퍼어억!

퍼버버버벅!

틀어박힌 비수들이 진동하며 단단하기 그지없는 땅거죽을 뚫으면서 헤쳐 나간다.

그리고 다시 회전하여 돌아온 비수들이 당백진에게 절대 닿을 수 없게 하겠다는 듯 땅거죽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제법인데.”

하지만 가벼운 발 구름에 다시금 땅거죽이 뒤틀린다. 비수로 생겨난 공백이 다시금 메워지며 계속해서 당백진을 향해 몰아친다.

사람이 이렇게도 자연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생기는 무위.

그러나 당백진의 감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웅웅웅!

변화는 오히려 당백진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비수들의 숫자였다.

스무 자루에 불과했던 비수가 서른 자루, 그리고 마흔 자루까지 늘어나며 땅거죽이 다가오는 족족 비수들이 품은 강기로 터뜨려 버렸다.

서로 간의 움직임은 딱히 없었다. 그저 한 명은 비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다른 한 명은 발 구름으로 대치했다.

일종의 기 싸움이지만, 짧은 호흡 동안 지형지물의 모습이 대번에 바뀌었다.

“재밌네. 확실히. 집중 좀 해야겠어.”

“진작에 하지 그랬나. 시간 끌지 말고.”

쉬이익!

파건량의 주변으로 날아오던 비수 중 하나가 펑 하고 터져 나갔다.

독주머니를 달고 있던 비수였기에 터져 나가면서 독이 형성된 안개, 즉 독무(毒霧)가 펼쳐졌다.

“……잔재주까지.”

파건량이 호흡을 일시적으로 멈추며 장포 자락을 움직여 풍압을 일으킨다.

“당가 놈이라고 자랑이라도 할 셈이냐.”

“전혀.”

“고작 이따위 독으로…….”

우뚝.

그런 파건량의 몸에 순간적으로 기혈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이내 정상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파건량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찰나의 순간에 부자연스러워진 기혈.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중이었다면, 그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갈렸을 수도 있을 터.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당백진은 움직이지 않고 이쪽 상황을 가볍게 관망하고 있었다.

마치 언제든지 자신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하.”

파건량의 입에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재밌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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