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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24화 (224/250)

제224화

제224화

진량과 이백이 만들어 낸 거리와 격차는 장강쌍마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진량과 이백이 등을 마주하고 있었고, 장강쌍마의 합격술을 가벼운 움직임만으로 흩뜨려 놓은 것이다.

거기다.

히죽.

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진량의 이죽거림.

그와 반대로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이 전장에서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하는 이백의 표정.

이 두 사람의 반응 역시 장강쌍마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저 젊은 청년들은 둘이 아닌 혼자, 그것도 개개인으로 부딪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고작 약관 정도밖에 안 된 새파란 애송이들이.

동인문과 동인만의 눈빛에 핏발이 섰다.

사천무관의 교관들과 새파랗게 어린 생도 놈들이 지금 이 수적들과 자신들을 상대로 덤벼들고 있지만, 사파 제일의 장강수로채라고 자부하던 자신들은 전혀 저지를 못 하고 있었다.

장강쌍마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하나는 알았다.

적어도.

단 하나는 알 수 있었다.

“네놈들의 심장을 꺼내 펄떡이는 피를 장강에 흩뿌려 주겠다.”

“버릇없게 쳐다보는 두 눈깔을 뽑아 질겅질겅 씹어 먹으려고 하니 절대 이 자리에서 벗어날 생각일랑 말도록 하여라. 이 어리석은 아해들아.”

눈앞에 이 두 청년을 이 자리에서 씹어 먹지 않고서는 자신들이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 살기등등한 장강쌍마의 모습에도.

처억.

진량이 검을 들어 어깨에 걸친다.

“거참, 언제 덤빌 건데? X발, 싸움을 말로 하나.”

이백이 쓰읍, 하고 진량에게 눈빛으로 잔소리를 하더니 장강쌍마를 바라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두 선배님의 분노, 잘 알겠으니 전력을 다해 주십시오. 비록 이런 자리에서 만났지만, 선배들이 쌓은 무위와 신위를 경험하며 앞으로 더 ‘일로정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담담하고도 차분한 말.

투욱.

그 말에 장강쌍마, 두 사람의 이성의 끈이 그만 뚝 끊어졌다.

“크아아아아아아! 가암히!”

동인문의 양손에서 가공할 만한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손바닥을 양손으로 교차하며 이백을 향해 덤벼들었다.

고오오오오오!

동시다발적으로 동인만 역시 양손에 거침없이 쏟아지는 기운을 주체하지 못하고 진량을 향해 쇄도했다.

손바닥에 어린 가공할 만한 기운이 이백과 진량을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듯 짓쳐들어왔다.

“죽음으로 죄를 사하라!”

쾅! 콰아아아아!

흉포하게 부딪히는 장력에.

장강쌍마라는 초절정 고수다운 위력에 수적들을 마구 난도질하던 세 교관과 소화진마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장강쌍마가 왜 장강쌍마인지 여실히 보여 주는 장력이었다.

쿠과과가가가강!

장력은 대기를 찢어발기면서 순식간에 이백의 검면에 도달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두 청년의 모습에 장강쌍마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장력이라면 전세를 뒤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저들조차 쉬이 움직이지 못 하리라.

그 순간.

등을 마주하고 있는 이백과 진량은 회전하며 원심력을 이용해 서로 마주하고 있던 상대가 아닌 다른 상대의 장력을 향해 검을 부딪친다.

휘리리릭.

회전하는 원심력을 이용함과 동시에 검면에 담긴 검강이 빛을 쏟아 냈다. 그 기운은 그 무엇보다 강맹했다.

사일검법(射日劍法).

후예만궁(后羿彎弓).

두 사람의 검에서 터져 나온 검강이 해를 쏜다는 그 이름처럼 번뜩이는 빛살로 장력과 강하게 부딪쳤다.

콰앙!

꽈가강!

장력과 검력의 충돌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장강쌍마는 충돌과 동시에 느껴지는 강한 압력에 놀라 눈을 부릅떴다.

저 얄팍한 검 끝에서 넘실거리는 강맹한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본인들이 느끼는 반탄력이라면 저 청년들은 등을 맞대고 있어서 더욱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

분명 그 반탄력이 두 사람에게 큰 충격을 줬으리라.

휘리리릭.

……그리 생각했건만, 두 사람은 충돌과 동시에 다시금 회전하며 그 충격을 해소시켜 버렸다.

이른바, 차륜진(車輪陣)과 같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본 장강쌍마는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렸다.

동료와 합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서로 함께 싸우다 보면 눈빛만으로 동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절로 알게 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들 역시 이미 수많은 경험과 연륜으로 어느 누구보다 쌍수합격에는 자신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결이 다르다.’

두 청년은 자신들의 장력을 보고도, 그리고 서로 눈빛을 마주하지 않고도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듯 움직였다.

만약 조금만 늦게 움직였다면?

아마 장력에 의해 몸이 갈기갈기 찢겨 버렸으리라.

어떻게 저렇게 반응할 수 있을까.

대체, 대체 어떻게!

하지만 장강쌍마의 그런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후우우웅!

사일검법(射日劍法).

반마만궁(盤馬彎弓).

말을 달리며 활을 당긴다.

해를 쏘기 위한 점창의 가장 빠르고 쾌속한 초식이 두 청년의 검 끝에서 순간적으로 빛을 내었다.

파아아아앗!

장강쌍마의 장력이 순식간에 와해된다.

이어서.

사일검법(射日劍法).

사양무광(斜陽無光).

번뜩이는 검광이 어둠을 만나 사라진 것처럼 은밀하게 대기에 녹아들었다.

짓쳐들어온 두 사람의 검 끝에 장강쌍마는 헛바람을 들이켜며 장력으로 쳐 냈지만, 옷소매 자락이 힘없이 잘려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칫 방심했다면 장강쌍마, 두 사람의 손목이 잘려 나갔을 판이었다.

오소소.

장강쌍마 두 사람의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화려하고, 눈을 현혹시키는 검초 따윈 없었다.

오로지 검로정진(劍路精進).

그 모습에 장강쌍마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해진다.

온몸의 소름을 가라앉힌 그들의 입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우리의 잘못이군.”

“……잘못이야.”

얕봤다.

강호 무림에서 상대를 얕본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죽음을 앞당긴다는 것.

풀어졌던 긴장의 끈을 다시 팽팽하게 조인다.

“……제대로 상대해 주마.”

“상대해 줄 것이다.”

장강쌍마, 동인문과 동인만이 한껏 차분해진 표정으로 이백과 진량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진량이 쓴웃음을 지었다.

“초절정이, 괜히 초절정이 아니군.”

진량의 말에 이백이 답했다.

“이 정도의 가르침은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니까. 진량아.”

“왜?”

“우리가 보여 주자. 점창의 사일(射日)이 무엇인지를.”

“오글거리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당연한 말을.”

파앗!

타앗, 타타타타타!

발을 박차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온다. 이내 찰나의 순간에 두 청년은 장강쌍마를 마주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한껏 고요하고 차분해진 장력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검면에 번뜩이는 검광이 장력과 마주했을 때, 전과 달리 더욱 단단해진다.

이제 이백과 진량의 진정한 실력을 알았으니 장강쌍마 역시 방심하지 않고 최대 전력을 드러낸 것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검과 표출되는 장력이 찰나의 순간에 맞부딪친다.

쾅쾅쾅!

콰아앙!

한 호흡 만에 부딪힌 충돌만 무려 여덟 번.

주르르르륵.

밀려나는 네 사람은 서로의 피해 상황을 스윽 눈으로 훑었다.

울컥.

진량과 이백의 입가에 핏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스윽, 하고 닦아 낸 두 청년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 다른 미소를 보인다.

이죽거리는 미소와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미소.

그 미소에는 응당 이래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그와 동시에 장강쌍마는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짓쳐들어왔다. 두 사람의 쌍수합격은 빈틈이 없었고, 서로의 장력과 장력에 더욱 기운을 더해 주는 듯하였다.

강맹하기 그지없는 장력.

그리고.

고오오오오오오오!

이백과 진량의 검 끝에 담긴 기운 역시 강맹하기 그지없었다.

강(强) 대 강(强).

물러섬이 없는 강맹함끼리의 격돌이었다.

쾅쾅쾅!

쿠콰카가가가가강!

쇄도하여 부딪치기 시작한 그 충격파는 사방에 퍼져 있는 수적들의 발끝부터 진동하게 만들었다.

“으으으. 무, 무슨.”

“모, 모두 몸을 피해!”

제각기 살기 위해 물러난다. 그런 수적들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강쌍마와 두 청년의 충돌은 멈출 기색이 없어 보였다.

타다다다닥!

타타탓!

두 청년이 물러나며 부러질 듯 휜 검면의 피해를 흘려내었다.

그러면서 뒤로 몇 걸음씩 물러나서 충격을 해소했다.

울컥거리는 핏물이 두 청년의 가슴 앞섶을 적시고, 검을 들고 있는 팔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제법이다.”

“제법이긴 하군.”

장강쌍마, 동인문과 동인만의 온몸 역시 검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로 즐비했다. 입고 있던 장포는 거의 걸레 조각이 되어 버렸지만, 치명상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방심하지 않는 이상 너희가 이길 수 있는 방도는 없다. 반항하지 않는다면, 내 너희들의 패기를 봐서라도 깔끔하게 죽여 주마.”

“……죽여 주마.”

장강쌍마의 말에 진량이 입가에 흐르는 핏물을 대충 닦아 내더니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귀를 긁적거린다.

“또, 또 헛소리하기 시작하네.”

“선배님들의 말씀, 어떤 뜻인지는 알고 있으나…….”

“선배라고 하지 말랬지. 이 등신아.”

“하지만…….”

핏물을 울컥거리는 와중에도 두 청년은 무엇이 그리 태평한지 수다를 멈추지 않는다. 그 모습에 장강쌍마 역시 할 말을 잊었다.

“……근데 이를 어쩌나? 사일검법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맞는 말입니다. 선배님들.”

“네놈 새끼들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우리도 돌려주지.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네놈들 대가리 후딱 자르고 사라져 줄 테니까 지금이라도 험한 꼴 당하지 말고 얼른 목 내놓고 꺼질래?”

진량의 말에 이백이 진짜 그럴 거냐는 표정으로 장강쌍마를 바라본다.

두 사람의 절묘한 만담에 장강쌍마가 황망한 표정을 짓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정말 입씨름으로는 이기기 힘든 놈들이로군.”

“……힘들군.”

그 모습에 이백과 진량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서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미 하나는 이겼네.”

“진량이 네가 말을 잘하긴 하는구나.”

“칭찬이지?”

“그럼.”

이 두 사람이 보이는 화기애애함은 장강쌍마를 더욱 열 받게 만들었다.

“오냐. 입씨름으로는 졌으니 다른 것은 꼭 이겨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느냐.”

“……그것이 맞지 않겠느냐.”

손바닥에서 여지없이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장력의 기운이 여태까지와 달리 더욱 강성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이백과 진량이 미소를 띠더니.

처억.

검 끝을 세웠다.

사일검법(射日劍法).

후예사일(后羿射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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