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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17화 (217/250)

제217화

제217화

장강수로채와 녹림칠십이채가 운남을 공격했다가 되레 패배하여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돌아갔다는 소문이 중원 무림에 널리 퍼졌다.

사파 제일이라는 두 세력이 힘을 합치고, 심지어 그 안에는 교룡검 풍산과 거산도 전위가 함께했다는 사실까지 전해졌다.

“……정말인가?”

“그렇대도!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두 세력을 상대로 막아 냈다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뭘 어떻게 되었다는 겐가. 무형노괴까지 꺾은 멸마신군이야. 꺾지 못할 이유가 없잖은가.”

“그 사실을 믿는 겐가. 아무리 그래도 무형노괴를 어떻게 꺾는단 말인가. 과장이지, 과장!”

“허, 자넨 거산도 전위 꺾었다고 했을 때도 처음에 믿지 않으려 했지 않은가. 멸마신군과 관련된 소문에 언제 헛소리가 섞여 있는 거 본 적 있는가!”

“……그건 그러네만.”

“두고 보세. 만약에 정사대전이 일어난다면 멸마신군이 제대로 된 공을 세울 테니까.”

“근데 멸마신군이라는 별호도 이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 멸사신군이라거나!”

“에헤이, 조만간일세. 기다려 보게!”

운남에서 무형노괴를 꺾은 사실과, 절강에서 쳐들어온 녹림을 상대로 이겼다는 사실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위사검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운남의 양만들을 지켜 냈다는 사실까지.

이어 멸마신군과 사천무관의 일원들, 그리고 신창 신준건이 운남에 있으며, 무림맹에서 급파된 하후성과 천성검대까지 함께 있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새로운 세력의 탄생이냐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남만야수궁이 사라진 지금, 운남은 주인 없는 땅이 되었고 그 땅에 자리 잡은 천무린과 일행이 가꿔 낸 새로운 세력이 생겨났고, 무림맹이 그것을 보증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물론 그 소문의 진원지는.

“크으, 아주 일처리가 기가 막혀?”

“……다, 당연히 그리해야지요. 누구의 부탁인데.”

쭈뼛거리는 탁궁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천무린을 바라봤다.

“역시. 그때 잘 먹인 보람이 있어. 그렇지?”

“……예, 예. 그렇죠.”

“제대로 먹여야 밥값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렇지?”

“……예, 예.”

“대답이 어째 시원찮다?”

“그럴 리가요!”

천무린의 말에 탁궁은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천무린의 말대로 탁궁은 움직였고, 소문을 터뜨렸다.

거지들의 입김은 중원 전체에 닿았고, 소문은 금방 퍼졌다.

“그런데 이와 같은 소문을 굳이 내 봐야 장강과 녹림의 역린만 건드리는 꼴 아니겠습니까.”

“……역린이라. 그게 아니지.”

“예?”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천무린의 진지하기 그지없는 말에 탁궁의 두 눈이 함께 깊어졌다. 천무린의 말뜻을 대번에 파악한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정파 무림의 민심을 얻고 정파 무림 전체를 움직이게 하려고…….”

“무림맹주 독고황이 회복된다면…… 모든 조각은 맞춰지겠지.”

파천검황(破天劍皇) 독고황의 무위가 회복되어 정파 무림을 바로잡는다면.

그동안 썩어 버린 싹을 잘라 낼 독고황이다. 그리고 독고황이 본격적으로 들고일어날 때 운남의 천가장, 천무린과 손을 잡게 될 것이고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줄 것이다.

그리하여 사천무관뿐만 아니라, 섬서무관과 산동무관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할 것이고.

엉덩이 무거운 권왕 혜공과 검왕 청강, 그리고 창천검존 남궁도까지 움직이게 될 것이다.

여기에 만독암제 당백진까지 더하면 정파 무림의 절대자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교 새끼들이 합류해도 대번에 균형이 깨지진 않겠지…….”

천무린은 안다.

남들이 모르는 천마신교의 현 전력을.

비록 천마 천무린이라는 교주가 없고.

육장로인 무형노괴가 없다고는 해도.

부교주 마황(魔皇) 갈천중.

일장로 패왕(霸王).

이장로 검마(劍魔).

삼장로 사신(死神).

사장로 폭산혈산(爆散血山).

오장로 구유비마(九喩飛魔).

천마신교의 전력을 알게 되는 순간, 절로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특히.

부교주 마황(魔皇) 갈천중.

그 놈은 천무린조차 속을 알 수 없는 뱀 같은 놈이다.

그렇기에.

“안 그래도 오합지졸에 불과한 놈들 뭉쳐 놓기라도 해야 대항을 하지. 안 그러면 다 죽어.”

천무린의 말에 탁궁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뭐 못 하면 다 같이 죽는 건데, 놈들도 대가리가 있으면 거지새끼들부터 먼저 조지려고 들걸?”

“예? 그게 왜…….”

“생각을 좀 해 봐라. 정보꾼이 눈앞에 있는데, 그걸 가만히 두는 게 말이나 되겠냐? 전쟁 시작하면 불을 켜고 거지새끼들 목을 따려고 달려들걸?”

“…….”

꼴깍.

탁궁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신음을 흘려야 했다.

천무린의 말이 구구절절 틀린 부분 하나 없었으니까.

* * *

“핫, 하하하하하!”

수룡왕 파건량은 웃겨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치렁치렁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러니까.”

파건량의 휘어진 두 눈이 졸지에 외팔이가 되어 버린 풍산에게 가 닿았다.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풍산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린 수룡왕이 몸을 숙였다.

“널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게 그 멸마신군인가 뭔가 하는 애송이냐?”

“……아닙니다.”

“그럼?”

“다른 생도……였습니다.”

“생도? 생도가 뭐야?”

파건량이 고갤 돌려 주위를 둘러보며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자, 몸을 덜덜 떨던 다른 수적들이 연달아 입을 열었다.

“……무, 무관의 생도입니다.”

“무관? 아, 그 생도? 애X끼들, 검이나 배우는 그 생도?”

파건량이 짧게나마 침묵을 유지하더니 풍산을 내려다봤다.

“그러니까 그 멸마신군인가 뭔가 하는 애송이한테 처발린 것도 아니고, 이름도 모르는 애X끼한테 팔 한쪽을 내주고 왔단 말이지? 그놈은 죽었나?”

“……아닙니다.”

“그럼 팔 한쪽은 잘랐나?”

“……아닙니다.”

“하!”

기가 차다는 듯 파건량이 풍산을 내려다보자, 풍산은 더욱 욱신거리는 자신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스윽.

파건량의 몸이 숙어지더니 고개를 떨군 풍산의 턱을 잡아 위로 올렸다.

“애X끼한테 팔을 내주고도 죽이지도 못하고 하다못해 팔 하나도 못 자른 병X 새끼가 바로 너다, 이 말이잖아?”

웃는다.

파건량의 휘어진 눈과 말려 올라간 입꼬리가 마치 즐거워 미치겠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수적들과 풍산은 안다.

바로 이 모습이 파건량이 가장 분노했을 때라는 것을.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답답한 공기가 폐부를 먹먹하게 만들고 있었다.

“기가 차네. 장강수로채란 이름을 갖다 버려야 되겠어. 아주.”

파건량이 혀를 차면서 수적들한테 이어 말을 꺼냈다.

“간판 내려라. 다음 장강을 이끌어 갈 놈이라는 새끼가 이름도 모르는 애X끼한테 처발리고 왔다는데, 어디 사파 제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 간판 내려.”

“……수, 수룡왕이시여!”

“내리라면 내려.”

“아, 안 됩니다!”

서걱.

파건량의 손길이 닿은 수적들 여섯 명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어 버린 광경에 파건량 옆에 서 있던 시녀들의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으나.

“……흡.”

“으읍…….”

제각기 소리를 내면 자신들의 목마저 날아간다는 사실을 안 것인지 시녀들은 제 입을 틀어막았다.

“내리라면 내리지 무슨 말들이 많아? 안 그래?”

“수, 수룡왕이시여!”

수적들은 땅에 부복하며 살려 달라고 외쳤다.

“병X 같은 놈들, 간판 내리고 무관 새끼들을 못 잡으면 더 이상 장강에서 어떻게 활동할 거냐? 애X끼들이 내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아등바등하겠지.”

“하, 하지만 수룡왕께서 계신데 어찌 그런 무도한 생각들을 하겠습니까.”

“이런 놈들을 데리고 내가 사파 제일을 꿈꿨다는 게 쪽팔리네. 하, 이 대가리 없는 새끼들아.”

파건량이 욕을 남발하며 부복해 있는 수적들의 머리통을 밟았다.

“내가 왜 사파를 택했는지 아냐? 힘이 있는 새끼가 전부 다 가지기 때문이야. 명분? 그딴 거 필요 없거든. 힘으로 명분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만약에 그 힘이 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놈들이 두 손 두 발 들면서 나를 돕겠다고 잘들 나서겠다, 그렇지?”

휘어진 파건량의 눈매가 처음으로 일자로 쭉 뻗었다. 서늘하기 그지없는 파건량의 시선에 모두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니까.”

서늘하기 그지없는 어조가 장강수로채의 주인을 뜻하는 웅장하고 거대한 수룡선 위에서 담담히 울려 퍼졌다.

“사활을 걸어라. 어차피 이번 전쟁에서 지면 그땐 밥도 못 빌어먹고 살 테니까.”

* * *

“왕이시여!”

“수룡왕께서 오셨습니다!”

산적들의 우렁찬 외침에 거대한 산과도 같은 거구를 일으킨 벽력왕 금태도가 고갤 들었다.

파건량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녹림칠십이채의 주인이자 군주인 금태도가 있는 산중산(山中山)에 들어섰다.

“너네도 애들 병X 돼서 돌아왔는지 궁금해서 찾아왔는데…….”

파건량의 눈길에 닿은 녹림칠십이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비슷하네, 뭐.”

“…….”

침묵한 채 파건량을 마주 바라보는 금태도의 눈길.

“여기 나 혼자 있냐?”

“닦달하러 온 건가?”

“닦달이 아니라 제일 빨리 움직일 것 같던 네가 가만히 있으니까 말이야.”

그 말에 금태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찾아왔었다.”

두서없는 금태도의 말에 파건량의 눈매가 좁아졌다.

“알아듣게 말해.”

“천마신교.”

“……뭐?”

처음으로 파건량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이 찾아왔다.”

“그래서?”

“손을 잡자더군.”

천마신교에서 손을 잡자고 말을 꺼냈다. 그들이 찾아왔다는 말에 파건량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누가 왔다 간 거지?”

“검마대주(劍魔隊主).”

“초우량.”

검마대주 초우량은 중원 무림에서도 널리 알려진 천마신교의 대외적인 무력대 중 하나였다. 이장로인 검마의 심복인 초우량이 직접 왔다는 것은.

“……진심이란 소리이겠고.”

“손을 잡지 못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우리가 선봉에 서서 놈들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더 크겠군.”

“……아니.”

금태도가 상체를 서서히 일으키더니 눈을 빛냈다.

“놈들이 먼저 움직이겠다고 하더군.”

“……뭐?”

파건량의 눈빛이 흔들렸다.

천마신교가 먼저 움직인다고?

“손을 잡은 우리에게 보여 주는 신뢰이자 선물이라고 말하더군.”

금태도의 말에 파건량의 두 눈이 깊어졌다.

금태도의 말대로 정말로.

정말로 천마신교가 먼저 움직여 준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언제 움직일 거냐?”

“……늦지 않게 움직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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