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10화 (210/250)

제210화

제210화

콰가가가강!

풍산은 신혁건이 보여 주는 창술과 마주했다.

창에 담긴 힘은 후기지수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파르르.

저 어린 나이에.

이 지고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세월의 힘을 거스를 만큼 엄청난 훈련량과 생사를 오가는 순간을 겪었다는 의미일 테지.

그러나!

끼기기기기!

신혁건의 창대가 부러질 듯이 휘어지며 뒤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한들 상관없다. 네 할아비마저도 나를 넘기에는 불가했던 것을 모르느냐.”

풍산은 그리 득의양양하게 말하고, 씨익 웃는 그 순간에도.

섬찟했다.

자신과 마주한 신혁건의 감정 없는 두 눈을 마주하고서.

‘……무슨 어린놈의 눈이.’

일말의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은 심연의 눈동자가 풍산과 마주했다.

“상관없어. 난 네놈과 비무를 하려는 게 아니거든.”

신혁건의 창대가 유연하게 튕겨 나더니 그 반동과 관성을 이용해 몇 걸음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신혁건의 창대가 더없이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냈다.

찌르르.

섬전(閃電)과도 같은 빛살의 기운이 풍산과 마주한다. 하지만 풍산 역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강호.

신혁건의 창격과 맞서면서 거치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몇 차례 공방전이 오갔고, 신혁건은 지체 없이 짓쳐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바닥을 끄는 창대의 끝 뭉툭한 부분을 본 풍산은 곧바로 거치검으로 허공을 쪼개었다.

“멍청하긴! 자신의 창 길이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

파앗!

바닥을 끌고 있던 창대의 끝부분이 튀어 오르며, 흙과 모래가 풍산의 눈앞을 가렸다.

휘리릭!

동시에 창끝이 그대로 풍산의 발등을 찍는다.

푸우욱!

“크아악!”

“내가 말했지. 우린 명예를 걸고 싸우는 비무 따위를 하러 온 게 아니라고. 서로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무슨 그딴 여유를 부리고 자빠졌어. 여기 놀러왔냐?”

신혁건의 말에 이를 악문 풍산의 두 눈에 핏발이 서더니 거치검을 횡으로 크게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날카로운 창끝에 찔린 발등이 욱신거린다.

뿜어지는 피 분수만 봐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가.”

독기를 품은 풍산이 거칠게 몰아쉬던 숨을 금방 골랐다.

신준건과 하후성을 잡기 위해 용을 썼던 풍산이다. 비교적 피해를 최소화하며 잡으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쌓인 피로 누적은 이와 같은 생사결에서는 아주 치명적이었다.

‘나 역시 칠 주야 넘게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걸 간과했군.’

초절정 고수다운 침착성과 빠른 상황 판단력이었다. 금방 자기객관화를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풍산이 심호흡을 하면서 거치검을 늘어뜨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이런.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본 건 사실이야. 내가 미안해. 지고한 경지에 오르느라 고생했는데, 그 정도 대접은 받아야지.”

그 말에 신혁건의 두 눈이 침잠하듯 가라앉았다. 풍산이 조금 더 흥분하고, 날뛰었다면 신혁건이 주도권을 잡았을지 모르나.

풍산이 저토록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할 줄이야.

약간의 우위가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

제아무리 신혁건이 세월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수련을 해 왔을지라도.

교룡검 풍산은 사파를 아우르는 고수였다.

파앗!

타닥!

“후흡!”

“으랴아!”

상산창법(常山槍法).

뇌우창격(雷雨槍擊)!

꽈아앙!

더욱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두 사람이었고.

이에 질세라 송무와 전위 역시 전력으로 맞붙고 있었다.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천하도도(天下濤濤).

송무의 검이 거산도의 거대한 도력(刀力)을 마주한다. 막아 내고, 또 막아 낸다.

천하삼십육검은 천하를 수호하는 검.

태산조차 찢어발길 거산도의 도력을 천하삼십육검을 능숙하게 펼쳐 내어 막아 내는 송무였다.

비록 그 거력이 힘에 버거울지라도.

“나는 방심하지 않는다. 저 녀석처럼 행운을 바라지 말도록.”

거산도 전위는 압도적인 힘으로.

눈앞에 있는 생도를 단숨에 찍어 눌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이 지체하면 할수록 산적과 수적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녹림칠십이채가 뒤집어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벽력왕의 진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게 되겠지.

그렇기에 당장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녹림의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 전열을 재정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전위였다.

피잇!

바로 그때 전위의 뺨을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의 빛살.

생채기에 불과했지만.

“아쉬워요. 방심하지 않는다고 방금 그랬던 것 같은데, 딴생각하는 거 다 보이던데요?”

그리 말하는 송무의 해맑은 표정이 전위의 눈에 들어왔다.

고오오오오……!

전위의 사방에 천지를 진동시키는 기운이 무시막지하게 뻗어 나왔다.

“이젠 제대로 할 거죠?”

“……오냐. 원하는 대로 해 주마.”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전위의 대도, 거산도에 담긴 이 거력은 도강이었다. 강기가 응축되고 또 응축되었다.

“……그렇다고 진짜로 제대로 하네요.”

짧게 말한 송무는 중단세의 자세를 취한다. 굵고 짧은 호흡이 순식간에 송무의 입을 통해 내뱉어졌다.

남만에서 넘나든 사선만 해도 수십, 수백 번이다.

전위가 보여 주는 압도적인 힘.

풍산이 펼쳐 내는 살기충천한 기운.

모두 버겁다.

하지만 지난 일 년 반 동안 죽음의 그림자를 매 순간 어깨에 매달고 머리에 이고 살았던 송무였기에.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천하밀밀(天下密密).

무수히 베고 또 베어도 자라나던 남만의 생명력 질긴 수풀처럼.

빼곡하게 송무의 검이 불어나면서 하나가 되고.

하나가 되었던 검이 다시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난다.

들이닥치는.

그러면서 내리쳐 오는 거산도의 응축된 힘을 맞이해 간다.

꽈가가가가강!

거산도의 도강이 대번에 수십 자루의 검을 베어 부수면서 짓쳐들어왔다.

단숨에 수십, 수백의 검을 모조리 부수어 대는 파괴력.

호량채의 산적들은 그 압도적인 위용에 전율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마주하고 있는 저 어린 청년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아마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무시무시한 도강에.

몸이 일도양단될 것이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꽈가가가강!

무수히 늘어나는 검세(劍世).

그만큼이나 짓쳐들어오는 도의 강기.

주르르륵.

그 여파로 송무가 크게 물러났다. 강기의 힘을 그저 맞이하여 부딪치는 것보다 흘려낼 힘은 흘려내면서 천하밀밀의 검세로 막아 내는 것을 택한 송무였다.

“으아아아아아!”

“흐랴아아아아!”

두 사람의 기합이 사방으로 울러 퍼지면서 서로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그 기세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공방으로 이어졌다.

쾅!

까가가가강!

* * *

“……자, 자네!”

신준건은 천무린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움직이면서도 저도 모르게 뒤를 힐끗 바라봤다. 익숙한 기운의 향연이 넘실거리는 것을 느낀 것이다.

날카롭고도 살기에 버무려진 새로운 상산창법.

자신이 알려 준 창법보다 더욱 살의(殺意)가 가득하다.

자신의 단 하나밖에 없는 혈육.

얼굴을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자신의 손자인 신혁건일 것이다.

그런 그가 저토록 살기 짙은 창법을 펼쳐 낸다니.

그것도 상대하고 있는 이가 다름 아닌.

“다, 다시 되돌아가세! 아직 혁건이가 상대하기엔 무리야! 절대 불가하네!”

교룡검 풍산이었다. 사파 제2의 고수라고 불리는 교룡검 풍산 말이다.

자신도 그 풍산과 맞붙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이다. 교활하기 이를 데가 없고 사람을 상대할 때 주저함이 없었다.

거산도 전위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이가 바로 사파의 최절정 고수인 교룡검 풍산이었다. 그런 그를 손자가 상대하게 둘 순 없었다.

피나는 노력?

눈부신 성취?

아무리 그대로 신준건의 상식으로는 신혁건이 풍산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그의 생각은 그랬지만.

“나 원 참, 지 새끼도 못 믿으면 어쩐대요. 어르신.”

눈앞의 이 생도는 생각이 다른 듯했다.

“……자네야말로 뭘 보고 저 아이들을 교룡검과 거산도의 상대로 내세운 건가?”

“제가 시킨 적 없어요. 지들이 나선 거지.”

“그렇다면 더더욱 말려야……!”

“어르신.”

“…….”

천무린은 신창 신준건을 처음 봤다. 하지만 그가 운남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몸속에 느껴지는 투기와 생긴 상처들이 하나하나 생생히 느껴질 뿐만 아니라,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무린은 느릿하게 말했다.

“전장은 사람을 잠식하는 괴물입니다. 그만큼 많은 이변이 일어나죠. 눈먼 칼에 맞아 죽는 고수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그것을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냉철한 상황 판단을 하는 신준건마저도 제 피붙이에게만큼은 그리 이성적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더욱 혁건이와 송무가 해야 합니다.”

“…….”

“녀석들은 알아야 하죠. 그동안 얼마나 녀석들이 훈련했는지.”

다른 누구는 몰라도 천무린만은 안다.

지난 일 년 반 동안 저들이 얼마나 뼈를 깎는 수련을 거쳐 왔는지.

스스로를 증명해 내기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해 왔는지.

아니.

후보생 시절부터.

1학년 생도가 되어서.

그리고 2학년 생도, 지금은 그 지난한 3학년 생도가 되기까지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 왔다.

천무린이 알고 있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녹여 냈다. 오십여 명이 되는 이들에게.

피를 뿌리며 넘어지고 쓰러져도 천무린에게 한 번 상처를 내기 위해 달려들던 독기. 제 검을 깨닫기 위해 피나는 수련을 했던 이들.

다들 뛰어났고, 누구 하나 뒤처지거나 낙오하는 일 없이 따라왔다.

그리고 천무린이 생각했을 때.

“……제 기준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고, 잘 따라오던 녀석들이거든요.”

신혁건과 송무는 천무린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독기를 보여 주었다.

천무린의 훈련은 가진 무공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갖고 있는 독기와 정신력을 그 밑바탕으로 한다. 근간부터 흔드는 수련법이었으니까. 버텨 내면 그만큼 성장한다.

검 한 자루를 명검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무쇠질과 담금질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 명검이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저 눈앞에 있는 생도들과 일행은 무쇠질과 담금질 대신 피와 땀을 무수히 흘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 오십여 자루의 명검이 탄생했습니다. 만년한철이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겠지만, 저 정도의 명검들이면 세상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겠죠.”

천무린이 저도 모르게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한번 믿어 보세요. 당신의 혈육을. 그리고 저 아이들을.”

이제 중원 무림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천무린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낸 이 전력이.

온 천하를 들썩이게 만들 테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