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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04화 (204/250)

제204화

제204화

위사검의 전략대로 타격대를 구성했다.

하후성은 천성검대 아홉 명을 선발하여 타격대를 만들려고 했으나.

“천성검협, 나 역시 함께하겠네.”

신준건이 타격대에 동참하였다.

“신창 어르신께서 말씀이십니까?”

위사검은 하후성에게 존대했지만, 신준건은 하후성을 편히 대했다.

둘 다 초절정이라는 반열에 들어 무림에서 명성을 널리 날리고 있었지만.

신준건은 하후성보다 이십여 년은 더 일찍 명성을 떨치던 무인이다. 존중의 차원에서 하후성은 신준건이 자신에게 말을 편히 하길 원했고, 무림맹과 천가장이라는 배경을 떠나 무인 대 무인으로 바라봐주기 바랐다.

“물론 자네가 허가해 준다면 말일세. 내가 불편하다면 거절해도 된다네.”

신준건 역시 말을 편하게 할 뿐, 천성검대라는 무력대를 이끄는 대주이자 같은 초절정의 고수로 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준건은 어디까지나 하후성의 의견을 존중했다.

“제가 오히려 부탁드려야 했습니다. 어르신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무슨, 허허. 내 얼굴에 금칠하지 말아 주게나. 늙은이는 그리 금칠 해 주면 몸 둘 바를 모른다네.”

“금칠이라니요.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심지어 제 수하들과 함께 대련까지 해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무림맹 최고 전력의 무력대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네. 허허, 혹시 불편했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르신 같은 고수가 수하들을 봐주신다고 하니 저로서는 그저 감지덕지할 뿐이지요. 다음에 저도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성검협이 그리 말해 주면 나야말로 고마울 따름이지. 허허.”

그렇게 신준건과 하후성이 타격대를 어떻게 운영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천성검협, 자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하겠네.”

“말씀하십시오, 어르신.”

“이 타격대를 구성하여 운영할 때만큼은 자네 수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하네.”

“……예?”

하후성은 신준건을 바라봤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달라는 얼굴이었다.

“말이 타격대지만, 자부심 넘치는 무림맹의 천성검대가 아닌가. 그런 이들이 이렇게 너저분하고도 저열하기 짝이 없는 전략에 반항심이 생길 수 있다네.”

너저분하고 저열하다.

실제로 전장에서는 그런 표현이 의미가 없다고 여길 만큼 살아남기에 급급하다. 그런 전장에서의 경험이 많은 신준건이었으니 이와 같은 전략으로 적군에게 타격을 주는 일에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상대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장.

상대의 전투 의지를 꺾어 버리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한다.

하지만 무림맹의 천성검대는.

“…….”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하후성 역시 그런 전략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하후성으로서는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말할 수 없는 고민의 핵심을 신준건이 정확히 지적해 준 것이다.

“……어르신.”

“하지만 자네는 한 번쯤 겪어 봤으면 좋겠구먼.”

“…….”

“자네는 그들의 지도자이자 통솔자이지 않은가. 자네까지 손을 더럽히지 않고 마냥 깨끗한 채로 있으려 하면 안 되네. 온갖 오물과 똥물을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자네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네.”

그 말에 하후성은 침묵을 지켰다. 신준건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리라.

그리고 신준건은 처음부터 타격대를 구성하라는 위사검의 의견이 나올 때부터 하후성과 함께하리라 마음먹었다. 아마 위사검 역시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준건이 콧대 높은 무림맹의 무사들에게 현실과 이상이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기를.

그러면서 깨달은 점이 많기를.

단 한 명이라도 전장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알아야 추후에 벌어질 큰 사건에도 대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나와 둘이 하세.”

“예?”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을 빼기 편하지 않겠는가.”

혹여 무슨 일이 생겨도 초절정 고수 둘이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달아날 수 있다. 신준건의 말에 하후성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마치기 무색하게 그날 저녁부터 타격대는 운영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느슨하게 풀어진 장강과 녹림 연합의 커다란 전함과 그 근처 막사를 펼쳐 주둔하고 있는 이백여 명의 호량채와 귀왕수룡대를 볼 수 있었다.

대치하기 시작한 지 어언 두 달이 넘어간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교전조차 없는 이 상황에서 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벽력왕과 수룡왕의 회담이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들 역시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가만히 주둔만 하고 있는 것이다. 명이 떨어지기 전까지.

스르륵.

기척을 죽이고 움직이기 시작한 신준건은 하후성을 대동하고 움직이면서 매의 눈으로 막사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전음을 하후성에게 보냈다.

「 식량 창고를 먼저 찾아야 할 걸세. 이백여 명이 먹을 식량을 장강으로부터 전달받아 보관해 두는 곳이 있을 걸세. 」

「 알겠습니다. 식량 창고를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

「 찾는 즉시 불태워 버리게. 」

그 말을 끝으로 신준건과 하후성은 몇 시진을 꼼짝없이 막사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백여 명이나 되는 이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 움직이는 전담 배식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장강과 녹림 연합은 특정 막사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암, 오늘도 맛없는 풀떼기들 범벅이겠지.”

“감사해하면서 먹어라. 그래도 우리 장강에서 생선들을 구해 주지 않더냐?”

“아요, 그래. 고맙다. 고마워. 근데 소금 좀 덜 치면 안 되냐?”

“배때기가 불렀군. 안 그래도 식량이 소진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던데, 입 하나 줄이는 게 더 나을 것 같군.”

“뭐? 이 새끼가!”

“그만해! 아오, 얼굴만 보면 칼부림을 내려고 염병들을 떠니, 이것들을 얻다가 쓰냐!”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그런 와중에 하후성과 신준건은 호흡조차 멈춘 채 막사를 살폈고.

「 이곳이 맞는 것 같습니다. 」

「 진행하세나. 」

이동한 인원들이 막사에서 식량들을 일부 갖고 나와 강가로 향하는 것을 본 순간.

화르르륵.

신준건과 하후성은 내력을 끌어올려 열을 내기 시작했고, 막사 끝에 불을 붙였다. 자그마한 불길이 막사에 옮겨붙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아나게. 」

「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

그렇게 하루는 식량을.

또 하루는 식수에 독을 풀었고.

어떤 날은 막사 주변에 불을 놓아 적침인 것처럼 속였다.

그쯤 되니.

“……으으으으,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긴! 범인은 녹림 너희들 아니냐?”

“뭐? 이 새끼가 우릴 의심해? 씨X놈들이!”

“X발? 그래! 이 녹림의 개XX들아! 오늘 제대로 뒈질 각오를 해라!”

곤두선 신경은 자그마한 일에도 다툼을 불렀다. 가벼운 시비에도 크게 다투는 일이 잦아졌고, 툭하면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들만 골라서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강과 녹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던 막사는 점차 분리되기 시작했으며.

강 위에 떠 있던 배에는 장강의 인원들이.

막사 안에는 녹림의 인원들이 분리되어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순찰을 강화해도 잡을 수 없다더군.”

“우린 아니다.”

“뭐, 우리도 아냐. 그리고 이 순간에 어떤 멍청이들이 서로가 서로의 등에 칼을 꽂겠느냐고.”

교룡검 풍산과 거산도 전위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 역시 지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먹던 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고수라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먹지 못하면 힘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좋지 않다. 이리 가다간 녹림과 장강은 분열할 뿐이다.”

“서로 반목하기 시작했지. 너무 오래 기다리기도 했고. 가뜩이나 수로채나 녹림채에서 시간을 보냈으면 고기 밥상에 호화스럽게 보냈을 놈들이 여기서 때 아닌 시간만 죽이고 있으니.”

수룡왕과 벽력왕의 회담이 길어지고 떨어지는 명령이 없으니 풍산과 전위 역시 답답할 노릇이었다.

지원군을 보내 단숨에 운남을 접수하든가.

그도 아니면 이곳에서 후퇴하여 후일을 도모하든가.

두 가지 명령 중 어느 하나도 내려오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전위가 불타오르는 두 눈으로 풍산을 바라본다.

“놈들이 수를 쓰는 거라면 우리가 잡으면 된다.”

“……뭐?”

“잡으면 놈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겠지.”

“그렇게 되려나.”

풍산 역시 전위의 말에 고개를 슬며시 끄덕였다. 이렇게 이간질을 시키는 놈들을 잡고 인질로 삼으면 상황은 역전된다.

“고로 결론은 하나란 거군.”

“너와 내가 직접 움직인다.”

“……후, 제법 피곤하겠는데.”

“놈들이 움직이는 꼴을 보니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으려 한다.”

“……살상을 하지 않는다. 고로 책잡히지 않으려고 행동한다라…….”

“그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볼 녀석들은 운남의 놈들뿐이지.”

풍산과 전위가 마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은 나왔다.

“준비해라.”

“그래. 기다리는 것도 지겹다. 놈들이 움직이게 만들어야겠지. 신창이든 천성검협이든 그게 누구든 간에.”

교룡검 풍산의 두 눈이 휘어졌다. 흡사 교룡의 눈처럼 휘어지며 진득한 살기를 풍겼다.

* * *

“말이 씨가 된다고. 어떻게 천성검협과 신창만 보게 된 건지.”

풍산은 톱날검의 형태를 갖춘 거치검(鋸齒劍)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선 검은 복면에 무복을 입어 그림자와 동화된 두 사람을 훑었다.

처억, 척척척.

그리고 검은 복면을 한 두 사람 주변으로 수로채와 녹림채의 절정고수 오십여 명이 포위했다.

“얼마나 재미를 봤길래 허구한 날 찾아오고 X랄이야. 신창이랑 천성검협이라는 별호가 아깝지도 않아?”

풍산의 비아냥거림에 창을 서서히 빼 든 신준건이 복면을 벗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제법 재미를 봤다고 할 수 있겠지. 자네의 안색을 보아하니 제대로 피죽도 못 끓여 먹은 것 같은데, 검을 제대로 들 수나 있겠는가.”

받아치는 신준건의 말에 풍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유 만만하네. 하여간 이래서 노회한 강호 놈들은 혓바닥이 길다고 했던가.”

“연륜이라고 정정해 주면 좋으련만. 이래서 젊은 강호 놈들이 까불다가 된통 당하다고 표현하던가.”

신준건의 여유로운 말에 풍산은 이를 갈았고, 옆에 서 있던 전위가 한 걸음 나섰다.

“침착해라. 말려들지 마라.”

“……말려들고 나발이고, 어차피 저 새끼들은 죽는다.”

“죽이지 마라. 팔다리만 베어 내고 인질로 삼는다.”

“……쿡쿡, 그거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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