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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03화 (203/250)

제203화

제203화

“무림맹…….”

위사검은 조용히 읊조리며 무림맹의 천성검협이 장강과 녹림 연합과 대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장강과 녹림의 연합이 코앞까지 진격해 왔는데, 무림맹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공격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대번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무림맹이 사파의 진출을 막아 준 이유를 위사검은 떠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폐관 수련을 떠나기 전에 무림맹에다 서한을 보내 달라고 천무린이 자신에게 부탁했던 일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이었는가.”

운남이 미리 위험에 빠질 줄 알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무림맹이 출진하여 전선을 구축하고 대비했다.

정마대전에서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던 무림맹이 천무린이 서한으로 부탁했다고 들어주진 않았을 것이고.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운남이 위협을 받지는 않고 있지만, 무림맹이 언제까지 지켜 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다면.

“공 장로.”

“예, 장주님.”

이제는 어르신이라는 말보다 장주라는 호칭이 더욱 입에 붙는다. 공야찬의 대답에 위사검이 진중한 표정으로 신준건을 가리키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이 친구를 필두로 하여 천성검협이 있는 곳으로 지원을 가야 하겠네. 표국과 상단에서 물자를 지원받아 함께 가세. 장인들도 몇몇 보내서 천막 주변에 보수 작업도 해 주고 대장장이들이 병장기를 손볼 수 있도록 하게.”

“……예? 신창 어르신을 그리 보내시면 여기는 어쩌시려고…….”

“데리고 오기 위함이네.”

“예?”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네.”

갑자기 마음을 얻는다니.

공야찬은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위사검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대치하고 있는 장소는 이곳 운남성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 여기 따뜻한 곳을 두고 왜 굳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겠는가. 선을 긋고 있는 거라네. 하지만 우리가 마음을 얻어 그들이 그 추운 곳에 있기보다 운남성에서 편안히 적들과 대치하게 만들면 상황이 달라진단 말일세.”

그 말에 공야찬의 가느다랗게 떴던 두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 그 말씀은 설마?”

“그렇다네. 무림맹이 천가장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을 공공연하게 주위에 알리도록 해야 하네. 그렇게 되면 곧 천가장과 녹림의 개인적인 은원이 아니라 정파 무림과 사파 무림 간의 싸움으로 비치게 되겠지.”

“……그렇게 규모가 커지면 저희에게도 딱히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말게. 시간을 벌어야 하네. 규모가 커질수록, 무림맹의 개입이 확실해질수록 우리에겐 유리해지네. 무림맹이 개입했는데, 다른 정파의 문파들이 그냥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사방팔방에 있으니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면 우리를 돕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걸세.”

위사검이 한숨을 내쉬며 공야찬과 눈을 마주했다.

“무림맹이 독단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그곳에 머물다가 사라져도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지만, 운남성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될 테니 우리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수 없게 될 걸세.”

절로 감탄이 일어났다.

위사검의 생각이 어디까지 뻗친 것인지 공야찬으로서는 그 심계를 감히 헤아리기 어려웠지만.

“……알겠습니다. 장주님.”

그저 위사검이 지시하는 방향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젠 위사검이 단순히 무력이 부족하니 장주로 인정 못 하겠다는 말은 당치도 않은 소리가 되었다.

어느 누구보다 용기 있고 담대하며.

앞을 내다보는 심계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한다.

그리고 신준건이라는 비장의 한 수까지 더해지면서 운남은 더 이상 약소 세력이 아닌 천가장으로 똘똘 뭉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천무린과 일행까지 돌아온다면.

부르르르.

‘중원 무림이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 * *

무림맹과 대치하기 시작하면서 장강과 녹림이 운남으로 진격하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고, 운남의 천가장은 발 빠르게 움직여 무림맹에게 협력했다.

처음에 천성검대는 심히 경계를 했지만, 위사검의 적절한 조언과 함께 사람을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신준건이 직접 나서니 금세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위사검의 말마따나 천성검대와 천성검협 하후성은 운남성으로 들어와 편안한 휴식과 숙식을 제공 받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절로 풀리게 되었다.

위사검은 신준건과 하후성을 필두로 운남성 전체의 경계를 강화하되 전체적인 효율을 따져 순찰에 더욱 신경을 썼고, 쓸데없는 체력 소모를 줄이려 애썼다. 그리고 천성검대가 다른 일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녹림과 장강 연합의 움직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원 병력이 올 수도 있고, 벽력왕이 직접 나설 수도 있으니 공 장로와 조 장로는 개방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받게.”

“……개방 말씀이십니까.”

개방이 자신들을 도와줄 것인가. 공야찬은 도와주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시기적절하게 하후성이 나섰다.

“무림맹의 천성검협의 이름을 파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제 이름값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애초에 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미 나서기로 마음먹은 순간,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하후성은 적극적으로 천가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독고황의 병마를 이겨 낼 방도만 찾는다면 뭔들 못 하리.

그렇게 개방의 도움을 받아 천가장은 녹림과 장강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그런대로 편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엔 우리가 나설 필요도 있다네.”

“예?”

위사검이 나직이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타격대를 구성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후 대협?”

그 말에 하후성의 표정이 묘해진다.

“타격대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먼저 치자는……?”

하후성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사대전의 시발점이 이곳이 될 수도 있다고 각오하긴 했지만.

그래도 천성검대가 먼저 나서서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아무래도 꺼려진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듯 위사검이 고갤 저었다.

“타격대의 역할은 정사대전을 촉발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그들의 생명을 앗아 가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느슨한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길 수는 있지요.”

위사검은 수백 명의 낭인들을 이끌었던 용병술의 대가였다.

“죽이지 마십시오. 하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겁니다. 잠을 잘 때 사방팔방 불을 지르십시오. 식량만 불태우고 유유히 도망 나오십시오. 그리고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식수에 독을 타십시오.”

그의 말에 신준건이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신경을 쇠약하게 만들어 버리자는 말인 겐가, 자네.”

“맞네. 잠을 설치고 굶주리게 만들어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만드는 걸세.”

두 노인의 이야기에 하후성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살상이 아니라 고작 그 정도로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터인데…….”

“아주 효과적일 겁니다. 무인 대 무인의 싸움이 아니라 세력과 세력의 싸움에서는 이와 같은 전략은 상대를 힘들게 만들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 제대로 된 무위를 발휘하기가 힘들 것이고, 구토와 장염 같은 병을 유발하면 전면에 나설 수도 없을 겁니다.”

“아마 이 친구의 말을 들으면 제법 효과를 볼 것이네. 정마대전 때도 제법 효과를 봤으니 말일세. 그 독하디독한 마교 놈들도 이 친구가 이끄는 낭인들과의 전쟁에서 일보 후퇴(一步後退)했을 지경이었으니.”

그 말에 하후성은 놀란 얼굴을 했다. 제법 그럴듯하긴 하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될까 하고 의심을 버리지 못한 하후성이었지만, 일단은 위사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적을 죽이지 않으니 자칫하면 정사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 * *

운남혈전 이후 제법 시간이 흘러 이제는 천무린과 일행이 남만으로 폐관 수련을 떠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식량과 식수는 잘 챙겨 주고 있는가?”

위사검이 물었다.

“얼굴이라도 보려고 기다렸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식량과 식수만 쏙 사라지고 얼굴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습니다.”

“수련에 집중하는 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작심하고 수련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네. 보지 않았는가. 남만으로 가기 전에 이곳에서 잠자는 것조차 잊고 훈련하던 모습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가혹한 훈련이었다.

그런데 남만에서 폐관 수련을 하면 아마도 제대로 된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힘들지 모른다.

“왜 남만을 택한 것입니까? 폐관 수련 장소가 굳이 남만이 아니어도 될 텐데.”

“남만은 일반적인 무인이 살기에 너무도 힘든 곳이네.”

“……왜 그렇습니까?”

“보통 일반적인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약초, 그리고 식용할 수 있는 풀조차 독초일 가능성이 높고, 가볍게 본 곤충에게 쏘이는 순간 독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남만일세.”

“허어…….”

“하지만 기대되지 않는가?”

위사검의 말마따나 조수강은 고갤 끄덕거렸다. 기대되지 않느냐는 말.

그런 척박한 남만이라는 땅을 택하여 폐관 수련한 지 일 년.

그런데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오는 일도 없다.

……뭐, 강제로 못 나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천무린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떠는 조수강이었다.

아무튼.

그들이 작심하고 수련을 하므로 얼마나 강해져서 나올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폭풍의 핵이 되었던 천무린이 보여 줄, 그 말도 안 되는 무위를 떠올리면.

“……자못 기대가 됩니다.”

“나도 그렇다네. 그러니까.”

위사검이 조수강을 비롯한 공야찬과 전욱을 바라다봤다.

“죽지 말게. 그리고 그들이 돌아오면 생색이란 생색은 모두 내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천가장을 지켜 냈는지.”

“푸후,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물론 그럴 겁니다! 장주님. 아주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고 아예 일을 손에서 그냥 놔 버릴 겁니다!”

“……그건 좀. 주군에게 뒈지게 맞고 싶지 않으면 그럴 수 없을걸?”

“이 친구, 또 초 치네! 공 형! 이 사람아!”

“커흠.”

그렇게 천무린과 일행이 남만으로 들어가고 일 년하고도 무려 반년이 더 지났을 때였다.

“……자, 장주님!”

“하, 하후 대협과 신창 어르신이!”

벌떡.

위사검이 굳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전욱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며 사색이 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소상히 말해 보게. 무슨 일인가!”

“교, 교룡검이랑 거산도와 부, 부딪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위사검의 두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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