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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93화 (193/250)

제193화

제193화

“왜 이리 호들갑인가.”

위사검의 굳은 표정이 막 뛰어 들어온 조수강과 전욱에게로 향했다.

“큰일 났습니다!”

전욱의 두서없는 외침과 달리.

“녹림과 장강이 손을 잡았다는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함께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조수강의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 때문에 위사검은 절로 놀란 표정을 지었고, 공야찬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우.”

“……정녕.”

방금 그들이 나누고 있던 주제이지 않은가.

하지만.

“전서구라니 누구로부터? 아니, 어디에서 온 서한인가?”

위사검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차분해진 표정으로 전욱과 조수강을 바라봤고, 그 말에 조수강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알 수가 없습니다.”

“자네가 그것을 모른단 말인가?”

위사검의 얼굴이 조수강에게로 향하자, 조수강은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네 정도의 정보꾼도 모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드러내는 눈빛.

그 때문에 조수강은 황급히 말을 하기보다는 우선 마음을 침착하게 다스렸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위사검은 독촉하듯 말을 꺼내지 않았고 차분하게 조수강의 말을 기다렸다.

“어르신 말씀대로 저 역시 정보라면 숱하게 만져 본 놈입니다. 공 장로와 함께 말이죠. 낙양에서부터 지금까지 사람 필체라면 눈에서 진물이 나올 정도로 훑어봤습니다.”

“…….”

“추측은 가지만,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왜 그런가?”

“그들이 굳이 이와 같은 정보를 서한으로 작성하여 우리에게 넘겨줄 이유와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말과 함께 쭈뼛거리는 손길로 서한을 위사검에게 건네는 조수강이었다. 위사검 역시 말을 하기보다는 서한을 건네받아 펼쳤다.

굵고 짧은 글귀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 수룡(水龍)과 벽력(霹靂)이 손을 잡기로 함. 거산도의 호량과 교룡검의 귀왕수룡대가 사천으로 향하는 중. 」

명백히 장강과 녹림이 손을 잡았음을 알려 주는 정보로, 작성한 필체에서 무겁고 장엄한 기운이 느껴졌다.

“으음.”

위사검은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공야찬에게 서한을 건네주었다.

“출처가 어디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보네.”

“그 부분은 조 장로와 함께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마 수일 내로 반드시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뭔가? 공 장로.”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르신.”

그답지 않게 공야찬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할 셈인가.”

이미 위사검에게 꺼냈던 말로도 이 서한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예. 그들에게 알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수련에 한창 몰두하고 있을 그들에게 말인가. 사천무관의 힘과 이 상황을 알고 있는 당백진 관주라면 충분히 시간을 벌어 줄 걸세. 사천무관에 일이 발생하였는데, 설마 그저 두고 보겠는가. 또한, 전쟁이 발발할 시 무관의 역할은 전초 기지이자 정파 무림의 구심점 역할임을 자네도 잘 알잖은가.”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조급함을 느끼는가. 사천무관에 협약된 새외삼궁까지 함께한다면 장강과 녹림이 문제겠는가.”

분명 그리한다면 녹림과 장강 역시 선뜻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주군께 알려서 조금이라도 빨리 복귀하시도록 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폐관 수련을 중지하고 내려오시게끔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혈풍(血風)은 잠재울 수 없을 겁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공야찬은 그리 단순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녹림과 장강이 손을 잡은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공야찬이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직접 오간 대화를 듣지 않은 이상 어찌 알겠는가.

다만.

녹림이 일어난 이유는 하나였다.

천무린이라는 존재를 지워 버리기 위해서.

강호의 은원은 해결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게 둘 만큼 녹림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공야찬은 위사검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녹림과 장강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공야찬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사대전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공야찬이 내다보는 미래에는 녹림과 장강이 정면 돌파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다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천무관과 사천에서는 그들을 막는 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전력을 투입한 상태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장강수로채가 운남으로 오거나 중원 무림 전토의 녹림채 산적들이 여기를 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욱 피해가 커지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공야찬의 판단이었다.

“운남에 주군의 소재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거산도 전위, 그자 한 명만 오더라도 이 운남은 끝입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주군이 돌아가시든 녹림이 사라지든 이 둘 중 하나가 아닌 이상, 이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위사검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야찬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않는 위사검이었다.

“……어르신.”

공야찬의 애타는 목소리에도 위사검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답답할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위사검의 맑은 눈빛이 공야찬에게 닿았다.

“자네의 말이 맞네. 자네의 말대로 이 사건의 시작은 천무린 생도……. 아니, 천 문주. 그가 종지부를 찍어야만 끝날 문제일세. 아니 그러한가.”

“……예.”

“그런데 말이네.”

위사검이 빙그레 웃었다.

“천 문주가 내게 그러더군.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일 년간 다녀오겠노라고 말일세.”

“…….”

“그게 어떻게 들리는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이 노부를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지. 적어도 그 일 년 동안은 이 천가장을 나보고 지켜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늙어 빠진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하지만.”

공야찬은 위사검을 바라봤다.

위사검.

그가 보기에도 위사검은 더없이 훌륭한 인물이었다.

덕과 인망이 있어 천가장에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인연이 있는 지인들로, 그들은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천가장의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도왔다.

또한 운남에서 그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헐벗은 양민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굶주린 이들에게는 언제나 자비를 베풀었다.

그런 행동이 어디 위사검 자신을 위한 일이었겠는가. 모두 천무린과 천가장을 위한 일이었다. 위사검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다 보니 천가장에서 그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존중을 받아 마땅한 인물이었으니까.

‘허나…….’

강호의 근본은 어디까지나 무력(武力)이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로 불리는 명문 정파.

장강과 녹림이라는 두 사파의 지존들.

무림맹이라는 이름 아래 결집된 정파 무림의 강자들.

천마를 받드는 수백, 수천의 광신도.

그들 모두는 지휘자, 일신의 무력(武力)에 매달려 있다.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에 더 강한 자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강호의 생리였다.

위사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본인은 어디까지나 임시 문주일 뿐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허허, 공 장로. 그리 안타깝게 바라볼 일인가.”

“……죄송합니다.”

공야찬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기에 위사검은 자신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길에 기분이 나쁠 법도 하건만, 그는 괜찮다는 듯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고는 묵직하게 입을 뗐다.

“됐네. 괜찮아. 공 장로, 조 장로, 그리고 전욱이.”

“예.”

“누구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

은은히 빛나는 위사검의 눈은 자신의 나약함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많은 것을 겪고 또 겪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네. 누구는 그 세월에 무상함을 느끼고 모든 일에 손을 놓을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구는 그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네.”

“……그렇습니다.”

“또한, 나이가 드는 것은 익숙함의 문제이기도 하다네. 이래 봬도 내가 한때는 수백의 무인들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위사검은 빙그레 웃었다. 그의 주름진 눈가에는 정광이 흘러넘쳤다.

그는 문주실 내 나무 탁자에 놓여 있는 지필묵을 들더니 종이에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해졌으니 나도 내가 가진 한 수를 꺼내 들어야겠지.”

“……그게 무슨?”

“혹 신창(神槍)이라고 들어 보았는가?”

“시, 신창 어르신 말씀입니까……?”

“비록 지금 내 일신의 힘은 미약하지만, 과거 신창 녀석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었다네. 그는 친우의 부름에 등을 돌리거나 귀를 닫을 위인은 절대 아니지.”

그 말에 공야찬과 조수강, 전욱까지 모두 입을 딱 벌렸다.

신창(神槍).

정파 무림.

사파 무림.

천마신교.

세 세력을 제외하고도 중원 무림에는 수많은 고수들과 은거기인이 즐비하다.

세력 싸움, 그리고 칼부림이 잦은 중원 무림에 지쳐서 떠난 이들.

혹은 전장의 아픔을 겪고 치유를 위해 요양하는 이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치르며, 더욱 높은 경지에 올라서기 위해 단련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세간에 알려진 절대 고수로 명성이 자자한 기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창을 귀신같이 휘두르며 창으로는 감히 대적할 자가 없다고 알려진 신창이었다.

“……허허, 장강과 녹림에서 이곳으로 바로 돌진한다고 해도 벽력왕이나 수룡왕이 직접 오진 않겠지. 보는 눈이 있으니 말일세. 신창, 그 친구라면 거산도나 교룡검 정도와는 해 볼 만하다고 느끼네만. 우리 어디 한번 함께 버텨 보세. 나도 내가 가진 모든 패를 꺼내겠네.”

위사검은 상황의 급박함을 적은 서한을 꼬깃꼬깃하게 접더니 공야찬에게 넘겨주었다.

“위치 역시 적어 두었네. 전서구를 달래서 잘 전달해 주게나. 느릿한 친구라서 서둘러 보내야 할 게야.”

그 말에 공야찬과 조수강, 전욱은 황급히 자세를 갖춰 서한을 전달받고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문주실을 나선 세 사람은 발걸음을 황급히 옮겼다.

그렇게 운남에서 전서구가 높이 날아오르며, 그들의 운명이 정해질 격전을 눈앞에 두고.

천가장과 운남을 무섭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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