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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89화 (189/250)

제189화

제189화

“후우, 제법 거리가 있군.”

구슬땀을 닦아 낸 담진이 뒤따라오는 일행을 훑어봤다.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교관님.”

“이까짓 걸로 걱정 따윈 안 하셔도 됩니다.”

담진의 말에 이백과 진량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하며 땀을 닦아 냈다. 그런 이들을 보고서 담진은 짧게 감탄했다.

사천에서 운남, 그 고행길을 말해 뭐하겠는가.

몇날 며칠을 밤새워 달려오느라 제대로 된 숙면도, 식사도 하지 못한 두 생도였지만, 불평불만을 전혀 내색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날이 갈수록 육체와 무공만큼이나 정신력도 단단해지는구나. 사천무관의 빛나는 앞길에 이 두 사람은 반드시 있겠지.’

그리 생각하며 담진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교관님.”

“예?”

배단아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 죽겠거든요? 후욱, 후욱!”

배단아가 있단 걸 잠깐 깜빡한 담진은 이내 진땀을 흘려야 했지만.

“그보다 관주님이랑 무슨 이야길 나눴어요?”

상념을 일깨우는 배단아의 담백한 목소리에 담진은 그녀를 돌아봤다.

“아마도…… 상황이 꽤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던데, 괜찮겠어요?”

배단아가 말하는 급박한 상황이라는 말에 담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이 이렇게 운남을 향해 가고 있지만, 사실 사천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천무린이 녹림의 차기 후계자인 초절정의 고수 거산도 전위를 꺾고 난 뒤부터 분위기가 흉흉해진 녹림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송곳니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당장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담진이 아는 벽력왕 금태도는 그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벌써 진작에 전쟁이 일어났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림은 아주 천천히 사천의 앞으로 다가서기만 할 뿐, 일을 벌이진 않았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건만.”

담진의 심유한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마지막에 나서기 직전, 당백진과의 면담이 떠올랐던 것이다.

「 ……담진. 」

「 예, 관주님. 」

「 시간이 그리 많지 않네. 」

「 예? 그게 무슨……. 」

「 놈들은 대의명분을 챙기고 있네. 아무래도 거산도 전위가 고작 생도에게 꺾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겠지. 제아무리 멸마신군이라는 별호를 갖고 있다 한들, 다른 이들이 보기엔 여전히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겠는가. 」

「 그 말인즉슨……. 」

「 그렇다네. 천무린의 이름값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길 기다리는 것이겠지. 그저 후기지수가 아니라 제대로 된 무인이라는 이름값. 」

「 ……그, 그렇다면 천무린 생도의 행보를 잠깐 멈춰서 녹림에게 명분을 주지 않으면 그만 아닙니까? 」

「 ……후후,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네. 」

당백진은 품속에서 악교운이 꺼내 준 친필 서한을 담진에게 건넸다.

「 읽어 보게. 」

악교운이 쓴 서한에는 거산도 전위를 꺾고 난 뒤, 천무린과 악교운, 설화린과 당지혜의 행적을 쭉 적어 놓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제갈벽의 죽음, 마공에 대한 흔적, 그리고 무형노괴라는 희대의 거악의 등장까지.

「 무, 무형노괴! 」

경악하는 담진에게 당백진이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읽어 보라고 손짓했다. 그 모습에 담진은 찢어져라 커진 두 눈동자를 아래로 내려 서한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 처, 천무린 생도가 무형노괴를?! 」

가당키나 한 일인가.

거산도 전위를 꺾은 것도 모자라서 그보다 한 단계……. 아니, 적어도 서너 단계는 훌쩍 뛰어넘는 고수를 꺾었다니.

담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당백진을 바라봤지만, 당백진은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 그리 바라본다고 해서 내가 어떤 대답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네. 」

「 ……관주님께서 왜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

「 아직 사천에까지 소문이 안 퍼진 것을 보면 녀석들이 끝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 그렇다고 한들 녹림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것이고. 」

「 ……그렇습니다. 」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무형노괴를 잡은 1학년 생도이자 후기지수?

아니, 그것은 후기지수도, 생도도 아닌 어엿한 무인이자 어쩌면 차기 천하제일인이라 추앙받을 수 있는 그릇으로 재평가될 것이다.

그렇다면 녹림이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거산도 전위를 꺾고 자신들의 명성에 크게 금을 가게 한 천무린과 그 뒷배경인 사천무관을 향해 칼을 겨눌 가능성이 아주 농후해졌다.

사실상 전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봐야 했다.

그 사실을 떠올린 담진이 한숨을 크게 내쉬는데, 당백진이 그런 담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한 이유를 이제 알 테지. 」

「 예……. 」

「 그럼 다녀오게. 」

「 예? 」

어딜 다녀오란 말인가. 당장 전쟁이 언제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담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당백진을 바라봤다.

「 모르겠는가. 녹림과의 전쟁은 시작일 뿐이네. 아마 그것을 빌미로 제법 많은 겁화(劫火)가 일어날 것이야.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네. 」

그리 말하는 당백진의 두 눈이 담진을 직시했다.

「 천가장(天家場). 녀석의 이름을 딴 문파가 운남에 만들어졌다더군. 그곳에서 힘을 키울 생각인 게야. 」

「 ……! 」

「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준비를 하게. 사천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대들이 전력을 다해 준비해서 돌아오도록 하게나. 」

담진은 그 말에 무겁게 고갤 끄덕였다. 당백진의 말에 담긴 중대성을 깨달은 것이다.

「 허허, 물론 졸업하기 전엔 와야 하지 않겠나. 내 권한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녀석들도 졸업하는 건 봐야겠지. 」

마지막으로 던진 그의 농담을 뒤로한 채 담진은 배단아와 이백, 그리고 진량을 데리고 운남으로 향했다.

생각을 마친 담진이 배단아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관주님이 뭐라고 했냐고 물으셨죠?”

“네.”

“열심히 훈련하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아주 열심히.”

“……그게 전부예요?”

“뭐…… 그게 전부이긴 한데.”

「 ……쉽지 않을 게다. 」

“저도 영문을 모르겠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배단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리고 이내 일행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 * *

악마.

아수라.

삼두육비의 괴물.

야차.

미친놈.

아니, 미친 새끼…….

이 모든 말은 단 한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표현처럼 단 한 사람이 바람처럼 8기수 열두 명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과격하게 목검을 휘둘렀다.

고작 목검 따위라고 여기기에는.

콰직!

소리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크아아아아악!”

무방비하게 맞는 순간, 꼬박 하루는 뼈와 뼈가 분리되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했으니.

콰앙!

목검이 아니라 다른 발길질에도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지기도 했고.

퍼억!

턱을 팔꿈치에 맞는 바람에 그대로 몇 바퀴를 공중에서 회전하다가 땅바닥에 널브러져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기수 생도들의 두 눈에 살기가 줄줄 흘러넘쳤다. 나가떨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단 한 번이라도 공격에 성공하기 위해 진득하게 달라붙는다.

“으랴아압!”

거기다 8기수뿐 아니라, 이젠 소검귀 소화진과 이용과 이호 형제, 이검과 악교운까지 달라붙어 악을 쓰면서 천무린을 향해 검을 뻗고 있었다.

콰앙!

콰앙!

주먹 한 번에 나가떨어지는 것은,

일류급의 명진이나.

절정급의 이검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야찬과 조수강, 위사검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처음에는 살벌한 광경을 보면서 저러다 말겠지 싶었으나.

“벌써 칠 주야째이지 않습니까, 어르신?”

“칠 주야라, 벌써 그리되었는가?”

“날밤을 꼬박 새우고 매일같이 저리 훈련하면 멀쩡한 사람도 반병신이 되겠습니다.”

“마,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천무린에게 그나마 제대로 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위사검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공야찬과 조수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사검 역시 저 훈련의 강도가 어느 명문정파보다 위험하고 고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매일같이 노숙을 하며 전전하는 낭인들도 저리 과격하고 실전적으로 훈련하진 않으니까.

“……멸마신군이 그걸 모르고 행하겠는가.”

천무린의 주먹은 무정했다. 발길질 역시 급소만 찾아서 때릴 정도로 매섭고 살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무린은 저 많은 인원들과 살기 넘치는 격전을 치르면서 한시도 쉬지 않고 손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가떨어지는 생도들보다도 천무린이 겪는 고통이 더욱 극심할 터였다.

“……누가 누굴 걱정해야 한단 말인가.”

“예?”

“그게 무슨…….”

공야찬과 조수강은 위사검에게 상세한 설명을 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지만, 위사검은 굳이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처절한 수련을 하면서 다시 칠 주야가 흘렀다.

중간에 도착한 담진과 배단아, 이백과 진량이 그 수련에 뛰어들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오히려 훈련 강도를 더욱 높이는 천무린이었다.

“……크아아아아!”

“하아, 하아. 씨, 씨부레.”

“그, 그마안…….”

이젠 살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싶은 이들이었다. 생도뿐만 아니라 악교운과 담진 역시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눈에 띄게 혈색이 죽어 있었다.

분명 훈련을 게을리 한 적이 없었건만.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사람의 피를 바짝바짝 말리는 처절한 훈련이 이어진다. 날카롭게 정신을 벼려야 하는 순간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것이다.

극한의 극한.

한계의 한계.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훈련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천살대라고 불리는 살수 30명까지 투입되어 끊임없이 두들겨 맞고 죽기 직전까지 수련에 시달려야 했다.

천무린은 이 훈련에서만큼은 그 어떤 웃음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랬기에 생도들 역시 이 수련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늘 여유롭고 천연덕스럽던 천무린은 이곳에 없었다. 오로지 그들을 과격하게 다루는 천무린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아, 이제 그마안…….”

누구의 음성인지 모르겠으나.

무려 한 달여나 지속되는 그 혹독한 훈련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포기를 바라는 이들이 속출할 법한 그 순간.

바로 그런 순간에.

퍼억!

“……어?”

“…….”

“……!”

지쳐 널브러져 있던 오십여 명이 넘는 인원이 정적 속에서 한 곳을 바라봤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송무였지만, 그는 다른 시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보다 자신의 목검을 내려다봐야 했으니까.

송무의 목검이 천무린의 허벅다리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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