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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88화 (188/250)

제188화

제188화

꽈가강!

눈앞이 하얗게 지워진다 싶더니 비명조차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땅바닥을 몇 차례나 굴렀다.

추풍검이라는 별호에다 이제는 천하삼십육검이 손에 익어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송무였지만,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그였다.

콰앙!

하지만 그를 챙겨 줄 여력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날아가는 이에게 시선을 주었다간 자신이 되레 박살이 날지도 모른다.

“죽어! 이 새끼야!”

악에 받친 목소리를 내지르며 태강이 땅을 박차고 그대로 발을 돌개바람처럼 휘돌려 내려찍었다. 각법을 구사하는 태강이 자랑하는 반월각이었지만.

“넌 뒈지게 좀 맞자. 내가 언제 이렇게 동작이 큰 무공을 쓰라고 했어?”

내력으로 단단해진 다리였지만, 천무린은 어림도 없다는 듯 마주 발을 들어 태강을 걷어찼다.

빠각!

단번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태강은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지르면서 그대로 땅에 처박혀야 했다.

그리고 그런 태강을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걷어차 그대로 날려 버리는 천무린이었다.

콰직!

손속에 자비가 없었다. 발길질 역시 거침이 없었다.

목검조차 들고 있지 않는 그였지만, 그 주먹과 발길질에 담긴 기운은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절정이 어쨌단 건데?”

퍼억!

“크어어억!”

근육질로 이루어진 명치에 틀어박힌 주먹에 명진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섬서무관이 어쨌다고?”

콰앙!

신혁건의 창대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크게 휘었다. 발길질을 겨우겨우 막아 낸 것이다.

부들부들.

아니, 막아 냈다고 생각한 순간.

퍼엉!

천무린의 발끝에 담긴 거력이 신혁건의 창대를 다시 한번 후려쳤다. 그러자 신혁건의 몸이 마치 포탄을 맞은 것처럼 뒤로 튕겨 날아갔다.

차례대로 쓰러지고 있었지만, 8기수 생도들은 쓰러진 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휘리리릭!

섬전처럼 뻗어 가는 수많은 비수들이 천무린의 위에 내리꽂힌다.

동시에 황태의 거칠어진 칼날이 횡으로 베어지며, 천무린의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쩌저저적!

설화린의 양손에 맺힌 극한의 빙공이 공기조차 얼려 버리며 천무린의 뒤를 노렸고.

휘이익!

낭창낭창한 연검이 뱀의 머리처럼 곧게 뻗어 천무린의 정면으로 쇄도하는 낭소소의 검결까지.

아주 살기등등한 모습이었다. 막아 내거나 회피하지 않으면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무린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착 가라앉은 심연의 무언가일 뿐 흔들림은 전혀 없었다.

옷소매를 흔들어 머리 위로 뻗어 오는 비수를 모두 털어 내더니, 손을 뻗어서 격공섭물(隔空攝物)을 펼쳐서 비수 하나를 잡아내고 정면에서 뻗어 오는 연검을 정확하게 쳐 냈다.

동시에 옆구리로 쇄도해 오는 신혁건의 창격을 마주하기 직전, 비수에 내공을 실어 쾌속하게 신혁건에게 던졌다.

기겁한 신혁건은 창을 회수한 후 몸을 회전시켜 구를 수밖에 없었고, 천무린은 낭소소의 손목을 끌어당겨 뒤에서 자신을 노리는 설화린의 빙백신장을 향해 내던졌다.

그 모습에 설화린은 급하게 손을 거둬 빙백신장의 기운을 허공에 날리면서 빈틈을 보였고, 천무린의 주먹은 그녀의 옆구리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꺼, 꺼어억.”

주먹이 틀어박히는 순간, 설화린의 두 눈이 까뒤집어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정도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설화린은 거력에 항거하지 못하고 튕겨 나가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며 고통스러워했고, 낭소소는 이를 악물며 천무린의 턱을 향해 고운 이마로 박치기를 했다.

“느려.”

고개를 비트는 것으로 그 공격을 간단히 피해 낸 천무린은 낭소소의 턱을 팔꿈치로 후려쳐 버렸다.

콰앙!

개개인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합공까지 했건만, 모든 수가 막혀 버렸다. 당지혜의 비수도, 신혁건의 창격도, 낭소소의 낭창거리는 연검과 설화린의 빙백신장까지 모조리.

순식간에 막혀 버리고 대부분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것을 보던 당지혜의 코앞으로 쇄도하는 천무린이었다.

“꺅!”

공간을 접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천무린의 몸이 순식간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당지혜의 앞에 당도하였고, 그대로 당지혜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반항할 새도 없이 말이다.

화르르륵!

당지혜가 정확하게 천무린의 주먹에 명중된 순간, 천무린의 등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화르륵 하고 불타올랐다. 동시에 진무양의 복마검이 펼쳐진다.

“이 망할 놈! 빌어먹을 놈!”

남사익의 열양신장이 불타올라 천무린을 향해 극의에 달한 열기를 내뿜었고, 천무린이 주춤한다고 느낀 순간 진무양의 검 끝이 천무린의 발목을 베기 위해 휘둘러졌다.

베어 오는 검결을 가볍게 몸을 띄우는 것으로 피한 천무린을 바라보며, 남사익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흥!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을 거다!”

허공에서는 제아무리 용한 녀석이라도 회피할 수 없을 테니까!

열양신장이 허공에 띄워진 천무린의 몸을 향해 그대로 뻗어 갔고, 당장에라도 열양의 기운에 당해 천무린은 추락할 것처럼 보였다.

허나.

천무린은 허공을 걷어차더니 몸을 반 바퀴 회전시켜 열양신장을 교묘하게 피했고,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튕겼다.

티이잉!

푸르스름하고 동그란 뭉치가 그대로 쏘아가더니 남사익의 이마를 때렸다.

“뭐, 뭣!”

콰앙!

탄지신통(彈指神通)에 적중한 남사익은 그대로 몇 바퀴를 구르더니 철퍼덕 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동시에 천무린이 천근추를 펼치자, 만년거암과도 같은 기세로 진무양의 등짝을 내리찍었고 진무양은 위협을 느끼자마자 몸을 굴려야 했다.

겨우 회피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콰앙!

역시 탄지신통에 이마를 맞으며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8기수 전원이 이렇게 나가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일각(一刻)에 불과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천무린이 한숨을 푹, 하고 내쉬려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처억.

검 끝을 세운 소화진이 천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사천무관의 일원. 한 수 배우도록 하마.”

“잔말 말고 어서 들어와. 선배. 선배라고 봐주는 거 없으니까.”

소화진은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 특유의 묵빛 검기를 줄줄이 뿜어댔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녹림과 격전을 치를 때보다 소화진의 기운이 한층 더 갈무리가 되었다. 사천무관 생도들 중 서열 1위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지 그의 재능은 어느 누구보다도 찬란하게 빛났다.

그래서 그런지 소화진은 아주 가파르게 성장했고, 그의 검 끝은 묘하게 담진을 닮아 있었다.

파앗!

소화진의 검 끝이 빛살이 되어 천무린을 향해 뻗어 갔다. 그의 두 눈에는 새파란 살기가 머금어졌다.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소화진의 검 끝을 바라본 천무린이 오히려 몸을 낮춰 뻗어 오는 검을 회피함과 동시에 어깨를 들어 올려서 소화진의 팔꿈치를 쳐 냈다. 기이하게 꺾인 소화진은 자신의 검을 쥔 손을 회수하였고, 다시금 천무린을 향해 베려 했다.

“크읏!”

그러나.

낮은 자세를 취한 천무린의 주먹이 그대로 소화진의 양 발등을 후려쳤다.

콰앙! 쾅!

중심을 잃은 소화진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두 눈이 허옇게 멀 지경이었다.

뒤이어 소화진의 턱에 그대로 천무린의 주먹이 꽂혔고, 이내 그의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이 무수히 쏟아졌다.

콰앙! 퍼억! 퍼억!

피를 줄줄 흘리던 소화진이 항전의 기세를 잃으며 그대로 허물어졌고, 천무린은 가차 없이 어깨로 소화진의 복부를 밀쳤다.

“누가 만족하래.”

저벅, 저벅.

“누가 머무르래.”

저벅, 저벅.

“녹림 새끼들과 싸우면서 느끼는 바가 없었나 보지. 아직도 이 지경인 거 보면.”

그 말에 하나둘 이를 악물고 일어나는 8기수들이었다. 소화진 역시 쓰러지자마자 검 끝을 땅에 박아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한참 멀었다. 이 새끼들아.”

천무린의 말에 황태가 으르렁거리면서 크게 분노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고! 뭐 해, 다들! 저 새끼 저렇게 의기양양하게 까불도록 둘 거야?”

“그걸 말이라고! 저 꼴 안 보려고 죽도록 훈련했는데!”

“으아아아아아아!”

“오늘 저 새끼 한 대라도 안 때리면 분해서 잠 못 잔다고!”

모두 일어나서 황태처럼 분노한 얼굴로 천무린을 노려봤다. 천무린이 강하다는 거?

누가 그거 모르는가.

당장 지금 눈앞에서 목검 하나 쥐지 않은 채 천무린이 보여 주는 기세 때문에 숨조차 쉬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 기세는 오롯이 적들을 향해 내뿜던 적의였을 터.

그런데 그 기세가 지금은 생도들을 향해 뿜어내고 있었다. 천무린이 얼마나 강한지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대수이랴.

“언제까지 짐이 될 거야! 이 새끼들아!”

“그래! 오늘 죽자! 죽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죽이라고!”

살기등등한 생도들의 눈빛은 먹잇감을 포착한 이리 떼들의 그것과 같아졌다. 그 모습에 천무린의 입가는 비틀리며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 동시에 천무린의 몸은 팽팽히 당겨졌다가 쏘아지는 화살처럼 8기수 생도들을 향해 무섭게 쇄도했다.

* * *

“……저것이 정녕 비무란 말입니까.”

“처음으로 내가 생도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졌수다.”

공야찬과 조수강은 놀라서 입을 딱 벌린 채, 8기수들과 천무린이 벌이는 격전을 지켜봤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이검과 이용, 이호 그리고 위사검까지.

모두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어야 할 정도였다.

저게 정녕 비무가 맞는단 말인가.

고작 생도 1학년, 아니 약관도 되지 않은 이들이 펼치는 비무가 맞는단 말인가.

흡사 생사투나 다름없는 격전을 지금 몇 시진째 하고 있는 것인지.

절로 입이 딱 벌어졌지만.

“……어차피 여러분들도 겪어야 할 것인데, 굳이 보지 말지 그랬소.”

악교운의 말로 이검과 이용, 이호 형제, 그리고 천살대라 불리는 살수 서른 명의 표정이 순간 사색으로 바뀌었다.

투콰아앙!

“크아아아아아!”

지금도 천무린의 발길질에 차여 날아가는 저 생도를 보라.

저 생도가 아니라 자신이 저리 날아간다면?

끔찍했다.

“…….”

자신의 동기인 생도들에게도 손속과 주먹질에 자비가 없는데, 이검과 이용, 이호라면?

저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지.

“……지, 지금이라도 무를 순 없을지.”

“저, 저는 더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뭐, 물러도 되겠지. 무르는 대신에 단전이 부서지거나 목이 사라지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만.”

악교운의 살벌한 말에 이검과 이용, 이호는 그저 고개를 푹 숙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던 공야찬과 조수강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끔찍한 훈련에 동참하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정말 다행일세.”

“……어르신까지.”

물론 두 사람보다 더욱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위사검이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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