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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69화 (169/250)

제169화

제169화

쿠웅! 쿠쾅콰앙!

무형노괴가 대막을 지나 운남성 내부로 들어오면서 느낀 두 가지의 기운.

하나는 더없이 친숙했다.

마기다운 마기. 혼재된 마기가 뒤섞여 있다.

코끝을 찌르는 혈향 가득한 마기에 무형노괴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천마신공인가. 이 정도로 강대한 기운이라면.

천마신공이 아니고서야 이런 마기를 내뿜을 순 없겠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절로 무형노괴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냄새가 진동했다.

“끌끌……. 어떻게 냄새를 맡고 왔기에 이곳에 중 냄새가 나는지. 그것도 아주 고약한 땡중 놈이겠구나.”

분명 그리 생각하고, 당도한 곳엔.

거대한 돌기둥이 하늘에서 수십 번이라도 내리꽂힌 듯, 우그러진 흙바닥과 먼지바람이 무형노괴를 반겼다.

우웅-!

그때, 먼지바람 사이로 황금빛 광휘가 터져 나오며 당장에 내리꽂으려 한다.

후후, 그렇게 둘 순 없지.

티잉!

손가락 끝에 기운을 모아 튕겼다.

삽시간에 응축된 기운 덩어리가 손가락 끝에 머무는가 싶더니 튕기는 순간, 허공에 녹아 들어갔다.

무형지.

그것은 무형노괴가 즐겨 쓰는 무공 중 가장 신속한 것이다.

소림의 탄지신공과 마찬가지로.

제아무리 감이 좋은 소림승이라고 해도 이 무형지 앞에선 속수무책일 터.

동시에 소매를 흔들어 주변에 둘러싼 먼지바람을 순식간에 날려 보냈다.

후우웅!

그리고 드러나는 전장.

초토화된 전장 아래, 축 늘어져 발버둥치는 이의 가슴팍에 발을 올린 채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는 한 사람.

“끌끌, 놀랍구나. 소림의 고승인 줄 알았더니, 이토록 어린 아해일 줄이야.”

주륵.

무형지를 튕겨 낸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가 싶었더니, 고작 청년의 뺨을 스쳐 지나간 흔적만 남아 있었다.

“제법이야.”

“장로님.”

기탄없는 감탄을 하고 있는 무형노괴의 곁에서 이검이 가까이 다가가 예를 갖췄다.

“……아마 천하제일 후기지수라 꼽히는 멸마신군으로 보입니다.”

“멸마신군?”

“녹림의 거산도가 최근에 저자의 손에 무너졌다고 들었습니다.”

녹림의 거산도라.

끌끌.

무형노괴는 처진 눈가로 멸마신군이라 불린 청년을 바라봤다.

확실히 제법이다.

자신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무형지를 보고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분노에 찬 얼굴로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꾸우욱.

천무린의 오른손이 여전히 금광으로 물들어 빛나고 있었다.

하필!

하필 이럴 때.

그의 손이 잘게 떨렸다. 속이 적잖이 들끓었다.

조금만.

촌각이라는 시간만 있었어도.

하필 이럴 때!

젠장.

속에 달군 숯이라도 넣은 듯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규화보전과 구음백골조라는 희대의 마공들 때문에 천무린 역시 무리를 한 감이 있었다.

단순히 ‘위험’하다는 표현은 천무린에게 통하지 않을 만큼 그 마공들을 잘 아는 그였기에.

압도적인 힘과 내력으로 찍어 눌렀다. 최후의 최후까지 방심하지 않고 박살을 내기 위해서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를 위해 내공을 엿가락 뽑아내듯 끌어올렸다.

그랬건만.

“끌끌.”

하아.

저 새끼는 도움이 안 되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천무린의 시선이 무형노괴에게로 꽂힌다.

열 받게 하는 면상에다가 대번에 주먹을 내리꽂고 싶었지만, 발아래 있는 녀석도 신경 쓰였다.

단 한 수.

손끝에 맺힌 주먹 한 방으로 이 녀석의 무공을 전폐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으련만.

그랬다간 천무린 역시 무형노괴에게 팔 하나는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리 움직이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위인이 아니니까. 뿐만 아니라 저 녀석은 적어도 거산도 전위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다.

깨달음을 얻어 무공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들 최상의 상태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그야말로 노괴이니까.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악교운을 바라봤다. 악교운이라면 다른 두 생도와 달리 마기에 저항하며 이 녀석에게 다가가서 충분히 단전에 칼을 꽂아 넣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끌끌. 검아.”

그마저도 용납하지 않는다.

무형노괴의 말에 이검이라는 수행원이 날카롭게 벼린 검 끝으로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천무린이 악교운에게서 시선을 준 찰나의 순간조차 놓치지 않는다.

그 모습에 절로 짜증이 난 천무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 모호하고도 애매한 상황은 너무 아슬아슬했다.

그러나.

“끌끌끌. 아해야, 천마신공은 어디 있느냐? 아마 내가 찾는 이가 네 발아래 있는 것 같은데, 이리 던져 주련?”

뚜둑.

무형노괴의 말에 그만 천무린의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의당 그래야만 하지 않겠냐는 눈빛.

네놈이 별 수 있겠냐는 태도.

당당한 표정과 말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온 천무린은 결국 발을 뗐다.

규화보전이고 나발이고.

구음백골조고 나발이고.

모르겠다. 일단 모르겠고.

“빌어먹을 새끼가 똥오줌 못 가리는 건 여전하네. X발.”

질러야겠다. 이 새끼야.

더 참았다간 화병으로 내가 뒈질 것 같으니까!

“…….”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새삼 놀랄 일을 당하기엔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무형노괴마저도 멈칫했다.

운을 뗀 청년의 첫 한마디가 욕지거리라니.

어찌 당황스럽지 않으랴.

그러나.

“나이도 처먹을 만큼 처먹은 늙은 새끼가 맨날 여자 치맛자락이나 들추려고 X랄하는 것도 화가 났는데, 눈치까지 더럽게 없어. X발.”

이게 시작이었다.

도통 멈출 생각이 없는 욕지거리에 순간 사위는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귓구멍에 허구한 날 주먹이라도 처박고 사는지 명령하면 듣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은 짓거리를 해서 다른 놈들 전부 욕먹이고. 아휴, X발. 앓느니 죽지. 앓느니 죽어.”

“…….”

“…….”

끔뻑, 끔뻑.

대체 누가 누구한테 앓느니 죽는단 건지.

표정 변화가 없기로 유명한 이검 역시 당황스러운지 두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끌끌.”

혀를 차는 목소리로 무형노괴가 한 걸음 나서자,

“저 봐, 저거. 딴 짓거리할 동안에 목에 낀 때 좀 뺄 것이지! 맨날 가래 끓는 소리 들으니까 아주 절세의 음공이 따로 없네! 따로 없어! 늙은 거 티 내고 싶어 그러냐? 아주 모가지를 뜯어 줘?!”

점점 흥분한 천무린이 서서히 눈깔을 뒤집었다.

“……마,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누굴? 무형노괴? 아니면 무형노괴 앞에서 눈깔 뒤집는 쟤?”

설화린의 물음에 악교운이 반문했다.

어…….

글쎄, 누굴 말려야 하지.

“그, 그야 당연히…….”

“무형노괴한테 찢겨 죽든지 그도 아니면 저 눈깔 돈 녀석한테 쳐 맞아 죽든지. 둘 중에 하나겠지.”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하는 악교운의 모습에 설화린은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천무린에게 고정되었다.

“어떻게 된 인간이…….”

저리도 시종일관 같을 수가 있지.

상황을 불문하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한다.

과연 그게 쉬운 일일까.

천하제일인쯤 되면 그게 가능하려나.

아니, 응당 사람이라면 살면서 직면하는 수많은 상황에서 언제나 올곧게 나아가는 것이 힘들기 그지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불과 몇 주 전에 거산도 전위를 상대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지 않았던가.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을 겪고도 그는 변함이 없었다.

도리어 더 또라이가 된…….

아, 아니지.

설화린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다시금 천무린을 바라봤다. 일그러진 천무린의 표정에 담긴 것은.

“진짜 또라이가 뭔지 보여 줄게.”

천무린이 땅을 박찼다. 쇄도하는 속도는 가히 빛살과 같아서 설화린은 두 눈으로 좇기에도 역부족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핑! 피피피핑!

……이런, 제X랄.

무형노괴의 무형지가 무수히 날아온다.

엄지손가락을 튕기는, 아주 가벼운 행동처럼 보이지만.

가볍게 튕기는 것이 마치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바바박! 파사삭.

천무린을 지나친 무형지의 기운이 바위와 아름드리나무를 대번에 쪼개 버린다. 그 살상력을 말해 무엇 하나 싶을 정도다.

“……제X랄.”

천무린이 땅을 박차 쇄도하는 순간, 정면에서 맞이하는 무형지의 폭격은 절로 욕이 나오게 했다.

운룡대팔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무형지의 신속한 속도를 따돌렸지만, 불필요한 기운이 너무 많이 소모되었다.

그래서.

몸에 두른다. 기운을.

호신강기(護身罡氣)를 펼친 천무린의 신형이 쭉 하고 늘어났다.

투콰앙!

포탄처럼 무형노괴를 향해 날아가며, 마주 오는 무형지의 다발을 그대로 맞았다.

콰앙! 콰가가가강!

장대비가 처마를 두들기는 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지며 호신강기를 깨뜨릴 것만 같은 다수의 무형지는 계속해서 날아왔다.

그러나.

꾸욱.

호신강기의 방벽은 단단했고, 정순하기 그지없는 내력의 보호막에 무형지는 일순 힘을 잃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부지불식간에 다가간 천무린의 주먹이 무형노괴의 옆구리에 박혔다.

쾅!

“돼, 됐다!”

설화린의 두 눈이 급격히 커지며 바라봤다. 제아무리 무형노괴라고 할지라도 거리를 내주고, 천무린의 가공할 만한 권력을 맞이한다면 도리가 없으리라.

그러나.

“쳇.”

손가락 끝에 담긴 무형의 기운이 천무린의 주먹을 가볍게 막아 냈다.

“끌끌, 기대했느냐? 네깟 주먹이 이 몸에 닿을 수 있다고.”

딱히 치명타를 입히지 못했다는 사실은 금세 알 수 있었다. 무형노괴의 눈웃음이 짙어지더니 혀를 찼다.

“헛된 희망일랑 버리고 떠나라. 내 오늘 기분이 좋으니 너희와 아귀다툼을 하지 않고 보내 주리라.”

천마신공이 바로 눈앞에 있다.

천마신공을 맞이하여 기쁨을 만끽하려 한다.

그러니 놔주리라.

“염병하네. 애초에 이것도 못 막았으면 무형노괴란 이름을 버려야지. 이 늙은 할아방탱 새끼야.”

“……끌끌, 미련하기는. 젊은 나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패기이긴 하나, 상대를 잘못 골랐단다. 아해야.”

“상대를 잘못 고른 건 너지. 주인도 못 알아보는 개XX 주제에 말이야.”

천무린은 히죽 웃었고, 그에 따라 무형노괴 역시 마주 웃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꽈앙! 꽝! 꽈가가강!

사라진 신형. 그리고 두 사람이 터뜨리는 포탄과도 같은 진동이 곳곳에서 일어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략만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움직이지 못하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움직이지 마라.”

날카롭게 벼린 검. 우뚝 선 채 두 사람의 싸움을 방해하지 말라는 표정을 짓는 한 사람. 이검이 대놓고 악교운을 바라보며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비켜 주시오.”

“……불가(不可).”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경계한다. 우위를 가리기 힘든 무공의 수위를 보여 주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천무린과 무형노괴의 팽팽한 전투가 바로 옆에서 이어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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