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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47화 (147/250)

제147화

제147화

막광야.

호량채의 부채주이자 전위 다음으로 호량채를 이끌고 갈 실력자.

강자지존, 적자생존, 전형적인 힘의 우위에 따라 움직이는 녹림의 성향상, 막광야는 단연 전위 다음으로 호량채를 이어 갈 적임자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런 그의 도끼가 눈앞에서 당장이라도 숨이 끊길 것 같은 어린 생도를 노렸다.

이제 도끼로 내려치면 모든 것이 마무리될 터였다.

그런데 자신의 도끼를 바라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저 어린 생도를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힐끗.

이 전장의 중심, 전위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새겨진 손바닥 자국.

여래신장이라는 천하일절의 장법이 발현되어 새겨진 자국이다.

그 신위를 눈앞에서 보게 되면.

바르르.

막광야의 표정이 아연해진다.

경이롭다 표현해야 할지, 공포스럽다고 표현해야 할지.

하지만 그는 이내 결심했다.

반드시 이놈을 죽여 후환을 없앤다.

부우우웅!

하늘 위로 치솟는 막광야의 도끼 한 자루. 그리고 그 도끼에 서린 부기(斧氣)가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그대로 아래로 내리쳐졌다.

그 모습을 보고도 천무린은 그저 엷은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바로 그 순간에.

그리고 그때.

콰앙!

도끼의 옆면을 후려치는 충격과 저릿해진 손목에 막광야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졌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수.

치열한 전장 속 그의 눈에는 가열차게 맞부딪치는 두 검수가 보였다. 그리고 그 두 검수 중 노련하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의 손에 검이 없었다.

투검(投劍)을 한 담진이 눈앞에 있는 호량채의 산적을 지나쳐 가자, 그와 동시에 소화진이 소리친다.

“교관님!”

뒤돌아보지도 않고 경신법을 펼쳐 단숨에 막광야에게 달려간 그의 뒤로 언제 날렸는지 모를 검 한 자루가 빙그르르 회전하며 날아왔다.

소화진이 적재적소에 쓰러진 녹림도의 검 한 자루를 걷어차 날린 것이다. 딱히 손을 맞춰 보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챙채채챙–! 채앵!

나아가는 담진을 힐끗 보고는 녹림의 정예로 손꼽히는 호량채의 산적들에게 쉴 새 없이 검격을 퍼부으며 다가서는 소화진이었다. 자비 없는 검격과 단호한 손속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소화진의 시선은 오롯이 천무린과 막광야에게로 향해 있었다.

막광야는 그 두 검수의 눈빛을 마주했다.

‘그 아이의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네놈이 이곳에 있었음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리라.’

‘건드리면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거다!’

죽일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두 검수의 시선은 천무린을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제 안위를 돌보지 않고 온몸이 상처로 뒤덮여 가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막광야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꾹 다문 채, 이 광경을 쭉 훑었다.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녹림의 차기 군주로 불리는 전위는 쓰러져 혼절해 있었고, 그와 맞붙었던 어린 생도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막 나타난 두 검수는 절정의 위용을 뽐내며 산적들을 베어 넘겼고, 그중 한 사람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면서 호량채 산적들의 수많은 검격을 도외시하고 간격을 좁히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어린 생도를 살리겠다는 담진의 모습과, 그 담진을 엄호하기 위해 소화진 역시 몸을 불사르며 들이닥친 호량채의 정예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 기세에 호량채의 정예들마저 검 끝이 무뎌지고 살기가 전만 못했다.

두 검수의 기세?

물론 대단하다. 한 사람은 검을 귀신같이 다루고, 다른 한 사람 역시 고작 약관을 벗어난 검수인 데도 검 끝에 검기를 싣는다.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산적들이 이토록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주춤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채주의 패배 때문인가.’

강자존(强者存), 전위의 압도적인 무위에 홀려 호량채에 투신했던 수많은 산적들은 지금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고,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정신적 지주가 무너졌다는 것은 이토록 컸다. 그것도 고작 약관도 되지 못한 청년에게.

심지어 남은 호량채 일원들 역시 두 사람의 검수에 의해 중상을 입었다. 그러니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할 수밖에.

거기다.

막광야의 코앞까지 당도한 담진의 무위는.

“길게 시간을 끌 수 없을 것 같으니, 전력으로 가겠소.”

투화아아악!

불타오르듯 치솟는 담진의 검 끝에 검기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차분하고도 정심(正心)하기로 유명한 담진의 검이 이토록 무섭게 불타올랐다.

오직 천무린을 지키기 위해 그는 사천무관의 교관에서 검귀(劍鬼) 담진으로 돌아왔다.

꾸국.

그 모습에 막광야의 두 눈 역시 불타올랐다.

무엇이 문제던가.

그렇다.

여기에서 두 검수를 죽이고, 천무린마저 죽인다면.

전위의 패배 따윈 세상이 알 리 없었다. 완벽한 입막음을 할 수 있는 방도는 오직 그것뿐이다. 전위는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런 자리에서 패배할 사람이 아니다.

막광야의 충성심은 아주 지독했다.

“저놈은 어차피 죽을 것이다. 선천지기를 모조리 끌어다 썼으니 아마 반시진도 버티지 못하겠지.”

부기(斧氣)가 치솟더니 대번에 담진을 쪼개려 쇄도했다. 그 기세가 전위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완연한 절정 고수로서의 위엄을 보여 주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쇄애애액!

담진의 검은 매우 공격적이지도, 그렇다고 유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정석적인 검세와 검결로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검.

그랬으나 지금은 달랐다.

파바바박!

쾌속하다 못해 무수한 검영이 변칙적으로 움직이니 막광야의 호흡을 뺏을 정도였고, 검의 투로를 일순 마구잡이로 뻗는 것처럼 검을 휘두른다.

일렁이는 검기가 검의 투로를 쫓아 움직이니 남는 잔영은 막광야를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패도적인 무공을 펼치는 막광야에게 그 변화무쌍한 검세는 상성이 최악이었다.

‘……이런 자가 고작 무관의 교관 자리에 있다고?’

콰앙!

변칙적인 데다 내력 역시 중후하여 대번에 찍어 낼 수가 없었다. 부딪히는 반탄력에 손목이 여전히 저릿하다. 투검을 했을 때부터 내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막광야의 두 눈이 당혹으로 물들어갈 때쯤.

“저기다!”

“소화진 선배하고 담진 교관님이다!”

“어서 가서 도와!”

시끄러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더니, 수많은 인원들이 풀숲을 뚫고 나온다. 다름 아닌 8기수 생도들이 허겁지겁 뛰어와 눈앞에 놓인 광경을 재빨리 훑었다.

“……무, 무린이는?”

“무린이를 찾아!”

“천무리이이이인!”

목청이 터져라 천무린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생도들은 두 눈에 불을 켜고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스릉!

그러면서 홀로 악전고투를 펼치며 종횡무진 검을 휘두르던 소화진을 돕기 위해 달려가는 생도들이었다.

신혁건의 창끝에 담긴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대번에 산적의 목젖을 꿰뚫었고.

백리무영과 백리후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두 사람의 송이송이 피어난 매화가 산적들을 마구 도륙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산적들은 그저 산적 나부랭이로 취급할 수 없는 정예 중 정예로 손꼽히는 이들. 제아무리 전위의 패배가 충격적이었다고는 하나 실전 경험이 많은 그들은 대번에 정신을 차렸다.

“이 애송이 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오!”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다!”

쥐어진 각 병장기들이 무섭게 휘몰아친다. 특히 도끼와 철퇴 같은 병장기는 무관에서도 쉽게 보지 못한 터라 생도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크윽! 무, 무게가 만만치 않아.”

“철퇴를 조심해! 잘못 맞으면 뼈가 박살 난다!”

생도들의 다급한 음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금방 수세에 몰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산적들의 노련한 공격은 생도들의 부족한 실전 경험을 집요하게 노렸다.

물론 그럴 때마다.

눈물로 그렁거리는 눈가와 꼭 다문 입술을 한 채, 중도의 검을 펼쳐 낸 송무가 천하삼십육검으로 막아 냈고.

황태의 맹수와도 같은 무차별적인 검격이 산적들과 대치를 이어 갔다.

신체적인 능력 하나만큼은 발군으로 손꼽히는 명진의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산적들을 들이받았고, 진무양은 그 뒤를 쫓아 자세가 무너진 산적들을 노렸다.

화르르륵!

남사익의 열양장이 산적들의 움직임을 제한했고, 낭소소의 낭창거리는 연검이 그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파바바박!

“크아아악!”

당지운의 품속에서 나온 수많은 비수들이 허공을 수놓기 시작하더니, 산적들의 허점을 노렸다.

“흥분하지 마라! 긴장을 풀지 마! 무린이는 버틸 거다!”

“그래! 그놈이 누군데! 이대로 죽을 놈이냐!”

“지옥에서라도 살아 돌아올 놈이잖아! 걱정 말고 이놈들부터 어서 밀어내!”

그러면서도 생도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처음이다.

천무린이 자신들 앞에서 저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

천무린이 쓰러져 숨을 헐떡이고 있다. 무인들의 어지간한 안력이라면 이 격전 중에서도 천무린의 상태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 아휴, 이런 등X들을 데리고 내가 뭘 하겠다고! 」

「 때려치워라! 때려치워! 그냥 검 놓고 저기 괭이나 들고 밭이나 매러 가! 」

「 이걸 검이라고 쓰고 자빠졌어? 여태까지 뭘 배운 거야! 」

이렇게 호통을 쳤을 녀석이다.

그런데.

그저 엷은 미소로 눈만 끔뻑거린 채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력이 빠르게 소진되며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크아아아아아!”

송무가 비명 아닌 비명을 내지르며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거친 검격을 산적들에게 마구 흩뿌렸다. 동시에 태강이 이를 바드득 갈면서 산적들을 향해 무수한 각영으로 후려차서 넘어뜨렸다.

“빌어먹을 새끼야! 왜 그따위로 처웃고 있냐고!”

천무린과 함께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불과 1여 년 조금 넘는 시간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산적들의 무시무시한 기세가 와 닿지 않을 정도로 격정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해 줬단 말이다!”

“천무린, 이 새끼야!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나랑 다시 붙어야지!”

황태와 신혁건의 부르짖음에는 울분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때, 산적들의 검기가 난발하는 검의 숲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한 인영.

“화, 화린아!”

“야야! 화린이를 엄호해!”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뛰어 들어가는 설화린은 산적들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온몸에 빙백신공을 펼치며 오로지 천무린을 향해 경신법을 펼쳤다.

그리고 당도한 천무린의 앞에서 쓰러지듯이 허물어진 설화린이 헐떡이는 호흡으로 천무린의 얼굴을 바라본다.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당신?”

그런 그녀를 천무린이 데구르르 굴린 눈동자로 마주한다.

“……왔네.”

피식.

그런 그녀를 향해 천무린이 빙긋 웃어 준다.

두 사람이 마주한 가운데 설화린의 눈가가 그렁그렁해진다.

“……크흠,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해서 미안한데.”

바로 그때, 멋쩍은 한마디가 끼어든다.

“내가 좀 살펴보마.”

천무린의 맥을 짚으며 동시에 악교운의 손가락 끝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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