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34화 (134/250)

제134화

제134화

천무린이 어떻게 최심장을 익혔는지 모르겠지만, 익혔다고 해도 그 숙련도가 그리 뛰어나지 않을 거라고 여겼건만.

꽈앙!

찌르기를 위해 모든 내력을 불어넣은 소화진은 양손을 떨어 울리는 충격에 두 눈이 커졌다.

파르르르.

“이, 이게 무슨!”

“놀라지 마.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이제 이초다?”

오른손으로 펼친 최심장으로 소화진의 검면을 때리자마자 빙그르르 회전하는 천무린이었다.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며 검을 흘려 낸 천무린은 단숨에 소화진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왼손으로 소화진의 오른쪽 어깨를 위에서 아래로 그대로 최심장으로 후려쳤다.

뻐억!

“크억!”

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고 만 소화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옆통수에 날아드는 발길질.

퍼어어억!

“어떻게…….”

머리통이 부서진다면 바로 이런 충격일까. 검을 놓치자마자 날아온 발길질이라 어떻게 막을 새도 없었다.

푸드더더덕!

소화진의 신형이 저 멀리 포탄처럼 한차례 튕겨 날아가며 땅바닥을 몇 바퀴를 구르고서야 겨우 멈춰 섰다.

“헤헤, 딱 삼 초네.”

그 말을 듣는 소화진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바르르 떨더니 고갤 들어 천무린을 바라보다가 그만 정신줄을 놓고 혼절해 버렸다.

“에잉, 나약하기 짝이 없어. 쯧쯧.”

물론 그 와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법이야. 그 와중에 빨리 주저앉아서 충격에 대비를 했네? 어깨뼈를 박살 낼 생각이었는데.’

다른 이가 들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말을 천연덕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천무린이었다.

“쯧, 나도 마음이 무뎌져서는. 에휴.”

천무린이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며 한탄하고 있는 가운데.

“……소, 소화진 선배!”

“야, 이씨! 적당히 해야지!”

“미친놈아! 금창약이랑 상비약 좀 챙겨 와!”

거의 뭐 포탄에 튕겨 나가듯 날아간 소화진의 신형을 바라본 생도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그에게 뛰어가야 했다.

“주, 죽은 거 아냐?”

“쌍코피도 터졌고, 입에서도 줄줄 피가 나는데, 어떻게 해?”

“아니, 어쩐지. 아까 옆통수에 발차기 날리는데 머리통을 잡고 있는 목이 용하더라니까?”

생도들이 웅성거리며 소화진을 둘러싸며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데, 천무린이 혀를 차며 다가왔다.

“호들갑 떨지 마. 안 죽어. 그것 가지고 죽는 절정 고수가 어딨어? 어……. 아닌가? 절정 고수라기엔 너무 약하긴 했지?”

그 말에 생도들이 멍해졌다. 절정 고수가 약하다니.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절정 고수는 어딜 가도 대접을 받는다. 절정 고수를 두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마도…….

“근데 말이야. 생도들 중에 1위쯤 된다는 양반이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사천무관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

“……아아, 아닌가? 이제 내가 1등인가?”

히죽 웃고 있는 천무린의 모습에 생도들의 고개가 절로 꺾였다.

사천무관의 운명이 어쩌려고, 대체 어쩌려고 저놈이 벌써…….

하지만 눈앞에서 봤다. 늘 천무린이 천무린하는 장면을 쉼 없이 지켜봤다.

마공서를 회수하러 간 생도는 몇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말로만 절정 고수를 꺾었다고 들었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본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천무린이 보여 주는 무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래서 더 침통하지.”

“망했어요.”

“얼른 도망갈까.”

그 모습에 설화린과 태강, 신혁건이 함께 고개를 떨구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무린아.”

“응?”

그 와중에 송무가 고갤 들어 천무린을 바라봤다.

“……정말 삼초 이상 버텨 냈으면 천성검대로 보내 줄 생각이었어?”

“무슨 헛소리야? 내가 무슨 수로 보내! 당백진 그 양반한테 만천화우로 고슴도치 될 일 있냐.”

“…….”

“아서라, 아서. 내가 지겠냐? 어? 지겠어?”

다른 생도들은 배를 쭉 내밀고 있는 천무린의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젠 하다못해 사기까지 치네.”

“사기만 친 거면 다행이게? 공갈이랑 협박도 한 거잖아.”

“아이고, 두야.”

“누가 저 새X 안 잡아가나?”

아까 정파가 어쩌고저쩌고하던 녀석은 어디 갔냐고.

생도들의 근심 어린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천무린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악교운마저도.

“……관주님, 우리 어떡합니까.”

망했습니다. 망했어요! 하아.

* * *

드잡이 싸움이 끝나고 나서도 소화진에 대한 관심은 집중되었다. 특히 천무린으로부터.

“딴것 다 필요 없고, 일단 맞고 시작하자.”

친절한 설명?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은가.

“갱생이 필요해. 갱생. 내가 뭐라고 했지? 사람은 고칠 수 있다. 뭐로?”

“……폭력?”

“그렇지! 맞으면 된다니까.”

이런 설명 말고, 이 새X야!

하지만 천무린은 흐뭇하게 웃더니.

퍼억! 퍼억!

“이기적인 새X, 절정 고수나 되는 놈이 제대로 검 좀 휘둘렀으면 아랫놈들 다 정리할 수 있었을 거면서.”

아니, 그게 갑자기 또 왜……!

퍼억! 퍼억!

“으휴, 이 방관자 새X.”

그, 그냥 패고 싶었던 거지……?

퍼억! 퍼억!

“진량보다 더한 새X.”

“황태보다 더한 새X.”

그게 대체 누군데…….

퍼억! 퍼억!

소화진이 피떡이 되어 가는 동안, 황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듯 고개를 떨구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무관에 있던 진량마저도 왠지 귀가 간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소화진은 비무에서 패한 뒤로 한마디 말도 없이 천무린의 구타를 견뎌야만 했다.

삼초도 견디지 못했고.

지난날의 죄도 있으니.

유구무언(有口無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데, 소화진은 더욱이 패배까지 한 마당이라 일언반구 없이 그저 꿋꿋이 폭력을 견뎌 냈다.

수치심?

그런 것 따윈 없었다.

모욕적인 언사?

그런 것도 딱히 느끼지 않았다.

그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가슴에 품은 채 천무린이 행하는 매타작을 그저 온전히 견뎌 냈다.

아니, 견뎌 내려 했건만.

퍼억! 퍼억!

“이 새X야! 죽어! 죽어! 어? 그냥 죽어!”

퍼억! 퍼억!

“으아아아! 상식적으로 아무런 반항도 안 하고 아무 말 안 하면 적당히 패야 하는 거 아닌가!”

폭력에 참다못한 소화진이 일어서며 씩씩거렸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도 안 말리는 게 말이 돼?! 너희들도 모두 방관자야! 이 새X들아!”

애꿎은 생도들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어째서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는데, 아무도 막지 않는단 말인가.

으득.

그런 소화진의 모습에 천무린이 흐뭇하게 웃는다.

녀석 참, 화낼 줄도 알고.

“이제야 사람답네. 그래그래,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사람이 정도껏이어야지!”

“내가 너무 심했나?”

고개를 갸웃하는 천무린은 스스로 너무했다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자, 그 모습에 소화진 역시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정도 폭력이면 충분하네. 나도 깨달은 바가 있으니 다음부턴 그러지 않도록 할 터이니 이쯤 하세.”

말투 역시 금세 차분해지고, 소화진은 이쯤에서 그만할 것이라고 믿었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어라? 근데 말이야.”

천무린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그 모습에 8기 생도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조, 조졌다.’

‘……야! 이씨, 눈깔아.’

‘누가 소화진 선배한테 미리 말 안 해 줬냐? 함부로 말 꺼내지 말라고.’

‘도, 도망가.’

‘내가 배식 당번을 할 테니까 나 먼저 간다!’

‘야! 나도 같이 가아!’

소곤거리던 생도들이 하나둘 사색이 되더니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물렸다.

“어디 건방지게 죄인 새끼가 말꼬리가 길지?”

으응?

먼지바람에 둘러싸인 소화진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천무린을 바라봤다. 은은하게 풍기는 귀기(鬼氣)에 소화진의 입가가 덜덜 떨렸다.

“어, 어?”

“내가 많이 패든 적게 패든 그건 내 맘이야. 이 새X야.”

“……그, 그렇지.”

“근데 뭐? 깨달은 바가 있어? 아냐. 사람 새끼 되려면 아직 멀었어. 무림맹의 대주? 염병하네. 아예 뭐 팔다리 하나 그냥 다 부숴서 못 움직이게 만들어 줘? 편 뭐시기, 고 뭐시기처럼?”

몸이 죄다 아작 나서 반불구로 살아가야 하는 세 사람을 떠올린 소화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렇게 산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닐 터였다. 그게 어디 정상적인 삶이겠는가.

“…….”

“할 말 없지? 다시 시작한다?”

퍼억! 퍼억!

그렇게 소화진은 또다시 악교운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냈다. 어떻게 이 모습을 보고도 악교운은 단 한 차례도 만류하지 않는지.

그 눈빛을 읽었는지 악교운이 마주 바라보다가 천무린에게 시선을 옮겼다.

“응? 천무린 생도.”

그 모습에 소화진의 눈빛에 희망이 어렸다. 역시 악교운이다. 현재 이곳에서 천무린을 통제할 수 있는 이는 오로지 악교운 혼자뿐이었으니까.

적어도 자신이 아는 선에서 악교운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여태까지 가만히 놔둔 것이 더 신기할 지경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이 폭력만 막아 준다면야.

“예. 부르셨습니까?”

“언제까지 그러려고 하는가?”

“……그게.”

천무린이 멈칫하자, 소화진의 두 눈에 더욱 희망이 어렸다. 역시 악교운이었다.

“아직도 죄인이 갱생이 안 된 것 같은데, 요즘 몸이 많이 허해진 것 아닌가? 보약이라도 달여 먹어야 하겠는가.”

으응?

헐.

웅크린 소화진이 그 말에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이게 당최.

“헤헤, 그렇죠? 저도 많이 늙었나 봐요. 어쩌다가……. 어휴.”

“적재적소에 힘을 써야 한다고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더냐. 죄의 경중을 따지고 무거운 이들에게 더욱 엄벌을 가해야 되겠지.”

“캬하, 역시 악 교관님이십니다. 제가 또 오늘 배워 갑니다!”

“크흠흠.”

저 뿌듯해하는 얼굴의 악교운은 무엇이고.

옆에서 낄낄거리는 천무린의 모습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분명 몇 년 안 된 것 같은데, 어쩌다가.

소화진의 두 눈에 일렁였던 희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더없이 절망 어린 눈빛만이 감돌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무린이 씨익 웃으며 몸을 숙였다.

“헤헤, 각오하라고. 무관에 돌아가기 전까지 우리 제대로 한번 갱생해 보자?”

……편일현, 고우림, 명천.

그 세 사람을 만나면 소화진은 제대로 복수를 하리라고 마음먹었다. 망둥이 같은 놈들 때문에 자신이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생각하니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인지.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어쩌겠는가.

본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었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