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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30화 (130/250)

제130화

제130화

악교운이 저리도 발작하는데 그냥 무시할 문제는 아닌 듯했다.

“……데려가고 싶은 대로 데려가게. 단, 책임자는 자네 혼자네. 아무래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니.”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뭘 골라요. 말 잘 듣는 놈들로 데려가면 되지.”

으응?

말 잘 듣는……?

당백진과 악교운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천무린을 바라보는데, 녀석은 의당 그래야 한다는 듯 배를 쭉 내밀고 있다.

“밥 잘 짓고! 물 잘 떠오고! 곡료 잘 감추는……. 앗, 이건 아닌가.”

악교운이 고개를 떨구자, 당백진이 이해한다는 듯 악교운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였다.

어쩌겠는가. 운명인 것을.

이 사람아, 포기하면 편한 것을 뭐 그리 미련하게 기대하고 있는 겐가.

당백진은 입안을 맴도는, 목젖까지 차오른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기엔.

“어쩌겠어요. 이게 다 운명인 것을. 포기하면 편해요. 뭘 미련하게 그렇게 기대하는 거예요?”

천무린이 이해한다는 듯 악교운의 어깨를 다독이지 않는가.

뻐엉!

걷어찬 악교운의 발길질에 천무린은 저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타격 하나 없다는 듯이 헤헤 웃는 녀석.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크흠흠, 그보다 악 대주.”

“……예.”

“무관에는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이라는 게 있는데, 그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난처한 표정을 짓는 악교운이었다.

하긴 그의 말마따나 8기수 생도들은 제대로 된 절차도 없이 자꾸만 외부로 차출되었다.

그게 비단 무관의 일일지라도.

악교운 역시 그 부분을 난감해하던 차였는데, 그것을 콕 집은 당백진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당백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자 천무린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허구한 날 불러내서 이것저것 시켜 놓고는 갑자기 교육과정 타령이야. 빌어먹을.”

“지금 뭐라고……?”

“아? 악 교관님한테 말한 건데? 그렇죠, 악교운 교관님?”

“어? 어어…….”

당백진의 두 손이 불끈 쥐어졌다. 악교운의 표정이 사색이 되며 소리쳤다.

“특별한 경우! 협객행 역시 1학년 생도에게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던 전례도 있고요.”

그 말에 천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1학년 생도가 협객행을 간 적이 있었다니.

그런 인물이 있었다고.

에이, 그럴 리가.

“소화진 생도를 말하는 겐가?”

“예. 소화진 생도입니다.”

……어? 소화진?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르는 게냐, 소화진 생도를?”

이어 말을 하는 악교운이 한심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뭐? 왜?

내가 왜 생도 이름까지 외우고 있어야 되는데?

“……들어 본 적은 있겠지. 삼대 무관 비무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적이 있다고.”

지난해 삼대 무관 비무대회 우승을 달성하기 전까지 만년 꼴찌에 머물던 사천무관의 얼굴을 유일하게 세워 준 인물.

5기수, 소화진.

사천무관에서 배출한 가장 뛰어난 후기지수 중 하나로, 현재는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거기다 무림맹의 청룡검대에 들어가는 것이 확정된 인물이다.

심지어 그 소화진을 악교운이 직접 가르쳤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인물 중 하나였다.

“누구완 다르게 예의도 바르고 착실했지.”

지금으로 따지면……. 음, 그래. 7기수의 이백 정도 되는 인물이랄까.

좀 더 냉소적이고 주변 일에 그리 관여하지 않지만, 매일매일 무공 수련을 빼놓지 않고 하는 성실함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천재가 무엇인지 입증한 인물이다.

소화진만 생각하면 왠지 가슴이 뿌듯해지는 악교운이었다.

그런데.

“맨날 섬서랑 산동한테 두들겨 맞다가 겨우 꼴찌에서 면한 거지. 어휴, 쪽팔려.”

초 치는 말 한마디가 악교운의 훈훈한 마음을 대번에 날려 버렸다.

“아니, 뭐 제일의 기재? 뛰어난 기수? 황금 기수가 어쩌고 어째? 쪽도 못 쓰더구먼. 무슨.”

욱신욱신.

언어폭력이 바로 이런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천무린의 말에 당백진과 악교운은 저도 모르게 위장이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아아, 준우승? 쾌거? 아주 조오치. 근데 뭐 8년 만에 한 번 준우승한 게 무슨 의미가 있나? 7번 꼴찌 하고?”

욱신욱신.

그, 그만 패. 이 새X야…….

마, 말로 패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애매하게 준우승이 뭐야? 접싯물에 코 박고 죽지 않고 뭐 했담. 나였으면 진즉에……!”

말을 이어 가다가 순간 멈칫하는 천무린이었다.

어라.

서늘하다.

뒷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함에 저도 모르게 고갤 돌린 천무린에게 보이는 것은.

힐끗.

어느새 당백진의 손에 잡혀 있는 비수들.

……저건 좀 위험한데.

저 양반, 만천화우를 마구잡이로 뽑아내는 양반인데.

“아니 거, 악 교관님은 안 말리고 뭐 하…….”

스르릉.

……아니, 내가 뭐 틀린 말을 했냐고. 두 사람 다 왜 그러는데!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가는 것.

그것만이 천무린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본능이 말해 주는 순간이었다.

* * *

털썩.

“으으! 나, 난 못 해!”

고꾸라지는 진무양의 위에 올라타 있던 탕아(蕩兒)가 혀를 찼다.

“아니, 뭐 매일 풀을 뜯어 먹고 사냐? 사내놈이 뭐 이리 나약해 빠졌어?”

쓰러진 진무양은 그렇게 말을 내뱉는 녀석에게 손가락질 하나 할 수가 없었다.

“……나 죽어.”

“안 죽었어? 왜 살아 있는 건데?”

“이미 난 죽었어.”

“그래……. 다 같이 죽자. 그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널브러진 채 마차 위에서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생도들이 하나둘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번에 천무린은 작심하고 8기수의 핵심 인원들 중 황태와 태강만 데리고 갈 예정이었다.

“요 근래 가장 까부는 두 놈만 데려가야지.”

간만에 손도 좀 풀고 그래야지 안 되겠어.

그렇게 마음먹고 있는데, 이들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협객행에 참가하겠다고 나섰다.

“뭐? 협객행? 우리가?”

“무조건 간다. 가고야 만다. 심지어 다른 무관에 가 보는 거라니.”

“반드시 가서 실전 경험을 쌓고 만다. 이번에야말로!”

송무와 신혁건, 진무양까지 나섰다.

그리고 그 말로는.

꽈당.

“어억! 나, 나…… 온몸이 부서진 거 같아.”

“아이고, 염병 좀 떨지 마라. 그런 걸로 안 죽어. 새X들아.”

“살려 줘, 제발.”

십여 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널브러져 있었다.

천근추?

아니.

만근추.

천무린은 가차 없이 그들에게 수련을 시켰다. 가혹 행위에 가까울 만큼 기행을 저지르는 천무린이었지만.

“적독단 처먹은 거 도로 뱉어낼래? 자꾸 엄살 피우고 지X이야. 뒈지려고.”

그의 말 한마디에 비명조차도 지를 수 없는 생도들이었다.

……그럴 순 없었다. 어떻게 얻은 영단인데.

이미 생도들은 느끼고 있었다. 적독단이 가진 독의 기운을 적절히 배출시키고 귀구의 알까지 더해진 내력이 자신의 몸속에 용솟음치고 있음을.

그로 인해 신체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부족했던 내력까지 증진시켜 주는데.

그것을 뱉으라니!

그럴 순 없었다.

아니, 뱉어내는 순간.

“……아, 물론 뱉어 내게 하려면 배에 구멍을 내야 되는구나?”

이승과의 이별이니 더욱더 용납할 수 없었다.

“고작 이것도 못 버티는 놈들이 실전 타령은!”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유일하게 8기수가 아닌 단 한 명의 인물.

소화진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롸?

‘……정녕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소검귀(小劍鬼) 소화진은 듣도 보도 못한 훈련과, 생도들을 쥐 잡듯 잡는 천무린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상천외(奇想天外).

천무린에 대한 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멸마신군이라는 별호는 둘째 치고서라도 비무대회의 우승을 이끈 천하제일의 후기지수라는 평가.

마공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절정의 고수인 쌍용검 파평과 격전을 벌이고 위사검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무인.

징계위원회에서 무려 수십 은자와 금자를 뿌려서 세 골칫덩이를 단번에 박살 낸 일화까지.

어느 하나 속 시원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고, 경외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 화진아, 무림맹에 입맹하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지 않으련? 」

그러니, 이런 말 한마디에 덩달아 마음이 끌렸던 것인데.

힐끗.

정작 자신에게 그런 말을 내뱉었던 인물은 고갤 돌려 모른 척을 하고 있다.

“…….”

그의 시선에 악교운이 슬며시 고갤 들어 소화진을 바라봤다.

“응? 무슨 일이냐?”

“……안 말리십니까?”

“뭘 말리느냐. 훈련시키고 있는 것을.”

훈련이라고? 정말 그렇게 보인단 말인가.

소화진은 고갤 돌려 천무린과 8기 생도들을 바라봤다.

퍼억! 퍽! 퍽!

“낄낄! 어디 막아 봐! 막아 봐! 이 새X야. 막는 것도 훈련이야!”

퍼억! 퍽!

“이게 말이야! 혈을 두드리면서 너희들 영단의 내력이 좀 더 빨리 흡수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라고! 껄껄.”

퍽퍽퍽!

“어때? 짜릿하지? 쿠헬헬헬.”

끔찍한 광경에 소화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게 어떻게 훈련이란 말인가.

진짜 훈련이라 함은,

체력의 증진을 위한 훈련.

병기의 식과 형을 잡는 훈련.

내력의 흐름을 맞춰 잡는 훈련.

이와 같이 자신이 아는 지식 내에선 이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근데 누가 저렇게 거칠게 맞으면서 훈련을 한단 말인지.

“……화진아.”

“예.”

“눈깔아.”

“……예?”

“눈 마주치면 너도 뒈지는 거야.”

그게 무슨?

그런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악교운은 눈을 깔았고.

아니, 눈을 왜 까는 건…….

스윽.

소화진이 고갤 들어 올리자마자 마주한 눈빛 한 쌍.

까딱까딱.

……응?

손을 까딱거리며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탕아(蕩兒).

“5초 준다.”

그 말에 소화진이 미간을 좁혔다.

“지금 뭐라고?”

“5초 준다고. 소검귀? 검귀도 아니고, 소검귀가 뭐냐. 안 창피한가 몰라.”

천무린에 대한 경외감, 그에 대한 소문과 부풀려진 이야기는 대번에 소화진의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저 경박하고도 예의 없는 행동에 소화진은 처음으로 후배에게 세상의 쓴맛을 가르쳐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명성을 얻으니 그야말로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구나! 내 오늘 네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가르쳐 주겠……!”

꽝!

소화진의 말이 채 끝을 맺기도 전에 그대로 진각을 밟은 천무린의 신형이 바람처럼 돌진했다.

“이깟 것 주먹으로……!”

퍼어억!

그리고 이어진 권격 단 한 방.

“허, 허명이 아니었……!”

소화진은 자신의 인생에서 이토록 강한 권격을 맞아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렸다.

그리고 이 권격을 맞고 있는 와중에도 두 눈을 내리깔고 있는 악교운을 바라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뭐?

「 화진아, 무림맹에 입맹하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지 않으련? 」

좋은 추억?

이, 이 개X끼야아아아아.

그렇게 천무린에게 당하는 사천무관의 인물이 한 명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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