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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19화 (117/250)

제119화

제119화

“너도 처맞으러 온 거냐?”

“어휴, 내가 왜 처맞아? 나 맷집 약해서 맞으면 안 돼. 누구랑은 다르게.”

“차례가 곧 올 테니 넌 좀 기다리고 있어라. 이 후배 새끼야.”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편일현의 두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줄기차게 뻗어 나오는 살기에 천무린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정말 사람도 죽이겠다는 태도인걸? 이 신성한 무관 안에서 이렇게까지 살기를 뿜어 대는 거 보면? 이 선배 새끼야.”

선배 새끼?

실실 웃으면서 말을 되받아치는 천무린의 모습에 분노로 눈이 멀어 버린 편일현이었다.

“신성한 무관 좋아하시네. 원래 말 안 듣는 녀석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다. 물론 맞아도, 맞아도 정신을 못 차리면 죽기도 하겠지.”

이미 두 눈이 뒤집힌 모습이었다. 번들거리는 살기로 인해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린 듯했다.

히죽.

아니, 미소가 아니라 흐뭇하게 웃기까지 하고 있는 천무린이 팔짱을 끼며 어깨를 으쓱한다.

“나도 그 대사 참 좋아해. 얼마나 인간적이야. 사람은 고쳐 쓰지 못한다고 하지만, 난 그런 말 안 믿어. 고쳐 쓸 수 있더라고. 저것 봐. 고쳐진다니까.”

진량을 가리키는 천무린의 모습은 흡사 이 상황에 살기를 진득하게 피워 올리는 편일현, 핏발이 선 선배 기수인 고우림과 명천이 있든 말든 평소처럼 행동했다.

고우림과 명천은 기가 차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편일현은 달랐다.

천무린의 모습에 편일현은 입가를 끌어올렸다. 분노로 눈이 멀어 버린 그의 오른손엔 어느새 뽑힌 검 한 자루가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칼까지 뽑다니. 이젠 돌이킬 수 없었다.

“아이고! 무서워라! 선배 기수가 후배 기수 죽이겠다고 아주 칼까지 빼 들었네! 살인멸구하고 입막음을 하려나 보다아!!”

무관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천무린을 향해 편일현이 한 걸음 내디뎠다.

“소용없다. 네놈을 도와줄 이는 지근거리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도와줄 존재가 없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어떻게 하나. 진짜 아무도 없었으면 진즉에 그랬겠는데, 목격자가 나뿐만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렇게 이성을 잃어서야 되겠어?”

그 말에 세 사람뿐 아니라 진량과 이백, 문호와 구태현, 송무와 백리무영, 백리후까지 모두가 신음을 내뱉으며 천무린의 태연한 반응에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이 상황을 천무린뿐 아니라 또 누가 봤단 말인가.

하지만 편일현의 기감에 걸리는 이는 없었다. 그 뜻은 곧.

“……푸후후, 허장성세로구나. 왜? 내가 무섭더냐? 네놈이 아무리 비무대회에서 우승한 놈일지라도 이제 갓 생도가 된 녀석일 뿐.”

천무린이 ‘멸마신군’이라는 별호에다 쌍용검 파평을 꺾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편일현은 그 소문을 깡그리 무시했다.

“멸마신군. 후후, 아마 파평을 꺾었다는 것도 허풍으로 소문이 퍼진 거겠지. 하여간.”

“응? 허풍? 그건 아닌데.”

“네놈과 같은 놈들이 어디 한둘이겠느냐.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떵떵거리고 싶은 이들이 말이다.”

그 말에 천무린이 머리를 긁적인다.

“자기소개를 그렇게 해 대면 나야말로 당황스러워.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선배랍시고 애들 두들겨 패는 게 그렇게 재밌냐?”

이젠 대꾸할 기력도 없었다.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은 데다 녀석과의 말씨름에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해 버렸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후우, 정말 입담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구나.”

“응, 고마워. 근데 말이야.”

천무린이 진량과 송무, 백리 형제를 가리키며 세 사람을 바라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당이 안 될 텐데.

이백이야 실력으로 인정받았으니 논외로 하고.

구태현과 문호도 미안하지만, 실력보단 점창이라는 소속만으로 구타를 당한 거니 뒤로 미룬다고 치더라도.

“감당되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걸. 얼마나 뒷배가 좋길래.

“뒷배가 아주 좋은가 봐?”

“후후. 그걸 말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긴 있나 보네. 하긴.

이런 짓거리를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했다.

무관 내에 이렇게 어둑한 곳이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으슥하고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곳이었다.

거기다 당장 칼을 휘둘러도 뒷감당이 가능하니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거겠지.

원래 같았으면 반쯤 죽이고 나서 생각하겠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왜냐고?

힐끗.

“아니, 대체 왜 아직도 안 나오고 그러고 있어요?”

이 양반이 정말.

천무린이 고갤 돌려 응시한 곳에는 커다란 고목나무가 서 있었다.

같이 와 놓고 왜 안 나오고 저러고 있는 건데.

빼꼼.

“……흥미진진해서?”

악교운이었다.

흥에 겨운 듯한 미소를 띤 채 서 있는 그의 얼굴을 지금 이 자리에서 모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미소를 띠고 있는 악교운을 처음 본 이들은 꽤 있었다.

“웃지 마요. 정들어.”

천무린은 혀를 찼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1학년 생도들은 서늘함을 느껴야 했다.

‘야, 야차(夜叉)!’

‘아, 악교운이라고.’

‘저, 저게 웃는 거라고. 누가 봐도 화가 난 건데!’

‘꿈에 나올까 두렵다.’

일그러진 미소, 그 말이 딱 적절했다.

눈에 띄게 당황하는 세 사람의 모습에 천무린은 웃는 낯으로 그들을 마주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무관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런 일은 빨리빨리 고자질해 줘야 되지 않나 싶어서!”

히히 웃고 있는 천무린의 웃는 낯을 패 주고 싶은 편일현이었지만, 그럴 순 없다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한 걸음을 앞으로 나섰다. 그에 맞춰 고우림과 명천도 분위기를 파악한 듯 뒤늦게 예를 갖췄다.

“악 교관님을 뵙습니다.”

“아, 내 얼굴을 알고 있는 5기수인가 보군. 이와 같은 상황은 그리 유쾌하진 않은데.”

“예. 물론입니다.”

“그럼 이 사태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나?”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기 위해 잠시 선후배 사이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스윽.

편일현의 뒤로 쓰러져 뒹굴고 있는 이들에게 시선을 준 뒤, 다시금 시선을 맞추는 악교운이었다.

“기강을 잡는 것치고는 꽤 과한 것 같은데.”

“일종의 신고식입니다.”

“……신고식?”

“차후 후배 기수들이 교관님들의 말씀에 잘 따르려면 선배 기수들이 하나둘 손을 또 봐줘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문하는 악교운의 모습에 침착하게 개소리를 하는 편일현,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고우림과 명천의 입가가 씰룩인다.

역시 편일현이었다.

“와! 뒷배가 정말로 있긴 한가 보네. 악 교관님 앞에서도 여전히 그런 여유를 보이는 거 보면?”

짧게 감탄을 터뜨린 천무린이 악교운을 힐끗 쳐다본다.

“큰일 났네요, 악 교관님? 어쩐대요? 쟤들 뒷배가 악 교관님의 선에서 해결이 안 될 수도 있겠는데?”

능청스러운 천무린의 말투에 악교운의 표정이 절로 찡그려졌다. 그 역시 느낀 것이다. 자신을 앞에 두고도 저토록 여유를 부리는 것은.

“이미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로군. 전적이 있는 데다 이야길 들었으니 징계위원회를 열겠다.”

* * *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사천무관에서 이와 같은 인재들이 나오는 것은 가히 홍복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소.”

“물론이외다. 후후, 사천을 넘어 섬서와 산동의 콧대를 꺾고 그간의 설움을 풉시다!”

“사천무관을 위하여!”

“위하여!”

사천무관 내에는 집무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관주실 다음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곳이 바로 장로실이었다.

대장로가 기거하는 장로실을 필두로 1장로, 2장로, 3장로 모두 자신들만의 집무실이 있었다. 그중에서 대장로만이 쓸 수 있는 장로실에는 장로라는 직책을 부여받은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일 수 있게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은밀하게 세 사람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흥에 취해 있었다.

“이번에 특히 화산의 속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매진산 그 인간이 주목한다는 후기지수들이 나왔지 않소이까. 예비 생도, 아니 이젠 1학년이 된 그 형제를 눈여겨봐야 되겠소. 때가 되어 내 제자들로 맞이하여 화산에 좋은 자리 하나 받을 생각이외다.”

“오호!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오. 기왕이면 신속히 움직이는 게 좋지 않겠소? 껄껄, 누가 낚아채기라도 한다면 배가 아파서 잠이 오질 않을 거요, 2장로!”

“흥!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것은 점창의 아이들이지요. 나 이 덕유명이 이끄는 점창의 아이들이야말로 주인공들 아니겠소이까. 사일검룡이라는 아이가 아주 뛰어나지 않았습니까. 내 비록 일이 많아 근래에 점창에 들르지 못했지만, 점창의 앞날이 아주 밝습니다.”

대장로 덕유명은 뿌듯한 표정으로 사일검룡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거기다 제법 준수한 이들이 꽤 많지 않소이까. 점창 새 주인의 자제도 있고 말이오.”

그 말에 덕유명의 눈빛이 차게 식었다.

“새 주인이라……. 제아무리 뱁새가 날갯짓을 한다고 해도 황새의 날갯짓만 하겠소. 여전히 관평도 장문인의 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소이다. 내가 비록 무관에 묶여 있는 몸이긴 하지만, 옛 시절을 생각해 언제든 다시 점창의 기틀을 바로잡을 생각이오.”

점창파의 전(前) 장문인이었던 관평도를 떠올린 덕유명은 콧김을 내뿜었다.

“허허, 그렇지요. 점창에서 대장로를 따르는 이들이 얼마나 많소이까.”

“무엇이든 제 주인을 찾아가기 마련이지요. 이 기회에 대장로 역시 점창을 노려 보는……!”

“쓰읍! 2장로! 그게 무슨……!”

혀를 차는 덕유명의 말에 2장로의 눈빛이 은근해진다.

“하하핫! 축하드리외다. 대장로!”

“감축드리오! 후후후.”

계속해서 덕유명을 띄워 주는 두 사람의 모습에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닌지 덕유명은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대장로 덕유명뿐 아니라, 1장로 화영조, 2장로 손태각 역시 각각 종남과 화산의 장로 출신으로 사천무관의 개관과 동시에 한자리씩 차지한 인물들이었다.

비록 지금은 사천무관에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자신의 문파에 복귀할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 떵떵거리며 살려면 무언가 건수 하나를 제대로 물고 가야 되지 않겠는가.

그를 위해서 무관으로 입관한 생도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운남의 남만야수궁으로 파견을 다녀왔다가 뒤늦게 복귀한 세 사람이었다.

그런 그들은 임명식을 통하여 복귀 소식을 알렸고, 자파의 훌륭한 인재들의 소식에 크게 기뻐했다.

창창한 미래를 앞두고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인기척이 느껴졌다.

쿠당탕탕!

“대, 대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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