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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18화 (116/250)

제118화

제118화

“언제부터 임명식이 후배 새끼들의 무대가 되었냐.”

“그러게 말이다. X벌. 앞에 조금 헛소리 해 대더니, 이젠 아예 후배 놈들 이야기뿐이네?”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5기수 편일현과 고우림의 시선이 7기수와 8기수의 얼굴들을 훑었다. 그 시선에 닿은 이들은 다름 아닌 악교운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 후배들이었다.

단상 위에 올라가 있는 7기수 대표 이백과, 8기수 대표 천무린.

그리고 7기수 2학년 생도들과 8기수 1학년 생도들이었다.

“저 새끼들 좋다고 웃는데? 위아래 구분도 못 하나 봐.”

“분위기 파악 못 하네. 뒈지려고.”

그런 편일현과 고우림을 바라본 소화진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임명식 중이다. 그만 떠들어라. 아직 행사 안 끝났다.”

그 말에 편일현과 고우림은 얼굴을 찡그렸다. 뭐라 대꾸하려다가 소화진의 부리부리한 눈매를 마주하고는 이내 고갤 돌렸다.

‘칫, 씨X놈이 무게만 처잡고.’

‘무림맹에 입맹한다고 이제 무관 사람 아니라 이거지.’

‘야, 됐어. 저 새끼 이제 떠날 새끼야. 지긋지긋한 새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소화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5기수의 대표인 소화진은 그들과 상종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후보생 때부터 그들과 마찰은 줄곧 있었으나,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선을 넘지는 않았다. 5기수 중에서 소화진은 대표로 인정받을 정도로 워낙 실력이 뛰어난 인물이었기에.

뿐만 아니라.

삼대 무관 비무대회에서 유일하게 2위를 달성한 장본인도 바로 소화진이었다. 그 덕에 두 사람이 가진 뒷배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소화진은 수많은 교관들과 무관주인 당백진의 관심을 받아 왔다.

그랬기에 두 사람은 애당초 소화진을 어떻게 해 볼 생각을 접었다. 괜히 건드렸다가 피해를 볼 것은 본인들임을 보지 않아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8기수에 예쁘장한 년들이 꽤 있던데.’

‘킥킥, 기강 좀 잡으면서 그년들도 데리고 오라고 하면 우리에겐 일석이조 아니겠냐.’

‘그렇지. 임도 보고 뽕도 따고.’

편일현과 고우림의 악행은 생도가 되어서부터 이어졌다. 같은 기수의 동기들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이었거니와, 여자 생도만 보면 그만 두 눈이 홱 돌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런 까닭에 몇 번이나 문제를 일으켰지만, 편일현과 고우림의 뒷배경이 만만치 않아서 잘도 무마해 왔다.

소화진도 그런 편일현과 고우림의 악행을 알고서는 몇 번이나 막으려고 용을 썼지만, 막아 낼 수 없었다. 고작 생도 혼자의 힘으로는 막기 힘들었던 것이다.

허나 그런 지긋지긋했던 시간도 이제는 끝이다. 몇 달만 있으면 무관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무림맹으로 향할 테니까.

‘설화린이라고, 빙화로 소문난 8기수가 있더라.’

‘오오, 새끼. 벌써 근질거리는구나?’

‘킥킥킥, 당연한 거 아니냐. 그 도도한 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냐.’

‘미친 새끼! 푸흐흐흐.’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임명식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두 사람의 음담패설은 그칠 줄을 몰랐다.

‘기록실 뒤 별관으로 집합시켜.’

‘누굴 집합시킬 건데?’

‘누구긴 누구야? 일단 직속 후배 새끼들부터 조져야지.’

‘푸후후, 이 악질 새끼. 여전하네.’

‘너만 하겠냐.’

‘야야, 명천이도 불러. 화산 놈들도 있던데.’

편일현과 고우림이 씨익 웃더니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명천이라는 이름에 두 사람은 히죽 웃는다.

* * *

짜악!

뺨이 벌겋게 붓는 것과 동시에 고개가 홱 돌아간 진량은 지금 자신의 모습에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자신의 고개를 돌아가게 만든 당사자를 무섭게 노려봤다.

“어쭈, 노려보네? 이거 아래 기수들 기강이 아주 엉망이네요, 선배님.”

“아아! 명천아, 아무리 그래도 내 직속 후배님들이다. 살살해라.”

편일현의 말에 진량의 뺨을 후려갈긴 명천이 웃음을 머금은 채 걱정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걱정 마십쇼.”

그러고는 낄낄거리고 있는 편일현과 고우림 앞에서 6기수 명천은 진량을 비롯한 이백, 구태현, 문호, 송무와 백리무영 그리고 백리후를 훑어봤다.

“선배들이 부르면 재깍재깍 튀어 와야지. 기강이 해이해져 가지고는. 꼬라지들 보니 대표 새끼가 문제인 거 같은데.”

명천이 진량의 멱살을 잡고는 휙 하니 낚아채 무게중심을 흩트려 놓더니 그대로 앞으로 내팽개치자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르는 진량이었다.

쿠당탕탕!

그런 진량에게 황급히 다가가 일으켜 세우려던 이백을 바라본 편일현이 표정을 구기더니 그대로 이백을 발로 걷어찼다.

“진량아! 아니, 선배님! 이게 무슨……!”

퍼억!

“누가 움직이래. 씨X놈아.”

정색한 편일현이 넘어진 진량과 이백, 그리고 구태현과 문호까지 싸늘하게 훑어보며 씹어뱉듯 말했다.

“위아래도 없는 새끼들, 생도가 되었으면 잽싸게 뛰어와서 나한테 먼저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앙?”

점창의 제자인 편일현은 같은 동문의 7기수들을 노려보며 땅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싸가지라곤 쥐뿔도 없어요.”

폭언과 폭행을 이어 가는 그의 모습에 이백은 참다못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눈을 부릅떴다.

“이러고도 무사하실 줄 아십니까? 무관 내 규율을 어긴 행동이 용서받으실 줄 아십니까!”

그 모습에 편일현과 고우림, 명천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백을 지그시 바라봤다.

움찔거린 세 사람은 이백의 당찬 기세에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서로 조심스런 눈치를 주고받았다.

“……이백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한 건 우리가 심했지?”

“그러게 이렇게까진 하지 말자고 했지 않습니까, 선배님들.”

중얼거리는 듯 내뱉는 세 사람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사과하려는 듯한 모습이었고, 이백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나직이 입을 열려다가,

“라고 할 줄 알았냐. 푸, 푸흡.”

“푸하하하하!”

“크흡흡! 와, 간만에 물건 하나 나왔습니다. 역시 7기수 우승자는 뭔가 달라도 달라. 기백이 아주 당차.”

무엇이 그리 좋은지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린 세 사람은 금방이라도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올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이백을 비롯해 끌려온 7기수와 8기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끅끅……. 와, 웃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푸흐흐흐, 이 녀석으로 하자. 이 녀석.”

명천과 고우림의 말에 편일현이 대번에 정색한다. 그러고는.

“씨X, 이 새끼 내 거니까 아무도 건드리지 마. 사일검룡이고 나발이고 이 새끼, 오늘 내가 제대로 손본다.”

파앙!

땅을 박찬 편일현은 그대로 이백의 가슴팍을 걷어찬 후 두 주먹과 양발을 거침없이 뻗어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퍼어억! 퍽! 퍽!

그 모습에 진량과 구태현, 문호를 비롯한 송무와 백리무영, 백리후까지 움찔거리며 막으려고 한 순간.

짜아악!

“큿.”

고우림이 송무의 뺨을 갈겼고,

“추풍검 나리, 왜요? 같은 종남파 사형은 눈에 뵈지도 않나 봐요?”

명천은 화산파 형제인 백리무영과 백리후 앞에 다가서서 고개를 낮추어 그들을 바라봤다.

“귀가 먹었나 보다. 이 새끼들아. 나 명천이야, 명천. 화산의 명천이라고. 저기에 시선 두지 마라.”

매서운 손길이 백리무영과 백리후의 뺨을 갈김과 동시에 백리 형제들을 향해 발을 뻗는 명천이었다.

짜악! 짝!

“매화쌍절? 씨X놈들이 나도 갖지 못한 별호를 니들이 뭔데 가지냐, 엉? 이 멍멍이 새끼들아, 어!”

질투와 시기심으로 어긋나 버린 세 사람의 기행은 7기수와 8기수의 같은 동문들에게로 향했다.

점창파의 편일현은 이백과 진량, 구태현과 문호를.

종남파의 고우림은 송무를.

화산파의 명천은 백리무영과 백리후를.

단순히 무력으로 따진다면, 이들에게 덤비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백 역시 무자비한 구타에 대번에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반격하려다가,

「 백아, 우리 아들 백아, 정말 고맙구나. 이 못난 아비, 어미를 만나서 뭣 하나 제대로 뒷바라지해 준 것도 없는데, 어찌 이리 멋진 아들이 되었을꼬. 정말 고맙구나. 」

임명식에 참석했던 부모님의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 점창의 대제자 자리를 정말로 원한다면 더욱더 실력을 갈고닦아라. 단, 공정하게 이백과 승부를 내어 결착 지어라. 그렇다면 내 다시금 생각해 보마. 절대 사고 치지 말고. 」

현 점창의 주인이 된 진궁이 남긴 말이 진량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졌다.

「 추풍검이라니 정말 멋지구나, 송무야. 너의 스승이신 도량 사형께서도 그 사실을 듣고 대번에 달려오시려 했건만, 지금 종남에서 중임을 맡으셔서 오지 못하셨구나. 하지만 내 이리 뿌듯한 사실을 반드시 알려 드리도록 하마. 」

종남에 있는 송무의 스승인 도량진인을 대신하여 온 도운진인이 남긴 이야기와,

「……매화쌍절, 아마 큰 문제만 없다면 너희 둘 다 화산파에서 정식으로 인정하여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전수해 줄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만 하거라. 」

화산의 장문인 매진산의 명에 따라 파견 온 일대제자 옥청운의 기대 어린 목소리까지.

모두 다 반격을 시도할 수 없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임명식에 참관했던 이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가 그들의 족쇄가 되었다.

오롯이 자신들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과 자신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 그런 이들이 남기고 간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 사람은 더욱 포악하고 거친 손길을 이어 갔다.

퍼억! 퍼억!

“기어올라 봐! 또 기어올라 보라고!”

“네 새끼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선배가 호구로 보이냐! 어!”

“씨X놈들, 그냥 뒈져! 뒈져!”

폭언과 구타가 이어지면서 가슴팍에 틀어박힌 발길질에 진량의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크윽.”

그리고 더 이상은 못 참겠는지 진량의 두 눈에 귀화(鬼火)가 피어오르며 편일현의 발길질을 거세게 뿌리쳤다.

“허? 이 새끼 봐라. 맷집 하난 끝내주게 튼튼하네.”

“……어떤 놈 덕분에 맷집을 길렀거든.”

그 대답에 편일현의 눈가가 씰룩거린다.

“거든? 말이 짧네. 하! 간땡이 부은 새끼, 정말 인정을 안 할 수가 없구나.”

그 말에 입을 꽉 다무는 진량이 씹어뱉듯 입을 열었다.

“능력 없는 새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후배 기수 건드리는 것 말고는 없지. 무능력한 새끼들.”

“……으득.”

편일현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어지며 진량을 매섭게 노려봤다. 그러고는.

“지금 뭐라고…….”

“미친 새X가!”

으드득.

“죽여 줄게.”

마치 역린(逆鱗)을 건드린 듯, 편일현의 살기가 매섭게 터져 나왔다. 진량의 말처럼 비록 5기수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편일현이었지만.

그래도 5기수는 5기수였다. 고작 몇 년의 차이였지만, 내공 수준이나 경험이 웃돌고 있었기에 그가 뿜어 대는 살기는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바로 그때.

“……하암, 이제 끝났냐?”

누군가 별관 위 지붕에서 하품을 하면서 지루하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녀석, 언제부터 거기에……!”

“……설마 계속 보고 있었던 거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고우림과 명천의 말에 녀석은 기지개를 늘어지게 켜더니, 그 높은 곳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뛰어내렸다.

“읏차.”

사뿐히 내려앉은 천무린은 맞아서 늘어진 7기수와 8기수를 쭉 훑어보다가 진량과 눈을 마주한다.

움찔.

귀화가 피어올랐던 진량의 두 눈이 조용히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야! 진량아, 너 말 참 잘하더라. 역시 사람은 맞아야 돼. 맷집도 튼튼해지고, 말도 잘해지고. 그렇지? ……근데.”

천무린이 고개를 꺾으며 편일현과 고우림, 명천을 바라본다.

“패도 내가 패는 거야. 앙?”

그 말에 순간 벙찐 얼굴이 된 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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