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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10화 (108/250)

제110화

제110화

추격조 내에서 서열 정리가 끝나자, 진량의 갱생 작업이 시작되었다.

천무린 왈.

“맞다 보면 정신은 차리게 되어 있다.”

물론 그냥 처맞는 걸론 안 된다.

“죽기 직전, 저승의 문턱이 보여야만 갱생은 시작된다.”

그 말을 끝으로, 천무린의 검집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대상은 단 한 명에 국한된 채.

“꾸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다른 후보생들과 이백의 표정은 나날이 밝아졌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크흐흑.”

“나중에 진량 선배에게 뭐라도 대접해야 할 거 같은데.”

후보생들의 말마따나 자신들에게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진량의 갱생 작업은 길고 길었다. 천무린 역시 호승심이 절로 일어날 정도였다.

황태, 명진, 남사익 등 그간 말 안 듣는 놈들은 많았지만.

“어쭈.”

“이익! 이 개X끼가! 더는 못 참아!”

한참을 두들겨 맞던 진량은 욕지거리와 함께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다. 반항의 기간이 길었다.

쿠당탕탕!

물론 반항의 결과는 아주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평소에 맞던 것보다 강도는 더욱 심해졌고, 천무린의 검집에 주입된 내공의 강도 역시 단단해졌다.

퍼버버벅.

“꾸엑!”

마공서가 발견되었다는 성도로 이동하는 나흘 동안, 진량의 갱생 작업은 이어졌다.

“이, 이 개X끼가!”

퍼억! 퍼억! 퍼버벅!

“이, 이 망할…….”

퍼억! 퍼억! 투다다닥!

“이, 이제 그, 그만…….”

퍼억! 퍼억! 퍼어억!

“그, 그만…… 살, 살려 주…….”

퍼억! 퍼억! 퍼억!

“살려……. 내가 잘못했…….”

퍼억! 퍼억! 퍼버벅!

“엉엉, 내가 다 잘못했다.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뭐?”

“다시는…….”

“혓바닥이 기네. 아직도 기가 살았나 봐.”

우물쭈물하는 진량에게 자비란 없었다.

그리고 재차 반성하는 천무린이었다.

“내가 그간 불경을 많이 외우긴 했지. 너무 자비로워졌나 봐.”

“……미친!”

“거봐, 아직 기가 살아 있지? 얘들아, 진실의 방으로!”

발끈하는 진량은 8기수 후보생들이 자주 끌려갔던 진실의 방을 몇 차례나 마주하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천천히 복수하겠노라고. 이 모욕과 수치는 반드시 갚아 주겠노라고.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내 반드시 너를……!”

퍼억!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군자 좋아하네. 네가 군자건 공자건 맹자건 어디 한번 해 봐!”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 * *

갱생이라는 이름으로 진량을 한창 두들겨 패고 있는 천무린을 뒤로한 채, 사두마차에 타고서 성도로 이동한 부교관 자겸과 고윤은 절로 표정이 굳어졌다.

“벌써 시작된 건가?”

“몸이 근질거리는 놈들이 어디 한둘이겠나. 당연지사 이 정도 인파는 예상했네.”

“성도에 있는 어느 동굴이라 했던가?”

고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자겸이었지만.

“아무래도 저건 좀…….”

“다행인 줄 알게. 소속이 없는 중도의 길을 걷는 이들이 많겠지. 혹여 사천이 아니라 사파 놈들과 어설프게 엮여 있는 위치였다면 어땠을 것 같은가.”

성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인원들의 숫자는 자겸이 생각한 이상이었다. 그러나 저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니.

“하긴, 사파 놈들이 이미 엮였다면 저기서 칼부림이 나고 있었겠지.”

“그렇겠지.”

“그렇다고 무시해서도 안 되고.”

고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성도라는 지역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파에는 꽤 다양한 인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쌍용검 파평, 대라권 월산, 북풍도 단소까지. 중도의 길을 걷는 이들 중 무명(武名)이 높은 셋이나 여기에 관심을 가질 줄이야.”

“신기하군. 마공서에 이리도 관심이 있을 줄이야. 마공에 모두가 이렇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는가.”

부교관들의 말마따나 후보생들과 이백 역시도 수많은 인파를 보고 놀라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공서를 회수해야 하는 정파 무림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관심을 가지는 게 맞지만.”

“이름깨나 날린다는 저 사람들은 대체 여기까지 왜 온 걸까?”

“직접 마공서를 없애려고 하는 걸까? 그러면 조금이나마 자신의 명성에 도움이 되니까?”

“아니면 마인들을 유인하려고? 본인들의 손으로 척결하려고!”

후보생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사이.

끼이익.

마차의 문이 열리며 손목을 풀면서 나타나는 한 인영.

“아이고오! 벌써 도착했어?”

마차 한구석에서 찌그러져 있는 진량을 두들겨 패고 있던 천무린이 그제야 모습을 보이며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별로 없네? 아무래도 모두 전선에 투입돼서 그런가.”

성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인파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 천무린의 담담한 반응에 송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별로 없다고……?”

“어. 별로 없잖아.”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이는데.”

“사천당가도 몇 없고, 중소 방파나 군소 방파 사람들도 몇 없어 보이는데?”

뭐야. 그걸 언제 파악한 거지.

송무와 후보생들이 인파를 좀 더 자세히 훑어보자, 천무린의 말마따나 정파 무림인들로 보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뭐, 대신에 정예 중 정예들이 나왔겠지만.”

“어…….”

“그걸 한눈에 파악하다니.”

“저 괴물 새X.”

한눈에 상황을 파악한 천무린은 해맑은 얼굴로 일행을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뭣들 해? 회수하러 가야지.”

“어? 저렇게 많은 인파 속을 파고들어 가자고?”

“뭐, 그럼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회수될 줄 알았어?”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일행을 뒤로하고 천무린이 피식 웃었다.

“무린아! 저기에 쌍용검, 대라권, 북풍도 선배님들도 계신대! 예의를……!”

“예의는 무슨. 그리고 뭐? 쌍용 뭐시기? 대라? 북풍은 뭐 북해에서 왔냐. 뭔가 착각하나 본데, 쟤들이 왜 네 선배야?”

송무의 다급한 말에도 귓구멍을 후비며 고개를 한 번 내저은 천무린이었다.

“개나 소나 다 네 선배냐. 선배다워야 선배인 거지. 일면식도 없는 놈한테 그냥 선배라고 대가리 숙이고 들어가는 거, 그게 맞는 거냐. 어떤 놈인 줄 알고.”

쓸데없이 예의를 차리는 송무에게 따끔하게 충고한 천무린은 웅성거리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서는 부교관 자겸과 고윤을 바라본다.

“어차피 저기엔 마공서가 없을 겁니다. 저희는 주변을 돌아보죠.”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천무린 후보생?”

“만약 저기에 마공서가 있었다면 교관님들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파 나부랭이가 없어도 이미 피바람이 불었을 겁니다. 중도(中道), 그거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서 갖다 붙인 거잖아요.”

그 말에 두 부교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천무린의 말대로 중도(中道)란 애매한 위치였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어느 것에도 치우지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그 뜻이 좋아 보이나, 실상은 달랐다.

“저러다가 정파한테 대우 받으면 정파인, 사파랑 호형호제하면 사파인, 마공서 얻으면 마인이라고 떠들어 대는 인간들이니까. 아마 저기 마공서가 있었다면, 벌써 눈이 돌아가서 칼부림을 했겠죠. 저렇게 조용하게 있겠어요?”

언중유골(言中有骨), 가시가 잔뜩 돋친 말을 내뱉는 천무린의 말뜻을 깨달은 자겸과 고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 지부로 이동하여 위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구나.”

* * *

“저, 점소이, 여기 탁주 한 병과 소면 한 그릇 마, 말아 주시오.”

“예이!”

허름한 객잔 안으로 들어선 중년인 한 명이 죽립을 깊게 눌러쓴 채 떨리는 목소리로 주문하고 주춤거리는 발걸음으로 자리에 앉는다.

간만에 손님을 받은 객잔에서는 반갑게 그를 맞이했으나.

덜덜덜.

두 다리의 떨림이 주체가 안 되어 탁자까지 흔들거릴 만큼 남자의 이상 증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

“여기 나왔습니다! 손님!”

“고, 고맙구려.”

해맑은 얼굴로 소면과 탁주 한 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점소이는 그런 남자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탁주를 달달 떠는 손길로 따르던 그는 냅다 입에다 술병을 갖다 대고 벌컥벌컥 마셔 버렸다.

“크으으.”

그러자 조금 안정이 되었는지 젓가락을 들어 소면을 코에 박고 흡입하는 중년인이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점소이.

강호 무림에는 별의별 인물들이 있다. 저마다 이런저런 사정을 안고 살아가는 무인들의 삶 속에 녹아든 객잔의 점소이였다. 그 역시도 수많은 무인들을 접했고, 수많은 무인들의 삶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봐 왔다.

하지만 그런 무인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는 없었다. 적정선 이상의 관심은 쓸데없는 오지랖일 뿐이니까.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도록 자신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길 뿐.

그런데.

끼이익.

객잔의 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몇몇의 인물들이 보였다.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인물이 씨익 웃으면서 탁주를 꼴깍꼴깍 넘기는 중년인을 바라본다.

“……찾았다.”

멈칫.

중년인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딱 멈췄다.

“……쌍용검 파평.”

“호오, 여전히 나를 기억하는구려? 그럼 수월하겠구먼.”

그러면서 함께 들어온 인물들에게 눈짓을 하자, 파평의 곁을 벗어나 중년인의 주변을 둘러쌌다.

“어찌어찌 역혈마공의 마공서를 잘도 구하셨소. 어떻게 구했는지는 묻지 않겠소. 조용히 내게 넘기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파평이 여유롭게 중년인을 마주 보는 자리로 걸어갔다. 쌍용검이라는 별호처럼 용의 음각이 새겨진 두 자루의 검이 교차되어 그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내 이 쌍용검에는 눈이 없으니 말이오. 위사검 선배.”

“…….”

“요기할 시간을 더 주오리까. 내 선배에게 그 정도 시간은 줄 수 있소. 위사검 나리께서 이제 마지막 은퇴를 앞두고 큰마음으로 강호에 나선 듯한데, 아쉽게 되었소.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기시오. 이 파평이 아니라 대라권 나부랭이나 북풍도 따위에게 걸렸으면 이미 선배는 피떡이 되었을 거라오.”

쥐새끼 하나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빽빽하게 객잔을 가득 채운 파평의 수하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이라면 이 눈앞에 있는 위사검이라 불리는 중년인은 반항조차 못 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웃음 짓는 파평.

위사검은 고개를 떨궜다. 파평의 말대로 마지막 풍운의 뜻을 품고 나서서 역혈마공의 마공서를 얻었다.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숨어서 익히기만 하면 되었을 텐데.

하필 눈에 띈 게 파평이라니. 저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로운 미소에 절로 이가 갈렸다.

“자네, 왜 욕심을 부리는가? 자넨 역혈마공 따윈 없어도 되지 않은가.”

“욕심? 후후후.”

피식 웃은 파평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앞에 놓인, 중년인이 마시던 탁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으, 욕심이라니. 그런 용어 따윈 쓰지 마시오. 강호 무림에 욕심이 어디 있소. 강자독식.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법이라오. 아니 그렇소?”

그리고 그 말에.

“오호, 강하면 모든 걸 가진다는 그 말. 정말이죠?”

끼이익.

하고 열린 객잔의 문 앞에 나타난 젊은 청년.

다름 아닌 천무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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