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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08화 (106/250)

제108화

제108화

추격조는 금방 꾸려졌다.

추격조를 뽑는 기준은 아주 단순하고도 간단했다.

“……내 맘대로 뽑는다.”

“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할 거였으면서 왜 난리를 친 거야, 그럼!”

“폭군!”

“으으, 서럽다. 서러워.”

우는소리를 뒤로하고 8기수에서는 천무린을 필두로 송무와 설화린, 백리무영과 신혁건이 뽑혔다. 당지운과 백리후, 남사익 등이 후보에 올랐지만, 천무린이 과감히 쳐냈다.

“나랑 손발이 잘 맞는 송무와 설화린, 그리고 8기수에서는 나 다음으로 가장 강한 백리무영과 신혁건. 어때, 나름 합리적이지?”

그 말에 후보생들은 툴툴거렸지만, 천무린은 개의치 않았다.

또한, 7기수에서는 사일검룡 이백이 뽑혔다.

“어째 생도들보다 후보생들이 더 많이 투입되냐?”

“내 맘이다. 불만이야?”

“……그래, 네 맘대로 해. 내가 무슨 힘이 있냐? 근데.”

“응?”

“쟤는 왜…….”

그리고.

저벅, 저벅.

이백의 두 눈이 질끈 감겼다. 이백과 함께 7기수 생도들 중 차출된 또 다른 한 명은 다름 아닌.

“진량 나와.”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 진량?

순간 백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구석에 앉아 있는 진량에게로 쏠렸다. 그 모습에 이백이 천무린에게로 달려와 입을 열었다.

“너, 너, 뭐 하는 짓이야?”

“왜? 도와주려는 거잖아.”

“도와? 뭘 도와?”

“이렇게라도 해서 저 녀석을 융화되도록 만들어야 할 거 아냐.”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싫어? 싫음 말고.”

천무린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이백을 바라봤다.

“뭐든 활약을 해서 녀석들이랑 조금씩 안면을 익히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그런 건데, 싫으면 말고.”

그 말에 이백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진량.

분명 대하기 껄끄러웠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7기수를 악독하게 괴롭혔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백을 비롯한 구태현, 문호에게는 사일검법 금지령까지 내리게 한 장본인이 아닌가.

단순히 승부욕이나 질투, 시기 같은 감정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잘못이 너무 컸다.

용서라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없는 잘못이었고, 행동들이었다.

그래서 이백이 진량보다도 좋은 성적을 내자, 7기수의 대다수 생도들은 거침없이 진량을 깔아뭉갰고 비난했다. 진량과 달리, 그간 힘들게 참으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백의 진짜 모습을 아는 7기 생도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백이 진량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 어떤 원망도, 비난도 담겨 있지 않았다.

비록 진량이 해 온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검의 손잡이가 닳을 정도로, 또 양손의 굳은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다 못해 제대로 펴지도 못할 정도로 진량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벗으로서의 진량은 못났지만, 무인으로서의 진량에겐 배울 점이 많았다.

결국,

“……알겠다. 데려가자.”

이백은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천무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천무린의 입꼬리를 본 송무와 설화린이 소곤거렸다.

“입이 아주 귀에 걸렸는데? 화린아.”

“기괴하네요. 저런 표정을 지을 때는 주먹질을 할 때밖에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추격조와 동행할 부교관인 자겸과 고윤에게 천무린이 다가갔다.

“이번에 저희와 동행하시는 부교관님들, 먼저 인사드립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라.

웬일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담.

괜히 사람 불안하게.

“어? 어.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천무린 후보생.”

“나, 나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부교관 두 사람에게 히죽 웃은 천무린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자, 그럼 인사도 끝났고. 우리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해야겠죠?”

으응?

뭘 확실히…….

“어디까지나 녀석들을 이끄는 조장은 제 역할이고, 부교관님들은 감독관으로 오시는 거 맞죠?”

그 말에 부교관인 고윤과 자겸은 미간을 좁혔다.

악교운에게 생도들과 후보생들을 잘 챙기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듣지 못했다.

그저.

「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특히 주의하도록. 녀석들끼리의 단합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어도 크게 선을 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다. 」

자그마한 조언(?)이 있었을 뿐이었다. 악교운마저 어지간한 상황은 그냥 넘어가라고 했으니.

거기다 고윤과 자겸 역시 이와 같은 전시 상황에서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만 신경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무려 챙겨야 하는 인원이 일곱이나 되니까.

내부적인 결속을 천무린이 도맡아서 해 준다면야 두 사람에겐 편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부교관님!”

고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순간, 황급히 송무가 그의 앞으로 나섰다.

“조, 조금 숙고해 보심이…….”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설화린과 백리무영, 신혁건도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부교관님들이 계신데, 조장을 후보생이 맡는다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보기에도 안 좋을 겁니다.”

“하다못해 7기수 생도인 이백 선배도 계신데 말입니다.”

“정말 다시 한번 생각을……!”

절박한 심정으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간절한 네 명의 반응에 자겸과 고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얘들이 왜 이래.

미간을 좁히며 네 명의 입을 유심히 바라보는 부교관들은,

‘저 녀석이 조장이 되면 저희 다 죽어요!’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지금이야 보는 눈이 있으니 선을 넘지 않지만…….’

‘바, 밖에 나가서 저 녀석이 조장이 된다면.’

그들의 입 모양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읽어 냈다.

그랬군. 그러니까 저렇게 발작을 하듯이 말리는구나.

부교관 두 사람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정 그렇다면 응당…….”

자겸이 부드러운 웃음으로 천무린을 바라보다가 말고 순간 멈칫하였다.

저릿저릿.

천무린의 고개가 거의 기역자로 꺾이다시피 하더니 씨익 웃고 있었다.

“응당? 응당 뭘까요? 자. 겸. 부교관님.”

“…….”

딸꾹.

자겸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옆에 있던 고윤은 이미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후보생 다음으로 천무린을 옆에서 가장 오랜 기간 지켜본 부교관들이 아닌가.

지금이야 후보생이지만.

「 천하제일의 후기지수, 천무린. 」

「 불과 몇 년 안에 천하를 호령할 재능을 겸비한 인재. 」

「 천하제일인은 따 놓은 당상. 」

조만간 부교관이라는 직위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커다란 존재로 거듭날지 모른다. 그런 걸 생각하면 좀 두렵다.

후환이.

부교관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곤 이내 무언의 시선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나지막이 말했다.

“너희들이 정 그렇다면, 응당……!”

자겸과 고윤의 말에 후보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아무리 그래도 부교관들이었다. 기수와도 전혀 상관없는 부교관이라는 존재는 후보생들에게 아주 거대하지 않은가.

그래, 아무리 천무린이라도 부교관님들을 이길 순……!

“천무린을 조장으로 임명하자꾸나! 천무린 후보생보다 조장으로 제격인 인물은 없을 것 같으니.”

“암, 그렇고말고. 천무린 후보생만큼 통솔력 좋고 후보생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허허, 심지어 이미 비무대회에서 월등한 실력도 보여 주지 않았는가. 아주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네.”

북 치고 장구 치는 두 부교관의 말에 후보생들은 그만 얼이 빠져 버렸다.

이젠 하다하다 부교관들까지.

사천무관 모두가 천무린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젠.

어쩌다가. 대체 어쩌다가.

절망에 빠진 후보생들이 하나둘 고개를 떨구자, 어디선가 자꾸만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낄낄낄낄.”

후보생 네 명의 인상이 확 찌푸려진다.

비웃어? 저 새끼를 확!

아오!

열불이 터진 네 사람이었으나 어쩌겠는가.

약한 게 죄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슬그머니 내려놓는 네 사람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불길한 음성이 네 사람을 슥, 하고 스쳐 지나갔다.

“아직 정신교육이 덜된 인간 한 명 있지 않나.”

응?

그럴 리가. 그런 인간을 네가 가만히 뒀을…….

설마?

후보생들이 일제히 고갤 들어 천무린의 시선을 따라갔다. 자신들이 아닌 누군가를 응시하고 있는 시선은 다름 아닌.

“…….”

“뭘 쳐다봐?”

진량이었다.

불쾌한 표정, 불만스러운 눈빛, 질겅거리는 입가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후보생들의 만면에 갑자기 웃음꽃이 피었다.

어?

이거 잘하면……?

저 은인(?) 덕분에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에게 화살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안도하는 후보생들이었다.

그러나.

“왜? 내가 조장이라는데 불만이야?”

진량에게 다가가는 천무린의 한마디에 후보생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감투 좀 씌워 줬다고 뭐라도 되는 양 굴고 싶은가 본데. 고작 그따위 걸로 날 어떻게 해 볼 생각이냐?”

……크으.

후보생들이 일제히 감탄사를 터뜨렸다.

대체 얼마 만인가. 이렇게 천무린 앞에서 겁대가리 없이 구는 인간이 나타난 게.

황태 조지고.

백리후 일행 조지고.

백리무영과 신혁건 조지고.

비무대회에 가서 조금이라도 깝죽거리면 죄다 조지던.

천무린의 앞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후보생들은 모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됐다. 이번 출정은 아주 편하겠다고.

아니나 다를까, 천무린의 눈이 희번덕거리더니 서서히 입가가 꿈틀거렸다.

히죽.

“근래에 나만 보면 꼬리를 말던 인간들뿐이라 좀이 쑤셨는데, 잘됐네.”

“잘되긴 개뿔. 기고만장해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넌 8기수에 불과하다. 후보생.”

진량의 말에 천무린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직이 말한다.

“그거 알아?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

처맞기 전까지는.

“뭔 헛소리……!”

빠각!

진량이 말대꾸를 하며 어떤 반응을 취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공간을 접어 진량의 코앞으로 다가간 천무린은 운룡대팔식의 경공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검집을 풍차처럼 회전시키더니 그의 이마를 강하게 후려쳤다.

“……끄윽!”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진량은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퍼퍼퍼퍼퍽!

동시에 온몸을 북이라도 후려치듯 마구 두들기는 천무린의 검집. 워낙에 변칙적인 데다 기이하게 꺾이는 각도를 쉴 새 없이 보여 주는 개방의 타구봉법이었다.

“어때?”

싱글벙글 웃던 천무린이 두들겨 패는 걸 멈췄다.

“해 볼 만하겠어?”

그의 자존심을 긁어 대는 천무린의 말에 마구 두들겨 맞던 진량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허리춤에서 살기등등하게 검을 빼 들며 사일검법의 기본자세인 중단세를 취했다.

“네놈이 아무리 잘났어도 나한테는 안 된다.”

천하제일의 후기지수?

후대의 천하제일인?

웃기고 있군.

진량은 그 어떤 것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야야, 두들겨 맞을 거 다 맞고 그렇게 말해도 하나도 안 멋있어.”

이백의 속삭임이 들려왔지만.

이미 검을 집어넣기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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