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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07화 (105/250)

제107화

제107화

“3, 4학년들 대부분은 차출되어 장강채와 녹림채의 대치 전선에 투입되어 있으니 배제하고 인원을 구성하도록 하겠다.”

악교운 역시 전면적으로 상황에 투입되어 당백진이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챙기면서 세부적인 조율을 돕고 있었다.

“2학년 생도 대다수는 기동대 및 별동대 역할로 구성하여 직할대를 꾸릴 예정이며, 7기수인 1학년 생도들로 인원을 구성할 예정이다.”

그 말에 천무린의 고개가 모로 꺾인다.

끼긱. 끼이익.

삐딱하게 꺾인 천무린의 고개는 악교운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왜! 또, 왜! 이 녀석아! 뭐가 불만이어서 자꾸 서성거리는 것이냐?”

“1학년만 투입을 시킨다고요? 1학년만? 그 코흘리개들만?”

“그래! 1학년! 지금 당장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전력이 1학년뿐이잖…….”

말을 끝맺으려다가 앞에 있는 천무린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는 악교운이었다.

딸꾹.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있었지. 숲만 보느라 나무를 바라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보기 싫었던 것일지도…….

그런 생각이 드니 악교운의 말끝이 절로 흐려졌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이 눈앞의 존재가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답답하네, 이 양반아!”

이제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 녀석이다. 오죽하면 총교관인 자신을 앞에 두고 가슴을 퍽퍽 치며 노려볼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상황에서 1학년들만 투입시킨다니!”

“답답하다니, 그게 당연히 옳은 일인 것을.”

“아니! 후보생을 왜 투입 안 시키는 건데요! 기껏 다 판을 깔아 놨더니. 내가 그거 쓰느라 대갈통 빠개질 뻔했는데! 얼마나 피곤했는지 아느냐고요!”

“그거? 그게 뭐길래?”

“뭐긴 뭐야! 당연히 마공ㅅ……!”

“마공? 마공이 어쨌다는 건가?”

악교운의 말에 순간 멈칫한 천무린이 황급히 말길을 돌렸다.

“그래서 왜 안 된다는 건데요, 8기수가!”

“무관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후보생들이 왜 생도가 아니라 후보생이라고 불리겠느냐. 아직 전면에 나서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 8기수가 7기수들보다 더 강한 단합력을 보이고 개개인의 능력 또한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악교운도 잘 안다.

“후보생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도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천무린이라고 해서 그걸 모를까. 누가 봐도 햇병아리인 8기수를 내보내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아직 생도로 올라가지 못한 이들이 사천무관의 이름을 내걸고 외부 임무를 맡는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에라이! 원래 같았으면 이미 진즉에 임명식 치르고 생도가 되었을 녀석인데!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죠! 본인 입으로 괜히 후보생 녀석들에게 일을 시켰다가 그르치면 혼자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것 같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크흠.

불편한 진실이 천무린의 입에서 노골적으로 튀어나오자, 순간 움찔하는 악교운이었다.

뭐 그런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악교운은 고개를 저었다. 진심으로 그런 이유 때문에 막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럼 왜! 이보다 더 절호의 기회가 어딨어요! 나한테 마교의 간자를 잡으라고 하질 말든가.”

씩씩거리는 천무린을 담담하게 바라보던 악교운이 흐뭇하게 웃었다.

“내가 왜 8기수를 투입 안 시키는 줄 아느냐?”

“왜요?”

“8기수를 넣게 되면 당연히 네 녀석이 들어가겠지?”

“그렇겠죠?”

당연한 걸 굳이 왜 말하는 거야. 이 양반이. 알 거 다 아는 사람이.

“그래서 문제라는 거다. 그. 래. 서.”

“응?”

이건 또 무슨 개떡 같은 소리……!

“네 녀석이 또 얼마나 사고를 칠까! 나라도 있으면 다행이련만, 부교관들만으로 너를 통제하지도 못할 텐데! 얼마나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닐지! 당연히 그것 때문이지 다른 걱정이 뭐가 있겠느냐!”

……아하,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였어? 하하.

난 또 이 양반이 늙어서 눈치고 뭐고 없어진 바람에 이제 은퇴라도 해야 되는 줄 알았네.

“……나 참,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애다. 넌 누가 봐도 애다. 이 빌어먹을 녀석아.”

“그거 칭찬이죠?”

빠직.

혈압이 급격히 오른 악교운은 눈에 쌍심지를 켜다 말고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말을 해도 통하지도 않을 것 같고. 어쨌든 이번엔 마교 간자들을 잡아내겠다는 것이냐?”

“예. 이제야 좀 알아들으시네.”

“후우.”

천무린은 지금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남들은 이 위기의 순간을 대처하기에 급급하지만, 천무린은 아니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상황 판단력으로 갖고 있던 불안감을 일시에 해소시켜 버렸다.

물끄러미 천무린을 바라보는 악교운이었다.

또 이 녀석이 몰고 올 파란이 걱정되는 악교운이었지만, 그런 반면 기대감도 생겼다.

그저.

아주 그저.

걱정이 되었다.

“강호 무림에 미안해지는데.”

이 녀석을 풀어놔도 될지 그게 너무 걱정되는 악교운이었다.

왜일까.

* * *

“최대한 빨리 사천을 정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서 모든 쥐새끼들을 잡아낸다.”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쥐새끼들은 공야찬과 조수강이 이끄는 쥐소굴과, 탁궁이 이끄는 개방도를 이용하여 수시로 확인할 요량이었다.

“끙차.”

기지개를 크게 한 번 켠 천무린은 어수선한 8기 후보생들과 7기수 생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무려 백여 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궁상을 떨고 있으니,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이 중에 한 명 아니, 여러 명일 수도 있고 하나도 없을 수도 있겠지.”

천무린이 환생한 뒤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의심하는 것은 일반적인 범주로 생각하면 상당히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어디 보자. 어디에 쥐새끼가 숨어 있는지 제대로 한번 찾아볼까.”

히죽 웃는 천무린의 눈이 빛났다.

흡사 숨바꼭질을 하는 술래의 눈빛처럼 말이다.

“어! 무린이다.”

“무린아, 어떻게 된 거야?”

“우린 무관 내에서 전시 상황에 준비하면 되는 거야?”

8기수들은 이런 상황을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다. 전쟁에 대해서는 말로만 들었을 뿐 이런 긴박한 순간을 맞이한 적이 없었다.

의연한 척하려 해도 티가 나는 이들이 대다수로, 평소 침착함을 자랑하던 백리무영과 백리후 형제 역시도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그나마 낫다면.

힐끗.

“제법이네. 꼴에 선배라고 침착한데?”

“그렇게 보이나? 그럼 다행이고.”

사일검룡 이백이 씨익 웃었다.

그런데.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역시 긴장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아니네.”

“네 녀석이 이상한 거야. 이런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네 녀석이.”

그 말에 수많은 후보생들과 생도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저놈이 이상한 거죠.”

“하여간 저놈의 간은 돌멩이로 만들어진 건 아닐까 몰라!”

송무와 태강, 황태의 이야기에 팽팽했던 분위기가 풀어지며 다들 긴장이 조금 풀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 역시 투입된다. 마공서의 흔적을 추격하는 추격조를 구성해서.”

천무린이 폭탄선언을 했다. 그와 동시에 무거운 침묵이 백여 명에 이르는 인원들 사이를 감돌았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 이건 소꿉놀이 따위가 아니다. 사파 놈들과 부딪쳐 칼부림이 날 수도 있고, 같은 정파 무림인과도 신경전이 벌어져 피를 볼 수도 있겠지.”

마공서를 추격하는 조의 구성원이 되면 실제로 전장에 투입되는 셈이었다.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혹은 마교의 발호라고 소문이 퍼진 것처럼 마교인들이 대거 난입해 싹 쓸어버릴지도 모른다. 너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제대로 빛 한 번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질지도 모른다.”

여태 무관 내에서 소꿉놀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실제 상황이었다.

숨이 막힐 듯한 무거운 공기 속에서 모두가 서로서로 눈치를 보았다.

“일단 희망하는 인원을 뽑을까 해. 전 인원을 투입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나지막한 천무린의 말에 요지부동인 인원들이 대다수였다. 평소엔 그렇게 밝았던 8기수들도 지금 이 순간엔 쉬이 나설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단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번쩍.

그때 번쩍 드는 손 하나.

“저요. 저 추격조에 넣어 주세요.”

맑은 목소리. 다름 아닌 북해빙궁의 금지옥엽이자 빙화로 불리는 설화린이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칼과 다부진 표정이 이젠 제법 어엿한 강호인의 티가 나는 그녀였다.

“어후, 잘되었죠 뭐. 안 그래도 갑갑하기 그지없었는데. 제대로 무관에서 벗어나서 움직일 수 있는 거잖아요? 어차피 생도가 되면 협객행도 나서야 할 텐데, 미리 공적도 쌓으면 좋죠.”

담백한 그녀의 말이 후보생들과 생도들을 감싸고 있던 무거운 분위기를 밀어냈다.

“좋아. 설화린 추가하고. 더 없나?”

“나도 참여한다. 생도라고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니겠지?”

사일검룡 이백이었다. 호쾌한 그의 음성까지 더해지니.

“나도! 나도 참여할래! 까짓것 칼 맛 좀 보는 거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별호를 얻고야 만다.”

“어허! 혁건이, 이놈아! 이 적화객도 아직 참여한다는 말을 안 했는데, 어디 감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밝아진 표정과 왁자지껄해진 분위기가 돌아왔다.

하나둘 그렇게 참여하다 보니, 천무린이 생각한 이상으로 많은 인원들이 지원했다.

그 모습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천무린의 시선에는 그 누구도 마교의 간자로 보이는 자가 없었다.

연기인지 아니면 정말 없는 것인지.

그것은 천무린 역시 알 수가 없었다. 실제로 추격조를 꾸려 보고 투입되어 행동거지를 계속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따금씩 느껴지는 환멸 속 정파 무림이 아니라, 창창한 미래를 지닌 이들이 과연 어떤 정파 무림을 만들어 갈지 기대가 되었다.

신세대를 이끌어 가는 이들이 말이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기대할 만한 무림이 그려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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