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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03화 (101/250)

제103화

제103화

충성 어린 두 사람에게 천무린은 마지막으로 계획을 이야기했다.

“때가 되면 신호를 줄 테니 정파 무림 전역에다가 이걸 뿌려. 낙양, 사천, 하남, 안휘, 섬서 등 정파 무림의 명문가든 어디든 전부.”

제갈벽이 속해 있던 제갈세가, 더욱 나아가 정파 무림의 전역에 폭탄을 떨어뜨릴 것이다. 그것도 거대한 벽력탄 수준으로.

탁! 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 올려지는 필사본 한 뭉치.

천무린은 그 뭉치를 손바닥으로 두들기며 공야찬과 조수강을 바라봤다.

“예?”

“그게 무슨?”

서책 뭉치를 보고 어리둥절해하는 두 사람에게 친절한 설명 따윈 없었다.

“기왕이면 개방이나 하오문에도 소문을 흘려. 너희의 정보력은 쓸 만하지만, 소문을 퍼뜨리는 건 그 녀석들 쪽이 더 일가견이 있을 테니까.”

공야찬과 조수강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짧게 뭐 씹은 표정을 지었다. 충성은 충성이고, 뭘 시키려면 제대로 설명은 해 줘야…….

“쓰읍, 불만 있으면 나와.”

“……시키는 대로 하겠슴다!”

“분부대로 합죠!”

물론 매 앞에 장사는 없었다.

* * *

사천무관으로 복귀한 인원들 중 1학년 생도가 되기 위해 장장 5년을 달려온 이들의 표정은…….

“흐음.”

“흐으으음.”

“곧 1학년 생도가 될 거라고 하긴 했는데.”

뚱했다. 큰 변화를 못 느꼈다.

물론.

“연무장도 커지고, 기록실도 생기고, 배울 수 있는 과목도 많아지고. 할 건 많아.”

“많긴 하지. 취미 생활도 할 수 있고 뭐가 많긴 한데…….”

달라진 게 수없이 많지만, 변화하지 않은 게 있었다.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도대체! 어떻게!”

송무와 태강, 황태를 비롯한 수많은 후보생들……. 아니, 이제는 곧 생도가 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는 이유?

뻔하다.

“빠져 가지고. 이제 생도 된다고 뭐 좀 달라진 거 같냐? 이 새끼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음성 지원이 된다. 그의 목소리가.

왜냐고?

단 한 사람의 존재감은 여전했거든.

아니, 천무린의 존재감은 더욱 커져 버렸다. 삼대 무관 비무대회 이후, 사천무관 8기를 주름잡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7기수인 2학년 생도, 거기다 본관에 즐비한 교관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천무린이 펼쳐 낸 압도적인 무위와 재능이.

제대로 된 무공 하나 펼친 것 없이 섬서무관이자 소림의 최고 후기지수를 꺾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우승 후보를 단 한 방에 무너뜨렸고.

어디 그뿐이랴.

8기수들이 최후의 10인에 들어가기까지의 모든 공이 천무린에게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이들이었다.

그래서 오죽하면.

“……우리도 가르쳐 주면 안 되겠냐?”

“나도 좀 부탁한다.”

비무대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삼대 무관 비무대회에서 직접 그 무위를 지켜본 구태현과 문호를 비롯한 7기수 생도들은 아예 대놓고 천무린에게 부탁했다. 마치 백리후와 진무양, 낭소소, 명진 등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천무린의 훈련을 수용했던 때처럼.

그 자체의 무위도 무위이거니와,

“……한 수 가르쳐 줘라. 후배님아.”

사일검룡이라는 7기수 최고의 검호가 된 이백이 나서서 가르침을 청했다. 7기수 생도들에게 일일이 천무린의 공을 설파한 것도 이백의 공이 컸다.

진량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이상, 그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 7기수라고 뻗대지 말고, 후배라도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깟 자존심으로 가시밭길을 피해 갈 수만 있다면 말이야. 」

이백의 말에 수긍한 이들은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움직이는 적극성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 아무리 그래도 코흘리개들한테 고갤 숙일쏘냐. 배알도 없는 새끼들. 」

거부하는 무리들은 아무리 그래도 후배들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뭐어? 내가? 내가 선배들까지 지도하라고?”

후비적후비적.

코를 파면서 심드렁한 얼굴로 7기수들을 쭉 둘러보는 녀석.

“왜 그런 귀찮은 짓을 내가 해야 해? 저 코흘리개 놈들도 귀찮아 죽겠는데.”

코를 파다가 종국에는 귀까지 파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는 천무린의 모습에 구태현과 문호는 이게 정말 맞느냐는 듯한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8기수처럼 모든 것을 지도해 달라고 하진 않을게. 하지만 우린 같은 사천무관 아니냐. 우리가 강해지는 것은 곧 사천무관의 영광이 아니겠느냐.”

7기수를 대표하는 이백이 간절하게 외치니 어쩌겠는가.

하지만.

후비적후비적.

“싫은데?”

“아니, 왜!”

티잉!

코딱지를 튕긴 천무린이 쯧, 하고 혀를 찼다.

“이도 저도 아니게 무리를 끌고 와서 대체 뭐 하자는 거야? 7기수를 끌고 올 거면 다 끌고 오든가. 반푼이처럼 딱 반절 데리고 뭘 어떻게 하라고?”

그 말에 이백을 비롯한 7기수들은 순간 움찔했다. 반푼이라니.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남아 있는 인원은 정말 딱 절반. 아무리 설득해도 안 되는 인원들은 버리고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돼, 사일검룡이?”

이백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일이었다. 통솔력이 의심스럽다는 사실을 콕 찌르는데, 가슴 아프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

“내가 노력을…….”

“노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헛소리 말고 데리고 와.”

“뭐?”

“데리고 오라고.”

“대체 누굴 데리고…….”

“누구긴 누구야. 싸가지 없는 새끼, 아직 정신 덜 차린 새끼. 두들겨 패고 또 두들겨 패야 되는 새끼. 7기수에 한 놈밖에 더 있어?”

흐뭇.

아주 흐뭇하게 웃는 천무린의 모습에 1학년 생도를 비롯한 7기수인 2학년 생도들까지 그만 모골이 송연해지고 말았다.

“서, 설마 진량?”

이백의 말에 천무린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이, 이 새끼.

계속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진량을 데리고 올 명분이 없…….”

“그건 선배들이 알아서 하고. 데리고 올 거면 오고 아니면 말고. 대신 단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국물도 없어.”

단호한 말에 이백과 구태현, 문호는 고개를 떨궜다. 어쩌겠는가. 본인이 안 된다는데.

“안 되는 건가. 진량을 데리고 오느니 그냥 우리끼리 훈련하는 게 낫겠다.”

“그 녀석이 먼저 머리를 숙일 리가 없잖아.”

“쳇, 머리? 칼 들고 안 달려들면 다행이지.”

좌절한 세 사람이 구시렁거리면서 물러나자 뒤에서 나지막한 천무린의 말이 들려왔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겨우 그 정도라면 내 훈련을 받아도 진즉에 포기하겠지 뭐, 어쩌겠어.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지. 8기수가 7기수 따위는 쉽게 찍어 누르고 황금 기수라는 이명을 가지고 갈 수밖에.”

나지막한 말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

8기수보다 아래로 떨어질 거라는 두려움.

데려오기만 하면 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만감이 교차되는 말이 그 속에 내포되어 있었다.

이백을 포함한 7기수 생도들의 발걸음이 뚝 하고 멈추면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와중에 유독 그들의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

바르르.

“염X! 멋있는 척하지 말고! 이미 일각 지났어!”

심드렁한 표정으로 코를 후비적거리는 천무린이 앉아 있는 의자…… 아니, 황태가 이를 바드득 갈아붙이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뭐가 이렇게 무거워! 온몸이 부서질 거 같아!”

“뭐긴 뭐야. 천근추라는 거지. 그간 바윗덩어리 몇 개 들기 시작했다고 또 근력 훈련들 안 하지?”

“미친! 근데 왜 내가 먼저야? 송무랑 태강이도 다 같이 안 했는데!”

“어라? 난 너 생각해서 너를 먼저 고른 거야.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냐.”

어라, 그런가.

뭔가 납득이 되는 말에 황태는 전심전력으로 천무린의 천근추를 버텨 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7기수들의 눈에 들어왔다.

“……근데, 우리도 설마 저렇게 훈련하는 거야?”

“에이, 설마.”

“아냐. 진짜 훈련은 다르댔어. 좀 더 체계적이고 확실하다고 들었어. 저건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겠지.”

“아, 그래? 누가 그러디?”

“태강이라고, 8기수 녀석들 중에 싹싹한 녀석 한 명 있어.”

태강이라. 이름부터 벌써 듬직하군.

7기수 생도들 중 한 명이 태강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슬아슬하게 최후의 10인에 못 들었지만, 듣기로는 예선에도 못 들 정도로 원래 실력은 형편없었다고 하더라고.”

“……천무린의 훈련이 뭔가 대단하긴 한가 보네. 그리고 태강이라는 그 후배님도 정감이 가는구먼. 그리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눈엣가시인 우리들에게도 알려 주려고 하고.”

그 이야길 들은 황태는 그만,

쿠당탕!

“으휴, 나약해 빠져 가지고. 처음부터 일각 다시!”

힘이 쭉 빠진 상태로 엎어졌다. 천무린은 혀를 차며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그런 황태에게 얼른 일어나라고 손짓한다.

“으으. 태강 이 새끼…….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은 거야.”

“응? 뭐가?”

“체계적이고 확실한 훈련이 어딨어? 네 녀석이 하는 훈련법에.”

“체계적으로 근력 훈련 조지고, 확실하게 체력 훈련 조지고. 그리고 저기에 정답이 있잖아? 태강이 형편없던 것도 맞고. 예선에 떨어질 예정이었지만, 본선 진출까지도 했고 말이야.”

어라. 그런가.

뭔가 자꾸만 천무린에게 말리는 황태였다.

태강의 헛소리가 알고 보니 다 맞는 소리였다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태강아, 너 인생 조졌다.

혹여 나중에 7기수가 이 악마 같은 놈에게 훈련을 받고 나서 너를 죽인다고 달려들지나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뭐 해? 농땡이 부리지 말고 팔에 힘 딱 주고!”

천무린의 호통 소리에 잡념 따윈 한 방에 날아갔고, 또다시 의자가 되어 천근추를 견뎌 내는 데 집중하는 황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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