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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94화 (92/250)

제94화

제94화

“……검진 시합에 참가하는 후보생들이 죄다 습격을 당했다고?”

악교운은 표정을 굳힌 채 설화린과 송무의 말을 듣고 있었다.

채종한, 진이간, 태강, 당지운, 신혁건, 낭소소, 유역지, 후송, 호상윤, 진무양을 쭉 나열했다.

“응? 열 명뿐인데.”

“……명진은 온몸이 근육이라…….”

근육 덩어리가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군.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송무와 설화린이 시선을 준 곳에서 명진과 황태, 남사익, 백리무영이 천무린의 팔다리를 잡고 그를 말리고 있었다.

“이거 놔! 이 새끼들아! 뭐? 감히 우리 애들을 건드려! 다 죽여 버리겠어!”

으르렁거리는 천무린의 말이었지만, 그 말에 코끝이 찡해지는 후보생들이었다.

“이 녀석들 없으면 내 밥은 누가 갖다 주고! 누가 날 깨워 주냐! 불편하게!”

그런 이유였구나. 하하.

하하, 잠시나마 믿은 내가 잘못이지.

“……됐고, 낙양 저잣거리와 구경거리가 있는 곳곳마다 사건이 생긴 거라면 주변에서 본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그게, 일방적인 구타 이전에 먼저 살살 긁어서 도발을 했기 때문에.”

송무가 우물쭈물 말하자 악교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눈에 띄지 않게 시비를 걸었고, 먼저 폭력을 행사한 것은 우리 애들이라는 말이군.”

“그게 뭐가 중요해! 그게 뭐가! 우리 애들 맞았다는 게 중요하지!”

바락바락 소리치며 버둥거리는 천무린을 잡아 놓느라 네 명의 후보생들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네! 악 교관님! 이건 항의해야 합니다. 항의! 무조건 항의해야 합니다!”

“항의라. 누군지는 명확히 본 거냐, 송무?”

이제는 몇 번 후보생이 아닌 송무라고 이름을 불렀으나, 지금 그것은 딱히 중요치 않은 듯 송무는 조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섬서무관의 후보생과 생도들로 판단됩니다.”

“근거는?”

“……오가며 봤던 낯익은 이들이 섞여 있어서.”

“증거마저도 심증뿐이라.”

후보생들이 당한 것은 억울하다고 느끼는 악교운이었지만, 그 전에 항의를 하고 싶어도 범인이 분명하지 않다면 괜스레 손해를 보는 것은 사천무관 쪽이다.

가뜩이나 힘들게 끌어올린 사천무관의 명성이다. 근데 명확하지 않은 심증으로 섬서무관과 시시비비를 가렸다가는 괜히 사고뭉치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던 악교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관주님께 보고하고 올 터이니 저 녀석이 사고치지 못하도록 꽉 잡고 있도록.”

그 말에,

쿠당탕탕!

갑자기 명진과 황태, 남사익, 백리무영이 모조리 사방팔방 날아가면서 벽에 처박혔다.

“……나도 데려가줘요.”

“뭐?”

벌떡 일어난 천무린이 악교운의 옆에 서더니 나직이 입을 열었다.

“다른 건 필요 없고, 섬서무관이든 산동무관이든 관계자들을 만날 것 아니에요?”

“그런데. 허튼 짓거리를 할 거면 미리 말하지. 기각한다.”

“절대 허튼짓 안 할게요.”

적어도 눈에 띄게는.

그렇게 몇 번이나 약속을 하고 나서야 천무린은 악교운을 따라가 당백진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보고를 마친 당백진 역시 이를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독고황을 비롯해 하후성까지 참석하는 회의가 열렸다.

사천무관에서는 무관주인 당백진과 총교관 악교운, 천무린이.

섬서무관에서는 무관주인 혜공과 청강, 총교관 제갈벽이.

산동무관에서는 무관주인 남궁도와 총교관 팽교환이.

그렇게 총 10명이 참여하였다.

“……소상히 말해 보시오. 당 관주.”

“불과 몇 시진 전에 사천무관의 8기 후보생들이 습격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습격의 대상은 8기 후보생들 중에서도 검진 시합에 출전하는 이들만 쏙쏙 뽑아서.”

그렇게 말하면서 당백진은 노기를 띤 표정으로 섬서무관 관계자들과 산동무관 관계자들을 쭉 훑었다.

“흥! 누가 보면 우리가 그런 일을 저지른 줄 알겠소! 우리 산동은 그런 하찮고 조잡한 짓은 절대 하지 않소!”

남궁도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쓸데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홱 하니 돌려 버렸고.

“나무아미타불, 있어서도 안 되고 있다면 일벌백계를 해야 할 일이나 우리 섬서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니, 대체 후보생들을 어찌 관리했길래 길거리의 괴한들에게 당한단 말이오. 무량수불.”

혜공과 청강 역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되레.

“당 관주는 괜히 2차전에 자신이 없으니 이런 허튼짓을 하시는 것은 아니오?”

남궁도는 당백진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하였다.

하지만 당백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허허, 2차전에 자신이 없다손 치더라도 1차전, 2차전 모두 패자인 댁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구려.”

쾅!

“뭐라!”

탁자를 부술 듯이 세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난 남궁도가 이를 바드득 갈면서 당백진을 노려봤다. 그의 말대로 1차전에서 7기수, 8기수 모조리 패배를 겪고 2차전 검진 시합까지 고배를 마신 산동무관이었다.

남궁도로서는 이보다 큰 굴욕은 없었다.

빠득.

그렇게 관주들이 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을 때.

“당 관주, 남궁 관주.”

독고황의 나직한 부름에 당백진과 남궁도는 서로 기세를 거둬들이며 물러났다. 그러자 독고황은 하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에 하후성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한 배분 이상 높은 당금 강호의 고수이자, 명성으로 보나 직위로 보나 하후성이 당백진보다 한 수 아래였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무림맹주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법.

“당 관주님.”

“말하시오.”

“관주님이 말씀하시는 심증의 화살이 다른 무관을 향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심증만으로는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습니다.”

“끄응.”

당백진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보생들을 위로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적어도 관주라는 위치는 그런 자리였다.

그때, 악교운이 한 걸음 나서서 간곡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단 며칠만 시간을 더 줄 순 없을까요? 갑작스런 사고이다 보니 그 정도 양해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악 교관님께서 간곡해하시는만큼 그 부분 역시 일리 있다 판단됩니다. 허나.”

악교운의 말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제갈벽이었다.

“이미 사흘이란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거기다 후보생들이 공적인 일도 아니고 사적인 일에 휘말려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에 모든 이들의 이해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괜히 우려가 듭니다. 남궁 관주님의 말씀처럼 되레 사천무관이 이 위기를 남 탓으로 돌린다는 오해를 받을까봐서 말입니다.”

그 말에 당백진과 악교운 모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남궁도가 조소를 보이며 혀를 찼다. 제갈벽이 하고자 하는 말, 겉으로는 멀쩡할 지언정 그 속 뜻을 알아듣는다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너희들 탓, 거기다 자신이 없으니 허튼짓을 하는 것 아니냐는 뜻까지 내포하고 있는 제갈벽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는 여기에 아무도 없었다.

노기를 띤 당백진과 악교운이 뭐라 입을 더 열려다가,

“틀린 말은 아니지. 당 관주. 무엇이든 좋으니 심증이 아닌 명확한 증거를 갖고 오라. 범인들이 누구고 그들이 왜 범인인지 밝혀 낼 수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게. 우린 준비되어 있으니.”

독고황의 한마디에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으득.”

당백진과 악교운은 본전도 못 건지고 회의실에서 걸어 나왔다.

걸어 나오는 와중에 툭 던진 한마디가 두 사람의 가슴에 파고든다.

“할 만큼 했으니까 기운 내요. 충분해요.”

응? 충분하다고?

천무린이 히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보다 2차 검진 시합에 참가하는 인원에 대한 명단 있죠? 관주님이나 총교관님은 섬서무관, 산동무관 명단도 미리 확인하실 수 있을 것 아녜요.”

“……있긴 한데, 그건 왜?”

“왜긴 왜예요. 미리 대비해야죠.”

하긴 대비해야겠지. 지금부터라도 전략을 잘 구상해야 했다.

눈앞에 있는 천무린이라면 또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낼지도 모를 일이니.

이럴 때 보면 참 기특한 구석이 있는 듯했다.

“……악 교관, 건네주게. 그 정돈 우리 선에서 충분히 해 주어도 될 듯하니.”

“예. 알겠습니다. 관주님.”

섬서무관과 산동무관의 검진 시합 참가 명단을 받은 천무린은 씨익 웃었다.

그러면서 복도를 지나쳐 걸어가는 제갈벽의 뒤통수에 시선이 꽂히는 그였다.

* * *

“흠~ 흠흠~, 다들 한잔하자고!”

“크으. 좋구먼, 좋아.”

“이게 바로 극락이지!”

일단의 무리가 지화루에 들어서자마자 거침없이 술을 시켰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그들 때문에 점소이는 정신없이 주문을 받아야만 했다.

“이보게! 점소이, 여기 규화계하고 회과육 좀 더 가져다주게!”

“예! 갑니다요!”

지화루의 점소이 소강은 하루에 수백 명의 손님을 받느라 진을 빼야 했다. 음식과 술을 즐기며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이들이 있는 반면, 꼭 사고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저렇게 말이다.

콰당!

“껄껄껄! 대섬서무관의 생도가 그거 가지고 취하는 게 말이 되나 모르겠군!”

“예끼! 이 사람아. 쓰읍.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네. 입조심하게!”

“흐흐흐흐, 이봐. 오늘은 좀 봐 달라고. 기분이 무척이나 좋으니 말일세.”

“아니, 글쎄.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설명이나 좀 자세히 해 보게.”

“낄낄, 그놈들 얼굴을 너희들도 봤어야 하는 건데.”

술에 취해 탁자를 엎고 넘어지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껄껄 웃는 섬서무관의 무리는 술에 취해 마구 떠들어 댔다.

중간중간에 섬서무관의 일원임이 밝혀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몇몇 생도들이 입단속을 시켰지만, 사람이란 마음이 들뜨면 자연히 입이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아니, 내 여기서 한 녀석을 자빠뜨린 다음에 마구잡이로 후려쳤지 뭔가. 아주 돼지 멱따는 소릴 내면서 살려 달라고 발버둥을 치더군!”

“끌끌, 악랄하구먼. 자네도.”

“더 들어 보게. 내가 저 점소이의 발을 걸었거든. 그래서 음식을 모두 엎었는데 하는 말이 뭔 줄 아는가?”

“뭐였는가?”

“「괜찮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실수도 하는 것이죠. 이런 걸로 기죽지 말고 다음엔 이런 실수 하지 마세요.」라고 지껄이더군. 푸흐하하하! 지가 무슨 협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일세. 꼴값을 떠는 것을 보고 내 참을 수가 있어야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생도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런 생도의 이야기를 들은 지화루의 점소이 소강은 절로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나쁜 새끼들.”

어쩐지 음식을 잘 갖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에 발에 걸린다 싶었더니 결국 저 빌어먹을 인간들의 소행이었단 말인가.

주방장에게 용변을 본다고 말한 그는 몸을 돌려 지화루를 뛰쳐나갔다.

아니, 나가려 한 순간.

터억.

“안녕?”

온통 검은 무복에 눈 아래를 검은 복면으로 가린 낯선 이가 서 있었다. 흠칫 놀라는 소강에게 눈을 찡긋하곤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는 그였다.

“쉿, 난 저쪽에 볼일이 좀 있어서.”

복면을 살짝 내리자, 잘생긴 얼굴의 청년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물론 눈빛은 한쪽에 고정되어선 웃음기 한 점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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