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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92화 (90/250)

제92화

제92화

“……2차전 검진 시합은 제1비무장에서의 시합을 원칙으로 하므로 치열한 공방전으로 인해 생긴 비무장 보수 작업이 필요하며, 또한 공정한 시합을 위해 결승에 오른 섬서무관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시합을 사흘 뒤로 연기합니다.”

천성검협 하후성의 육합전성에 지쳐 보이는 곡현기와 구양표를 비롯한 섬서무관 생도들을 바라본 군중들은 옳은 생각이라며 옹호했다.

“좋다! 좋아! 응당 그렇게 해야지.”

“역시, 천성검협! 아주 진행도 확실하구먼!”

비무장 보수를 구실로 적절하게 섬서무관 생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것까지. 하후성의 진행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에라이! 그딴 게 어딨어! 지들 입맛에 맞춰서 규칙도 죄다 바꾸냐! 우우!”

“야야! 입 막아! 입!”

“다른 사람들 쳐다본다. 창피하니 빨리 쟤 붙잡아!”

쿠당탕!

천성검협 하후성에게 다가가 삿대질을 하려는 천무린을 사천무관 후보생들은 몇 명이나 달려들어 내리눌렀다.

“아오!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실컷 잠이나 자려 했더니 또 길어지네! 또!”

“뭔 잠이야! 잠은 죽어서 평생 자라며!”

“그래, 낙양까지 와서 무슨 잠이야.”

반박하는 진무양과 명진의 말에 천무린은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잠은 죽어서 자라니. 누가 그런 몰상식한…….

“그나저나 사흘이란 시간이 생겼네. 험험.”

“그러게……. 사흘이나 생겼네. 크흠.”

“흠흠, 사흘이면 낙양 바닥을 조금 둘러봐도……. 흠흠.”

단체로 감기라도 걸렸나. 뭘 자꾸 흠흠거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하하, 아니…… 그게 낙양에 왔는데 아직 저잣거리도 제대로 못 둘러본 녀석들이 많다 보니까.”

“……그래서, 또 저잣거리에서 곡료 처먹고 바닥에 나뒹굴려고? 어휴, 새끼들아. 허구한 날 곡료 처먹을 생각만 하냐? 쯔쯧.”

응? 누가 할 소리를.

설화린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천무린을 바라봤다.

“결승전을 코앞에 두고 곡료를 4병이나 마신 당신이 할 말인가요?”

그 말에 깜짝 놀란 후보생들이 동그랗게 눈을 떴다.

곡료라 함은, 모름지기 악교운이 대놓고 사천무관 전체에 불량 식품이라고 낙인을 찍고 먹지 말라고 엄포를 늘어놓은 상황이 아닌가.

“뭐어? 결승전 앞에 두고 곡료를 마셔? 누가? 무린이가?”

“와, 진짜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

“세상 말세다, 세상 말세야. 삼대무관 후보생이라는 놈이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뭐가 되긴, 크면 크는 거지. 새끼들아!

한 소리 하려는 찰나,

“……악 교관님께 이르자.”

어, 어?

백리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번쩍 든다.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이들의 모든 시선이 백리후에게 쏠렸다.

멈칫.

후보생들을 바라보며 쌍심지를 켜던 천무린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딱 멈췄다.

“악 교관님께 이르자. 이르면 이 녀석을 꽁꽁 묶어 둘 수 있어. 아마 숙소에 곡료 몇 병 더 숨겨 놨을걸?”

백리후의 말에 후보생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천무린에게 쏠렸다.

급격히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고 후보생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 어떻게 그걸 알았지.

“새, 새끼들아! 어떻게 협과 의를 가슴속에 품고 산다는 정파의 협객이 될 녀석들이! 어?! 고자질이나 하려고! 어?!”

당황한 나머지 입가가 떨리는 천무린을 바라보며 설화린이 한 걸음 나선다. 그녀의 눈웃음은 만개한 꽃잎 같았다.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랄까.

“그렇게 정파의 협객이 될 사람이 자나 깨나 주정뱅이처럼 곡료를 마셔도 되는 건 괜찮고요?”

“옳지.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이가! 그것도 무관의 후보생이라는 녀석이 규율도 어긴 채 말이야!”

성년도 안됐으니까 곡료를 처마시는 거지! 성년이었으면 곡료를 왜 마셔!

“그럼그럼, 거기다 곡료만 마셔? 협과 의는 개뿔이고 맨날 주변 동료를 복날 개 패듯이 패는 녀석이 말이야.”

송무와 진무양이 이야기를 받는다.

이런 걸 바로 청산유수(靑山流水)라고 표현하던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내는 녀석들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천무린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어느새.

턱.

등이 벽에 닿아 있었다. 많은 후보생들이 무수히 천무린을 압박했고.

하하, 언제 녀석들이 이렇게나 컸지.

“에휴.”

결국 백기를 든 천무린이었다.

“하, 새끼들. 딱 하루만 준다. 내일부턴 얄짤없이 검진 수련이야.”

그 한마디에 후보생 녀석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뭐?”

“휴, 휴식을 준다고?”

“그것도 하루나?”

“준다고 해야 한 식경(30분)이나 주면 다행이라고!”

얼떨떨한 표정에 천무린은 괜스레 의뭉을 떤다.

“싫으면 말고.”

“으아아! 그럴 리가! 싫긴 누가 싫어!”

“누가 싫대!”

퉁명스러운 천무린의 반응에 후보생들은 그제야 서로를 얼싸안고 얼른 낙양의 저잣거리로 나갈 채비를 했다.

“예에에에에!”

“우와아! 우리가 처음으로 무린이를 꺾었어!”

“흑흑, 정의는 승리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했었어. 나 울어도 되냐. 흑흑.”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다니.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이 정도 당근은 뭐.

들뜬 후보생들은 너나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낙양의 저잣거리로 나갈 채비를 마칠 때쯤 그들에게 날아오는 무언가.

짤랑.

“이게 뭐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은 바로,

“으, 은자인 것 같은데.”

“으, 은자라고?”

엿가락처럼 생긴 은자 한 냥이 각 후보생들의 손에 떨어졌다.

“기왕 나가는 거 눈으로 보지만 말고.”

……두 눈을 뜨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휴식 시간을 준 것도 모자라 은자까지 쥐어 주며 마음껏 놀다 오라고 한다고?

다른 이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그깟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무린아, 너 어디 아픈 거야?”

“혹시 죽을병이야?”

“어쩐지. 가끔 혼자 바닥을 구르고 괴로워하더라고. 하, 우릴 그렇게 굴리는 이유도 곧 세상과…….”

눈물까지 글썽이는 후보생들의 모습에 천무린은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허허, 이것들이 단체로 돌았나.

뚜둑. 뚜둑.

손목을 돌리며 관절을 풀자 그제야 후보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정렬하더니,

“모두 일렬횡대로 서서 송무를 필두로 좌향좌!”

태강이 나서서 진두지휘를 한다.

“앞으로! 가!”

척, 척, 척, 척.

“왼발! 왼발!”

정렬된 걸음으로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후보생들이었다.

피식.

* * *

“관주님도 아시다시피.”

호로록.

앗, 뜨뜨.

“내 참, 이렇게 뜨겁게 드시면 식도에 안 좋다고요.”

“……대뜸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건가.”

눈가를 좁힌 당백진은 천무린을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에이, 그것뿐이겠어요. 그냥, 우리 함께 사천무관의 미래를 논해 보자는 거죠.”

허 참.

“후보생인 네 녀석과 말이냐.”

“어어? 그 발언, 논란이 좀 있겠는데요. 후보생인 저 따위랑은 면담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일개 후보생에 불과해서?”

“끄응.”

그걸 또 저리 말하면 당백진이 뭐가 되겠는가.

무관에서 후보생과 생도는 배움을 근간으로 하는 이들이고, 그들 교육에 물심양면 지원을 해 줘야 하는 것이 무관의 역할이다.

그렇다 보니 저리도 당돌하게 나오는 천무린의 모습에 당백진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의견이라면 총교관과 의견을 나눠도 될 텐데.”

“아유, 말도 마요. 그 양반……. 아니, 악 교관님처럼 꽉 막힌 사람이랑 무슨 이야길 합니까. 설마 당 관주님도 악 교관님처럼 꽉 막힌 사람은 아니죠?”

……뭔가 말리는 기분이다. 저렇게 말하는데 꽉 막혔다고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아.

당백진은 관자놀이를 몇 차례 꾹꾹 누르더니 앞에 있는 천무린을 바라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이번 비무대회 결과에 대한 보상 말입니다.”

“보상이라, 그 말이면 어느 정도 결론 나지 않았나. 청독단을 공급하는 것으로.”

“적독단이면 더 좋다고 했는데, 결국 청독단이구나. 당 관주님 정도면 다를 줄 알았는데.”

빠직.

이마에 힘줄이 돋은 당백진이 울컥하고 올라오는 무언가를 내리 누르며 파르르 떨리는 입가를 겨우 진정시켰다.

“……그거 한 번 더 상기시키려고 온 거냐?”

“이번에 보셨겠지만, 녀석들의 재능이 그리 뒤떨어지지 않죠. 당장 섬서랑 산동 조무래기들을 박살 낸 것만 해도 그렇고. 최후의 10인에 들기 전에 태강, 진무양, 명진, 황태, 낭소소까지 최후의 10인이 아니라 최후의 50인이었으면 우리 애들이 40명도 더 들었을 거라고요.”

그 말에 당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발군의 실력을 선보여 비무대회를 참관한 모든 이들이 인정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녀석들이 다른 무관 놈들보다 못한 게 노력? 재능? 무엇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공을 말하고 싶은 거냐.”

내공이 현저히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천무관의 후보생들.

13세 이전, 입관하기 전부터 명문가 출신의 후보생들은 이미 제 문파에서부터 뻗어 나온 내공심법으로 몸을 단련시키고 구결을 이미 몇 번이고 익혔겠지만.

명문가가 아닌 군소방파거나 혹은 상단과 표국 출신은 이렇다 할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사천심법이 나온 것이다. 사천무관의 기본공인 사천심법, 그리고 사천검법.

이 두 가지가 사천무관의 뿌리가 된다.

그래서 후보생은 좋든 싫든 사천심법과 사천검법을 반드시 익히게 만든다. 후보생 때 익힌 그 뿌리만큼은 잊지 말라고 말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기수가 각각 상대를 맞이할 때마다 무너진 이유. 각자 무공에 대한 이해도 탓도 있겠지만 내공이 월등하게 뒤떨어졌죠. 그 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독단은 불가하다.”

쳇, 안 통하네. 쉬운 길로 가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어려운 길로 가긴 귀찮았지만, 하는 수 없지.

“……사천무관의 북쪽 동굴을 알고 있습니까?”

나는 결국 본론을 꺼냈다.

“북쪽 동굴?”

“북쪽 동굴에 괜찮은 영물 한 녀석이 살고 있죠.”

“……영물이라.”

일전에 교관들을 파견하여 북쪽 동굴을 조사한 적이 있음을 떠올린 당백진이었다.

“딱히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거니와 여태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소식은 없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걸로 아는데.”

“맞아요. 인명 피해는 주지 않는 녀석이죠.”

“이번에 북쪽 동굴로 조별 과제를 하러 가서 만난 것이냐.”

눈치도 빠르셔라. 하여간 머리 하나는 잘 돌아간다니까.

“그 녀석을 잡자는 것이냐.”

“그 녀석을 왜 잡아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

“예. 아주 복덩어리 녀석이죠.”

나는 품속을 뒤적거리며 꺼낸 물체를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이게 뭔가?”

“알. 녀석의 알입니다.”

귀구의 알이었다. 무려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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