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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91화 (89/250)

제91화

제91화

용호상박(龍虎相搏).

치열하게 난투극을 벌이는 섬서무관과 산동무관의 검진 대결에 비무장 아래에 있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과연 삼대 무관의 뛰어난 후기지수들이 아닌가.”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구려. 막상막하라니.”

“……무림의 홍복이 아닐 수 없단 생각이 들면서 가슴 한쪽이 아주 든든하외다. 허헛.”

관중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지켜봐야만 했다. 강호 무림에서 비무는 종종 있는 일이다.

저잣거리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쳤다고 시시비비를 가릴 때도 비무를 하는 것이 당금의 무림이니까.

그러나.

“여럿이서 단체로 작심하고 부딪치는 것은 어딜 가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래도 그렇지. 문파 간의 생사투라도 벌이지 않는 이상 말이오.”

“뭐 그래도 사파 나부랭이들이랑 부딪칠 때는 많지 않소?”

“예끼! 사파 나부랭이들이라고 할지라도 그 근처에서 구경하다가 불똥이나 안 튀면 다행일세!”

정사대전, 정마대전 같은 규모가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는 양상이 바로 단체전이다. 혹은 문파 사이에 골이 깊어 어쩔 수 없이 멸문지화를 목표로 세력 다툼을 벌이는 것이라든지.

“승부가 보이지 않는 걸.”

“그러게. 내공이 마를 때도 됐는데 말이야.”

“저들이 우리랑 같으냐. 어릴 때보다 좋은 것만 먹고 자라난 녀석들이잖아.”

“그보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송무와 태강, 황태, 남사익이 팔짱을 낀 채 감상했다.

“아무래도 섬서무관이 아닐까? 산동은 너무 공격 일변도야. 저렇게 하면 금방 지치기 쉽다고.”

“으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놈.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몰라?”

송무의 말에 황태가 혀를 차며 산동무관의 탁궁과 팽완을 가리킨다.

“저게 쉬지 않고 공격을 쏟아부어서 지친 얼굴로 보여?”

“그래서 황태, 너는 산동무관이 이긴다는 거지?”

“당연하지. 모름지기 공격이 최고다.”

그 말에 현혹된 다른 세 사람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황태의 말이 맞는 것 같은데?”

“하긴. 풍월검진을 좀 봐.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위태해.”

“산동무관이 이길 것 같아. 우린 산동무관에 대비하자. 탁궁과 팽완만 어떻게 잘 막아 보면……!”

쯧.

“에잉! 눈은 뭐 하러 달고 있냐.”

독설이 그대로 후보생들의 고막을 때렸다.

멈칫한 후보생들이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자, 삐딱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천무린의 모습이 보였다.

“히익!”

“가, 가!”

황태와 남사익은 천무린이 등장하자마자 헛기침을 내며 사라졌으나,

“……또 뭐가 문젠데? 누가 봐도 산동무관이 우위에 있는 건 맞잖아.”

“맞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저 모습만 봐도 섬서무관은 가능성이 없어.”

송무와 태강이 열띤 주장을 펼쳤다.

허허, 녀석들. 거참 말이 많네.

천무린은 두 사람의 목덜미를 팍! 하고 잡고, 비무장으로 고개를 고정시켰다.

“자아, 어디 보자. 산동무관이 공격 일변도라 눈으로만 봤을 때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 근데 그게 전부이겠냐?”

“……그럼 두 눈으로 잘 본 것 아냐?”

“눈은 잘 달고 있는 거네 뭐.”

쓰읍.

목덜미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자 두 사람이 움찔했다. 사소한 반항은 여기까지였다.

“풍월검진이 펼치는 원진은 애초에 공격도, 방어도 근간으로 한 진법이 아니야.”

“그럼 무엇을 위해……?”

“당연히 버티는 거지.”

“버틴다고?”

“상대방의 힘이 빠지기를.”

“그러기엔……. 너무 힘겨워 보이는데.”

송무와 태강은 아무리 봐도 풍월검진이 모래성처럼 금세 무너져 내릴 듯이 보였다. 풍월검을 펼치는 곡현기와 구양표 역시 지쳐서 목소리를 더 내지 못할 정도로 겨우 버티는 게 고작인 것처럼.

“그럼 무린이 너는 산동무관이 질 거라고 보는 거야?”

“응. 져. 그러니까 풍월검진을 어떻게 공략할지 연구해. 산동 거 연구하지 말고. 일각은 더 걸리겠네. 하아암.”

그렇게 말하고 천무린은 하품을 하며 뒤로 빠졌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태강은 자신의 목덜미를 잡으며 콧김을 뿜었다.

“자신의 말이 맞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없고. 흠!”

그 말에 게슴츠레 눈을 뜬 송무가 태강에게 은근한 시선을 줬다.

“그게 아니라 맞을까 봐 아니라고 못 한 거 아니야?”

……크흠.

그리고 정확히 일각이 다 되어 가자,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검진 승부는 조금씩 승패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다 뚫렸어! 이제 선두와 후미를 갈라놓으면 풍월검진 따윈 패왕검진에게 상대가 안 된다고!”

“으랴아아!”

산동무관의 탁궁과 팽완은 혼신의 힘을 쏟았다.

핏대가 설 정도로 용을 쓰는 그 둘은 산동무관의 7기 생도들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비무 때랑 좀 다르긴 한데?”

“탁궁 생도는 사결개라고 들었어.”

“개방에서도 알아주는 후기지수란 소리지.”

“근데 산동이 아무래도 이길 것 같은데?”

백리무영과 신혁건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비무장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그 말을 송무와 태강이 달려오며 히죽 웃었다.

“그렇지? 너희가 보기에도 산동이 이길 것 같지 않아?”

“아휴, 모두가 다 저렇게 볼 정도로 우세한데 당연한 소리지!”

신나서 소리치는 두 사람의 말에 백리무영과 신혁건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렇지? 근데 너희 왜 그렇게 신나 있냐?”

“그러게. 너무 들뜬 거 아냐?”

그러거나 말거나 송무와 태강은 히죽거리며 산동이 이기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살면서 언제 천무린에게 한 방을 먹여 보겠는가.

호언장담한 천무린 앞에서 아니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 순간이!

“후후후.”

“흐흐흐.”

두 사람의 비릿한 웃음에 백리무영과 신혁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린이한테 너무 맞아서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은데.”

“누가 아니래. 하여간.”

하지만 그런 잡담도 잠시, 네 후보생은 금방 비무장 위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1차전인 비무 시합에서 이겼다고 해도 2차전인 검진 대결과 아직 종목이 밝혀지지 않은 3차전에서 지면 지금껏 쌓아올린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간다.

그것을 알기에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비단 네 후보생뿐 아니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검진의 향연에 여타 다른 후보생들 역시 마치 빨려 들어가듯 비무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1차전에서 보였던 대련 실력에 비해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이들에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 저 정도는 되어야 생도가 되는 거구나.”

“비무만이 전부는 아니지. 지도력을 봐. 탁궁의 지휘 실력도 미쳤지만, 팽완까지도 완벽하게 뒷받침을 잘해 주고 있어.”

“그러게 말이야. 장난 아니야.”

검진을 이끄는 이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후보생들은 새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손짓과 눈짓 한 번에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검진의 모습을 보며, 산동과 섬서에서 검진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감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비무장 위에서는 처절한 대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꽈앙!

풍월검진의 선두를 맡고 있는 구양표와 패왕검진의 선두를 맡고 있는 탁궁의 충격은 고스란히 검진 전체로 전달됐다.

‘미친, 어떻게 된 녀석들이 아직도 이 정도의 힘을?’

그러나 검의 손잡이를 놓칠 만큼 큰 충격에 탁궁은 애써 울컥 올라오는 핏물을 삼켜야만 했다.

‘크으, 내상이다. 제기랄.’

풍월검진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힘겨워 보였다. 그것은 두 눈이 옹이구멍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완고하게 버티고 있으니 공격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팽완!”

“알겠다!”

팽완과 자리를 교체해야 할 만큼 탁궁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며 탁궁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곡현기와 구양표.

자신과 팽완 또한 호흡이 좋았고, 검진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힘겹다.’

풍월검진은 힘을 분산시키는 데 탁월했고, 패왕검진은 힘을 집약시키는 데 탁월한 진법이었다. 즉, 서로 상극인 두 진법이 부딪치게 되면 패왕검진은 최대한 빨리 풍월검진을 양분시켜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유리해지는 쪽은 풍월검진이니까.’

그것을 알기에 탁궁은 팽완과 함께 초장부터 풍월검진을 전력으로 깨부수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러기엔 곡현기와 구양표가 진두지휘하는 풍월검진은 예상외로 아주 단단했으니까.

……피식,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쏘냐.

“완아, 가자.”

일사분란하게 공방전을 치르고 있던 팽완은 뒤에서 들려오는 탁궁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팽완 역시 느끼고 있었다. 이번이 전력으로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체력적 한계라는 것을.

힐끗.

특히 곡현기와 구양표가 이 지긋지긋한 공방전에 방심했을 것을 염두에 두면서.

팽완은 오호단문도를, 탁궁은 타구봉법을 펼치며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멍청하긴!”

구양표는 콧김을 내뿜으며 탁궁과 팽완의 기행적인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패왕검진을 펼치는 데 탁궁과 팽완이 빠지면 그 위력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하지만.

“양표! 긴장해라. 원진이 아니라 방진으로 바꾼다!”

“뭐?”

곡현기의 다급한 외침에 반문한 구양표였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파괴적인 오호단문도의 위력과 변칙적인 타구봉법의 갑작스러운 전개에 곡현기는 앞으로 튀어 나가며 검을 뻗었기 때문이다.

콰앙! 콰앙! 쾅쾅!

그렇게 몇 차례 파열음이 들려오더니 먼지바람이 비무장을 가득 뒤덮었다.

“뭔데! 어떻게 된 거야?”

“누, 누가 이겼어?”

“산동무관? 섬서무관?”

생각보다 먼지바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 탓에 비무장 아래에 있는 이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꼴깍.

모두가 숨죽인 순간.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네? 허허, 어느 미친놈이 대체.

“드르렁, 드르렁…….”

……천무린이었다.

진지하게 좀 보나 싶었는데.

“드르렁……. 쿠와아아앙!”

빠직. 후보생들의 집중력을 깨뜨리는 코골이 소리는 마치 벼락 소리 같았다.

“방해나 하지 말든가!”

“으휴! 앓느니 죽지.”

“저런 걸 믿고 우리가 검진을? 난 못 해!”

이를 빠드득 가는 8기 후보생들은 당장이라도 검진 시합을 때려치우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우와아아아아!”

“미쳤다!”

“이게 바로 검진 시하압!”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는,

“2차전 검진 시합 첫 번째 대결, 섬서무관 승!”

섬서무관의 승리였다.

정확히 일각이 지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응? 뭐야, 벌써 끝났어?”

……송무와 태강의 표정은 급격히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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