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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87화 (85/250)

제87화

제87화

“비무대회의 첫 번째 시합인 일대일 종목은 7기수, 8기수 모두 우승을 한 사천무관의 승리입니다. 그다음으로는 검진(劍陣) 대결이 있을 예정이며, 사흘 뒤에 진행될 것입니다. 참고로 첫 번째 시합에서 부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 생도와 후보생의 참가는 불가하오니, 그 점 반드시 유의하여 대진표를 짜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하후성의 담담한 말이 울려 퍼졌다.

“또한, 두 번째 시합인 검진 대결은 두 기수 모두가 행하지 않고, 오로지 한 기수만이 출전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공표하는 바입니다. 각 무관주님들께서는 이 점에 유의해 상의한 후 대진표와 함께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상 위 사천무관주 당백진을 비롯한 섬서무관주 혜공과 청강, 산동무관주 남궁도까지 하후성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결과를 떠나 비무대회에 참가하여 최선을 다한 참가자들을 비롯하여 비무대회에 열띤 환호를 보내 주신 수많은 관중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사흘 후 이 자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깔끔 담백한 하후성의 진행에 단상 위를 비롯한 비무장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관중들이 마치 썰물 빠져나가듯이 비무장을 빠져나갔다.

“크으, 정말 대단하구먼.”

“이리도 사천무관의 위세가 대단할 줄 몰랐구려.”

“괜히 두 기수 동시 참가를 시켰겠는가. 사천으로서는 칼을 간 결과가 나온 셈이지.”

“이런 걸 두고 승부수를 띄웠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비무장을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관중들은 비무대회에 대한 감상을 서로 나눴다. 아마 그 여운은 이 비무대회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비무대회에 참가했던 후보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길었다.”

“진짜로 너무 길었다.”

“모두들 고생했어.”

비무대회에 참가하여 그간 고생한 노고를 함께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여운을 만끽하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허, 추풍검 송무 소협이 아니시오?”

“하하, 그대는 적화객 남사익 소협?”

“낄낄, 낄낄낄.”

“껄껄껄!”

스스로가 일궈 낸 결과를 기꺼워하는 송무와 남사익처럼 손뼉을 마주치며 즐거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쩝.”

그리고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는 이도 있었으니.

신혁건이 부러운 눈길로 백리무영을 바라봤다.

“여긴 매화쌍절 나리가 아니시오?”

“크흠. 부러운가, 혁건.”

“……나도.”

“응?”

“나도! 저 새끼만 안 만났어도!”

신혁건은 억울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천무린을 손가락질했다.

저놈만 아니었어도 송무, 남사익, 백리 형제보다도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관중들의 인정을 받고 별호가 생겼을 것이다.

너무도 억울하여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

하지만.

“시끄러! 고의 패배를 한 새끼가 어디서 소릴 질러!”

“…….”

천무린의 으르렁거림에 바로 입을 꾹 다무는 신혁건이었다.

“나도 네놈만 아니었으면 고의 패배 따위는…….”

“고의 패배한 새끼가 아직도 입이 살아 있네. 맷집이 아주 튼튼해졌나 봐? 아직도 입이 둥둥 떠다니는 거 보니.”

뚜둑. 뚜둑.

아니, 손은 또 왜 푸는데!

신혁건이 뒷걸음질을 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설화린이 혀를 차더니 천무린과 후보생들을 쳐다본다.

“그나저나 기존에 생각했던 대진표를 모두 바꿔야 하는 것 아니에요?”

“에?”

설화린이 송무, 황태, 백리무영을 비롯한 8기 후보생들 중에서 부상자들을 골라냈다.

“저도 그렇고, 아직 본래의 몸 상태를 되찾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라서요.”

그러고 보니.

“뭐야, 아직도 회복이 덜 됐어? 이런 나약해 빠진 놈들.”

……자기가 말도 안 되는 괴물인 줄은 생각지도 않고.

그러나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뱉는 멍청한 이들은 없었다.

퉁명스레 말하는 저 괴물의 눈에 안 띄길 빌어야지.

“……그럼 지금 멀쩡한 놈들은 누가 남은 거지?”

“나!”

신혁건이 손을 들었다.

“하, 저 새끼. 저거 전혀 믿음이 안 가는데. 또 고의 패배…….”

“아오! 무슨 고의 패배야! 으으.”

아마 평생 놀림감이 될 터였다.

그러나 어쩌겠나.

책임은 온전히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인데.

“……아무튼.”

신혁건을 비롯해 태강, 진무양, 명진, 당지운, 낭소소, 그리고 부상을 잘 피해 간 후보생들이 차례로 손을 들었다.

“멀쩡한 녀석이 별로 없네.”

천무린의 미간이 좁아졌다.

기존에 구상했던 사천검진의 후보생들이 대거 빠짐으로써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전력이 되어 버렸다.

그 말에 기존에 검진 대결에 참가하기로 구성되었던 후보생들의 표정에 황망함이 어렸다.

괜스레 자신들 때문에 2번째 시합이 어그러지게 생겼으니.

미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천무린이 쯧, 하고 혀를 찼다.

“오해하지 마. 너희들에게 뭐라고 하려고 한 말은 아니니까. 당연한 결과다. 비무대회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뜨끔.

찔린 신혁건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

“7기수가 참가하면 되지 않을까?”

“거기도 만만치 않을걸.”

그 말에 송무가 고개를 저었다.

8기수도 꽤 많은 부상을 당했지만, 7기수보다는 아니었다.

“우리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우리끼리 부딪친 경우도 많으니 서로에게 대비하기가 쉬웠지만, 7기수는 아니었잖아.”

7기수는 최후의 10인에 든 것은 고작 한 명, 이백에 그쳤다.

그 뜻인즉슨, 7기수 대다수가 섬서무관과 산동무관 놈들에게 개작살이 났다는 것. 성한 몸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렇구나.”

“뭐, 그리고 관주님께서도 이 녀석을 전 시합에 다 참가시키라고 하셨을 정도였으니.”

당백진의 말을 떠올린 8기 후보생들이 혀를 찼다.

하여튼.

이놈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슨 생각이 든 건지.

“……뭐, 기회는 균등해야지. 다른 녀석들도 노력 꽤나 했으니까.”

검진을 펼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위가 아니다.

물론 무위가 강하면 검진을 이끌어 가기 좋지만, 자칫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검진을 폭넓게 바라보고 시기적절한 공격과 방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 단순히 무위가 강한 이들보다 더 낫다.

“검진에 참가해야 하는 인원은 총 몇 명이지?”

“총 12명.”

“12인 사천검진이라.”

물론 천무린은 전생의 마도관에서도 12인이 아니라 32인 검마진(劍魔陣), 72인 광마진(狂魔陣)도 직접 진두지휘를 했었다.

어디 그뿐이랴.

정마대전에서는 108인의 천마검진(天魔劍陣)을 직접 펼쳐 소림이 자랑하는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과도 맞붙은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저놈들은 진법으로 치면 말도 안 되는 놈들밖에 없는데.”

섬서무관, 산동무관도 제각기 진법을 익혔을 것이다.

그러나 진법에 대한 뿌리가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사천무관에서 만들어 낸 사천검진이 뒤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섬서무관과 산동무관이 구성하고 있는 문파들이 가진 저력이 담긴 진법은.

“황새와 뱁새의 차이겠지.”

특히.

섬서무관에 소속된 문파들은 그 궤를 달리한다.

소림은 백팔나한진과 십팔나한진.

무당은 태극검진과 구궁검진.

화산은 매화검진과 태청검진.

제갈세가의 기문진법.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법들이 가득하다. 그 진법을 펼칠 수 있는 수뇌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진법은.

천무린조차도 상상이 잘 안 갈 정도다.

“심지어 검진 대결은 단순히 승부에만 있는 건 아니라며.”

“응, 맞아.”

송무가 애체를 바로하며 고개를 끄덕여 설명을 이어 갔다.

“검진 대결은 승부에 대한 평가도 있지만, 그것 외에 얼마나 조화롭게 펼치는지, 상대와의 격전에서 중심을 잘 잡고는 있는지, 진두지휘하는 자의 역량까지 모두 따진다고 들었어.”

아이고.

복잡하다, 복잡해.

“아오, 강하면 장땡이지. 또 뭘 귀찮게 그렇게까지 구냐. 열 받게.”

“……근데, 무린아. 그렇게 진법이 차이가 날까?”

“뭐?”

어처구니없다는 듯 송무를 바라봤지만, 비단 송무뿐 아니라 후보생 대다수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천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하기야 얘들은 사천검진을 실전에서 써 보지도, 다른 진법을 마주한 적도 없을 테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렇담.

“더더욱 이럴 틈이 없겠네.”

고작 남은 시간은 사흘이었다.

이 코흘리개 놈들을 제대로 키우려면 한시바삐 움직여야 했다.

“……어? 지금 당장?”

“우리, 안 쉬어?”

“그래, 무린아. 오늘은 쉬자. 이제 막 비무대회가 끝났는데…….”

지쳐 보이는 후보생들이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비무장에 있었는데.”

“우리도 낙양에 왔는데, 어떤 곳인지는 봐야…….”

“낙양에 있는 음식들이 그리 맛있다는데, 맛은 한번 봐야지.”

“옳소, 옳소. 낙양에 왔는데 그냥 가기는 너무하잖아?”

그 말에 천무린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오호, 낙양에 왔으니 즐겨야 하는 거로구나.”

후보생들이 단체로 반기를 든다.

허허.

이 녀석들이 다 컸네.

내 말에 반항할 줄도 알고.

비무대회에서 좀 이기니까 제법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하하, 그래그래. 내가 너무했네.”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첫 번째 시합도 끝난 마당에 우리도 조금은 피로를 풀어야…….”

“그럼그럼, 지당하신 말씀.”

내가 너무했어.

여태 이렇게나 썩어 빠진 마음가짐이 들게끔 가만히 있었네그려.

“내가 너무 게을렀구나. 게을렀어. 원시천존이여, 나를 용서하지 마소서.”

흐뭇하게 웃는 천무린은 자리에 일어났다.

“……그래, 다 같이 쉬자고.”

어?

근데…….

“무, 무린아. 그건 왜 드는 거야?”

저건 몽둥이가 아닌가?

저건 왜…….

후보생들이 순간 주춤했다.

“아, 별거 아냐. 다 같이 영영 쉬게 해 주려고. 비무대회니 뭐니, 다들 고생한 김에 푹 쉬게 해 주려고 그러지.”

“으아아아아!”

“도망가! 저 새끼! 눈에 동공이 없어!”

“초점이 없다아아아! 다 같이 흩어져!”

“이리 와! 이 새끼들아아아! 평생 쉬자! 어? 평생 쉬어어어!”

눈깔이 뒤집힌 천무린의 몽둥이찜질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설화린만이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아아.”

어째 조용히 지나가질 않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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