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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85화 (83/250)

제85화

제85화

“각원! 각원! 각원!”

“천무린! 천무린! 천무린!”

“비켜! 내 자리야!”

“이 사람이? 여기에 네 자리, 내 자리가 어디 있나! 다 똑같이 돈을 내고 들어온 사람들일세.”

“와아아아아!”

사천무관 대 섬서무관.

모든 승부를 종결짓고 올라온 사천무관의 후보생과 섬서무관의 후보생이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비무장에 올라와서 하후성에게 주의 사항을 듣고 있었다.

결승에 올라온 두 사람의 이름을 연신 부르짖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비무장 안이 가득 채워졌다. 예선과 본선을 지켜봤던 관중들의 수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은 늘어난 엄청난 인원수에 후보생들은 그만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나 많이?”

“결승이잖아.”

“7기수 결승 때보다 더 많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착각 아냐. 진짜로 많을걸?”

“어째서 그렇지?”

“7기수 때도 결승전 생각하면 가장 박진감도 넘쳤고, 워낙 이백 선배와 각신 생도가 보여 준 게 컸으니까.”

7기수 결승, 이미 그 승부를 본 사람과 못 본 사람 사이에서 괴리감이 생길 정도로 결승전에 대한 인상은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사일검룡 이백 대 철권 각신.

두 사람이 보여 준 정파 무림의 미래가 매우 기대되었기에 관중들의 입에 계속 회자되었던 것.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우승인가.”

“음, 그렇지.”

우승.

사천무관 7기수의 우승은 그간 만년 꼴찌였던 사천무관의 위상을 드높여 주었고, 추락했던 위신을 바로 세워 주었다.

그런데 만약 8기수까지 우승을 한다면?

진정으로 사천무관이 삼대 무관의 수좌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8기수는 생도가 아닌 후보생의 신분이다.

그렇다 보니 천무린이 했던 말처럼 내년에 있을 비무대회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저 영광에 취해서 노력만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파란을 일으키는 인물들 중 단연 방점이 찍힌 이는 다름 아닌.

비무장 위에서 헛둘, 헛둘 하며 기지개를 켜는 천무린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보통 결승이라고 하면, 뭔가 긴장감 같은 게 느껴지기 마련이지 않나?”

“그건 일반적인 경우고.”

“우리가 지켜봐야 할 건.”

천무린이 아닌 반대편에 각원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큰 바람으로.”

“고이다 못해 썩은 곳을 도려낼지 지켜볼 일이지.”

후보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이상하다. 천무린은 늘 후보생들의 증오 아닌 증오를 사고 있는 인물이지만, 은연중에 배어 있는 믿음이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섬서무관과 산동무관의 그늘에 가려져 단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했던 사천무관을 8기 후보생들의 멱살을 잡아끌어 올려 수면 위로 드러내게 했다고 말해도 무방한 수준이 아닌가.

사천무관에 구성된 문파들은 대체로 섬서무관과 산동무관의 문파들에 비해 위명이 부족했다.

섬서에는 구파일방의 수좌로 자리 잡고 있던 소림과 무당, 화산과 종남, 제갈세가까지 있었다.

산동에는 오대세가의 수좌로 자리 잡고 있던 남궁가, 황보가, 모용가, 팽가, 개방까지 있었고.

무관이 세워지기 전에 이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대한 저력이 있는 섬서와 산동은 수십, 수백 년의 전통을 구축해 온 문파들이 대다수였다.

그에 비해.

사천은 구파일방 중에서도 가장 하위권에 속하는 문파들 다수와 사천당가의 힘 하나로 겨우 버티는 수준이 아니던가.

그래서 감히 정통성과 전통적인 힘을 이길 순 없다고 말하던 강호의 호사가들이었다.

결국 8년간의 비무대회 결과가 그것을 증명한 셈이었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고정관념이 되어 버린 그 생각을 바꿀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환호하는 관중들이, 천무린을 연호하는 저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왜 그런 말도 있잖아.”

“뭐?”

“일단 유명해져라.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라고.”

“윽, 더러워.”

“더럽긴 뭐가. 틀린 말도 아니지. 강호에서 유명해진다는 게 무슨 말이겠어. 힘이 있다는 뜻이 되겠지.”

“무린이가 늘 말하던 거잖아. 목소리를 높이려면, 그리고 말에 힘을 실으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꿀꺽.

* * *

“정파 무림의 홍복입니다. 홍복이에요. 하하.”

“암요. 이를 통해 정파 무림은 더없이 발전할 것입니다.”

“마도가 들고일어난다고 할지언정, 새로운 대들보들이 저리 장성하니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단상 위에서 속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듣는 남궁도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크게 일그러졌다.

“……으득.”

홍복은 개뿔.

그는 삼대 무관 중 하나인 산동무관의 수장이다. 산동에서의 영향력으로만 따지면, 무림맹주 독고황보다도 위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저 결승에서 누가 승리를 한다고 해도 산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뿌드득.

남궁도가 잡고 있는 의자의 손잡이가 파사삭 하고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고작 생도나 후보생 따위의 승부가 산동무관주 남궁도의 권위랑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혹자는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

무관주의 권위와 권력은 곧.

‘중원 무림에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자금의 융통이 어디로 향하는가, 명문가와 군소방파들의 관심이 어디로 쏠리는가.’

그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이 비무대회의 우승이었다. 우승하는 무관에게 생기는 영광은 그 무관의 권세를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제기랄.

섬서가 이긴다면 여태 쌓아 놓은 섬서무관의 위세가 유지되다 못해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고.

사천이 이긴다면 그저 작은 파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8기수의 승부가.

‘내년에 있을 비무대회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고작 1년마다 찾아오는 비무대회에 대한 영광을 무려 앞당겨 받는 셈이니, 산동무관으로서는 이러나저러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뿌득.”

이가 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 한 사람에게 절로 시선이 갔다.

다리를 꼰 채 턱을 괴고 비무장 위를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

사천무관의 관주.

……당백진.

이 능구렁이 같은 늙은이가.

처음에 당백진이 두 기수를 동시에 대회에 참가시키자는 의견을 냈을 때, 남궁도는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7기수, 8기수 누구를 놓고 봐도 괜찮은 재목들이 산동에는 아주 많았으니까. 못해도 사천무관보다는 나을 것이리라는 안일한 생각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그땐 꿈에도 생각 못 했지만.

삐걱대는 움직임으로 비무장 위로 시선을 옮긴 남궁도는 저도 모르게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가고 이를 갈아붙이게 되었다.

‘심계도, 결과도…… 모두 졌다.’

남궁도의 못마땅한 표정은 풀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 * *

“시주의 무공을 보고 싶습니다.”

“……뭐?”

각원은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여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무공을 펼친 적이 없지 않습니까.”

나를 꽤 유심히 봤나 보네.

남자한테 그리 과한 관심을 받는 거 딱 질색인데.

“이미 궤를 달리하는 경지를 보여 준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시주가 펼치는 무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하, 미안한데.”

내가 제대로 무공을 펼치면 넌 죽어. 이 새꺄.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애 앞에서 뭔 말을 하겠냐, 내가.

“네 수준이 그 정도가 된다면 고려해 보지.”

“그럼 사양치 않고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넉살도 좋네. 내가 그렇게 도발해도 꿈쩍도 안 하다니.

하지만 새삼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각원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금빛 서기.

“호오.”

금빛 서기라니.

소림의 무공 중에서 금빛 서기를 펼칠 수 있는 무공은 단 세 가지뿐이다. 역근세수경(易筋洗隨經), 대반야능력(大般若能力),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

그리고 저 기운은.

“대반야능력?”

7기수의 각신 그놈도 펼치지 못했던 무공인데, 어째서 이놈이.

“……시주의 무공에 대한 깊이에 실로 놀라울 지경입니다.”

각원은 진심으로 자신의 기운을 바로 읽어 내는 천무린의 무공에 대한 깊이와 시각에 매우 놀라워했다.

무공에 대해 어느 정도 무관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할지언정.

정보를 다루는 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빠삭하다니.

“놀랄 것 없어. 소림이라면 네 녀석보다 내가 더 잘 알 테니.”

이놈아, 내가 네놈 할아비보다도 배분이 높은 소림의 일원들과도 붙어 봤어. 이 새꺄.

각원을 보니, 한 사람이 떠오른다.

땡중이나 다름없었던 천각대사 말이다.

「 시주, 소림에서 역근경 다음으로 뛰어난 무공이 무엇인 줄 아시오? 」

「 내가 그걸 알아서 어디다 써? 」

「 혹시 모르잖소. 」

그렇게 단상 위에 있는 혜공보다도 한 배분이 높은 소림의 전대 방장이랑 한 따까리 한 몸이다.

여유를 부리며 말하는 내 모습에 각원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저 우스갯소리로 흘려듣고는 주먹을 꽉 쥔다.

“……부디 깊이 있게 아는 만큼이나 이 무공도 잘 막길 바랄 뿐입니다.”

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각원의 전신에서 금빛 서기가 터져 나왔다.

“오오!”

“금색이라니! 살아생전에 소림의 금빛 기운을 보게 될 줄이야!”

“우와아아아!”

눈부신 금빛 기운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소림의 뛰어난 무공을 익혔을 때 금빛 서기가 보인다는 사실이 잘 알려졌기에 관중들은 웅성거리며 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금강복마권이오!”

일일이 말해 주지 않아도 돼. 이 새꺄.

후웅!

부처의 힘 앞에 흉신악살의 마귀가 굴복하는 권(拳)의 힘은 실로 거력을 담고 있었고, 이 기운은…….

꽈르르릉!

천무린이 있던 곳을 떨어 울렸다.

그러나.

“느려, 이 새꺄.”

고개를 돌린 각원의 옆에 나타난 천무린이 그대로 그를 걷어찼다.

콰앙!

주르르륵.

허깨비가 훅 꺼지듯 사라진 천무린의 움직임.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금강복마권으로 인해 뻗은 팔을 회수하느라 천무린의 공격을 겨우 막아 내는 데 그친 각원은 자신의 내부가 진탕이 된 느낌을 받았다.

울컥.

식도를 타고 올라온 비릿한 혈향이 느껴지자, 거침없이 뱉어 내는 각원이었다.

“그걸 막아? 허, 어이없네.”

진짜 누가 누굴 보고 어이없다고 하는 건지.

각원은 경악스런 눈빛으로 천무린을 바라봤다.

단순한 발차기가 아니었던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7기수, 아니 6기수, 5기수의 배분 높은 사형들에게서도 이와 같은 벽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소림이 낳은 인재들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각원이다.

재능을 인정받아 대반야능력을 익힌 그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의 손이.

파르르.

‘내가 떨고 있는가.’

각원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무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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