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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84화 (82/250)

제84화

제84화

7기수 우승자 사일검룡(射日劍龍) 이백.

8기수의 마지막 승부까지 오른 매화쌍절(梅花雙絶) 백리무영과, 매화의 정수를 보여 준 매화쌍절(梅花雙絶) 백리후.

그리고 적화객(赤火客) 남사익. 각원에게 비록 무너졌지만 그의 열양장과 태양궁의 위명을 크게 떨친 남사익이 얻은 별호는 적화객이었다.

창천검룡 남궁호와의 격전에서 물러섬 없이 추풍낙엽과도 같은 검을 보여 주었다고 하여 붙은 추풍검(秋風劍) 송무.

그리고 유일무이하게 사천무관 소속이 아닌 후보생 중 별호를 단 인물은.

대력권(大力拳) 각원.

바로 최종 결승에 오른 각원이었다.

높은 수준의 비무를 보여 줬거나 뇌리에 깊이 남은 이들에게 붙은 별호들이었다.

그러나.

“대체 저 후보생에게 관중들은 어떤 별호를 붙일지 궁금할 지경이오. 이제는.”

천무린을 지그시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드러냈다.

“그러게나 말이오.”

왠지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칠 것 같지가 않았기에.

* * *

“아무리 그래도…… 준결승에서 자기 동기를 그렇게 패는 놈이 세상 천지에 어딨냐?”

“무공이 약하면 맞는 게 당연하지. 아니, 전장이었으면 그냥 뒈졌지.”

여긴 전장이 아니니까 그렇지!

입을 딱 벌리는 후보생들을 뒤로하고 천무린은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쌓였던 감정을 다 풀어서 아주 개애우운하다!”

들떠 있는 천무린의 표정은 모두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했다.

“뭐야, 그 불만 어린 표정들.”

“암만 그래도 무영이를 저 꼴로 만들어 놓으면…….”

싸우다 지쳐 요양하고 있는 송무보다 더 처참한 몰골로 골골대는 백리무영이었다. 그 어떤 치열한 격전을 치러도 저렇게 골골대지 않을 텐데.

그 모습을 응시하던 천무린이 후보생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무영이에게 고맙다고 해. 너희들 몫까지 두들겨 맞은 거니까.”

어?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허허, 이놈들 보게?”

되레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후보생들을 쭉 훑던 천무린이 혀를 찼다.

“설마 그 따위로 무공을 펼쳐서 패배한 놈들이 무관에 돌아가서 그냥 두 다리 쭉 뻗고 잠잘 수 있을 줄 알았어? 에이, 세상에 그런 몰염치한 인간들이 어딨어?”

몰염치라는 말이 그렇게도 쓰이는 건가.

턱이 덜덜 떨린 후보생들은 모두 헛기침을 하더니, 요양 중인 백리무영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무영아, 네가 영웅이다. 너 하나로 무려 오십여 명의 목숨이 구원을 받았잖아.”

“암, 그렇고말고. 매화쌍절? 아니지, 매화구세주라고 해!”

“네가 최고다!”

천무린을 비방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에 백리무영을 극찬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낄낄거리던 천무린은 품속에서 조용히 과일 향으로 가득한 달달한 곡료 하나를 꺼냈다.

“너어!”

“쉿, 쉿.”

“미친놈이냐! 곧 결승인데 곡료를 꺼내?”

“한 잔 정도는 긴장도 완화시켜 주고 좋아. 아주.”

몰래 곡료를 꺼내 먹는다고?

대회 기간 동안엔 악교운이 곡료를 먹지 말라고 엄포를 늘어놓았는데.

미친놈이 따로 없다. 미친놈이 따로 없어.

곡료에 대하여 금지를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정체가 명확하지도 않은 불량 식품 따위가 삼대무관 전체를 상대로 활개를 친다는 것이 영 마뜩찮다는 악교운의 고지식함 때문이었다.

8기 후보생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와중에 다가와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그나저나.”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이는 천무린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송무였다.

“진짜로 결승까지 올라왔네. 그 누구보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조리 찍어 눌렀다. 개박살을 내면서.

그를 상대한 이들 중 멀쩡한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만으로, 이미 천무린의 기량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괴물이니까요. 저 괴물을 우리와 같은 범주의 인간과 동일시하면 절대 안 되죠.”

단호한 설화린의 말에 송무가 쓰게 웃음을 보였다.

“하하, 화린이는 하여튼 너무 무린이에게 뭐라고 한다니까. 누가 보면 좋아하는 줄 알겠어.”

뚝.

그 말에 하하호호 웃고 떠들던 분위기에서 돌연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어, 으응?”

끼긱. 목각인형의 목이 돌아가는 것처럼 후보생들이 일제히 고갤 돌려 송무를 노려봤다. 수십 쌍의 눈빛이 송무를 쏘아보자, 송무는 그만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오, 왜? 무, 무슨 일인데, 다들?”

눈치 없는 송무의 옆에 성큼 다가온 낭소소가 진무양과 명진에게 눈빛을 보내더니,

“처리해.”

단호한 명을 내렸다.

“옙!”

“처리하겠습니돠!”

진무양과 명진이 송무의 양팔과 양다리를 잡더니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무슨 일인데에에에에!”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한차례 폭풍이 사라진 그곳에는 묘한 정적만이 남았는데, 그걸 견디지 못한 후보생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아, 나 목욕물 받아 놨는데 깜빡 잊고 있었네.”

“추, 출출한데 배나 채우러 갈까나.”

“검진, 검진 연습이나 하러 가자고, 다들. 아직 대회 안 끝났어.”

“…….”

후보생들마저 하나둘 사라졌다.

모두가 사라진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설화린과 천무린, 단둘뿐이었다. 낭소소 역시 그 자리에 있어 봐야 별 도움이 안 될 것을 알고 사라진 지 오래였다.

꼴깍, 꼴깍, 턱.

“뭐야, 다들 어디 갔어?”

품속에 대체 몇 병을 숨기고 있었는지, 나무 탁자 위에 나뒹구는 곡료 병은 무려 4병이 넘어갔다.

아니, 그 짧은 새에?

꿀꺽, 꿀꺽.

“캬아! 미쳤구나, 미쳤어. 역시 낙양의 곡료는 가히 중원의 명주라 불릴 만하다니까!”

이 정도면 술주정뱅이가 따로 없었다.

“낄낄.”

“아예 곡료의 씨를 말려 버릴려고 그러는 거예요?”

이 정도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뭐 곡료가 어쩌고저쩌고하더니 당과보다 더 자주 달고 있는 것 같다.

설화린을 보고 주접을 떠는 천무린의 모습에,

“하아아.”

절로 안심하는 그녀였다.

저 정도로 곡료를 마셨으면 그 말을 못 들었을 터.

“……조금 있으면 결승전이에요. 곡료 독이라도 빼면서 마시든가요.”

“곡료 독을 뺄 거 같으면 곡료를 왜 마셔? 으휴!”

그런가…….

“아하, 맞다. 넌 곡료 마시면 안 돼. 알지. 돼지 되는 거. 아휴,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정말. 진짜 쥐어패려다가 겨우 참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황보권과 시비가 붙었던 때를 생각하면.

뒤뚱거리기나 하고!

그때만 생각하면.

화아악.

그 순간이 떠오른 설화린의 얼굴이 금세 다시 벌게졌다.

“무슨! 사람이 배가 불러서 그럴 수도 있지!”

발끈하는 그녀가 한 소리 하려는데,

쿠당탕!

천무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침상 한 곳에다가 곡료 병들을 던지더니 다른 한 손을 쭉 뻗었다.

그러곤 몸에서 확하고 풍겨 나오는 곡료 독을 손으로 가벼운 바람을 일으켜 창밖으로 날려 버렸다.

설화린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하는……?

어리둥절하는 그녀의 뒤에서,

“……곡료? 그 불량 식품 이야기가 왜 나오지?”

악교운이 나타났다.

“……아, 앗! 안녕하세요. 악 교관님.”

당황한 표정을 짓는 설화린의 모습에 악교운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그리 놀라지? 마치 뭘 하려다가 놀란 사람처럼.”

“예?”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였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꺄악!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두 귀를 막은 설화린이 소리를 지르며 그곳을 벗어났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법을 최대 공력으로 펼치는 그녀였다.

“……아주 즐거운가 봐요?”

사라진 설화린을 뒤로하고 악교운의 장난에 천무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즐겁지 않을 건 또 뭔가.”

“하여간. 이젠 야차가 아니야, 야차가 아니야.”

“애초에 그 별호는 버리려고 생각했다.”

“헹, 절대 못 버릴 걸요.”

천무린과 악교운의 눈이 마주쳤고 서로 피식하며 웃어 버렸다.

“무슨 일이에요?”

“……이런 말을 하기 뭣하지만.”

음?

무슨 말을 하려고.

“너무 힘을 드러내지 마라. 과하다.”

“예?”

힘을 드러내지 말라고?

“네 힘의 근원이 어디인지 수많은 이들이 의심하고 있다. 8기수를 넘어 7기수도 과연 네 무위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정도이기에 그 의심을 최대한 지워야 하지 않겠나.”

그건 좀 그런가.

틀린 말은 아니다.

“……뭐.”

“애당초 네가 비무대회에 참가하지 안 하려고 했던 이유도 사실 그 때문이 아니었나?”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난 처음부터 참가 안 한다고 했잖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절 그렇게 참가시키려고 발악한 거예요?”

“……나 역시 네 무위에 대한 가늠이 어려웠으니.”

내력 수위는 대번에 파악된다. 천무린이 가진 내력 수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가 내뱉고 호흡하는 기의 흐름은 훤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연, 끝이 보이지 않는 무공의 농도는 알 수가 없었다.

천무린이 직접 보여 주지 않는 이상, 그 부분은 알 수가 없었기에 악교운 역시 가늠할 수 없었다.

“……알았어요. 최대한 숨기라는 뜻이죠?”

“네가 가진 힘일지라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인즉슨,

소림, 남궁, 곤륜, 개방 등 천무린이 펼치는 모든 무공에 대한 말이었다.

어느 하나라도 들키게 되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 시시비비를 따질 때, 논리적으로 이겨 낼 수 없다면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눌러 명분 아닌 명분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하는 악교운이었다.

“안 궁금해요? 내 무공에 대해서.”

사람이라면 안 궁금할 수가 없는데.

“궁금하다고 물어보면 대답해 줄 테냐?”

아니, 그건 아니지.

“크흠.”

“그럴 줄 알았다. 굳이 알려 주고 싶어 하지 않는데, 캐물으면 뭐 하겠느냐.”

“하여튼. 누가 보면 내 스승인 줄 알겠어.”

“스승은 아닐지라도 난 너를 담당하는 무관의 총교관이다.”

“원래 이렇게 말 많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젠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천무린의 입이 쩍 벌어지자, 악교운이 미소를 지었다.

뿌듯한 미소를.

“……주책이네, 정말.”

그렇게 악교운이 나가고 나서 천무린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안 그런 척하는데.

참 정이 많은 사람이야.

매사에 표정 변화가 없고 무뚝뚝하게 뭐라고 해 대니 야차라는 별호나 달리지.

쯧.

* * *

“제1조 비무장! 사천무관 천무린, 섬서무관 각원!”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 천무린과 각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비무장 위에 올라섰다.

“……섬서무관의 각원입니다. 아미타불. 한 수 배워 가겠습니다.”

7기수의 철권(鐵拳) 각신과도 같이 왼손은 반장을, 오른손은 허리춤에 두고서 가만히 고개를 숙이는 대력권(大力拳) 각원이었다.

“사천무관의 천무린입니다.”

굳이 잘 부탁한다느니, 배워 가겠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박살 내면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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