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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81화 (79/250)

제81화

제81화

벌떡!

쿠당탕!

종남의 장문인 검일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럴 수가!’

믿을 수가 없었다. 천하삼십육검을 익힌 후보생이 저토록 찬란하게 검을 펼쳐 내다니.

송무라는 이름은 사실 검일학의 기억 속에 없었다. 자신의 사제인 도량이 말년에 얻은 제자라며 좋아했다고는 들었으나.

재목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그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런 후보생이.

검일학의 눈이 심연처럼 깊어졌다.

“……빠득.”

그러나 검일학보다 더욱 격한 감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단상 위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사람만은 지금 눈앞의 결과를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남궁도였다.

제왕검형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와해되었고, 자신의 손자가 사천무관의 이름도 모르는 아이에게 지다니.

‘빌어먹을! 빌어먹을!’

믿을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어떻게?’

자신의 손자라는 점을 배제하더라도 남궁호의 재능은 충분히 차고 넘쳤다. 그렇다고 수련을 게을리 했는가.

그렇지 않았다.

몸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수련했고, 이를 악물고 수련했다.

종남?

분명 뛰어난 이가 제법 있겠지만, 종남의 검 따위가 남궁가의 검보다 뛰어날 리가 없었다. 남궁도가 정파 제일의 고수 반열에 들어간 것만 봐도 답이 딱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어찌하여.

그렇게 승복할 수 없는 결과를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표현하고 싶은 남궁도였으나, 눈앞의 결과는 냉혹했다.

남궁호는 광폭한 기세가 박살이 났지만, 송무에게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끄으아아아! 감히! 감히! 네놈 따위가!”

더 이상 제왕검형을 펼칠 수 없는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공격하는 남궁호의 모습에 송무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납검할 뿐이었다.

그리고 뻗어 가는 남궁호의 광기 어린 모습을 막아 낸 것은 다름 아닌,

“남궁호, 이제 그만 내려가라. 이 이상의 살의와 살기는 용납하지 않겠다.”

여태까지 생도와 후보생을 존대하던 하후성이었으나, 이 이상의 과열된 양상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타악!

파팍!

서슬 퍼런 기색으로 남궁호의 패검의 검면을 가볍게 후려쳐서 방향을 비틀고 단전이 텅 비어 버린 몸에 두 손가락으로 점혈을 하였다.

“기운을 가라앉혀라.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도록 폭주하는 내력을 추슬러라. 비무장을 내려가게 되면 점혈은 알아서 풀릴 터이니.”

그렇게 말을 하고서야 하후성은 몸을 돌려 송무를 바라봤다.

“……제1조 비무장, 사천무관 송무 승리.”

하후성의 담담한 말 한마디였지만, 그것으로 누가 승자고 누가 패자인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두 사람이 보여 준 수준 높은 비무에서 창천검룡이 이름도 없는 사천무관의 후보생에게 무너졌음이 그 첫 번째 이유요, 남궁호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이 그 두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정적 따윈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송무는 하후성에게 가만히 포권을 취했다.

처억.

“감사합니다.”

감사의 표시를 잊지 않고 한 후 천천히 몸을 돌려 비무장을 내려왔다.

저벅. 저벅.

성치 않은 걸음으로 내려가는 송무의 뒷모습을 본 하후성은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천무관이라…….”

‘이번 대회에 사천무관이라는 이름이 많이 들리는구나.’

개인적인 사심을 담아 응원하는 것은 심판의 도리에 어긋나지만, 어쩐지 사천무관 생도들이 보여 주는 모습은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이백이 그랬고, 송무가 그랬다.

그런 하후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무는 탈진한 몸을 겨우겨우 이끌고 8기 후보생들이 모인 곳으로 내려왔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달려오는 8기의 후보생들을 반겼다.

“……뭐야, 다들 왜 그렇게 조용해?”

자신을 쳐다보는 후보생들의 모습에 송무가 싱긋 웃었다.

“미친 새끼, 지금 네 꼴을 봐라.”

태강이었다.

“만신창이지 만신창이야. 하여튼 누구 하나 멀쩡하게 돌아오는 놈이 없어.”

명진이었다.

“있긴 있어요. 괴물 한 명 있잖아요.”

설화린까지 말을 덧붙이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하하하! 만신창이라니, 난 괜찮아.”

모두가 송무를 지그시 바라봤다.

황태가 남궁호에게 쓰러진 그날부터 송무는 식음도 전폐하고 오로지 검술만을 다듬었다.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서 말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8기 후보생은 아무도 없었다. 자리를 비운 그 순간부터 송무를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가뜩이나 없는 기운에 성치 않은 상태였던 송무였다.

그런데 지금은 더 말해 뭐하랴.

말이 괜찮다 뿐이지, 송무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창백했다.

기운을 쏟아붓느라 생긴 탈진도 탈진이거니와 제왕검형을 막아 냈으나 처음에 꿰뚫린 왼쪽 어깻죽지는 지혈만으로는 피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긴 개뿔. 그냥 콱 뒈져 버리지 그랬냐.”

어디서 매섭게 쏘아붙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절뚝. 절뚝.

여전히 몸이 불편해 보이는 황태였다.

“누가 그렇게 싸워 주면 고마워할 줄 알았냐.”

송무가 절뚝이며 다가오는 황태를 마주 바라보며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네 몸도 안 돌보고 그렇게 싸우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알았냐고.”

송무는 그저 말없이 황태를 바라봤다.

그런 모습에 황태는 신경질적으로 표정을 와락 구기며 소리쳤다.

“하나도 안 고마우니까 다음부턴 이딴 짓거리 할 생각 절대 하지 마라. 복수를 해도 내가 해. 알았냐?”

송무는 황태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릴 뿐이었다.

“후후, 고마워. 진짜로. 황태야.”

뭐가 고맙단 건지.

황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그렇게 훈훈 아닌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후보생들은 송무를 격려했다.

“수고 많았다. 남궁호를 꺾다니.”

“창천검룡을 꺾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거지.”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과거 만년 꼴찌였던 송무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후보생들은 흐뭇하면서도 자신들의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로 삼았다.

매번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송무라는 존재는 그들에게 자극이 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될 터.

“나 혼자 고생한 게 아니지. 우리 다 같이 했잖아.”

“짜아식, 뭔가 어른이 된 거 같은데?”

“촐랑이 송무 어디 갔냐? 어디 갔어?”

서로를 마주 보며 히죽대는 후보생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한 명이 있었으니…….

“잘들 논다.”

어라.

이 훈훈한 분위기에 누가 이리 삐딱한 소리를…….

고갤 돌린 후보생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천무린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송무 역시 자신과 어깨동무를 하던 후보생들과 희희낙락하던 후보생들이 일제히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잘못됐다.

“우정놀이 하느라고 아주 살판이 났네. 본인이 뒈질 뻔한 건 모르고 말이야. 앙?”

천무린의 말마따나 송무의 왼쪽 어깻죽지에 입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냥 제왕검형으로 몸이 박살 나 봤어야 해. 그래야 정신 차리지. 어휴. 앓느니 죽지, 앓느니 죽어.”

제왕검형보다 아프다.

쑤시고 들어오는 말 몇 마디가 송무에겐 더욱 치명상처럼 느껴졌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후보생들을 둘러봤지만…….

휙. 휙.

모두가 고갤 돌려 피했다.

하하, 내 편이 없……. 아니야, 황태가 있었지 참.

황태라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고갤 돌려 황태를 바라보니.

어라라.

“황태라면 이미 도망가고 없다. 이 새끼야. 바랄 걸 바라야지.”

송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황태, 개XX…….

그렇게 속으로 욕하고 있는데, 송무의 귓가에 파고드는 한 마디 음성은 차가웠다.

“……다음 시합은 포기해라.”

뭐?

송무가 고갤 들며 천무린을 바라봤다.

“네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넌 남아 있던 잠력까지 다 끌어다 썼다.”

“무슨 소리야, 무린아? 나 그 정도 아냐. 하하,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정말 괜찮아.”

무린이가 웬일로 이리 과한 걱정을 해 주는지.

역시 잘 싸우고 볼 일인가 싶은 송무였다.

“하아, 말귀를 못 알아먹네.”

천무린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한 걸음 다가와서 송무의 가슴팍에 손을 내밀어 가볍게, 아주 가볍게 툭 밀어냈다.

“뭐 하는……?”

거냐고 묻고 싶은 송무였지만, 다리가 휘청이면서 그 자리에서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

“네 스스로 의식도 못 할 만큼 모든 기운을 끌어다 썼다. 지금 이렇게 서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용할 정도로. 무의식중으로 버티고 있는 거겠지.”

그제야 송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직시했다.

덜덜덜.

창백해진 안색과 더불어 떨리는 팔다리, 일어날 기력이 한 줌도 없다는 것을 느끼는 송무였다.

“하, 하하, 하하하.”

그렇구나.

처참하네. 내 몸 상태.

“한두 시진 운기조식을 한다고 기운은 돌아오지 않아.”

“아, 아니. 그래도 나 가능성 있어.”

“가능성이 있어?”

“그럼. 우승해서 사천무관의 이름을 빛내야…….”

“다음 상대가 나일 수도 있는데?”

……다음 상대가 천무린?

서, 선 넘었지. 그건.

송무는 그날로 바로 달려가서 기권을 외쳤다.

“기궈어어어어언! 사천무관 송무 기권이요오오오!”

* * *

비무장 아래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도 한 사람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후우우.”

당지운이었다.

“소림이라…….”

각원이 비무장 위에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자 가볍게 한숨을 쉬는 당지운이었다.

“굳이 무리를 할 필요가 있으려나.”

그러다가 단상에 있는 당백진을 바라봤다.

힐끗.

그리고 당백진 역시 당지운을 내려다봤다.

“이번에도 그다지 흥미가 생기진 않네요. 할아버지.”

설핏 웃은 당지운은 담담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당백진에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비무장 아래에 대기하고 있는 교관에게 다가갔다.

“다음 출전자 사천무관 당지운이라고 해요.”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고.”

앞머리를 검지로 돌돌 말던 당지운이 당백진을 한 번 더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기권하려고요.”

“……음?”

교관이 미간을 좁히며 당지운을 바라봤다.

“기권? 갑자기?”

“네.”

“이유는?”

음……. 이유라.

“이유는 딱히 없어요. 굳이 저 몸뚱이 딴딴한 놈이랑 붙어 봐야 제 손해일 거 같아서요.”

당지운이 각원을 바라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러고는 어리둥절해하는 교관을 뒤로하고 당지운은 8기 후보생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내 흥미는 여기에 있으니까.”

당지운은 송무에게 온갖 잔소리를 퍼붓는 천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왠지 모르게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천무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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