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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77화 (75/250)

제77화

제77화

제1조 비무장에서 설화린과 남사익이 비무를 겨루는 동안, 제2조 비무장에서도 제법 볼거리가 있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여긴 또 형제야?”

“암만 그래도 형이 이기겠지. 괜히 조기 진급을 했겠어?”

“그간 마음고생을 하면서 온갖 훈련을 다 받았다고 하던데, 동생 쪽이?”

“모르지. 그건 모를 일이지.”

형제, 다름 아닌 백리 성씨를 쓰는 백리무영과 백리후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천무관 후보생들은 1조, 2조, 3조까지 차지한 비무장 위 자신들의 동기를 둘러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많은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이 광경이 참으로 낯설었다. 그러면서도 행복했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여기 비무대회에서 그동안 쌓인 울분을 풀려고 아주 작정들을 했네.”

“히히.”

“아니, 근데 제3조 비무장은 누군데?”

“……어? 저긴 쳐다도 보지 마.”

“왜, 누구길래?”

“다쳐.”

“무슨 헛소릴……. 아?”

질끈.

제3조 비무장으로 올라가는 천무린을 바라보면서 후보생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한 후보생들은 천무린의 상대가 누군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아, 이게 아니지.

후보생들이 실눈을 뜨며 천무린의 상대방을 바라봤다.

“……뒈지게 맞겠네. 우리 혁건이.”

“그러게. 몇 번째 맞는 거야?”

후보생들이 뭐라고 하건 신혁건은 긴장을 풀기 위해 깊은 심호흡을 하면서 창을 꺼내 들었다.

누가 뭐래도 신혁건은 천무린을 꺾기 위해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덜덜덜.

“……손, 손이 왜 떨리지.”

떨리는 창끝을 바라보는 신혁건은 당황했지만, 그 의문을 옆에 있던 태강과 진무양이 풀어 주었다.

“각인된 거지.”

“천무린에 대한 공포로 원래 많이 맞으면 그렇게 된다고 하잖아.”

“가끔 맞는 꿈을 꿔. 차라리 꿈속이면 덜 아프니까 맞아도 여기서만 맞고 싶다고 생각도 하고.”

“너도? 나도.”

“낄낄.”

공포심이 각인되어 천무린을 마주 바라보기만 해도……. 찔끔.

“……어디서 지린내 나지 않냐.”

“설마?”

“아오, 새끼들 좀 씻고 다니라니까.”

“씻었어. 뭔 헛소리야?”

오금이 저린 신혁건은 사타구니에 바짝 힘을 주며 마른침을 삼켰다.

바들바들.

그러는 와중에 천무린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삐딱하게 세우고 신혁건을 쳐다본다.

“……용케도 올라왔네. 그렇게 많이 팼는데도.”

“다, 당연하지. 이래 봬도 8기수 중 실력으론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나잖아. 아무리 그래도 자존심상 내려갈 순 없지.”

신혁건이 창을 빙그르르 돌리면서 최대한 의연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아, 그래?”

후우.

삼두육비의 괴물이라 해도 무섭지 않을 신혁건에게도 중원 무림 내 가장 무서운 인물이 딱 두 명 있었다.

첫 번째는 엄격한 스승 신창이요, 두 번째가 바로 눈앞에 있는 천무린이었다.

분명 첫 만남 때는 이 정도로 실력 차가 나지 않았고, 두 번째 만남에서 백리무영과 함께 덤볐을 때도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무대회를 위한 훈련이랍시고 한 달 동안 뒈지게 맞고서야 그 생각이 바뀌었다.

신혁건은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기며 중원 무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영물 중의 영물, 묵린혈망의 내단을 빼먹는다고 할지라도 절대 그와의 비무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 세상은 날 낳고, 저런 괴물 같은 놈을 태어나게 했단 말인가!

“뭐 하냐? 시합 시작한 지가 언젠데.”

손목을 푼 천무린은 이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호흡을 뱉으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어디 보자. 딱 5초 줄게. 선수필승이라고 하잖아? 맘껏 공격해 봐.”

흐뭇하게 웃으며 천무린이 손을 쭉 폈다.

“하나.”

흐으, X발. 창대를 꾹 눌러 쥐었다. 그럼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신혁건은 덜덜 떨리는 턱으로 자신과 가장 친한 벗인 백리무영을 찾았으나.

챙챙- 채애앵!

아, 바쁘구나.

백리후와 비무를 펼치느라 그는 여념이 없었다.

“둘. 괜찮아. 너만 그런 생각을 하거나 하진 않을 거야. 다음 상대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으으,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던데 전부 거짓말이다. 누가 매를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나.

먼저 맞다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 같았다.

“셋. 왜 그래? 안 죽어. 나 알잖아? 죽이진 않아.”

죽이진 않지. 딱 죽기 직전까지 패는 놈이니까.

“넷. 울어? 아니지? 설마.”

신혁건의 비무장 위에서 하는 모든 행동에 후보생들은 그저 안쓰러운 시선을 보냈다. 애도하는 심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차마 신혁건의 비참한 최후를 두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기에.

“다섯. 시간 많이 줬다.”

“으아아아!”

천무린이 애초에 다가설 수도 없을 만큼 거리를 두고 휘둘렀는데 창끝과 창대에서 풍겨 오는 압박감은 역시 신혁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우웅 하고 거친 바람 소리를 내는 창끝을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유연하게 피해 내고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천무린이었다.

저벅, 저벅.

그에 맞춰 신혁건은 뒤로 물러나면서 창끝이 뱀의 혀를 연상케 하듯 유연하고 낭창낭창 신묘한 움직임을 담아 천무린의 전진을 막아섰다.

“……역시, 제법이야.”

신혁건의 재능은 확실히 출중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백과 비교해도 그리 밀리지 않을 정도. 그저 경험이 부족하여 늘 같은 무공과 같은 초식을 쓰는 바람에 연계가 어설프다는 점뿐이었다.

그러므로 그 점만 고치면 훨씬 크게 성장할 터. 그 점을 콕 집어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가르쳐 줘야겠다고 마음먹는 천무린이었다.

그래서.

터억.

창끝 쇠부리를 피해 창대를 잡은 천무린이 씨익 웃으며 다가섰다.

“이젠 내 차례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거리를 좁히려는 순간.

뗴구르르.

“으아아!”

신혁건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굴러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응?

내가 뭘…… 했다고.

그러고는 하후성의 외침이 들려왔다.

“제3조 비무장, 사천무관 신혁건 장외패!”

“크으으! 아쉽다, 젠장. 기운만으로 날 밀어내다니. 역시 이길 수 없는 건가.”

아쉬운 소리를 해 대는 신혁건을 그저 멍청히 바라보는 천무린이었다.

그리고 그때,

힐끗.

신혁건과 눈을 마주쳤다.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이제 살았다는 안도의 표정이다.

이 새끼 보소? 아주 꼼수를 부리네. 안 맞으려고.

기껏 키워 놨더니 비무 앞에서 도망을 가? 뒈지려고.

신혁건을 마주 바라보며 이제 흐뭇하게 웃는 천무린이었다.

“신. 혁. 건. 따로 좀 보자.”

그 말에도 신혁건은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아무렴 어떤가. 일단 살았지 않은가.

많은 후보생들이 썩은 동태눈으로 신혁건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후보생들을 바라보며 신혁건이 입 모양을 벙긋거렸다.

‘왜? 뭐가 문제야.’

“아무리 그래도 고의적으로 패배를 해?”

“창피하다, 창피해. 최후의 10인에 들면 뭐하냐고.”

“내 참, 죽어라고 싸워야지.”

후보생들의 말에 신혁건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 그래?”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면서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후보생들에게 걸어가는 신혁건이었다.

“그렇지. 너희들 말이 맞아. 그래서 그런데.”

뚜둑. 뚝.

몸을 푸는 신혁건이 나직하고 조용하게 후보생들에게 말했다.

“……이참에 우리도 서열 정리 한번 할까. 내가 무린이만큼 50명은 못 다뤄도 5명은 다룰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때?”

신혁건의 창날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천무린이 워낙에 말도 안 되는 격차를 보여 줘서 그렇지, 신혁건 또한 8기 후보생들 중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가 아니던가.

꿀꺽.

“왜, 또 씨불여 봐. 히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아니면 뭐!

다 뒈졌어!

신혁건은 천무린에게 받은 울분을 풀기 위해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봤던 후보생들에게 달려들었다.

붕붕붕!

창대가 풍차처럼 돌아가는 소리에 일제히 줄행랑을 치는 후보생들이었다.

그때.

“신. 혁. 건.”

뚝.

천무린의 말 한마디에 걸음이 뚝 멈춘 신혁건이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후보생들도 아련한 눈빛으로 천무린을 바라봤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공공연한 비무대회에서 이러는 건 네가 생각해도 아닌 거 같지?”

역시 천무린이라며 종종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을 괴롭히긴 해도 마음씨만큼은 괜찮은 놈이라고 말하려는 찰나,

“머리는 때리지 마. 애들 안 그래도 머리가 안 좋은데, 더 안 좋아지면 큰일 난다. 혁건아.”

“응!”

저 개XX가!

멈췄던 두 다리를 누구보다 빠르게 놀리는 후보생들이었다.

신혁건과 8기수 후보생들이 술래잡기를 하느라 사라지고서야 천무린은 고갤 들었다.

제1조 비무장에서는 설화린과 남사익.

제2조 비무장에서는 백리무영과 백리후가.

“한쪽은 예비 혼인 관계, 한쪽은 형제 사이,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네.”

그 와중에 설화린은 집중하지 못한 채 자꾸 누군가를 찾더니, 나를 바라본다.

왜 쳐다봐.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쩌저적.

빙백신공에 이어 빙백검을 펼친 설화린이 남사익과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제법이네.”

무관에서의 생활은 지루하게 반복되고, 훈련의 강도 역시 늘 비슷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여가 시간을 줄여 가며 훈련에 임하는 이들이 천무린이 오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송무도, 태강도, 황태도, 다른 후보생들도 모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감히 설화린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북해에만 돌아가면 황가의 공주보다 더한 대접도 받을 건데, 뭐 저렇게 악착같이 살아.”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태강과 치료를 받고 돌아온 황태, 그리고 황태를 부축하고 있는 명진이 걸어오며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악착같이 왜 사냐고?”

“나 참, 눈치가 없어도 더럽게 없어.”

“온 감각이 그렇게까지 곤두서 있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무공을 펼치면서 왜 그런 감각은 둔한지 모르겠네.”

“맞아. 이 근육 덩어리도 아는데 말이야.”

“심각하지?”

뭔 소릴 하는 건지, 나 원 참.

“쟤가 열심히 사는 거랑 내 눈치랑 무슨 상관이야?”

그 말에 되레 혀를 차는 세 녀석이었다.

“다 너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저러는 거잖아.”

“맨날 나 좀 봐줍쇼 하고.”

“허구한 날 너만 찾으러 다니고.”

……엥?

고갤 돌려 설화린을 바라봤다.

남사익의 열양장 열기에 물러날 법도 한데 전혀 물러섬 없이 검을 휘둘러 대는 설화린이었다.

이를 악문 채로.

“내 인정이 왜 필요한 건데?”

“그건 네가 알아서 할 문제지.”

“……정말 모르겠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천무린, 그리고 그 모습에 맥이 빠지는 태강과 황태, 명진이었다.

“아니, 허구한 날 사람 패는 게 취미인 놈한테 왜 관심을 가지는 거야?”

“……혹시 그쪽 취향인가?”

“그쪽 취향이겠냐! 등신아.”

쓰읍 하고 침음을 내뱉은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다 떠나서…….

부럽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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