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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69화 (67/250)

제69화

제69화

최후의 10인은 금세 결정되었다.

사천무관은 천무린을 필두로 백리무영, 신혁건, 당지운, 백리후, 송무, 설화린, 남사익 등 총 8명에, 섬서무관의 각원, 산동무관의 남궁호였다.

“8기 최종 시합은 7기의 최종 시합 이후에 진행될 것입니다. 예선과 본선을 치르느라 쌓인 피로를 풀면서 나흘 후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7기수 최후의 10인의 비무는 이튿날부터 진행할 테니 각자 몸 상태를 점검하고 최상의 상태로 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하후성의 말에 관중들은 멈췄던 숨을 몰아쉬고 보고 느낀 감상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비무장을 빠져나갔다.

“크으, 정말 대단한 시합이지 않았나.”

“역시, 천무린일세. 일격일압. 제대로 된 무공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네.”

“제대로 된 무공은 무슨. 그냥 손 털고 발 털면 죄다 나가떨어지지 않던가.”

“……그건 아무래도 천무린이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지 못해 그렇지 않던가. 섬서의 각원이나 산동의 남궁호를 보게.”

“각원과 남궁호 역시 아주 대단한 무위를 보여 줬지.”

“후후, 아무래도 삼파전이 되지 않겠는가.”

“그 뛰어난 사천무관의 후보생들도 두 사람에게는 상대도 안 되지 않던가.”

사천무관의 활약은 아주 뛰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원과 남궁호가 보여 준 강렬한 모습은 사천무관의 우세를 싹 잊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진정한 우승 후보들은 여기에 있었군.”

“……그런데 무당의 종리삭, 팽가의 팽한월 역시도 그들과 함께 우승 후보였지 않았던가?”

“음, 진짜를 위해 숨겨 놓은 거 아니겠는가.”

아마 종리삭과 팽한월이 들었다면 땅을 치며 한바탕 난리를 피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우르르 빠져나간 이들을 뒤로하고 사천무관의 후보생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8명이나 진출한 것보다 뼈아픈 패배를 겪은 낭소소와 황태를 의원에게 보낸 이들이다 보니 즐거움보다 우울함이 더욱 컸다.

“……아까 우승이니 나발이니 하며 설레발을 치던 녀석들은 다 어디 갔나.”

“…….”

“…….”

쩝, 나쁜 새끼들. 이젠 대답도 안 하네.

“무린아.”

“응?”

“내가 남궁호를 꺾을 수 있을까?”

“뭐?”

송무가 고갤 들어 나를 바라봤다.

호오, 이 정도로 열 받은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나, 이 녀석이.

그렇게나 열 받았다니 진심으로 말해 줘야겠지.

“……불가능하지.”

“어?”

“네가? 그 녀석을? 어떻게?”

내 말에 송무가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단호하게…….”

남궁호에게 이길 수 없다는 분한 마음에 못 이겨 어깨를 작게 떨고 있는 송무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설화린이 내게 질책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런 시선을 던지면 뭐?

아닌 걸 아니라고 하지.

“뭔가 착각하나 본데, 듣기 좋게 내가 말해 주면 결과가 달라진다냐.”

내 말에 설화린이 입을 꾹 닫았다.

“누누이 말하지만, 강호는 아주 비정해. 비정하다 못해 기습과 야습뿐 아니라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없애는 곳이 바로 강호야. 그런 강호에서 자기 객관화가 덜 되어 있는 것보다 빨리 뒈지는 방법은 없지.”

자기 객관화.

자기를 얼마나 잘 아는가. 자신과 상대를 비교할 때 허투루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는 않는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평가에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나는 묻고 있었다.

즉,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하지 않던가.

“자기를 알아야 남에게도 지지 않는 거다. 적어도 각원이란 놈과 남궁호란 싸가지는 너희들보다 훨씬 노련한 녀석들이지.”

그것도 모르고 덤벼드는 건.

“비무대회라서 다행인 줄 알아. 진짜였으면 황태나 낭소소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거야.”

그 말에 후보생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한없이 가련해진 녀석들을 보니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채찍질만 너무 많이 한 것이려나.

숙연해진 분위기를 느끼며 이제 당근질을 좀 할까, 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걸어왔다.

“이거이거, 후배들. 이렇게나 많이 진출해 놓고 다 죽을상이야.”

이백이었다.

“이백 선배님?”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이제 좀 살 만한가 보네. 죽을상은 본인이 맨날 달고 살아 놓고 말이지.”

사일검법 금지령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거기다 진량 역시 진궁의 질책으로 더 이상 이백을 건드리지 않는 듯했다.

“하하, 그러게 말이야. 다 네 덕분이지.”

이백이 잠깐이나마 내게 고마움의 시선을 보냈다. 그 모습에 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이백의 말에도 우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이백이 나직이 말했다.

“함께 진출하지 못한 동기들, 그리고 약간이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산산이 부서지는 때만큼 허망한 순간이 없지.”

담담한 이백의 목소리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 만큼 얻는 것도 많을 거야. 이번에 졌다고 다음에도 또 질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젠장, 멋있는 척은 혼자 다하네. 내가 당근을 챙겨 줘야 되는데.

이백의 말에 녀석들의 눈빛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왔다.

“고맙습니다. 이백 선배님.”

“역시, 이백 선배.”

“이백 선배의 말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푸근해졌어.”

……아니, 그거 나도 할 줄 아는데.

나도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녀석들의 따가운 눈초리만 나를 훑고 지나갔다.

“누구랑은 다르게.”

“그렇지, 누구랑은 다르게 말의 무게감이 있어.”

“맨날 안 된다고만 하고.”

……뚝배기를 다 깨 버릴까 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이 만만치 않다는 무린이의 말은 틀림이 없으니까 경계는 해야 될 거야.”

이백은 각원과 남궁호의 저력을 떠올렸다.

“7기수와 붙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했어.”

각원은 소림이 낳은 기재 중의 기재였다. 낭소소의 연검이 낭창거리며 무수히 많은 검결을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거친 풍랑에도 끄덕도 하지 않는 거목처럼 제자리에서 막아 낼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단 세 방의 주먹.

강철을 연상케 하는 단단한 주먹은 연검이 스쳐 지나가며 수없이 피를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낭소소의 옆구리와 복부에 틀어박혔다.

남궁호는 또 어떤가.

남궁세가의 패도적인 기세를 고스란히 담아 상대를 철저하게 짓밟는 검. 창천검존 남궁도의 손자라는 그는 상대를 잔인하다고 할 정도로 처절하게 농락하는 검법을 구사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후후, 거봐. 내 말이 맞았지?

꽤나 뼈아픈 이야길 들었으니 이백한테도 따가운 눈초리를…….

“감사합니다! 이백 선배님!”

“역시, 이백 선배님. 냉철하게 분석하시다니.”

“그것도 우릴 위해서. 역시 다시 봤어.”

어?

이 새끼들이?

* * *

당백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섬서무관주 두 명과 산동무관주를 바라봤다.

“왜 그리 보시오? 당 관주.”

남궁도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당백진을 마주 바라봤다. 네가 보면 어쩔 거냐는 식으로.

남궁호가 보여 준 제왕검형은 남궁도의 비전절기이면서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상승절기 중 하나였으니까.

“……남궁 관주의 손주가 후보생이었을 줄이야.”

“허허, 어쩌겠소. 손주 녀석이 그리도 무관에서 많은 이들과 자웅을 겨루고 싶어 하니 말이오. 손주 녀석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서라도 나를 닮아서 제법 재능이 뛰어나다 보니.”

자기 손주 자랑으로 콧대를 한껏 높아진 꼴이 보기 싫어 고개를 돌리니,

“아미타불, 사천무관의 기세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시주는 사천무관의 약진이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무량수불…….”

두 섬서무관주의 이야기가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혜공의 말에 청강은 조용히 도호만을 외울 뿐이었다.

청강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지만, 손아귀에 잡힌 의자 손잡이를 꾹 하고 바스러뜨리는 꼴을 보니.

‘소림은 올라가고, 무당은 떨어지고.’

이쯤 되면 같은 무관의 무관주가 맞나 싶은 당백진이었다.

다들 제 무관을 감싸다 못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데, 당백진이라고 못 할 게 뭔가.

“그저 운이지요. 올해만큼은 사천에서도 우승이 나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다른 세 무관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번 8기 후보생의 결과가 자신감을 세워 준 모양이오, 당 관주.”

“아미타불.”

“무량수불, 8기수의 약진과는 달리 7기수에서는…… 꽤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으시겠소.”

한마디 했다고 이토록 견제를 한다.

7기수라고 하면 당백진 역시 목소리를 높이기는 어려웠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그러하지 않은가.

섬서무관에서 무려 6명. 하나같이 쟁쟁하다. 산동무관도 3명.

쯧.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백진은 이백과 천무린을 바라봤다.

이래 봬도 당백진은 사천무관의 관주가 아닌가.

듣는 귀가 있고, 교관들이 말해 주는 평가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만큼이나 그들은 가진 바 힘을 보여 주고 있으니.

“……두고 보면 알 일이겠지요.”

* * *

영롱한 달빛이 쏟아지는 밤. 제각기 휴식을 취하며, 다음 시합을 준비하고 있는데.

“하아암.”

지루하다 못해 나른하다.

창가에 기대어 하품을 하고 있던 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래서 비무대회 따윈 참가 안 하려고 한 건데.

코흘리개들을 상대로 얻어 갈 게 없었다. 이 녀석들과 붙는다고 해서 실전 경험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하다못해 익힌 무공들을 함부로 남발할 수도 없었다.

단상 위에 있는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나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데, 그들의 무공을 썼다가는.

아마 납치당해서 지금 고문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래서 오로지 기본기의 기본기, 육합권이나 삼재검, 사천검법 따위로 상대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그 기본기의 한 수조차 막지 못해 다 나가떨어지는 놈들이라니.”

나 때는 안 그랬는데.

그렇게 푸념을 하며 고개를 젓고 있는데.

사삭-.

“응?”

뭘까. 나름 기척을 숨긴다고 숨기며 어디론가 움직이는 한 인영.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참인데.

구경이나 가 볼까.

창가를 밟고 그대로 전각의 지붕 위를 탄 나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인영의 뒤를 쫓았다.

“응?”

그리고 도착한 곳이,

“연무장?”

그것도 사천무관의 생도와 후보생들이 이른 아침에 몸을 풀 수 있도록 마련된 협소한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서 검을 뽑아 든 녀석은 대뜸 검부터 휘둘렀다.

후웅! 후웅!

“송무?”

……뭐 하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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