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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68화 (66/250)

제68화

제68화

삼대 무관 비무대회에 참가하는 이들 중 대부분은 섬서무관이 우승하리라고 점쳤다.

지난 7년간 무려 5회 우승.

그간 우승을 밥 먹듯이 하기도 했고, 배출해 낸 인물들의 수준이 다른 무관들과 질적으로 달랐을 뿐만 아니라 구파일방의 수위를 다투는 명문가 중의 명문가가 가장 많이 속해 있는 곳이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7기수의 예선과 본선을 거쳐 뽑은 최후의 10인 중에서 섬서무관의 생도가 무려 6명이나 포함되었다. 과연 최다 우승을 이뤄 낸 섬서무관다웠다.

“보세. 사천이 황금 기수니 나발이니 해도 역시는 역시 아닌가.”

“괜히 전통이 있겠는가. 섬서는 섬서일세.”

“그 누구도 섬서를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지.”

그래서 누구나 섬서무관이 또 우승하리라는 이야기를 걸핏하면 꺼냈다.

사천무관은 7기수 중 고작 1명이 올라갔고, 산동무관 역시 3명만이 올라가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 주는 섬서무관이었다.

“……분명 그런데.”

“어찌하여 눈앞에 이런 결과가…….”

쾅!

콰지직!

“쿨럭!”

섬서의 표식이 새겨진 무복을 입고 있는 후보생이 입가에 피를 뿌리며 그대로 엎어졌다. 그것도 비무장 장외로 나가떨어졌다.

“……제1 비무장, 사천무관 천무린 승리!”

“천 소협이 아닌가. 7기수의 황보권도 단숨에 꺾었다는 천 소협일세. 사천무관이 8기 후보생을 기를 쓰고 참가시킨 것도 다 천 소협을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니겠나.”

그리 생각하면 또 그리 생각된다. 천무린을 위한 비무대회라면.

그런데.

쾅!

“……딱히 천 소협만 그런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쾅!

“……어.”

쾅!

“제2 비무장, 사천무관 백리무영 승리!”

“제3 비무장, 사천무관 신혁건 승리!”

“제1 비무장, 사천무관 당지운 승리!”

“제2 비무장, 사천무관 송무 승리!”

“제3 비무장, 사천무관 황태 승리!”

“제1 비무장, 사천무관 설화린 승리!”

“제2 비무장, 사천무관 태강 승리!”

…….

“……사천무관이 장난 아니란 말일세.”

눈앞의 광경은 그동안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기에 충분했다. 섬서무관? 산동무관?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저 올라가기만 하면.

쾅!

“제1 비무장, 사천무관 명진 승리!”

“우하하하! 이런 삐쩍 마른 놈들!”

울근불근한 근육을 자랑하며 호쾌한 웃음을 짓는 명진,

쾅!

“제2 비무장, 사천무관 남사익 승리!”

“어이어이, 이래 가지고는 사천무관에서 숟가락 하나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고.”

붉디붉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는 남사익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예선은 물론이고, 본선까지 마구 휩쓸어 버린 사천무관의 후보생들이었다.

“크으으! 기고만장하지 마시오……!”

침음을 흘리며 나가떨어진, 섬서무관의 표식을 갖고 있는 이가 천천히 일어났다.

“……제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사천과 섬서는 명백히 차이가……!”

“그래그래, 차이가 있지. 차이가 있고말고. 그 차이를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천무린이 목을 뚜둑 꺾으며 풀었다.

뚜둑. 뚜둑.

“거긴 내가 없고, 여긴 내가 있거든.”

그리고 섬서무관의 후보생은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발길질에 더 이상의 기억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쾅!

“……맞지. 저 괴물 놈이 있고 없고의 차이지.”

“그래서 그런가. 부럽네.”

“뭐가?”

“섬서무관엔 저 괴물 놈 없을 거 아냐.”

“그러네……. 섬서무관이나 산동무관엔 저 녀석 없으니까 행복하겠지?”

낭창하게 말하는 사천무관 8기 후보생들과는 달리 주변은 사뭇 정적으로 물들었다.

“…….”

원래 사람이란 그렇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멍해지는 법이다.

단순히 사천무관의 후보생이 섬서와 산동의 후보생을 꺾어서가 아니었다.

사천무관의 후보생들은 예선에서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별 피해 없이 죄다 쓰러뜨리면서 진출했으니까 조금씩 군중들의 생각도 바뀌긴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명도 아니고…… 본선 진출에 들어간 인물이 죄다 사천무관의 후보생일 수가 있지.”

“섬서고 산동이고 힘깨나 쓴다던 후보생들이 죄다 박살이 났네. 줄줄이…… 말일세.”

그렇다.

일방적인 결과요, 압도적인 결과였다. 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죄다 말이다.

“……어, 그러니까 사천무관의 진정한 황금 기수는 혹시 7기가 아니라.”

“8기라는 말인가. 허허, 진짜 사천무관주의 심계가 대단하구먼.”

“일부러 7기에게 시선을 집중시켜 놓고 8기에서 대반전을 일으키는군그래.”

“8기의 우승은 사천이 따 놓은 당상이구먼.”

심지어는 우승 후보라는 섬서무관의 종리삭과 산동무관의 팽한월까지 죄다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았던가.

“잠시 대진표 회의가 있겠습니다……!”

문제는 최후의 10인을 선발하는 시합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제1 비무장, 사천무관 백리후, 사천무관 진무양!”

“제2 비무장, 사천무관 태강, 사천무관 당지운!”

같은 무관의 후보생들끼리 붙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그렇지 않으면 변별력을 따질 수 없었던 하후성이 임기응변으로 대진표를 바꿨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10인의 후보 역시.

“……사천의 후보생들이 대다수일세.”

“살다 보니 별 희한한 광경을 다 보겠구먼.”

“참으로 대단하이.”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변에 절로 흥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송무는 밝은 표정으로 군중의 대화를 엿들었다.

“이 정도면 우리 엄청 잘하고 있는 거 아냐?”

“……진짜 이러다가 우리가 우승할지도.”

황태 역시 티는 내진 않았지만 뿌듯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고, 후보생들의 표정은 모두 들떠 있었다.

“아휴, 떨거지들 상대로 몇 번 이긴 것 가지고 아주 들떴네, 들떴어.”

이때, 찬물을 한껏 들이붓는 목소리의 주인의 질책이 이어졌지만.

“뭐 어때! 좋은 건 좋은 거지.”

“그럼요, 결과를 즐겨야죠!”

내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는 손가락으로 비무장을 가리켰다.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콰직!

“제2 비무장, 섬서무관 각원! 승리!”

“좋은 승부였소.”

각원이라고 불리는 소림승이 합장을 하며 쓰러진 낭소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대의 연검이 조금만 빨랐어도 제가 졌을 겁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물러나는 각원의 모습에 낭소소는 이를 꽉 깨물었다. 최후의 10인에 들기 바로 전에 탈락이라니.

축 처진 그녀의 어깨를 보고 그 전까지 들떠 있던 후보생들의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낭소소는 8기 후보생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툴 정도로 강한 축에 속했다. 그런 그녀가 패배를 곱씹으며 내려오고 있는 모습은 한창 들떠 있는 그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소소가?”

“낭소소가 왜 진 거지?”

특히 낭소소의 강함을 가장 옆에서 오래 지켜본 백리후와 진무양, 명진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지다니? 약해서 진 거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퉁명스러운 내 말투에 후보생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저기 한 명 더 있네.”

휙.

내 말에 시선을 돌린 후보생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익숙한 인영이 다리에 힘이 풀려 한쪽 다리를 꿇고 있는 광경이었다.

“오만방자하게 짝이 없어. 아주 버르장머리가 없어. 앙? 다 죽여 버릴까 보다.”

‘산동’이라는 표식이 새겨진 무복을 입은 녀석이 내뻗은 패검의 검 끝이 꽤 위협적으로 보였다.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황태는 패검의 검 끝에 이를 바드득 갈더니 손에 쥐고 있던 검으로 패검을 쳐 내고 일어났다.

“이대로 쓰러질쏘냐!”

“후후.”

황태의 매서운 기세가 담긴 검격에도 여유로이 웃음을 흘리던 산동무관의 후보생은 물러나던 걸음을 딱 멈추더니, 검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자신을 눈앞에 두고도 저렇게 여유를 부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 역시 다른 사천무관의 후보생들과 함께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으니까.

꽈악.

손아귀에 잡힌 검을 있는 힘껏 잡은 황태는 황가장에서 익힌 비전절기인 황가검법(黃家劍法)의 기수식에 펼쳤다.

황가검법의 강맹한 초식이자 황태가 펼칠 수 있는 가장 강한 초식인 황유작태(黃柳斫兌)가 펼쳐졌다.

검 끝에서 피어오른 기세가 황태의 전신을 감싸면서 돌개바람을 일으켰고, 그것은 산동무관의 후보생을 꿰뚫을 듯 기세 좋게 파고들었다.

콰드드득!

‘단숨에 꿰뚫는다!’

분명 그래야 했는데.

“……너는 재능이 참 없는 놈이로구나. 앙?”

콰아아앙!

“이 하늘 아래 검으로 정점을 찍을 사람은 단 하나. 나 남궁호밖에 없다.”

황태의 검이 천천히 부서져 내렸다.

남궁세가의 검법 중 오의라고 불리는 검형(劍形), 제왕의 기세를 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제왕검형(帝王劍形)이었다.

천천히 바스러져 가는 검과 동시에,

푸콰아악!

온몸이 난자되어 허공에 흩뿌려지는 피 분수는 황태의 정신을 단숨에 혼미하게 만들 정도였다.

“차, 창천검룡…….”

까막눈에다 소문에 그리 민감해하지 않았던 황태는 쓰러지기 전에 송무가 말한 한마디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황태야, 다른 사람은 조심할 필요 없지만 딱 두 사람은 조심해야 한댔어.」

「누구? 천무린, 저놈 말고 또 조심해야 할 이가 있을까?」

「물론 그렇긴 한데……. 후보생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별호를 갖고 있는 녀석이 있어.」

「벌써 별호를?」

「응. 창천검존의 손자인 창천검룡 남궁호, 그리고 소림의 각원이라고 불리는 두 사람이야.」

「흥, 고작 제 할아비의 명성을 등에 업은 녀석 따위야 볼 것도 없지. 소림이라면 모를까.」

분명 그랬는데.

창천검룡(蒼天劍龍)이라는 별호가 허명은 아니었는지 황태는 생애 두 번째로 거대한 벽을 느꼈다.

X발, 세상…….

풀썩.

“……제3 비무장, 산동무관 남궁호 승리!”

“아아, 황태야!”

승자인 남궁호의 이름이 호명되자, 송무가 튀어 나가서 쓰러진 황태를 부축하고 데리고 나왔다.

온몸이 난자되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아아, 죽이진 않았다. 약한 놈의 목숨을 앗아 가는 취미는 없는 터라.”

남궁호의 여유로운 말에 송무가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열었다.

“……너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만들 필요 없었잖아.”

말만 목숨을 앗아 가지 않았다고 했을 뿐이지, 황태의 몸 상태는 이미 걸레짝이나 다름없었다.

“그러게 왜 약하래? 약한 놈이 이딴 대회에 나와서 희희낙락하는 꼴이라니. 아주 눈꼴시단 말이지.”

혀를 차며 돌아가는 남궁호의 뒤에서 송무는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을 떼며 말했다.

“……나는 사천무관의 송무다. 각오해. 내가 반드시 너를 쓰러뜨려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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