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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67화 (65/250)

제67화

제67화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

절대로 비무대회에 나가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길 원했던 그의 소망과는 달리.

“천무린! 천무린!”

“사천무관의 천무린! 천무린!”

비무대회를 관람하는 관중들은 연신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러 댔다.

“하아……?”

누가 후보생 따위에게 이토록 과도한 관심을 주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던 천무린에게 설화린이 다가와 수통을 건넸다.

“이건 아니다 싶죠? 8기 후보생인데?”

귀신 같은 계집애 아니랄까 봐.

“8기 후보생에게 주는 관심치고는 과하다고 느끼는 거죠?”

설화린이 묘한 미소를 띠며 여전히 천무린 이름을 부르짖는 관중에 시선을 두었다가 입을 뗐다.

“……그만큼 기다린 거예요. 오랜 시간 동안.”

“비무대회는 늘 있었는데?”

“늘 있었지만, 당신만큼 눈부신 활약을 한 이는 없었잖아요.”

그건 그렇지.

채채챙! 챙챙!

비무장에서는 송무를 비롯한 8기 후보생들이 검을 휘두르며 압도적인 기세로 상대방을 몰아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시기해요. 뛰어난 사람을 원하면서도 반대로 자신보다 우월한 이들에게 시기심을 느끼죠.”

설화린 역시 그런 시선을 늘 달고 살아왔다. 태어날 때부터 북해빙궁주 설종량의 금지옥엽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러움과 질시 어린 시선을 받고 자랐던 그녀가 아닌가.

“그런데요.”

설화린이 천무린을 직시한다.

“왜? 뭐?”

“유일하게 질시도 못 하고,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누군지 알아요?”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더니 설화린이 미소를 띠며 천무린을 가리켰다.

“단순히 우위를 점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누구도 감히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자에게는 그 어떤 질시도 느낄 수 없죠. 그저 우러러볼 뿐.”

“어……. 뭐 내가 그 정도라고?”

고작 몇 번 비무대회에서 손 턴 것뿐인데?

“……휴. 당신, 여태 상대한 이들이 누군지 알아요?”

“무당, 그리고 하북팽가. 두 애새끼지 뭐. 또 누가 더 있었어?”

“무당의 종리삭, 팽가의 팽한월. 두 사람 다 우승 후보였다고요.”

엥?

우승 후보?

그 약해 빠진 새끼들이?

“……아.”

그래서 사람들이 저렇게 난리를 치는 거였구나.

우승 후보를 단 한 방에 처리해 버렸으니 자연스레 천무린을 목 놓아 응원할 수밖에. 같은 급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뛰어난 무위를 보여 준 그다.

“……그러니까 사실상 당신이 우승자나 다름없는 거고요.”

“……음.”

조졌네.

몇 대 맞아 줄걸, 그냥.

우승 후보면 우승 후보답게 적당히 입도 털고 그러면서 유세도 떨고 그래야지. 말 안 하니까 내가 모르는 거 아냐.

천무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이들 중 단상 위의 제법 많은 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천무린의 표정, 오만한 눈빛, 귀찮다는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혹시 내 착각일지 모르겠는데, 참으로 누군가와 닮았소.”

창천검존 남궁도의 걸걸한 목소리에,

“나무아미타불…….”

“무량수불.”

긍정도, 부정도 아닌 불호와 도호로 심경을 내비치는 혜공과 청강이었다.

“하하, 이미 세상에 없는 자입니다.”

10년도 지난 이야기다. 정마대전은 끝났고, 정마대전의 주범이자 혈풍을 일으켰던 그 거악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세상에 없는 천씨 성을 쓰는 이가 어디 흔하겠냐마는 어찌 됐건 정파 무림에 저토록 뛰어난 아이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일선에서 물러나 후인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된 사람이다. 즉, 4인의 마지막 전투 역시 그 거악을 상대한 것이었다.

「……암기에, 검에, 권에. 아주 염X들을 해라. 정파 무림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놈들이 뭐 그리 당당하게 같이 덤벼든대?」

정파 무림에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4인의 무위는 중원에서도 단연 손꼽을 정도였는데.

그는 참으로 여유로웠다. 긴장감 하나 없는 얼굴로.

「4명이면 붙어 볼 만하다고 생각했나 보네.」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권을.

이른바 쌍수호박(雙手互搏).

머리가 둘로 분리되지 않는 이상, 펼칠 수 없는 두 가지의 검공과 권공을 자유자재로 펼치는 기이한 공격에 자신의 손발마저 어지러워지는 4인이었다.

「맨날 지들끼리 경쟁하고 치고받다가 나 하나 잡겠다고 손발 맞추려니 이렇게 허점이 많지.」

오죽하면 싸우는 와중에도 4인에게 조언까지 해 주는 여유까지 부렸다.

……으득.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남궁도는 그 마지막 전투로 검을 내려놨다. 검을 잡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높디높은 벽과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무관주를 맡은 다른 3인 역시 전투의 후유증으로 인해 후인 양성으로 마음을 돌렸다.

“남궁 관주께서 옛 생각에 감정의 변화가 생겼나 보오.”

회한에 잠긴 네 명의 모습에 목소리 하나가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걸걸하지도, 허허롭지도 않은 중저음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비무장에서 단 한 차례도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던,

“……독고 맹주님?”

독고황, 무림맹주였다.

“우연인지 아닌지 몰라도 그대들이 이야기하는 주인공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구려. 후후.”

무림맹주.

정파 무림의 핵심이자 천상천(天上天)이라 부를 수 있는 무림맹의 유일무이한 주인.

그 주인의 무게감은 당연히 삼대 무관주의 무게감보다 더했다.

호방한 느낌을 주는 남궁도와 중후한 인상의 당백진과는 달리, 칼날 같은 기세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독고황이었다.

세간에는 그의 나이가 칠십 대를 넘어섰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누가 독고황을 노인이라 부르겠는가.

준수한 아미와 심오하기도 하고 언뜻 우울해 보이기까지 하는 눈빛의 또렷한 검정색 동공.

그런 그의 말 한마디에,

네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응?

왜 저 녀석이 우릴 보면서 으르렁거리고 있지?

천무린이 단상 위에 보이는 무관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부리부리한 눈으로 말이다.

“……왜 우리를 바라보는 건지 아시는 분?”

“나무아미타불, 그것도 아주 무시무시한 기세로 노려보는구려.”

“흡사…… 철천지원수를 바라보는 듯한 것은 제 착각이겠지요?”

남궁도와 혜공, 청강진인의 말에 당백진 역시 공감하였다. 저 아이가 대체 자신들을 왜 노려보고 있단 말인가.

고작 10대 아이에게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끄으아악!”

그러다가 갑자기 혼자서 뒹구는 게 아닌가.

그것도 뼈마디가 으스러질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분골착근(分骨錯筋)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주 괴로워 보였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아주…….”

“기괴하구려.”

네 사람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

이해가 안 가지만, 일단 그렇단다.

“……과거의 망령이 여전히 우리를 따라다니는 모양인 것 같소만,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소.”

독고황의 음성이 멍해 있는 그들의 정신을 깨웠다.

“그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삼대 무관의 책임자 자리에 앉을 때부터 말하지 않았소. 지난 과거는 얼른 잊으라고.”

정마대전은 긴 시간 동안 벌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전 무림을 통틀어 벌어진 일들 중에서 가장 파급력이 강했던 대전쟁이었다.

그랬던 만큼 수많은 이들이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독고황은 정파 무림의 일선에서 싸웠던 이들에게 제법 많은 편의를 봐주고 있었고, 그 대상 중에는 이 네 명도 포함돼 있었다.

“노고를 치하하며 그대들이 내린 선택에 그대들이 다시 검을 잡고, 주먹을 쥐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알기에 나 또한 기다린 것이오. 지금은 그대들이 일선에 나서는 것보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세를 불리고 강성해지길 원했기에.”

그 말에 네 명의 관주는 표정을 굳혔다.

사실 독고황의 말은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여 무관주의 자리에 앉힌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다르지.’

‘무관에서 성장한 이들은 대다수가…….’

‘무림맹에 입맹하지.’

‘나무아미타불.’

독고황의 절대 권력은 삼대 무관으로부터 나온다. 삼대 무관에서 성장한 생도들은 정파 무림의 핵심 기관인 무림맹에 입맹하여 자신의 명성을 떨친다.

명문가, 명문 문파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것은 가문의 힘을 등에 업는 것이지만, 무림맹을 등에 업는 것은 말 그대로 정파 무림을 대표하여 전장에 나서는 것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호사가들이 인정해 주는 것도,

무림맹에서 명성을 쌓아올리는 게 가장 효과가 크니까.

독고황은 그런 네 명의 관주에게 말하는 것이다.

삼대 무관을 제대로 운영하라는 뜻으로.

그래서 삼대 무관의 과열된 경쟁에 무림맹은 굳이 관여하지 않는다. 과열되면 과열될수록 삼대 무관에서 배출되는 인물들의 실력은 더욱 걸출해지기 마련이니까.

지금과 같이 사천무관의 약진도 독고황에게는 그저 기꺼운 일일 따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오. 삼대 무관을. 아니, 정파 무림을.”

독고황의 무거우리만치 깊은 눈빛에 삼대 무관주들은 그저 고개를 숙일 따름이었다.

* * *

“저 새끼는 아직도 안 죽었어?”

“뭐? 누구를 말하는 거야?”

천무린의 말에 송무가 고개를 갸웃한다.

시선을 따라 바라본 곳에는 삼대 무관주와 정파 무림의 핵심인 무림맹의 맹주 독고황이 보였다.

“……크으, 무림맹주님이라니.”

“삼대 무관주들도 무림맹주님 앞에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거 같네요.”

“……X랄.”

“응?”

“뭐라고요?”

송무와 설화린의 반응에 퉁명스럽게 대답한 천무린이었다.

독고황.

무림맹주이자 정파 무림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인물.

그러나.

‘단 한 번도 전장에 나선 적이 없었지. 정마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천하일통(天下一統)을 위해 나선 천마신교의 검은 물결은 정파 무림을 휩쓸었고, 재정비를 하며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었던 정파 무림의 수많은 문파들이 연신 무림맹을 찾았다.

정파 무림의 상징이자 무림맹의 전력이라면 갑작스레 찾아온 마도의 급습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맹의 핵심 전력은 고스란히 뒤로 빼고 떨거지들만 보냈었지.’

제대로 된 무림맹의 무력 단체는 나서지 않았다.

정파를 대표하는 수많은 문파들이 봉문을 당하고 마도의 파도에 휩쓸리며 피바다를 지켜보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던 은거기인들이 무림맹에게 한 소리 하지 않았다면 아마 끝까지 나서지 않았으리라.

거기다.

‘독고황은 단 한 번도 마도와의 전쟁에서 나선 적이 없었고.’

삼대 무관주보다도 명성이 높은 독고황이었다.

젊은 시절, 청운신룡(靑雲神龍)이라는 별호로 천하제일의 후기지수로 평가받았고, 무림맹주로 추대될 때가 고작 마흔도 되기 전이었다.

그를 여전히 믿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무림맹주는 일선에 나서서 검을 휘두르는 게 전부가 아니라 모든 정파 무림인의 정신적 지주라고 옹호해 주었기에 들끓었던 비난의 여론이 가라앉긴 했으나.

천무린에겐.

“저 얌체 같은 새끼.”

그저 추악해 보일 뿐.

……저걸 어떻게 조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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