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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60화 (58/250)

제60화

제60화

“7기수 중에 누가 가장 악질인데?”

“있어.”

신혁건과 백리무영이 치가 떨린다는 표정을 짓더니 씹어뱉듯 이구동성으로 이름을 말했다.

“이백, 문호, 구태현.”

“이백? 문호? 구태현? 셋 다 처음 들어 봐.”

“명문가 출신은 아니고, 세 사람 다 군소 방파 출신이야. 내가 알기론.”

신혁건의 말에 송무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런데 왜 그토록 나서는 건데?”

“행동 대장 격이지. 다른 잘난 도련님들한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모양이야.”

신혁건의 말에 백리무영이 이어서 거들었다.

“세 사람이 나서서 모든 것을 주도해. 아마 비무대회 내내 우릴 괴롭히려 들 거야.”

“어쩌죠? 지금이라도 악 교관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가뜩이나 비무대회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위 기수 신경 쓰느라 우리 할 것도 못 하면…….”

설화린의 말에 후보생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대로 가다간 기껏 참여한 비무대회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 할 판이었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국에.

그 와중에.

“지금 악 교관님, 윗대가리들이 모시러 갔다며? 바빠 죽는 인간한테 7기수가 괴롭힌다고 고자질하러 간다고?”

후보생들 사이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음성.

“잘도 7기수한테 한 소리 해 주겠다. 그렇지?”

“…….”

천무린의 말에 틀린 부분 하나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말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잖아요.”

설화린의 말에 후보생들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악교운에게 말하는 것조차 그들에겐 큰 용기였다.

“어차피 찾아가도 아무것도 안 바뀌어. 시간 낭비야.”

으응?

천무린의 반응에 후보생들이 그저 그를 쳐다볼 따름이었다. 뚱한 그의 반응에 의아해진 것이다.

“7기가 황금 기수라며?”

“그게 뭐가 어쨌…….”

“윗대가리들이 우릴 밀어 주겠냐, 황금 기수라 불리는 놈들을 밀어 주겠냐. 가뜩이나 지금 비무대회가 코앞인데.”

기대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8기 후보생은 사천무관주의 변덕으로 이곳에 온 셈이었지만, 7기수는 원래 비무대회를 위해 착실하게 준비를 해 왔다.

무슨 일이 생기면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 줄지는 아주 자명한 것 아니겠는가.

그 점을 콕 짚고 있는 천무린의 말에 매 순간 반박하던 설화린마저 그만 입을 꾹 닫아 버렸다.

우울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그때야 천무린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어.”

“그런 게 있었어? 그게 뭔데?”

“실력으로 증명하면 돼.”

그 말에 힘이 쭉 빠진 듯한 표정을 짓는 송무였다. 맥 빠진 그의 반응처럼 다른 후보생들마저도 한껏 기대를 가졌다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는 굳이 말을 더 이어 가지 않았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너희에게 심어 놓은 씨앗이 어떤 것인지.

발아(發芽)된 새싹은 점차 모양을 잡아 그 끝을 모르고 위를 향해 뻗어 나갈 것이다.

5년간의 수련과 천무린 덕분에 완성에 가까워져 가는 기본기.

아니, 완성이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할지언정 근본을 모르고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틀을 단단히 닦아 준 기본기는 아마 튼튼한 뿌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뿌리를 확인할 때가.

‘바로 이번 비무대회가 되겠지.’

* * *

“사람에게 치여 죽는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구나.”

“인산인해(人山人海)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

원체 사람이 많은 낙양이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늘 무관에 발이 묶여 있던 후보생들에게는 이런 광경은 이미 천외천의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하늘 밖의 하늘, 눈동자가 떼구르르 구르다 못해 아예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명문가의 자제들이자 각 문파에서 촉망받는 기재들이었을지라도 무관에 입관한 지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갇혀 지낸 세월이 5년이면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도통 알 수 없을 터였다.

“참가하는 삼대 무관의 관계자만 해도 삼백을 족히 넘어설 것이고, 참관하는 인원들과 구경을 오는 이들까지 더하면 족히 일천은 될 것이다.”

악교운의 말에 후보생들은 입을 그만 떡 벌렸다.

일천!

어마어마한 숫자다.

“대단하군요. 이런 대회를 매해 연다는 것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얻는 것도 클 것이다.”

악교운의 말에 태강이 공감했다.

“맞아. 교관님 말씀처럼 얻는 것도 커. 각 무관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상단이 얼마나 용을 써 가며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 들지 안 봐도 뻔한 일이지. 되레 그 투자금 이상으로 해 먹기 좋은 장치가 바로 이 대회이기도 해.”

“오오, 역시 태강. 누가 상인 집안의 자식 아니랄까 봐! 똑똑해!”

송무의 감탄에 태강이 으쓱해하며 에헴, 소리를 냈다.

“또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고, 대회장 내에 각 무관별 공간이 있다고 하니 자리를 옮기도록.”

“…….”

태강의 기세를 대번에 꺾어 버린 악교운은 성큼 한 걸음 나섰다.

토닥토닥.

“……괜찮아, 태강아.”

태강을 다독이는 송무와 일행, 그리고 7기수들은 모두 악교운의 뒤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어이, 8기 꼬맹이들. 괜히 우리 발목을 잡지 말고 기권하고 꺼지는 게 좋아. 알겠냐.”

아니나 다를까, 악교운이 앞서 가며 8기수에게 신경을 못 쓰는 틈을 타서 으르렁거리듯 말을 하는 7기수 이백의 말에 8기 후보생들이 순간 움찔거렸다.

“…….”

그리고 그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는 한 인영.

투욱!

“거, 지금 교관님이 빨리 따라오라고 난린데 뭣들 하는 건지. 잡담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힘을 아껴 둘 생각은 안 하고.”

천무린은 이백과 8기수 사이를 헤집었고, 교묘하게 그들의 간격을 벌려 놓았다.

“너, 이 씨……!”

이백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천무린의 목덜미를 낚아채려고 손을 뻗자,

우뚝.

걸음을 멈춰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천무린이었다.

“어?”

그 단순한 동작에,

휘적!

손은 그만 허공에다 헛손질을 하였고, 그만 천무린의 등에 밀려나는 이백이었다.

이백은 그 간결하고 단순한 동작에 순간 벙쪘는데, 천무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갔다.

“……뭐야, 저 녀석.”

얼이 빠진 이백을 이끄는 것은 뒤따라오던 문호와 구태현이었다.

“이백아, 그 정도면 경고가 됐을 거다. 어서 가자. 진량이 보겠어.”

진량이라는 이름에 퍼뜩 정신을 차린 이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무린의 등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 * *

척, 척, 척.

준비를 마친 7기수와 8기수는 도열하여 자세를 잡았다. 그 준비된 모습을 바라보던 악교운은 간만에 보는 정갈한 사천무관의 생도와 후보생들의 모습에 만족하는 눈빛을 띠었다.

“준비는 다 되었는가.”

“예. 교관님!”

“7기수, 8기수 모두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고생 많았다. 이 대회 한 번으로 너희의 모든 노력을 다 평가받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악교운의 말에 모두가 숙연해진 표정으로 화답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와중에 나직한 음성이 8기 후보생들에게 조용히 들려왔다.

“……지면 다 뒈지는 거야. 저거 다 거짓말인 거 알지? 승패에 최대한 신경 써.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해. 안 그럼 8기수 다 분해야, 분해.”

그 말에 악교운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툭툭 하고 튀어나온다.

“쓰읍! 잡담 그만!”

언성이 높아지는 악교운의 음성에 잡담이 쏙 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허허허! 틀린 말도 아닌데, 뭘 그리 화를 내는가.”

악교운의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 그는 바로.

“무, 무관주님!”

사천무관주 당백진과 사천무관의 장로들이었다. 장로들 역시 하나 같이 주눅 들게 만드는 위엄이 있었지만.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네.”

당당한 걸음에 고고함이 서린 말투.

게다가 중후한 인상에다 붉은 눈가에 서려 있는 위엄 있는 눈빛은 그와 마주한 생도와 후보생들의 무릎을 절로 휘청거리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천무관주 당백진이었다.

“준비는 잘되었는가?”

“예……!”

대답은 생도와 후보생이 아닌, 악교운에게서 터져 나왔다.

“허허, 악 교관. 자네가 아니라 이 친구들에게 물어본 걸세. 왜 자네가 더 긴장하고 그러나.”

그러면서 잔뜩 긴장한 표정의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당백진은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

“과정과 결과, 승리와 패배. 그 모든 것이 다 무엇이겠느냐마는 각자 걸맞은 책임이라는 것이 있지. 대회에서 이기면 명예가 따라올 것이고, 지면 불명예를 안게 된다. 대회에 참가하는 자네들은 주어진 기회에 대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있다네.”

그 말에 긴장감이 감도는 8기 후보생들 사이에서 다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해석하자면, 지면 너희들 다 책임지고 퇴관할 준비 하라는 소리지.”

“사람에게는 단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들 하는데, 이번 삼대 무관 비무대회는 아마 자네들에게 주어질 평생의 기회 중 한 번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네.”

“그만큼 중요한 기회이니 놓치면 이보다 병X은 없다는 뜻이겠지. 참으로 영악한 노인네야.”

소곤거리는 음성이 8기 후보생들의 귀를 헤집었고, 내용 하나하나가 실로 뜨악할 만한 해석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악교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이를 갈아붙였다.

그러면서도 조용히 당백진의 눈치를 살폈으나, 그는 그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아 참, 낙양 땅에 도착했더니 8기 후보생 중 한 명의 이름이 아주 떠나가라 들리더군.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사천무관의 명성을 드높이다니 그 공을 치하하고 싶은데.”

사천무관주 당백진은 정확하게 천무린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천무린은,

“쳇, 저 눈치 빠른 노인네.”

라며 중얼거리더니 휘적휘적 걸어 나가 악교운의 옆에 서서 가슴을 쭉 내밀었다.

“내 상을 주고 싶구나.”

“오! 역시 무관주님이라 배포가 다르셔도 뭔가 다르셔! 꼬장꼬장한 어느 교관이랑은 다르게.”

8기 후보생들은 천무린의 당당하고도 거침없는 모습에 황당하면서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세상 어느 누가 사천무관주 앞에서 저렇게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 옆에 서 있는 악교운마저도 저렇게 쩔쩔매고 있는데.

“이 새끼…… 가 아니라 처, 천무린 후보생, 무관주님 앞에 예를 갖추도록!”

눈에 열화(烈火)를 피운 악교운은 욕지거리를 붙이려다 당백진의 존재를 깨닫고 최대한의 평정심을 발휘하며 말했다.

“……크흠, 아무튼. 저는 뭘 갖고 싶냐 하면요.”

갑작스럽게 얻게 된 보상에 천무린이 골똘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그 상은 내가 정하도록 하지.”

“……에?”

“악 교관.”

당백진은 여전히 허허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비무대회의 모든 시합에 이 후보생을 반드시 넣도록 하라.”

으응?

그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당백진, 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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