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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58화 (56/250)

제58화

제58화

악교운은 낙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천무관의 명성이 때아니게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최 이게 무슨 일인가.”

사천무관은 비무대회가 개최되기 시작한 이래로 특히 비무대회 때마다 명성이 땅에 곤두박질치곤 했다. 워낙에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사천무관의 생도와 후보생들의 실력이 아주 뛰어나서 기대가 된다는 둥, 실력도 좋지만 인성은 더 좋다는 둥 하는 소문이 퍼져 있지 않은가.

7기 생도와 8기 후보생을 이끌고 있는 총교관 악교운은 영문을 몰라 속으로 어리둥절했지만,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그저…….

‘그놈이 무슨 일을 벌인 건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인물은 있었다. 악교운의 상식으로 이렇게(?) 일을 벌일 수 있는 인간은 고금 이래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가. 악명이 아니라 위명을 떨쳤으니.’

제발 사고만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 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악교운이었다. 제아무리 냉철하고 차가운 악교운일지라도 자신이 총교관으로 있는 무관을 높이 치켜세워 주는데,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낙양에 들어서고 있는데, 때마침 누군가 달려왔다.

“허억, 허억, 총교관님!”

헐레벌떡 뛰어오는 낯익은 인물이 있었으니.

“신혁건?”

마중을 나온 모양이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신혁건은 악교운과 그 뒤를 따라오는 많은 생도와 후보생들에게 잠깐 시선을 보냈다.

힐끔.

극과 극의 분위기. 그다지 분위기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7기 생도들과 8기 후보생들로 명확히 경계가 나뉜 느낌이었다. 더불어 8기 후보생들이 제법 주눅 들어 있는 모습으로 보아 오는 동안에 꽤나 고생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7기와 8기는 고작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17살과 18살이라는 나이 차는 무공으로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접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삼대 무관의 특성상, 최성장기에 근접한 후기지수들을 무관에 입관시킴으로써 그 배분을 나눴다.

사실상 문파로 따지면 한 배분이 높은 항렬로 구분될 정도로 기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억울하긴 하지.’

명문가를 칭하는 문파들의 배분은 고작 1, 2년 차이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대 제자, 이대 제자, 삼대 제자 등 세대를 나눠 제자를 받는다.

그렇다 보니 실력의 고하와 상관없이 배분에 따라 윗세대를 존중하는 법인데.

삼대 무관에서는.

‘……고작 1년 일찍 들어왔다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거기다 이미 조기 진급을 통해 7기 생도들과 수련도 같이하고 함께 공동체 생활도 했던 신혁건은 더욱 치를 떨었다.

온갖 텃세에다 걸핏하면 1년이라는 차이를 걸고넘어지는 수법이 악랄하다 못해 치사하기까지 했다.

신혁건의 성격상 그럴 바에 공정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보자고 소리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디 선배 기수에게 대드느냐는 따가운 눈총과 따끔한 일침 뿐이었다.

한번 겪어 본 그조차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인데, 다른 후보생들은 어떻겠는가.

눈을 마주친 백리무영이 신혁건의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안 봐도 아주 고생했다는 뜻이다.

“그래, 신혁건. 대체 낙양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천무관에 대한 명성이 이토록 치솟았는지 소상히 설명하도록.”

악교운의 말에 신혁건이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봤다.

“아, 예. 그러니까…….”

신혁건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쭉 들려주었다. 낙양 땅에 도착해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악교운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사, 산동무관?

“……그러니까 산동무관과 시비가 붙었다? 그것도 산동무관의 7기 생도와?”

“예, 하하. 아주 다시는 고갤 들지 못할 정도로 처절하게 박살 내 버렸지요.”

창백하게 질려 가는 악교운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신혁건은 그저 신나서 계속해서 떠들어 댔다.

“산동무관의 황보권을 비롯한 놈들의 콧대를 아주 꽉 눌러 주었지요! 하하하! 천무린, 그놈은 아주 물건입니다! 물건!”

“……그래, 참으로 물거언이구나. 물거언이야.”

크게 웃으며 떠드는 신혁건과 대비될 정도로 음산한 목소리로 말하던 악교운은 이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렇게 사고 치지 말라고 일렀거늘! 천무린, 이 새끼 어디 갔어어어어!”

낙양 땅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천무린을 찾는 음성이었다.

아주 처절한.

* * *

“에……. 그러니까 지금 투기에 직접 참여하고 싶으시다고?”

“시다고? 말이 좀 짧다?”

툭, 툭.

몽둥이가 공야찬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직접 투기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입니까?”

“몇 번을 말해야 말귀를 알아먹지?”

쥐소굴의 주인인 공야찬은 눈앞에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입을 딱 벌릴 따름이었다. 정파 무인을 자처하는 인물이 암흑가에 이렇듯 자주 찾아오는 것도 의외인데, 이젠 아예 투기까지 참여하겠단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옆에 있던 조수강마저 파르르 떨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말 많던 조수강마저.

“……걸리면 무관에서 퇴관 조치를 당할 수도 있으실 텐데요?”

“무슨 그런 농을 하고 그래? 안 걸리면 되는 거 아닌가?”

“예?”

“혹시라도 걸린다면 새어 나갈 곳은 여기밖에 없는데……. 혹 내가 퇴관 조치를 당하면 아주 여기에 눌러앉게 될 수도 있겠지.”

천무린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 그만 소름이 돋아 버린 공야찬이었다.

“그럴 리가요! 새어 나가다니! 가당치도 않는 말씀입니다! 천 소협!”

그는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며 소리쳤다.

“……천 소협? 됐고, 투기판의 진행 방식은?”

낯뜨겁다. 소협이라 불리니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껄끄럽기만 한 천무린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야찬은 투기판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투기판은 비무대회의 시작과 동시에 대진표에 따라 진행됩니다. 참여하는 인원에 각각 돈을 걸 수 있고, 한쪽에 치우쳐질수록 다른 한쪽의 배당률이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단순했다.

약해 보이는 쪽이 배당률이 높다는 뜻이고, 강한 쪽에 많이 걸면 배당률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식은 죽 먹기로군.”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 애송이들의 실력을 훑고 돈을 거는 방식이라니.

“……그게 마냥 쉬운 일인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참전하는 이들 대다수가 나이가 어리다 보니 워낙 변수가 많아서 경기가 뜻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만일 삼대 무관이 아니라 성년이 훌쩍 지난 이들이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 아마 세간에 알려진 명성대로 승부가 판가름이 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을 통해 본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강호행을 하다 보면 맞붙은 상대의 수준 역시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나이가 든 이들일수록 실력이 급상승하는 경우도 비교적 드물고 그런 만큼 변수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삼대 무관의 후보생과 생도라면?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할지라도 훈련은 어디까지나 훈련일 뿐.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전장에 서 본 적도 없고, 실제로 흑도와 마도 무리와 맞붙는 생사투 경험은 더더욱 전무했기에 이래저래 변수가 많았다.

같은 실력이라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냐에 따라서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고, 상대의 말 한마디에도 흔들릴 수 있는 것이 그 나이대가 아니겠는가.

“호! 제법 투기꾼다운 말을 하는구먼.”

“하하, 제가 어디 한두 해 투기를 해 보겠습니까!”

그래, 니 똥 굵다. 이 새꺄.

내가 혀를 차며 공야찬을 바라봤다.

“여하튼 그럼 나는 사천무관에다가 걸지.”

“예?”

“사천무관 8기 후보생들에게 모두 걸겠다고.”

“……사천무관 말씀이십니까? 그, 천 소협도 아니고 사천무관 8기 후보생 말씀이십니까?”

“그렇대도.”

공야찬은 머리를 긁적이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사천무관의 황금 기수라 불리는 7기수면 모를까, 8기 후보생 말씀이십니까?”

“잔말 말고 그냥 걸라면 걸어.”

“……예! 알겠습니다! 천 소협!”

괜히 한두 마디 더 했다가 뚝배기가 깨질 바에는 일단 알았다고 하는 편이 신상에 좋았다.

“그건 그렇고, 천 소협? 하, 씨. 이름 따위 밝히는 게 아니었는데.”

“하하! 어딜 가도 천 소협의 이야기뿐입니다!”

“그 정도라고?”

“예! 낙양 땅에 울려 퍼진 천 소협의 무위가 벌써 강호 무림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4명을 동시에 상대한 것도 모자라 일권일압(一拳一壓)! 주먹질 한 방에 한 명씩 제압했다는 그 놀라운 무위에 대한 소문은 벌써 강호 무림에 파다하지요.”

일권일압이니, 아주 염X을 떨고 난리다.

강호가 원래 소문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신예의 등장과 영웅주의적인 면모를 드러낼수록 그 소문은 마치 마른 장작에 불붙듯 아주 활활 타오른다.

근데 무서운 것은.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떠들어도 전혀 진화되지 않는다는 거지.’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온 세상에 다 퍼져 있다. 입소문이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

“크으, 정파 무림의 한 줄기 빛! 별호로 한다면 신성(神星)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보게, 공가야. 저, 적당히 하는 게…….”

당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는 공야찬에게 조수강은 천무린의 눈치를 보며 제지하려 했지만.

“무슨 소린가! 천 소협의 위세가 하늘에……!”

힐끔.

공야찬은 말을 하는 도중에, 한껏 미소가 짙어지는 천무린과 마주했다.

“응? 왜 멈추지?”

“하하, 하하하……. 그게 저어.”

“응? 왜?”

“왜 몽둥이를 강하게 쥐시는지…….”

식은땀이 등을 축축이 적시는 것을 느낀 공야찬은 천무린이 다가오는 걸음에 헛바람을 들이켤 뿐이었다.

빠각!

“쥐소굴에서 책임지고 내 이야기를 제대로 입막음시켜. 낙양 땅은 책임지고! 알아들었어?”

몽둥이에 정수리를 강타당한 공야찬은 그대로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조수강이 대신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아차차, 그리고.”

“예! 말씀하십시오!”

“투기판에 거는 내 돈은 전부 너희 돈으로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두고!”

……이런 날강도 새끼.

소협, 좋아하네!

조수강은 얼른 비무대회가 끝나서 이 야차 놈이 다시 사천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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