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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50화 (48/250)

제50화

제50화

“이래도 제 말이 틀립니까?”

“……보여 준다는 게 이거였나.”

천무린을 제외한 후보생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흘러가듯 사천검진을 펼친다. 완벽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불과 나흘 만에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악교운은 당시에 사천검진을 가르치라는 사천무관주 당백진의 말에 반발했었다.

비무대회까지 불과 남은 기간은 열흘 남짓.

사천검진을 가르치자마자 실전에 쓰라니 불가능에 가까운 주문이었다.

거기다 사천검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악교운은 시선을 돌려 한 곳을 응시했다.

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백리무영과 신혁건, 당지운이 1차 진급을 하며 생도가 되었을 때, 후보생들은 인정을 했지만 반대로 시기와 질투도 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비무대회를 위해 돌아온 세 사람에 대한 텃세 역시 심했다.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질 수 없는 환경에 악교운은 세 사람을 따로 배제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했지만, 천무린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우러질 수 있다고.

당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는 악교운의 질문에.

「맞다 보면 단합됩니다. 맞다 보면.」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소리쳤던 악교운이었지만,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 줬다.

“그러니까 애들 좀 믿읍시다. 거, 총교관이라는 어르신이 안 믿어 주면 애들이 누굴 믿습니까.”

“솔직히 말해라. 너 정체가 뭐냐. 안에 백년 묵은 구렁이가 들어가 있는 게지.”

그 말에 순간 뜨끔했다.

크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너, 애 아니잖아.”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깊어졌지만, 나는 휘파람을 불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비무대회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줘야 할 거 아니에요. 애들도 적응하려면. 미리 대응법도 찾아야 하고.”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참가하면 될 게 아니냐.”

“어휴, 뭔 소리예요?”

자꾸 이 인간이 날 참가시키려 드네.

참가해서 뭐에다 써.

내가 자칫 눈에 띄어서 문파들이 계속 추파를 던져도 난 들어갈 수가 없다.

왜냐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무공은 소림에다, 개방에다, 곤륜에다, 남궁가의 무공까지 쓰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무공을 쓸지도 모른다.

아니, 머릿속에 있는 무공을 다 쓰고 죽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워낙 방대하니까.

아무튼.

문파에 속하는 순간, 내가 자유롭게 쓰던 무공들이 제약에 걸릴 공산이 크다.

암만 그래도 의심은 깊어 가기 마련이니까.

더군다나.

아직 내 성에 차지 않은 강함 정도로는 세간에 알려져 봐야 표적이 되기 쉬울 뿐이다.

생각해 보라.

마도의 세작이 봤는데, 내가 소림의 무공도 쓰고 무당 것도 끌어다 쓰고, 남궁가 것도 쓰고, 황보가 것도 쓴다.

그럼 굳이 다른 데 가서 힘 쏟아부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냥 날 잡아다가 취조하며 명문 정파의 무공에 대해 죄다 털어놓으라고 엄포를 늘어놓으면 될 테지.

내가 일축하자, 악교운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어 갔다.

“……첫 번째 방식은 7기에서 30명, 8기에서 30명이 출전하여 제각기 일대일로 승부를 볼 거다.”

“뭐, 그건 이미 예상한 승부였고. 그다음은요?”

“7기에서 한 조, 8기에서 한 조가 나서서 검진 승부를 겨루겠지.”

그것마저도 예상했다.

“……근데 당최 무슨 생각으로 8기 후보생들에게 사천검진을 펼치게 하려는 거예요?”

“알 순 없지. 무관주님의 생각을 내가 무슨 수로 알겠느냐.”

“으휴, 아무튼 그리고 또 다음은요?”

“다음은…….”

나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악교운을 바라봤다.

“모른다.”

“예? 뭘 모른다는 거예요. 순서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아니, 다음 승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말해 주지 않더구나.”

“총교관님께도요?”

“그렇다.”

“엥? 그게 무슨?”

사천무관주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별나단 생각이 들었다. 원래 당씨 성을 쓰는 인간들이 워낙 이상하긴 하지만, 이놈은 더 별나네.

“……에휴.”

“왜 네가 한숨을 쉬냐?”

“하여간 이상한 인간들 참 많아.”

……네놈이 할 말이냐.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악교운은 애써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첫 번째 종목과 두 번째 종목을 위해 인원들을 구성해야 한다. 어떻게 하겠느냐.”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네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냐.”

나는 황당한 눈빛으로 악교운을 바라봤다.

“그게 총교관이 할 소리예요?”

“크흠.”

“솔직히 말해 봐요. 그간 심심했죠? 저 있으니까 좀 즐거워진 것 같은데.”

“허허, 그렇게 느꼈다면 네놈이 더 올라오기 전에 나도 너를 좀 밟아 줄 필요가 있겠구나.”

악교운의 손등에 핏줄이 투둑 솟아오르는 것이 진심인 듯했다.

에이, 암만 그래도 아직 악교운만큼의 내공을 갖진 못했다. 2회 차 인생이라고 해도 아직 환생한 지 1년도 안 됐다고.

허허, 농담도.

“아무튼 그걸 왜 제가 정해요?”

“응?”

“먼저 참가하고 싶은 녀석들을 뽑으면 되잖아요.”

“그렇다곤 하나 삼대 무관 비무대회다. 승패의 결과에 따라 무관의 성세가 결정되는 자리이기도 하지.”

“……아니, 뭐 그럼 하기 싫은 놈을 잡아다가 억지로 참가시켜요?”

그것도 그렇다.

하기야 제아무리 무관의 가장 큰 행사라고 할지라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일축하고 제멋대로 결정하는 것은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었다.

“이게 녀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는 게 좋죠.”

내 말에 악교운은 피식 웃었다.

“아니, 거 야차라는 별호도 갖고 있는 양반이 요즘 시시때때로 웃는다니까?”

“퍽이나. 그리고 나 야차라는 별호 안 쓸 거다.”

“별호를 스스로 쓸지 말지 어떻게 정해요? 사람들이 정해 주는 거지. 그리고 왜 안 쓴대? 딱 잘 어울리는구먼.”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놈이 있다.”

“에? 누구요?”

악교운은 눈을 질끈 감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왜 이리 혈압이 오르는지.

“너도 참 재주가 좋구나.”

“아유, 그걸 이제 알았어요? 저 재주 좋은 건 여기 있는 사람 다 아는데.”

……자랑이다.

* * *

“그런고로 비무대회에 참가하는 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모두가 참가하면 가장 좋긴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비무대회가 마냥 길어질 수 있으니 정말 참가 의사가 있으면서 열의가 있으면 좋을 것 같군.”

악교운의 말에 후보생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서로 소곤거린다.

“뭔가 총교관님도 말투가 부드러워졌지?”

“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원래 같았으면 알아서 선별하셨을 텐데 말이야.”

“그만큼 우리가 열심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저기 저 녀석한테 요즘 주도권이 자주 빼앗긴다는 말이 있던…….”

다 들린단다.

악교운이 평소에 보인 적 없던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광대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제대로 된 미소를 지어 본 적이 없기에 일어나는 경련이었음을 대번에 알 수 있는 상황에,

“푸웁.”

“아니, 교관님이 웃고 있다고?”

“야차라고 불리는 우리 악 교관님이?”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아직 오래 산 건 아니잖니.

악교운은 오른발을 들어 올려 그대로 땅을 찍어서 단 한 번의 발구름으로 진각을 일으켰다.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후보생들이 주목했다.

“잡담은 거기까지.”

그 말에 후보생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삼대무관 비무대회에 참가한다는 의미를 곱씹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낸다면.”

“아마 꽤 후한 명성을 얻을지도 모르지.”

“정파 무림의 차기 후기지수로 등극할지도 모를 일이고.”

욕심이 난다. 후보생들 누구라도 욕심을 안 낼 만하겠는가.

여태 훈련받은 것을 세상을 향해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할까.

다만.

‘……지면 모두가 진급 못 한다.’

‘내 욕심이 모두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절대 그럴 순 없지.’

서로의 눈빛만을 훑는다.

서로에게 부담을 짊어 주지 않으면서 피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다. 어떻게 단합을 하며 이렇게 돈독해져 왔는데.

누군 떨어지고 누군 진급한다.

그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제 손으로 하기엔 절대 싫다.

“너무 망설이는 것 같은데.”

악교운의 미간이 좁혀진다.

걱정했던 것 이상이다.

참가를 너무 많이 할까 걱정이었는데, 되레 단합력이 너무 똘똘 뭉쳐서 걱정이 되다니.

어찌해야 할까.

무엇으로 이들을 설득해야 할까.

그렇다고 거짓부렁으로 이들에게 참가를 권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때.

“……염X들 하고 자빠졌네.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너희들한테 기회를 주겠노라고 발광을 하는데, 네깟 놈들이 뭐라고 그 동아줄을 내팽개치고 X랄이야?”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거리는 천무린의 모습에 모든 후보생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막말로 니들이 잃을 게 뭐가 있는데? 무관에서 퇴관당하면 각자도생해서 다시 만나면 되지. 생도가 돼서도 평생 경쟁 안 하고 2학년 생도를 시켜 주고 그런다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이유는 하나였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서였다.

“……하지만 기껏 하나가 되었는걸. 너 역시도 각자도생하는 우릴 단합시켜 준 이유가 그거였던 거 아니었어?”

송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는데, 이게 무슨 당치도 않는 소린가.

엥?

“아닌데? 그냥 난 니들 패고 싶어서 팬 건데. 뚝배기 깨고 싶어서 깬 거지.”

너무 앞서 나갔네.

날 뭐로 보고.

“……아무튼, 누가 나갈 때 나가더라도 혹시라도 지면 모두 흩어져야 한다고.”

“그게 뭐 대수라고. 애X끼들처럼 매번 무관 품속에서 자라날 생각이었냐. 졸업하고 나서도 이 인원 그대로 같이 있게?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송무를 비롯한 모든 후보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푹 숙인다.

그 와중에 설화린이 이를 앙다물고 한 걸음 나서서 나지막이 말한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사천무관의 명성도 걸려 있잖아요. 모두가 당신처럼 담이 크진 않다고요.”

그 말에 후보생들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무관의 성세를 좌우하는 대회에 참가한다는 의무감.

자그마한 어깨에 올라가는 책임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까지.

그래, 그런 마음 이해할 수 있지.

왜?

고작 약관도 지나지 않은,

방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한없이 작은 테두리 속에 갇혀 살아온 삶이니까.

그런 이들이라면 충분히 겁을 먹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어차피 만년 꼴찌잖아.”

“어?”

“사천무관 만년 꼴찌에 작년도 꼴찌, 재작년도 꼴찌였다며. 뭘 또 겁내고 X랄이야.”

그건…… 그러네?

후보생들이 서로를 돌아본다.

“……만년은 아니고.”

그 말에 악교운은 흐뭇하게 웃었다. 눈에 물기가 차오르는 듯한 느낌은 기분 탓이겠지.

틀린 말이 아니니 반박도 안 된다.

허허.

“이 좋은 기회에 뭘 내가 나가니, 네가 나가니 하고 있어?”

목검을 어깨 뒤로 넘겨 입으로 계속 심한 욕을 내뱉고 있는 천둥벌거숭……. 아, 아니.

“무, 무린아. 진정해.”

“당신도 생각해 봐요. 누구나 나가서 명예를 쌓고 싶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 한 가지밖에 없잖아요.”

송무가 말리고 설화린이 논리적인 이유를 갖다 댄다.

그러나.

“그러니까 염X 떨지 말란 거야. 니들끼리 얼씨구나 얼싸안고 계속 여기에 있으려고? 언제까지 이 조막만 한 무관에 처박혀서 살래?”

삐딱하게 돌아간 고개는 정자세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거기다 불량스레 승모근을 지압하는 자세까지 완벽한 뒷골목 건달 자세였다.

“…….”

그 반응에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지만.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가 없잖아.”

황태가 한 걸음 나서서 이야길 꺼낸다.

그의 말대로 모두가 어느 하나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다른 무관의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어떤 교육 과정을 거쳐 강해졌는지.

감히 강함에 대한 척도를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뭐 확신이 들 때까지 이곳에서 처박혀 살겠단 거냐고?”

답답하다는 듯 소리치는 그 말에 단 한마디도 못 꺼내는 후보생들이었다.

“앓느니 죽지. 기껏 훈련시켜 놓으면 뭐하냐고.”

나는 한숨을 쉰 후 침을 퉤 뱉고는 땅에다가 목검을 긁었다.

“그따위 패기도 없고 나아갈 생각도 없으면 비무대회 따위 참가할 이유가 무엇이며, 생도가 되어서도 맨날 애X끼처럼 우린 떨어지면 안 돼! 그런 염X을 떨면서 경쟁도 안 할 생각이냐? 서로에게 좀먹는 사이가 되려고?”

경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선의의 경쟁은 서로에게 실보다 득이 많다. 서로의 호기심을 채워 주고 호승심을 북돋아 의지를 불태우게 해 주는 또 다른 원동력인 셈이다.

에라이! 이 공과 사를 구분도 할 줄 모르는 놈들아!

천무린은 팔을 걷어붙였다.

“으갸갸갸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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