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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48화 (46/250)

제48화

제48화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나이가 드시더니 귀까지 이상해지셨나.”

헛소리를 정도껏 해야 말이지.

“왜 안 나간다는 거지?”

“애들 소꿉장난에 제가 나가서 무어합니까.”

“소꿉장난?”

“예. 소꿉장난이요.”

허, 참.

악교운의 눈매가 묘하게 모아진다.

비무대회는 사천무관도 그렇고 정파 무림을 통틀어서 현존하는 가장 큰 대회 중 하나다.

아무리 관심이 없다고 한들, 조금이라도 무공을 익힌 무관의 후보생이나 생도라면.

거기다 인정하기 싫지만, 천무린만큼이나 고강한 실력의 보유자라면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곳이든 그를 잡기 위해 뛰어들 테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 줄지 악교운조차도 궁금할진대.

‘정작…… 이 녀석은.’

그런 관심 따위에 되레 흥미가 없어 보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물욕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악교운이지만, 그래도 저렇게 귀찮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주는 천무린만큼은 아니다.

“……정파뿐 아니라 모든 중도의 세력마저도 지켜보는 자리일 것이다.”

“근데요?”

휘적휘적.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며 판다.

악교운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지만, 그는 참고 한마디를 더 내뱉었다.

“……네가 가진 힘을 보여 주면 모두가 널 데려가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

“그러니까 그게 왜요.”

천무린의 반응에 악교운은 그저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넌 어떻게 돼먹은 녀석이기에…….”

“유명세 얻어서 얻다 씁니까. 고작 허울뿐인 명성 얻어다가. 어차피 졸업 안 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데, 안 그래요?”

그건 그렇지.

악교운은 혀를 차며 고갤 돌렸다.

그런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비무대회를 생각했다.

비무대회에 출전해서 유명세를 떨친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근데 득보다 실이 많다.

괜히 사파 놈들이나 마교 놈들한테 경각심만 심어 줄 뿐인 그런 행동을 나서서 할 바에야 조용히 숨을 죽이고 힘을 더 키우는 편이 낫다.

정파는 안일했다.

그리고 여전히 안일하다.

비무대회에 정파 세력과 중도 세력만 모여들까.

그럴 리가.

사파와 마교는 그리 허술하지 않다. 그저 힘으로 모든 것을 찍어 누르기만 할 것 같지만, 사실 수많은 정보에 예민하고 민감해한다.

그래서 천마신교가 공격해 들어가는 순간조차 수많은 정보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파악해 공격 시점을 정하지 않았던가.

아마 이번 비무대회에 숨어 들어온 사파와 마교 놈들의 세작들이 정보를 긁어모을 것이다. 근데 그들에게 눈에 띄어 좋을 게 무어 있으랴.

오히려 현재 마교의 상황이 어떤지 깨닫고 세작을 잡아다가 하나하나 입을 털어놓게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저 말고도 내세울 녀석들 많잖아요.”

“하지만.”

“아니, 어찌 된 총교관이 자기 키운 후보생들을 못 믿어서 안달이람.”

그 말에 악교운이 입을 벙긋거리다 말고 다시금 고개를 젓는다.

“알았다. 더 이상 말하지 않으마.”

가벼이 한숨을 내쉰 악교운은 그 말을 끝으로 비무대회에 대한 이야긴 꺼내지 않았다.

“그보다 마교인을 찾는 것은 어찌 되었지?”

“아, 그거요?”

……음.

“없던데요?”

“뭐?”

“없다고요.”

단정 짓듯 말하는 천무린의 말투에 악교운의 미간이 좁혀진다.

“확신할 수 있나?”

“에이, 제가 어떻게 확신을 해요. 제가 뭐라고.”

저런 무책임한 말을 막 한다고? 그리도 자신 있어 해 놓고서는.

그런데 너무 당당하다 못해 가슴까지 쭉 펴고 말하는 천무린을 보니 절로 할 말을 잃는다.

“……그게 무슨?”

눈에 띄게 당황하는 악교운의 모습에 나는 씨익 웃는다.

“다만 의심 가는 녀석들을 추리긴 했어요. 어차피 길게 보기로 한 거 좀 더 기다려요. 조급하게 굴다간 다 잡은 물고기도 놓치는 법이잖아요.”

“……여하튼 말은 잘하는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내 말에 손을 휘휘 젓는 악교운이었다. 명백한 축객령에 나는 나직이 말한다.

“나 넣지 마요. 대진표에. 필요하면 내가 알아서 나설 테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다 해 줄 거 같으냐?”

“해야 할 걸요? 안 그러면 질 텐데?”

……뿌득.

어떻게 한마디도 안 지는지.

거기다 사람 열 받게 만드는 재주는 또 어떻고.

악교운이 쥐고 있던 지필묵이 뚜둑 하고 부러지는 것과 동시에 눈썹이 역팔자로 휘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거참, 성질도 고약하셔라.”

성질 고약하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 * *

“히이익! 나온다. 나와.”

“야야, 자세 잡아!”

“하나! 둘!”

후보생들이 질서정연하게 자세를 잡는다.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오는 천무린을 보며 후보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제 스스로 훈련에 임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잡고 있는 후보생들을 쭉 둘러보던 천무린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에휴, 이런 꼬맹이들 데리고 뭘 하려고 하니 내가 앓느니 죽지, 앓느니 죽어. 아주 귀찮아 죽겠어.”

……약한 게 서럽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제발 저놈보다 강하게 태어나게 해 주세요. 원시천존이여, 제발.

수많은 후보생들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몇 번이나 허리춤에 있는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그런 반응들에도 전혀 개의치 않은 천무린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한다.

“사천검법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까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어? 다음 단계?”

“다음 단계가 있어?”

“……근데 다음 단계가 있는 건 알겠는데, 그걸 왜 교관님들도 아닌 네가…….”

그 말에 천무린의 뒤를 따라서 천천히 걸어 나오던 악교운이 멈칫한다.

“대체 교관님들은 무얼 하시길래.”

“요즘 들어 코빼기도 보이시질 않잖아. 어찌 된 게.”

후보생들의 그런 의문에 나 역시 무릎을 치며 격하게 공감한다.

“내 말이 그 말이야. 나도 사천무관 교관이 되고 싶어. 얼마나 꿀벌들인지 너희들도 느껴지지? 사천 지역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녹을 주는 데 얼마나 편하고 좋은 일자린지. 나 참.”

그 말에 후보생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교관 자리가 이토록 천대받는 자리는 아닐진대……. 그런데 꿀벌이라는 말에 차마 부정을 할 수가 없다.

“커흐흠.”

뒤따라 나온 악교운이 소리를 내며 단상에 서서 불신의 불이 지펴진 후보생들의 눈빛을 바라다본다.

……언제부터 교관들이 이런 대우를.

이것도 다 저놈 때문이다. 정말로 격하게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천무린 역시 악교운이 뒤따라 나올 줄 몰랐는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딴 데로 돌리고 있었다.

……어쩌다.

한 기수의 후보생들을 훈육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교관들만 해도 무려 30여 명이 넘어간다.

고된 훈련에 지쳐 반항을 하는 후보생이 있으면 단죄해야 하고 많은 후보생들을 관리 감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교관들이며, 각종 십팔반병기를 다룰 줄 아는 각 교관들이 존재해야 하고.

후보생들 개인의 평가와 점수를 매길 교관과 각 조별 과제며 평가에 임해서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교관들까지.

실제로 교관들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며, 수많은 교관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무대회에 참가하고 좋은 결과를 보여 주는 것으로 차후에 있을 모든 평가가 대체되기 때문에 실제로 현존하는 수많은 교관들이 제 역할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필요한 인력을 빼고는 다른 임무에 투입하게 된 교관들이었다.

“후, 현재 다른 교관들은 각자 다른 임무를 부여받아 잠시 파견 나가 있는 상태다.”

……그리고 사실.

교관들이 직접 관리 감독을 할 때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고 단합이 잘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느 누구 때문에.

그러다 보니 더욱 비무대회가 끝날 때까진 여유롭게 파견을 보낼 수 있는 여력이 있었던 거겠지.

악교운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천무린이 만들어 내는 이 기적 같은 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사천검진을 익힐 것이다.”

더 나아가 볼 생각이었다.

사천검진(四川劍陣).

사천검법을 익힌 인원이 진법을 만들어 펼칠 수 있는 검진으로 사천검법의 검세를 더욱 강화시키고 연수합격 진법으로 최적의 진법을 만들어 낸 검진이었다.

소림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무당의 태극검진(太極劍陣), 화산의 매화검진(梅花劍陣)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사천무관에서 직접 개량하여 만든 검진이었다.

“……저어.”

송무가 조심스레 손을 든다.

“말하라.”

“사천검진은 생도가 되어서야 익힐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저희가 익힐 수가 있는 것입니까?”

송무의 말에 악교운이 가벼이 고개를 끄덕인다.

“가능하다. 비무대회 참가 종목에 사천검진이 있으니.”

“에?”

……그런 종목이 따로 있었어?

송무를 비롯한 수많은 후보생들이 어리둥절해하다 못해,

‘……그걸 이제 와서 말해 준다고?’

‘얼마나 시간이 남았다고.’

‘으으……. 설마 저거 또 저놈이 직접 가르쳐 주고 그런 건 아니겠지?’

후보생들의 시선이 천무린에게로 향한다.

나는 해맑다 못해 순박한 눈빛으로 후보생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는다.

“응?”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암만 그래도 가르쳐 주는 영역은 교관님들의 역할이잖아. 특히 검술은 담진 교관님이 계시니까.’

‘그래그래, 설마.’

그런 후보생들의 소곤거림에 응한 것인지 악교운의 육합전성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짧은 것은 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무관도 매한가지. 같은 입장일 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라.”

“……그러면 혹시.”

손을 든 송무가 우물쭈물하며 한 번 더 입을 열자, 악교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계속 질문해 보도록.”

“사천검진을 가르쳐 주시는 분은…….”

그 말에 악교운이 별 이상한 것을 다 물어본다는 표정을 짓는다.

“당연히 담진 교관이 있지 않느냐. 시답잖은 질문이었군.”

악교운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반응으로 대답했으나.

꽈아악!

그 말에 후보생들이 마주 손을 꽉 잡는다.

“됐다! 살았어!”

“크으, 담진 교관님 만세!”

몇몇 후보생들은 손을 번쩍 들며 만세까지 불렀다.

담진 교관은 후보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친절히 잘 가르쳐 주고 후보생들을 끝까지 책임지며 노력하는 후보생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것으로.

적어도 사천검진을 익히는 동안은 어느 괴물 같은 놈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던가.

“……아차차, 그런데 내가 알기로 담진 교관도 조만간 파견을 나가기로 했다.”

갑작스레 생각난 듯이 악교운이 말하며 옆에 서 있는 천무린을 바라본다.

“아마 부족한 점은 이 녀석이 웬만한 교관들보다 낫다는 판단하에 열심히 가르쳐 줄 터이니 힘내도록.”

그렇게 말을 던지다시피 해 놓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악교운이었다. 왠지 모르게 빨리 사라지는 듯한 느낌은 아마도 착각이겠지?

후보생들은 아연질색한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고 있는 천무린을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믿을 어른 하나 없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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