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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46화 (44/250)

제46화

제46화

“……굴러 들어온 돌이 어쩌고저쩌고, 여전하네?”

신혁건이 다가왔다. 웃는 낯을 한 그였지만, 눈빛만큼은 매섭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흡사 겁화(劫火)가 두 눈에 담겨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하긴.

내게 된통 맞고 골로 갔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근데.

네 스승이 와도 내게 그딴 소릴 못 지껄일걸! 이놈아!

“표현이 거슬리는군.”

백리무영이었다.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깐다.

내가 백리후를 바라봤다.

움찔, 하던 백리후가 날 바라보며 ‘뭐, 왜, 뭔데.’라는 표정을 짓는다.

하하, 아주 형제들이 쌍으로 염X하는 놈들이었네.

“난 구경할래.”

뭐랄까, 이 예쁘장하게 생긴 당씨 세가 혈손까지.

그 반응에 나는 바르르 떨었다.

“하, 어쩌면 좋지.”

내 반응에 설화린을 비롯한 후보생들이 흠칫한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어깨를 두들긴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너도 아니다 싶지? 세 사람이 좀 강해야지.”

“맞아, 맞아. 빨리 사과하고 광명 찾자. 이건 아니야.”

그렇게 위로하듯이 말하면서 표정은 왜 신났지.

이 새끼들이.

근데 내가 왜 바르르 떠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하, 진짜 어쩌면 좋지. 패야 할 인간들이 셋이나 더 생겼네. 새로운 손맛이 느껴질 걸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

내 반응에 후보생들의 입이 쩍 벌어진다.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이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세 사람에게 다가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설화린을 비롯한 송무와 태강은 눈을 질끈 감는다.

‘어휴, 뭔가 이 인간이랑 엮이면 죄다 이상하게 흘러간단 말이지.’

‘지금이라도 악 교관님께 가야 하는 거 아닐까.’

‘……이미 늦었어요.’

흐뭇하게 웃는 날 바라보던 태강은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저 웃음이 나왔단 건.”

“눈에 띄지 말고 도망가자.”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저 괴물 같은 놈이라고 할지언정 백리무영과 혁건이를 이길 수 있다고? 당지운이라면 모를까.”

진무양의 말에 명진이 대답했다.

그의 말에 후보생들의 질겁한 표정에 한 줄기 의문이 파고든다.

그래.

천무린은 얼마나 강한지.

후보생들의 머릿속에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의문 중 하나가 마구 솟구쳤다.

교관이랑 비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천무린의 무수한 소문들.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니 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마땅한 표본 대상이 없다.

강함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천무린에게 8기 후보생들은 쥐 잡듯이 잡혀서 천무린에 대한 강함의 기준이 오히려 모호해졌다. 얼마나 강한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상대가 나타났다.

백리무영. 8기 후보생들 중에 단연 압도적이라 불릴 만큼 가장 강하였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생도 1순위였지 않은가.

신혁건 역시 백리무영과 견줄 만큼 뛰어난 실력에 신창(神槍)의 제자라고 불린다.

이 두 사람이라면.

“……꺾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꺾으면?”

……어.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저 괴물 같은 놈이 진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지만, 만약에 진다면…….

“희망이 생기는데,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한 줄기의 희망의 빛이 보이는 거 같아. 광명 찾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오…….”

후보생들이 기대 어린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 반응에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허허, 녀석들.

어디에 자꾸 기대고 싶나 보네.

“다들 맷집이 좋아졌나 보네. 비무대회까지 한 달 조금 더 남았다던데, 조금 있다 보자. 지금까진 살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이젠 진짜 죽여 달라고 소리치게 만들어 줄게. 허허.”

흐뭇해진 내 말에 후보생들의 표정이 단번에 창백해진다.

그리고 두 사람이 걸어 나온다.

“흠흠, 조교는 우리가 맡을게!”

“허튼소리 하는 녀석들은 내가 대신 훈련시킬게!”

송무와 태강이 나섰다.

너희도 다 봤다. 한 줄기의 빛이 어쩌고. 광명이 어쩌고.

“두 사람이 이기길 빌어. 개소리 말고.”

“응. 신혁건 이겨라.”

“그럴게. 백리무영 믿는다.”

그러곤 난 고갤 돌려 몸을 풀고 있는 신혁건과 백리무영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너희들이구나.”

신혁건과 백리무영이 나를 바라본다.

“네놈들 때문에 내가 기껏 만들어 놓은 가두리양식에 균열이 생겨 버렸잖아. 어떡할 거야.”

“……가두리양식?”

“그런 게 있어.”

내 말에 신혁건이 먼저 한 걸음 나섰다.

“구면인 우리부터 시작하자.”

등에 꽂혀 있는 창을 냅다 뽑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호승심 어린 시선과 자세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혀를 찬다.

“……쯔쯧. 뭐 하냐, 너.”

어이가 없네.

“응?”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신혁건이 창대를 돌리다 말고 멈춘다.

“너 혼자 덤비게?”

“……뭐?”

신혁건의 표정이 딱 굳었다. 비무에 여럿이서 한 명에게 덤비는 법도 있었나.

“지금 날 놀리는 거냐?”

두 눈에 열화가 뻗치는 것이 느껴졌다.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신혁건의 두 손에 힘줄이 투둑 하고 솟았다.

나는 그 반응에 귀를 후볐다.

“놀려? 있는 그대로 말한 건데. 그때도 나한테 까불다가 뒈지게 맞아 놓고도 그런 소리가 또 나오나 보네.”

내 말에 송무와 태강, 후송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까불다가 발려? 누가?”

“혁건이가? 무린이에게?”

“헐, 뭐야. 벌써 붙은 적이 있었다고? 왜 우린 몰랐지?”

세 사람의 말에 설화린이 곰곰이 생각하다 나직하게 소곤거린다.

“워낙 천방지축……이 아니라, 아마 전에 새로 무복을 지급 받으러 갔을 때 본청을 들를 적이 있었으니 그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오……! 그도 그러네.”

“뭐, 그것도 그렇고 총교관님과의 면담도 잦았고 볼 기회가 여럿 있었을 수도 있어요.”

설화린의 그럴듯한 추측에 몇몇 후보생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선이 천무린과 두 사람에게 꽂혔다.

“그러니까 벌써 겨뤘다는 건 진짜란 소리네.”

“오오, 이렇게 즐거울 수가.”

원래 제일 재밌는 구경이 무엇인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보다 재밌는 것이 바로 싸움 구경이다.

누가 뭐라고 하건 가장 재밌다는 이 구경은 특히 서로 잘 싸울수록 즐겁고 재밌기 마련이다.

강함이라는 것이 당최 가늠이 안 되는 천무린과, 단연 후보생들 중에 1, 2위를 다투는 신혁건과 백리무영이다.

그런 그들의 싸움에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근데 말이야.”

송무가 운을 뗐다.

몇몇 후보생들이 송무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결론적으로 무린이에게 졌다는 거 아냐? 혁건이가.”

“……어?”

맞네.

“희망이 없어졌다는 말을 꼭 그렇게 해야만 하겠냐.”

“하, 씨.”

“괜한 희망 고문을 하는 것보단 낫지.”

후보생들의 표정에 절망감이 어린다.

특히 명진과 남사익은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던 백리후와 진무양마저 어쩔 도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놈이 거짓말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헛소리를 많이 해서 그렇지, 거짓말할 놈은 아니잖아.”

그도 그렇지?

“살 빼고 나서 어디서 맞는 거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하긴.

후보생들이 기억하는 옛날의 뒤뚱거리던 천무린은 없었다.

자신의 살을 주체 못 해서 넘어지고 엎어지고 자빠지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헌앙하다 못해 수려한 외모를 가진 야차 놈만 있을 뿐이었다.

“……아쉽게도 저 인간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란 게 확실하네요.”

“뭐?”

설화린이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 타오르는 눈빛과 더불어 두 손에 핏발이 잔뜩 서 있는 신혁건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말에 더욱 신빙성을 주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곤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백리무영을 바라본다.

“내가 너희들 노력을 폄하해서 뭐 하겠냐. 나만 아니었음 계속 대장놀이를 했겠지만. 다만.”

근데 어쩌나.

“그런 대장놀이, 난 용납해 줄 마음이 없네.”

이래 봬도 무신 출신 인생 2회 차인데 꼬맹이들이 내 위에서 꼴값 떠는 건 절대 못 보지.

도발적인 말투에 백리무영이 한 걸음 나섰다.

“후회하지 말도록.”

그렇게 신혁건 옆에 백리무영이 나란히 서자, 신혁건이 표정을 굳히며 눈을 부릅뜬다.

“무영! 지금 뭘 하는 거냐?”

“건아, 저토록 원하니 응해 주는 것뿐이다.”

백리무영 역시 신혁건이 왜 이리 화를 내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백리무영 역시 신혁건과 당지운이 느낀 이상으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는.

시선을 돌려 마주한 곳에는 자신의 동생이 서 있었다.

흠칫.

더할 나위 없이 자신과 닮은 백리후가 마주 노려보며 서 있다.

그래, 자신의 동생은 자존심이 강하고 화산파의 속가 제자로서 늘 노력을 하던 녀석이다. 1차 진급시험에서 자신에게 졌을 땐 아마 피눈물을 흘리고 자극을 받은 승부욕으로 매일 밤 검을 휘두르던 녀석이다.

그런 자신의 동생이 지금 눈앞에 있는 놈한테 머릴 숙이고 있다.

자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백리후가 그토록 저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이 녀석에게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고로 일대일로는 승산이 없을 가능성이 아주 크리라고 판단했다.

“……호오, 자기 동생보단 똑똑한가 봐?”

“후회나 하지 말도록.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고 했다. 혹여 추후에 교관님들께 가서 억울하다느니 지껄일 거면 미리 말하도록.”

……어?

“너, 너……!”

한 차례 바르르 떨고 있는 나를 설화린과 송무, 태강이 속닥인다.

“교관님들께 말하려고 한 걸까?”

“왜 저리 떠는 거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송무와 태강이 설화린의 말에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가벼이 한숨을 내뱉는다.

“흥분한 거잖아요.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는 말에.”

그 말에 두 사람이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천무린을 바라봤다.

“너, 정말 훌륭한 아이구나?”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니!

아주 훌륭한 말이다.

그럼 그럼, 암, 그렇고 말고.

법이니 뭐니 따지는 놈들이 뭐라고 떠들기 전에 쥐어 패고 보면 더 이상 법 타령을 할 수나 있겠나!

감동 받은 나를 바라보던 송무와 태강은 입이 쩍 벌어졌다.

“진짜 미친놈 맞구나.”

“……진짜 날이 갈수록 새롭다.”

근데 그 와중에.

“화린이, 넌 어떻게 안 건데. 대체.”

“그러게. 이젠 무린이 생각까지 읽을 수 있게 된 거야?”

그 말에 설화린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무슨 개소리예요!”

맞네, 뭘.

뭘 그리 흥분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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