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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45화 (43/250)

제45화

제45화

“천무린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음, 백리후보다 강하니까 후보생들 중엔 가장 강한 거 아닐까?”

“백리후보다? 무슨 헛소리야. 백리후도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는데. 그냥 월등한 거지. 아니, 압도적인 거지.”

“후보생 중에? 그때 못 들었냐? 마인을 상대로도 호각(互角)이었다고 하잖아.”

“야야, 적당히 해야지. 암만 그래도 절정 경지에 근접했다는 부교관님들이랑 어떻게 비비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런가.”

과연 저 괴물 같은 놈은 얼마나 강한 것일까.

8기 후보생들은 늘 궁금했다.

저 막 돼먹은 놈이.

아니, 무공만큼은 막 돼먹지 않았지만 인성만큼은 막 돼먹은 저놈이.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인지에 대한 순수한 의문이 일었다.

“오죽하면 총교관님이 전권을 위임하신 거겠어. 믿고 맡긴 거겠지.”

천무린을 거의 추종하다시피 하는 후송의 말에 옆에 서 있던 태강이 흐뭇하게 웃었다.

“참으로 믿고 맡겼겠다. 하하, 하하하.”

그러면서 자신의 무복을 슬쩍 드러내는 태강이었다.

어느 한 군데도 성치 않은 곳이 없는 살가죽이었다.

“부교관님도 하지 못할, 차마 인간이라면 하지 못할 흉신악살(凶神惡殺)의 마음으로 우릴 조질 수 있는 인간이 단 한 명 있어. 그걸 총교관님이 바로 보신 거겠지.”

그런 태강의 말에 뒤에서 동조하듯이 흘러나오는 말소리.

“흉신악살? 그렇지, 그놈이 그런 놈이지. 그리고 또, 또?”

“또는 무슨 또야? 성격은 얼마나 또 개차반이야. 자비심 따윈 없는 놈이 갑자기 혼자서 무량수불이니, 관세음보살이니 외치고 다니는 거 보라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옆에서 동조를 하니 신난 태강이 미주알고주알 떠들었다.

“하하하, 그랬구나. 내가 관세음보살이니 무량수불이니 하는 게 네겐 너무 불편했구나~?”

“아유, 말해 뭐해. 그렇대도! 네가 관세음보살…….”

우뚝.

끼긱, 끼긱.

태강이 말을 하다 말고 목각인형의 움직임처럼 기이하게 목을 꺾다시피 하여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흐뭇.

“하하, 안녕.”

태강이 인사한다.

그래, 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다, 이 X새꺄.”

흉신악살? 자비심 따윈 없어?

오냐.

진짜 흉신악살이 뭔지 보여 줄게.

내가 옷소매를 접으며 한 걸음 다가서자, 태강은 전심전력으로 연무장을 질주하며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아니, 도망치려는 순간.

콰당!

금나수의 수법으로 매의 손길이 되어 목덜미를 낚아챘고, 그 탓에 태강은 그대로 땅바닥에 메다꽂히며 그 충격에 입을 쩍 벌렸다.

“기껏 조교로 키워 놨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네. 허허, 내 손으로 다 먹여 키워 놨더니 말이지. 참으로 슬퍼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네.”

내가 서글픈 눈빛으로 태강을 바라보자, 그가 어색하게 웃는다.

“으, 은혜를 왜 저버리겠어. ……근데.”

“근데?”

“무린아, 눈은 슬퍼하는데 입은 왜 웃고 있는 건데…….”

그렇게 푸닥거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곁에 송무가 해맑게 다가왔다.

“오늘도 두 사람은 활기차네! 너무 보기 좋아. 헤헤.”

그 말에 태강은 제정신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게 보기 좋아? 이게? 활기차 보이냐고! 누가 봐도 처맞고 있는 현장인데!”

태강이 뭐라고 하든 나는 자비심을 불태웠다.

“무량수불!”

퍽!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퍽!

“부처님의 자비로!”

퍽!

소리 나게 두들겨 맞으면서 나는 한껏 자비심을 불태울 수 있도록 입을 중얼거렸다.

“끄으아아아!”

예끼, 이놈아! 이게 진정한 부처님의 주먹이다!

그렇게 주먹을 들어 올리며 태강을 괴롭히고 있는데.

“……천무린.”

응?

볼썽사납게 뒹굴고 있는 내 주변에 드리운 그림자는 익숙한 놈의 것이었다.

“황태?”

익숙한 얼굴이지만, 왠지 익숙지 않은 분위기.

“뭐냐? 양아치 같던 눈빛은 어디 가고.”

“……양아치?”

“어, 뒷골목에서 한가락 할 것 같은 건달의 건들거림도 없어진 그 어색한 자세까지.”

그 말에 황태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익히 볼 수 없었던 모습에 내가 다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간 내가 씻을 수 없는 잘못으로 주변을 많이 괴롭게 했던 것을 알았어.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깨달았고.”

제법 진중한 목소리에 담긴 것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송무를 보아하니, 둘은 꽤나 많은 이야길 나눈 모양이었다.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서?”

내 물음에 황태는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척!

두 주먹을 포개며 앞으로 내밀었다.

포권지례(抱券之禮).

“나한테 할 게 아닌 것 같은데.”

내 말에 황태가 고개를 젓더니, 다시금 두 주먹을 포갠 채로 내민다.

“……이게 순서다. 다음은 내가 다시 알아서 하도록 하겠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달라지면 일찍 죽는다는데, 조심해라.”

그러면서 나는 가볍게 포권을 취해 주며 그 인사를 받아 주었다.

내 반응에 송무는 마주 웃었지만.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후보생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천무린이 황태를 꺾은 것보다, 그리고 송무가 피나는 노력 이후에 황태를 꺾은 것보다도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변할 리 없다던 저…… 황태가?”

“천무린에게 너무 맞아서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에이. 그럼 그 전에 변했어야지. 저건 송무가 변하게 만든 거야.”

“진짜 자비심이라는 것은 바로 저런 거겠지.”

개과천선(改過遷善).

절대 변할 리 없을 것 같은 황태를 변하게 만든 사람.

다들 송무를 우러러본다.

이런 X발.

기껏 내가 다 차려 놓은 식탁 위에 숟가락만 놓더니 홀라당 갖고 가 버리네.

으휴, 앓느니 죽지. 씨부레.

내가 혀를 차고 있는데, 그런 후보생들과 더불어 송무와 황태를 바라보고 있는 세 쌍의 눈빛.

오묘한 세 쌍의 눈빛은 각각 흥미로움, 호기심, 무심함을 담고 있었다.

“우리가 없는 동안에 제법 달라졌나 보네? 어때, 무영.”

“분위기가 꽤 바뀐 것 같군.”

신혁건과 백리무영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당지운은 묘한 시선으로 천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

불과 이틀 전,

막 단상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

「우리 함께 유대감을 키우려면 몸으로 한번 부딪혀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훈련하고 있는지.」

그렇단다.

말을 꺼낸 천무린이었으나, 악교운은 그 말을 바로 일축하며 자리를 파해 버렸다.

「그건 차차 알아 가면 될 일. 당장에 분란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

급하게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은 당지운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불안한 말투와 표정이 흡사 자신들을 걱정하는……?

당지운은 고갤 저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며 고갤 저으면서도 여전히 후보생들의 중심에는 항상 천무린이 있었고, 그의 헛소리에도 악교운은 별다른 태도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본래 같았으면 이미 징계를 내렸거나 무섭게 질책했을 터인데.

어디 그뿐이랴.

수많은 교관들이 이 연무장에서 천무린에게 아무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흡사 면죄부를 얻은 죄수처럼 활개치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당지운이 알았던 8기의 연무장과는 모습이 많이 달라 있었다.

거기다 후보생들 중 비교적 간소한 차이로 1차 진급을 하지 못했던 대문파 출신 4인방도 어째 잠잠하다. 아니, 잠잠하다 못해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천무린과 눈만 마주쳐도 바로 꼬랑지를 내리고 자리를 피한다.

근육 덩어리인 명진은 천무린에게 이유 없이 두들겨 맞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고, 논리적이고 말발로는 어디 가서 절대 지지 않던 진무양도 천무린 앞에만 서면 논리고 뭐고 개나 줘 버렸다.

거기다 봤다시피 황태 역시 새사람으로 만드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이가 천무린인 것을 후보생들의 분위기로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던 당지운이었다.

대체……. 흐음.

다시금 천무린을 바라보는 당지운에게 그의 첫인상은.

……아주 잘생기고 헌앙하다 못해 귀공자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눈에는 똘끼가 충만해 보이는 사람.

아, 아니. 그냥…… 잘생긴 또라이라고 하자.

불과 이틀간 지켜본 당지운이 내린 결론은 그러했고, 사람 보는 눈만큼은 정확하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당지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당지운의 묘한 시선과 더불어 다른 두 사람의 시선을 느낀 탓인지, 그 인영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 * *

뭐야.

“기분 나쁘게 뭘 꼬나보는 거지.”

내 말에 송무와 태강, 설화린이 세 사람을 바라본다.

“……그냥 쳐다보는 거 같은데.”

“사람이 얼마나 꼬였으면.”

“사람 새끼가 아니잖…… 아니, 일반적인 논리로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잖아요.”

나는 그 말들을 귓등으로 흘려듣다가 번뜩이는 무언가에 무릎을 탁 쳤다.

“아차, 큰일 날 뻔했어.”

“뭘?”

“잊고 있었어.”

“그러니까, 뭘?”

“이런이런~, 내가 너무 무심했어.”

무심했다고?

내 말에 세 사람은 엄습하는 불길함에 표정이 미묘해진다.

“자, 잠깐만. 먼저 생각하고 말하자, 무린아. 먼저 우리한테 말하고 나서 행동해.”

“휴우,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어쩌다 이렇게까지 눈치 없는 놈이 되어 버린 걸까.”

거들떠보지도 않는 내 반응에 세 사람은 조용히 주먹을 들어 힘을 주었다가 푼다.

“정말, 나 스스로 반성하지 않을 수 없군.”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려 오른쪽에 서 있는 녀석의 정수리를 쥐어박는다.

콰직!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끄으아아아! 왜 때려! 이 미친놈아!”

“실수를 해서 나 스스로에게 주는 반성이지.”

“니가 실수했는데, 왜 날 때리느냐고!”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벗, 태강아. 네가 나 대신에 단죄를 받는 거다.”

“내가 왜!”

“어?”

이유는 생각해 본 적이 없…….

절대로 아까 태강이 흉신악살이니 뭐니 말해서 뒷끝 때문에 억지를 부리는,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절대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아니, 날 왜 때렸…….”

“신고식!”

“뭐?”

내 말에 송무가 고개를 갸웃한다.

“신고식? 무슨 신고식?”

“……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리한테 신고식이 어딨어요?”

설화린의 말에 나는 어휴, 라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나약해 빠진 정신 상태로 어떻게 비정한 강호를 살아갈래?”

아니, 뭐 이런 등X이…….

설화린의 표정에서 그런 말이 당장이라도 흘러나올 것 같은 것을 무시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이런 우둔한 놈들아,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고 하는데, 너희는 그저 당하고 살래?”

“……누가 굴러 들어온 돌이고, 누가 박힌 돌인 건데?”

“거기다 아직 당한 것도 없…….”

“이거이거, 또 태평한 소리 늘어놓고 자빠졌네. 내 이래서 맘 약한 놈들은 조교를 안 시키려 했건만!”

니가 시킨 거잖아! 조교도! 우리한테 어디 선택권이 있었던 거였냐고!

송무와 태강이 발끈해 소리치려고 하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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