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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44화 (42/250)

제44화

제44화

삼대 무관 비무대회는 연례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호사가들은 물론이고 여러 문파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비무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이제 막 후보생을 벗어난 1학년 생도에 불과하지만, 1학년의 무위가 곧 무관의 성세를 뜻하기 때문이었다.

무관의 성세, 그것은 곧 그 지역의 위명과 더불어 정파 무림을 대표하는 무관이 어디인지 널리 알려 주는 것이고, 무관에 소속된 문파들의 자부심을 한껏 치켜세워 주는 일이었기에 더욱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거기다 1학년은 자라나는 새싹이 아니던가.

얼마나 재능 있는 이들이 있고, 또 얼마나 노력해서 결과를 내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1학년 생도의 나이는 18세. 대기만성형도 보통 이즈음 되면 개화를 한다고 판단하기에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다.

거기다 2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대체로 무관에서의 생활보다 외부로 나가 정파 강호를 위해 협객행을 펼치기 때문에 비무대회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관례가 지속되다 보니.

이 1년에 한 번 있는 비무대회를 통해 수많은 상단과 표국은 아낌없이 투자하고, 다음 비무대회가 오기 전까지 끊임없이 연결 고리를 만들려고 애쓴다.

그런데.

“뭐라? 후보생들이 참가한다고? 아직 생도도 안 된?”

“호오, 이례적인 일이로군. 그것 참.”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로군. 이번 비무대회로 차후 비무대회가 더욱 궁금해질 게 아닌가!”

“사천무관에서 주관했다고 하던데?”

“후후, 사천무관에서 아주 칼을 갈았나 보구려. 아마 여태 비무대회 우승이 없었던 것이 그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 게 아닌가 모르겠소.”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비무대회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만 갔고, 정파 무림의 수많은 이들은 사천무관이 주관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2기수가 동시에 출격한다는 이례적인 일에 눈빛을 반짝였다.

“이번엔 어떤 이변이 나올지 매우 궁금하구려! 가십시다! 모두들!”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는군그래.”

“하하하. 이거이거, 좋은 자리 선점하려면 웃돈이라도 쥐어 줘야 할 텐데 말일세.”

“이런 기회에 돈이 문제겠소! 갑시다!”

이번 해는 사천무관이 직접 개최하는 비무대회이긴 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이례적이면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적은 없었다.

즉, 고루해진 7년 차의 비무대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사천무관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런데 사천무관의 후보생들이 나선다고 이길 리가 있겠소.”

“잘해 봐야 2번째였긴 하지. 단 한 번도 우승을 한 경우는 없었지.”

“2번째도 고작 한 번이었던가. 허허허.”

“사천무관으로선 어쩔 수 없어서 도박을 하는 게 아니겠소.”

“대신 실패하면 망신도 두 배로 당하는 거요.”

“푸흐하하하, 망신도 두 배라니 말이 좀 심하신 거 아니오.”

여태 저조한 결과를 냈던 비무대회에서 사천무관이 후보생들을 앞세웠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어쨌거나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읍시다.”

“이번에 사천무관 7기수가 그리 황금 기수라던데.”

“황금 기수라? 대문파 출신이 많은가 보오.”

“소식 못 들은 게요? 대문파 출신일 뿐만 아니라 각 문파에서도 나름 뛰어난 후기지수들로만 이루어진 이들 아니겠소.”

“호오, 기대해 볼 법하구려.”

상단의 상인과 표국의 국주들은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과 중압감을 짊어지고 있다. 개인의 영위도 영위지만, 그들이 성장하는 만큼 먹여 살려야 하는 인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다가 등골이 휘어 죽겠소.”

“다음 투자에 실패하면 우리 상단은…….”

“끔찍하오.”

그러다 보니 정보에 더욱 민감했으며, 스쳐 지나가는 소문이나 풍문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이었다.

“아직 두어 달 남았으니 갑시다.”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정보를 모으고 모아야 해요. 미리 선점하는 자가 이기는 것 아니겠소.”

“전에 섬서무관이 우승했을 때, 미리 선투자했던 상단과 표국들이 지금 다 어떻게 되었소! 죄다 중소 상단이었던 놈들이! 나, 대상단이오! 나 대표국이오! 하고 있지 않소.”

“자자, 흥분들 마시고 이번엔 제대로 긁어모아서 투자해 봅시다.”

이렇게 미리 투자를 하려고 나서는 이들도 제법 많았고.

“낄낄, 이번에 판이 좀 크겠는데. 무려 두 탕이나 할 수 있지 않은가.”

“배당금은 무려 두 배, 아니! 최대 다섯 배도 노려볼 수 있지. 참가자가 엄청 늘어난 것이니.”

“마누라 속곳까지 뒤져서 집에 있는 돈을 털털 털어 오세. 이번만큼은 내 제대로 한탕 해 볼 터이니.”

은밀하게 이뤄지는 투기판의 투기꾼들도 대거 판을 키우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비무대회에 수많은 이목이 쏠렸다.

* * *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데, 너네들은.”

그 와중에 한 명은 낯이 익었다.

신창(神槍)의 제자, 신혁건이었다.

“오랜만이야! 친구.”

언제부터 친구였다고 해맑고 X랄이야.

내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악교운이 한 걸음 나서서 52명이었던 인원이 55명으로 완벽해진 8기를 바라본다.

“알다시피 이번엔 7기수와 8기수가 동시에 참가한다. 앞선 세 사람은 익히 알겠지만, 1차 진급시험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으로 진급을 했던 이들이다.”

악교운의 말에 세 사람은 다른 52명의 인원을 내려다보듯 바라본다.

“다들 잘 있었어?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지?”

해맑다. 악의는 없었지만, 이를 비꼬듯 받아들이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자기가 생도 될 동안, 우린 뭐 하고 있었냐는 듯한 말툰데. 나만 그렇게 들리나?”

진무양의 말에,

“언제고 내가 저 창잡이 새끼 한 대 먹여 줘야 하는데. 후웁!”

명진이 대답한다.

그리고 그 말에 나도 공감했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맞고 나서도 해맑게 날 보고 인사하다니.

변태적인 성향이거나 아님 좀 부족하게 때렸던가.

근데 그 와중에.

화르륵.

어우, 뜨거!

불타오르다 못해 주변 모두를 녹일 듯한 강렬한 열기가 감도는 느낌이다. 기세의 근원지를 바라보니 백리후였다.

그리고 백리후의 시선은 신혁건의 오른쪽에 서 있는 헌앙한 녀석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뭔데.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낭소소가 조용히 소곤거렸다.

“백리무영이라고, 백리후의 형이에요.”

형? 아, 맞아. 저 창잡이 새끼가 말했던, 백리후의 형제라고 하던 녀석?

“근데 나이가 어떻게 형이 되는…….”

“누가 형이래!”

아이고, 깜짝이야.

깜빡이 좀 켜고 들어오지,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내 말을 끊으며 소리치는 백리후는 그답지 않게 흥분한 채로 콧김까지 내뿜고 있었다.

“백리후보다 반각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인 거지.”

다시 조용히 언급해 주는 낭소소의 말에 나는 힐끔 백리무영을 바라봤다.

백리후와 분위기가 사뭇 비슷하긴 했지만 그는 백리후를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 의도적인 태도가 아닌 걸 보아하니, 백리후 혼자만의 열등감이라고 치자.

“으휴, 못난 놈.”

내가 혀를 차자 백리후가 나를 째려본다.

“아고고, 아주 한 대 치겠다, 치겠어.”

백리후의 발작 누름쇠 정도 되겠네. 기억해 놓고 두고두고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그럼 쟤는 누구야?”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또 한 사람. 신혁건과 백리무영을 제외한 남은 한 사람은.

“……당지운. 운이 좋다 못해 사천무관주님 덕에 1차 진급시험을 수월히 붙었다고 소문이 나기도 했어. 너무 음침하다 못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기운이 주변에 가득해서 다가가기 싫기도 하고.”

낭소소의 구구절절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하나의 단어밖에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당씨 성?”

중원 무림에 당씨 성을 쓰는 가문은 단 한 군데밖에 없다.

사천당가(四川唐家).

사천무관을 관장하는 대문파 중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자리 잡고 있는 사천당가의 혈손을 이제야 보다니.

사천당가는 명문 정파에 속하면서도 꽤나 애매한 위치에 있는 문파들 중 하나다.

마냥 정도라고 취급하기엔 신출귀몰한 암기와 독을 활용한 무공이 워낙에 악랄해서 말이지.

그 덕택에 사마외도의 길을 걷는 사파와도 같은 대우를 받았고, 한동안 정파에 소속되기 위해 생각보다 오랜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가가 공들여 만든 독에 대한 해독법과 수많은 의선들을 배출해 낸 의술을 정파 무림에 많이 풀고 나서야 겨우 오대세가에 들어섰다지, 아마?

그건 그렇고.

“역시 사천당가인가.”

“응? 무슨 말이야.”

낭소소가 물어오자, 나는 가벼이 미소 지을 따름이었다.

당지운이 가진 기운은 옆에 서 있는 신창의 제자와, 백리후보다 무공이 월등하다는 백리무영과 비교해서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수준이 높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소소를 비롯한 많은 후보생들에게 평판이 안 좋다는 건.

“이유가 있겠지.”

……그도 아니면 마교의 간자일지도 모를 일이고.

명문 정파 출신이라고 해서 마교의 간자가 아니란 법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두고 보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간단한 해후는 마친 것 같으니 오늘은 이만 해산하고 내일부터 비무대회를 함께 준비하도록 하지.”

악교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반골 기질이 올라왔다.

“……총교관님?”

쭈뼛.

몸을 돌리려던 악교운은 내 목소리에 반응하여 어색한 움직임으로 나를 힐끗 바라봤다.

“……17번 후. 보. 생. 또 무슨 문제…… 아니, 일인가?”

말만 꺼내면 문제를 일으키는 녀석에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을 애써 바꾸며 침착하게 대답하는 악교운이었다.

“기껏 후보생들끼리 마음 맞춰 훈련하고, 동고동락하고, 웃으면서 유대감을 키웠지 않습니까?”

……응?

마음을 맞춰? 웃으면서? 유대감을 키워?

난데없는 긍정적이고 밝은 표현에 머릿속에 물음표가 뜬 후보생들이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얼토당토않았는지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이게 바로 선동이라는 거야?”

“선동이 아니라 정신적인 억압인 거지.”

“우리를 정신적으로 몰아넣는 거야. 정신까지 아주 지배하려고!”

웅성거림이 커졌어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우리 함께 유대감을 키우려면 몸으로 한번 부딪혀야 되지 않겠어요? 어떻게 훈련하고 있는지.”

악교운의 눈이 그만 질끈 감겼다.

왜인지 그의 귀엔.

「우리 함께 유대감을 키우려면 처맞으면서 배워야 되지 않겠어요?」

라고 들린다.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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