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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42화 (40/250)

제42화

제42화

그 따위로 지껄인다고 누가 동정이라고 해 줄 줄 알고!

빠드득 이를 간 황태는 목검을 쥐고 흉포한 기세로 종횡무진 검을 휘둘렀다.

그런 기세를 느낀 고윤이 황급히 제지하려고 했지만.

……어?

고윤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딱 멈췄다.

자신의 몸을 거미줄처럼 옭아매는 기세를 느끼고는 황급히 그 장본인을 찾았다.

‘대체 누가……?’

무형의 기운이 고윤의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자라는 소리.

그럴 리가.

이렇게 쉽사리 자신의 움직임을 제지하려면 압도적인 실력자여야만 한다. 이곳 연무장 속에 그런 사람이라곤…….

고갤 들어 바라보니 악교운 역시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그럼 그렇지. 총교관님도 이 대련을 궁금해하신 건가. ……하는 수 없지.’

시선을 돌린 고윤은 대련에 집중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고윤의 시선이 돌아가자, 단상 위에 올라가 있던 악교운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왜 막은 거지?”

나는 가벼이 미소를 지으며 덜덜 떨고 있는 송무를 내려다봤다.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녀석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바람이 불 겁니다.”

무공을 익히고 경지를 높이고자 하는 깨달음과는 다른 깨달음.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다.

“대체 너란 녀석은……. 어디까지 내다보는 거냐.”

악교운은 이제 천무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더 이상 놀라워하지 않았다. 아니, 이제 어지간한 것으로는 놀라워할 수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궁금하면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후후.”

나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지금은 악교운과의 잡담보다 저 서투른 움직임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으니까.

「무린, 내가 녀석들을 바꿀 거다. 그러니까 꼭 무공을 가르쳐 줘.」

전생의 기억 속에서 송무와 닮았던 녀석이 다시금 떠올랐다.

송무와는 다른 성격, 다른 성향의 녀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닮았다.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 서슴없이 행동하는 녀석이었고, 자신의 껍데기를 혼자 깨고 나온 녀석이라는 공통점이.

그리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른 채 움직이는 녀석이 기꺼워져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 * *

쇄도하는 황태를 바라보며 송무는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으로 목검을 잡았다.

두 손은 차분할 수 없었지만, 가볍게 숨을 뱉어 내며 달아오른 마음을 진정시켰다.

달려드는 황태의 모습과 희번덕거리는 눈빛에 송무는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후우우우.”

“이 새끼야!”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한껏 가라앉히는 사이에도 황태는 그 검격에 더욱 기세를 더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왜 저렇게 느리게 보이는 거지?’

황태와는 비견될 수조차 없을 검격.

더욱 쾌속했고.

더욱 변화무쌍했으며.

누구보다 부드러웠고.

태산같이 찍어 누르는 그 기운을 가진 검격을 몇 번이나 견뎌야 했을까.

그런 괴물 같은 검을, 그런 매서운 손길을 송무는 끊임없이 받아 내며 훈련을 받았고,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

그런 그에게 황태가 보이는 검격은 황새의 날갯짓을 따라 하는 뱁새의 조막만 한 날갯짓에 불과할 뿐.

쓸데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그의 심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으나, 그 케케묵은 감정들을 털어 내자 자연스레 양손에 힘이 모인다.

꽈드드득.

힘줄이 불거지도록 두 손에 쥐어진 목검은 이내.

“죽……!”

콰드더더덕!

살가죽을 후려치는 음성은 누군가에겐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할 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꺼어어…….”

송무의 두 손에 쥐어진 목검은 어느새 달려든 황태의 옆구리에 정확히 꽂혀 있었다.

틀어박힌 목검은 그 기세를 더해 황태의 옆구리를 강하게 후려쳤고, 황태는 헛바람조차 내쉬지 못하고 그대로 힘이 풀린 채 튕겨 나갔다.

푸드더덕!

볼썽사납게 나뒹구는 황태는 파르르 떨리는 눈가로 송무를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다가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입에 게거품을 문 채로.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송무의 양손에 쥐어진 목검이 자연스레 바닥에 놓인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송무의 안색이 금세 창백해졌다.

있는 힘껏, 가진 모든 역량을 끌어올린 한 수는 그에게도 상당히 버거운 것이었기에 기혈마저 뒤틀렸다.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기운이 한꺼번에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송무의 시선 끝에 닿은 황태.

손끝에 남은 여운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속에 차오르는 감정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송무는 말라비틀어진 입술로 혼자 뭐라고 벙긋거리다가 혼절한 황태를 바라봤다.

그러는 와중에.

“…….”

“어…….”

“이, 이게…….”

“그러니까, 그…….”

이변이 일어났고, 두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정적만이 흘렀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대련이었고, 뻔히 보이는 결과라고 생각했던 대련이었다.

그런 대련이 다른 후보생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가장 마지막 시합에 일어난 이 기적과도 같은 일에.

목소리 하나가 정적을 깨뜨렸다.

“사내새끼가 이겼으면 방방 뛰면서 좋아해도 모자랄 판에 왜 처울고 X랄이야? 재수 없게.”

후보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향했다.

엎드린 채로 들썩거리는 송무에게로 다가간 한 인영이 보였다.

그리고 한 인영이 송무의 손을 번쩍 든다.

“……양아치 새끼를 조져 버린 송무, 승(勝).”

눈물 콧물을 질질 짜는 송무의 오른손을 가만히 들어 주는 천무린이었다.

손이 번쩍 들어올려진 송무였으나, 그의 표정은 애처롭기만 했다.

“흐윽, 흐윽.”

그 울음소리에 후보생들 몇몇이 고개를 돌린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들은 송무가 그동안 얼마나 당해 왔는지, 기나긴 시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괜찮냐?”

“울지 마, 새꺄.”

“……고생했다.”

힘들었으리라.

고통스러웠으리라.

괴로웠을 것이고, 아팠을 것이다.

그 점을 상기하며 송무의 옆에 다가간 후보생들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황태로서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송무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을 한 셈이니 모두 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비록 도와주진 못했으나, 어쨌건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다행이라고 생각한 후보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그때.

“염X하네. 위선자 새끼들, 하여간 나쁜 것만 배워 가지고는 이제 와서 그딴 짓거릴 하고 자빠졌어.”

후보생들은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움찔.

매서운 눈길로 후보생들을 훑고 있는 것은 바로 천무린.

다름 아닌 나였다.

“이제 와서 니들이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네놈들이 저놈과 다를 바가 뭔데?”

나는 황태를 가리켰다.

황태랑 니들이 다를 게 뭔데, 라는 내 표현에 몇몇 후보생들이 발끈하듯 입을 옴짝달싹했다.

병X들.

“피해가 자신한테 올까 두려웠을 거고, 불똥이 튀어서 저와 같은 고통을 나누기 싫었을 거고,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겠지. 안 그래?”

그 말에 우물쭈물하며 뭐라도 한마디 하려던 후보생들의 입이 굳게 닫힌다.

“직접 피해를 주는 새끼나, 그걸 방관하는 새끼들이나 모두 똑같다고.”

이토록 신랄한 비난을 받아 본 적이 있었을까.

얼굴이 달아오른 후보생들 몇몇은 아예 시선을 피했고, 몇몇은 하늘만 바라봤다.

“근데 말이다.”

내가 송무를 가리킨다.

“저 녀석은 멍청하게도 니들 원망 안 해. 저놈은 원래 그런 놈이거든.”

그런 내 말에 후보생들의 시선이 하나둘 송무에게 닿았다가 이내 고개를 서서히 떨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깨닫는다.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어설픈 위로나 격려 따위가 아니라,

“……미안하다. 송무야.”

“정말, 정말로…… 미안해.”

“흐극, 흐윽. 흐어어어…….”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것을.

몇몇은 감정을 이겨 내지 못하고 송무를 끌어안으며 함께 오열했다.

“흐어어어엉, 엉엉.”

내가 혀를 차며 후보생들의 눈물바다를 그저 지켜만 보았다.

“뭘 잘했다고 울어? 으휴.”

뭐, 비단 송무만 고통을 받았을까. 워낙 악질이었어야 말이지.

쓰러진 황태는 금방 당의원에 실려 갔지만, 나는 엉거주춤 서 있는 두 사람을 훑었다.

“명진, 남사익.”

호명한 두 후보생이 순간 움찔거린다.

“황태 새끼까지 포함해서 니들 셋은 왜 내가 많이 팼는지 이젠 알겠지?”

내력을 쓰지 않았음에도 연무장을 가득 채우는 음성은 자연스레 경청할 수밖에 없는 힘을 담고 있었다.

“여기서 좀 강하다고 X랄 맞게 행동한 너희들은 갱생이 필요했고, 그딴 썩어 빠진 정신 상태를 개조시키는 데는 패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거든. 결과적으로 황태, 저 새끼만 봐도 나한테 처맞고 나서야 정신을 좀 차렸으니까 아예 틀린 말도 아니겠지만.”

나는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생각이 없었다.

이와 같은 순간은 자주 찾아오지 않을 테니까.

“근데 말이야. 고작 무관 따위에 갇혀서 살고 있는 니들이 밖으로 나가서 겪어야 될 중원 무림은 은원 관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이거든.”

후보생들을 쭉 둘러보며 입을 연 나는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했다.

백리후.

진무양.

낭소소.

설화린.

…….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은원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오늘부터 깨우치는 거다.”

나는 송무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녀석에게 꽤 많은 걸 받았거든.”

멍청하리만큼 착한 녀석이지만, 덕분에 이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은혜를 입으면 은혜로, 원한을 사면 원한으로 돌려주는 것이 이치인 곳으로 나아가기 전에 미리 깨닫는 거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깨달은 후보생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한다.

고작 오십여 명이 넘는 인원으로 채워졌던 이 작은 무림에서 겪은 수많은 경험들과 추억들이 삽시간에 그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새끼들아,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송무가 황태를 꺾을 줄 누가 알았겠냐? 사람 살아가는 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 말에 후보생들의 시선이 송무에게로 조용히 향했다.

“너희들이 한 행동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어설프게 피해 갈 생각 따윈 하지 마라. 책임을 지는 거다, 자신이 한 행동에.”

아휴, 말을 너무 많이 한 거 같은데.

이젠 목이 다 아프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정적으로 채워진 연무장의 후보생들에게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사파 새끼들, 마도 새끼들한테 양아치 짓을 하든가 하고 같은 편끼린 좀 덜 싸우자고. 알겠냐?”

내 말에 후보생들이 서로서로 눈을 마주한다.

그간 있었던 알력과 다툼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자신의 입지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느꼈으니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만.

“……근데.”

“응?”

백리후가 조용히 입을 연다.

“너는 사파 놈들이나 마도 놈들보다 더하잖아.”

……어?

“크흠.”

나도 모르게 헛기침이 나왔다.

“많이 떠들었더니 피곤한걸.”

그러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색한 표정으로.

하, 거참. 다 좋았는데 마지막에 왜 저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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