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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30화 (30/250)

제30화

제30화

이른바 대기만성형.

대문파의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무공 실력으로 늘 낙담하던 녀석이었고.

그렇다고 훈련을 빼먹지도 않으면서 특유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무공 실력마저 우유부단하기 그지없던 녀석이었는데.

“제법이네. 스스로 알도 깰 줄 알고.”

가진 잠재력이 폭발하는 시기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계기를 만들어 줄 순 있지만, 마음가짐을 달리 먹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기세가 올라서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갈 것이다. 탄력이 붙어 버린 속도는 더욱 빨라지겠지.

물론 이번 칠 주야뿐만 아니라 몇 개월 전부터 굴리기도 했고 몸속에다 때려 박은 역근경의 묘리에다 소림 72절예까지 전수하고……. 아, 영약도 먹였지?

X발.

갑자기 화딱지가 나네.

그렇게까지 해 줬는데, 아직 저 정도밖에 못해?

진짜로 지면 너도 나도 다 뒈지는 거야! 함께 접시 물에 코 박고 죽는 게 낫지!

쩌저적!

피어나는 얼음꽃은 하얗다 못해 창백한 기운으로 전환이 되며 매서운 공세를 이어 갔지만, 천하삼십육검법은 공격을 쉽사리 허하지 않았다.

단 한 차례도.

설화린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이제는 오기가 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공격 일변도의 자세로 바뀌고 있었다.

천무린에게, 저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남자에게 어떻게 해서든 한 방을 먹여 주려고 했는데, 이제는 되레 창피를 당하게 생겼다.

그녀로서는 죽음보다 더한 창피였다.

“하아압!”

기합과 함께 나아가는 그녀의 움직임은 잔뜩 악에 받쳐 있었다.

저러다가 사고 나지, 사고 나.

원래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쟤도 참 한 성격 하네. 나 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장이라도 송무의 검격을 얼려 버리겠다는 듯 파고드는데 흥분을 해도 너무 흥분했다.

전반적으로 설화린의 기세가 제 몸을 전혀 돌보지 않는 데다 송무 역시 천하삼십육검법에 취해 맹렬하게 검술을 펼쳐 내고 있으니 뭔가 사달이 날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비무에 취했고, 감정에 휩쓸려서 잠시 이것이 비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그때, 동굴 밖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쯔쯧.”

혀를 차며 나는 땅을 박찼고, 동시에 튀어나오는 한 인영이 설화린에게 뻗어 갔다.

파앗!

나는 송무의 손목을 낚아채 검을 거둬들였고.

타악!

동시에 또 다른 인영이 홀연히 나타나 설화린의 손목을 걷어차서 허공으로 빙백신공의 기운을 날려 보냈다.

“조별 과제는 끝난 거 같은데, 뭐 이리 살벌하게 비무를 하는지 해명부터 들어 볼까?”

……부교관의 등장이었다.

* * *

기나긴 칠 주야의 과제를 마치고 돌아온 후보생들의 몰골은 하나같이 볼품없었다.

하기야 밖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으니 제대로 씻기나 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물가 근처에 있던 곳에서 조별 과제를 했던 인원들은 그나마 멀끔한 편에 속했다.

“으윽, 이게 다 뭔 냄새야.”

“……제발 좀 씻어.”

“설마 바지에 지렸냐?”

“……우웩.”

남녀 할 것 없이 죄다 꼬질꼬질한 상태에다 대문파고 군소 방파고 할 것 없이 대동소이하게 지저분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약간은 무림학관이 필요한 이유가 느껴지기도 했고.

적어도 이 짧은 순간만큼은 신분의 고하나 뒷배경 따윈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니까.

“크하하하! 네 꼴이 이게 뭐냐. 어디 굴렀냐?”

“그러는 지는! 풀숲에서 변을 보다가 넘어졌냐. 뒷섶이 왜 그래? 푸훕!”

“야야, 열양장이라도 맞았냐? 피부가 뭐 이리 탔어?”

“해변에서 일주일 버텨 봐라. 이렇게 안 되면 추가 장을 지진다.”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존에 집중하고 동시에 마인의 습격에도 대비해야 했으니 꼴이 영 말이 아닐 터였다.

그래,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태강은 위화감이 느껴지는 네 명에게 시선이 갔다.

익히 아는 인원들이었다.

“근데 쟤들은 왜 저리 멀쩡해? 아니…… 너무 멀쩡한데?”

“오히려 얼굴이 뽀얘진 것 같은데?”

“……쟤들이 어디서 과제를 했지?”

“북쪽 동굴. 거기에 온천수라도 터진 거 아냐?”

“그럴 리가. 거기에 귀물이 산다고 제일 위험하단 곳 아니었어?”

쟤들?

나?

여럿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태강이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무린아, 진짜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아니, 정말 과제 간 거 맞아?”

“아니면 우리가 어디 특혜라도 받아서 쉬다 온 줄 알아?”

“……에이, 당연히 그건 아니겠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산뜻하게 잘 보내고 왔는데, 왜.

꼬우면 너네도 마인한테 이기지 그랬어.

첫날 이후 마인이 언제 습격할지 더 이상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었고, 하루 온종일 수련으로 점철된 하루를 보내고 자기 전에 흐르는 냇가에 가서 등목 한번 시원하게 하니 몸이 지저분해질 일이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송무와 태강 역시 짧은 훈련 기간 동안 고강도의 훈련을 받으면서 영약까지 섭취했으니 번듯해 보인다.

설화린이야 원래 자기 관리도 열심히 했고, 워낙 미모로는 후보생들 사이에서 유명하기에 두말할 것도 없었다.

“뭐지, 이 위화감은.”

“혹시 귀물을 잡아먹은 게 아닐까?”

뜨끔.

귀신 같네, 요즘 애들.

제법 눈치들이 빨라, 아주.

아직 잡아먹진 못했지만, 조만간이지, 후후.

그나저나 다 모아 놓고 왜 이렇게 안 나와?

설마 패는 거 아니지?

그런데 그 설마가 맞았다.

* * *

악교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부교관들을 쭉 훑었다.

“……후, 그러니까.”

움찔.

가라앉다 못해 목소리가 사뭇 살벌하다.

악교운의 눈빛이 훑을 때마다 소름이 돋은 부교관들은 찍소리도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였다. 감히 눈빛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 만큼 담력이 있는 부교관이 없었다.

“후보생들한테 생포? ……그것도 상점이 어쩌고 어째? 후후후.”

‘조, X됐다.’

‘……도망가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흥분하기보다 되레 차가워지는 법이다. 지금 악교운이 바로 그랬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부교관들은 대번에 깨달았다.

여기 있으면 자신들이 위험하다고.

거기다 천무린 조에게 굴욕을 당했던 부교관 고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이라도 나서야……!’

발걸음을 막 내디디려는 찰나.

“멈추도록.”

움찔.

귀신같이 나서려는 고윤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 악교운의 싸늘하게 식은 시선이 와 닿았다.

“내 말 아직 안 끝났는데, 누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지?”

“죄, 죄송합니다!”

“죄송?”

“바, 방심한 나머지……!”

아차.

고윤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악교운이 가장 싫어하는 짓을 했다.

변명은 악교운이 매우 싫어하는 행위라는 것을 뒤늦게 상기한 고윤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방심? 뭐 어떻게 방심해야 후보생들에게 생포를 당할 수 있는 거지? 후후후.”

이미 늦었다.

악교운은 두어 걸음 옮기더니 고윤의 앞에 섰다.

“참 편해. 그렇지? 방심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다 용서될 것 같아. 그렇지?”

삐딱해진다. 점점.

악교운의 과묵한 모습이 조금씩 흔들린다 싶더니 곧 건들거리기 시작했다.

‘……총교관님이 왜 야차라고 불리는지.’

‘이 모습을 보면…….’

‘근데 왜 하필 우리 앞에서…….’

도열한 부교관들이 눈을 질끈 감는다.

평소 악교운은 늘 야차라고 불리지만 사실 야차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왜 야차라는 별호가 붙었는지 모두 의아해할 정도였다.

하지만 부교관들은 안다.

여태 진정한 야차의 모습을 몇 번 보인 적이 없었다.

정말 빡돌지 않는 이상.

근데.

“엉? 내가 말하고 있잖아?”

이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다. 빡돈 순간.

고윤의 앞에 고개를 내밀며 씨익 웃는 악교운의 모습에 일류의 경지도 보잘것없었다. 당장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게 17, 17번 후보생이 너무 강해졌……!”

“닥쳐. 이런 X발, 발라먹어도 시원찮을 놈이 한 번만 더 씨불이면 너 죽고 나 죽고 여기 있는 놈들 다 같이 뒈져 버리는 거야.”

……그랬다.

야차 악교운. 사파의 거두들조차 악교운과 마주하면 한 수 접어준다는 그의 실상이다.

그리고 악교운이 다른 부교관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되는 게 세상 이치라더라.”

……죄라굽쇼?

“저기, 저거 갖고 와 봐.”

부교관은 악교운이 가리키는 손길을 따라 고갤 돌리니.

‘저게 왜 저기 있지?’

아주 튼튼해 보이는 대걸레 봉이 덩그러니 벽에 기대 있었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대걸레는 없고 봉대만 남아 있는 게 참 이상했는데…….

아니, 그것보다도 이미 몇 번 활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이겠지?

“쓰읍, 빨리 갖고 와.”

그 말에 부교관은 경신법까지 펼쳐 가며 봉대를 가지고 와서 악교운에게 건넸다.

“그간 내가 소홀했지? 모두 내 책임이다.”

예?

갑자기?

그 말에 고갤 숙이고 있던 부교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든다.

“그러니까 내가 책임지고 너흴 패 줄게. 매 좀 맞자.”

……부교관들 살려!

* * *

왜 이렇게 안 나와?

시간이 금인 사람한테 말이야.

“어? 총교관님이다!”

“……그런데, 부교관님들은?”

“뭐, 뭐지. 왜 다들 다리를 저시지?”

“팔에 부목을 대신 분도 계신 것 같은데?”

“불과 반 시진 전까지 멀쩡하지 않았어?”

후보생들이 가늘게 뜬 두 눈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악교운과 그 뒤에서 주춤거리며 걸어오는 부교관들을 바라봤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사파 놈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한 건가?”

“그랬으면 진작에 난리가 났겠지. 왜 악 교관님만 멀쩡하겠어.”

그러게.

유독 악교운만 멀쩡하고, 다른 부교관들만 마치 두드려 맞은…….

두드려 맞아?

나는 부교관들을 쭉 바라보다가 스산한 눈빛이 내게 닿아 있는 걸 느꼈다.

……왜 날 보는 건데?

야차 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꽤나 간담이 서늘한걸.

뭐랄까.

천마신교 교주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삐딱해서 악동으로 이런저런 사고를 치던 내 표정이랑 조금 닮았다고 해야 하나.

원래 과묵한 인간 아니었어?

“……후후, 기다리느라 고생 많았다.”

목소리가 어딘가 음침했지만, 후보생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들이 궁금한 건.

“거두절미하고, 이번에 조별 과제 최우수 성적을 받은 조는.”

악교운이 부교관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한 번 던지자, 고윤을 비롯한 부교관들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제야 알겠네.

우리 조한테 두들겨 맞은 사실이 이제야 밝혀져서 저 야차 놈한테 얻어맞은 거로구먼?

그것 참!

“……3조다. 조장 앞으로.”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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