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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0화 (20/250)

제20화

제20화

그저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만약 설화린의 성별이 남자였으면, 어디 데리고 가서 후딱 패 버렸을 텐데.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동굴 안이니까 살펴보려고. 적어도 내부가 안전해야 안심하고 잠을 잘 거 아냐.”

그 말에 동조한 태강과 송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혹시라도 동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아까 부교관님께서 다 보고 가셨는데도?”

설화린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 티 내지 않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잔말 말고 시키는 일이나 하러 가.”

제발 좀 가라.

동굴 안에 있을 녀석을 만날 생각을 하니까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제발 방해꾼들은 어서 사라져 주길.

“근데…… 혹시라도 영물이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신호탄 있잖아. 그리고 사람은 안 해친다며? 걱정 마.”

걱정스런 송무의 말에 대꾸하고는 얼른 산개하라고 손짓했다.

쓸데없는 걱정일랑 하지 말라고.

실제로 귀구는 전혀 위험한 놈이 아니니까.

다만 놈이랑 숨바꼭질하는 게 좀 피곤할 뿐이지.

그렇게 송무와 태강, 설화린은 제각기 역할을 부여받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발길을 돌렸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내공을 통해 안력을 키웠다.

품속에 화섭자 두어 장을 품고서.

* * *

8기 후보생들의 교관들은 다음과 같이 구성돼 있었다.

먼저 총교관 악교운을 필두로 각 조를 담당하는 부교관 13명이 있었고, 그들은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외에 마인으로 위장하거나 각 지원 업무를 돕는 교관들도 대략 20명이 넘었다.

절정급은 아니더라도 일류급은 차고 넘치는 정도였다. 그것도 완숙한 일류 고수들이.

그리고 검술 교관으로 담진과 역사 교관이자 이론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배단아를 비롯한 십팔반무기를 대표하는 각 교관들이 한 명씩 존재했다.

“이번 조별 과제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2차 진급시험 준비를 해야겠네요.”

배단아의 말에 악교운과 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8기 후보생들에게 주어진 대망의 2차 진급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배 교관님, 어느 정도 추려지긴 했죠?”

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배단아는 정리된 서류를 하나하나 펼쳤다.

“아무래도 그렇죠? 뭐, 당장은 백리후, 진무양, 명진, 낭소소, 설화린 정도가 되겠네요.”

“하나같이 대문파 출신들이네요.”

“기초가 다르니까요.”

담진과 배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8기뿐만 아니라 여태 모든 기수들이 그랬다.

대문파 출신이 갖고 있는 배경과 그를 인한 성장 속도는 군소 방파 출신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진급 때 백리후를 꺾은 녀석이 있었잖아요.”

“신혁건을 말하는 거죠?”

“그래도 신혁건은 대문파의 출신이 아닐지언정 어지간한 대문파 출신보다 뛰어난 뒷배경을 가졌잖아요?”

“신창(神槍) 어르신이 뒤에 계시니…… 사실 그렇긴 하죠.”

배단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하나같이 죄다 대문파이거나 예외 없이 정도의 무림 고수를 모시고 있는 후보생들이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때, 때마침 떠오른 인물이 있다는 듯 담진이 쭈뼛거리며 한마디 꺼냈다.

“그래도.”

“시선이 가는 후보생이 따로 있단 말씀이시죠?”

담진과 배단아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피식 웃는다.

“워낙 변수가 많은 후보생이라 자꾸만 시선이 가네요.”

“저도 그래요. 극적인 순간을 워낙 많이 겪는 바람에 여태 후보생들을 교육하면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니까요.”

그런 담진과 배단아가 한 후보생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데, 그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렸다.

툭툭.

책상을 툭툭 두드리던 악교운이 고개를 저었다.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군. 한 후보생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에이, 악 교관님도.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언제 편애한 적이 있었나요?”

“그럼요. 공과 사는 확실하죠.”

당연히 그렇다.

그저 관심과 흥미, 그뿐이었다.

담진과 배단아 역시 후보생들을 가르치는 세월이 한두 해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진과 배단아는 악교운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볼 따름이었다.

요즘 소문이 파다하다.

야차 악교운이 백만 년 만에 한 번 보일 미소를 한 번씩 지을 때가 있다고. 그게 아마 앞서 말한 후보생 때문이라는 소문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악교운은 그저 자신의 할 말을 꺼냈다.

“배 교관, 그럼 가장 유력한 5인을 제외하고 점수가 뒤집힐 수 있는 변수는?”

“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별 과제를 비롯하여 대련이 2번 남았네요. 그리고 2차 진급시험 당일의 점수입니다.”

“오차 범위 내에서 변동될 수 있는 인원수는?”

“따로 분석해 봐야겠지만……. 총 5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꽤 많군. 전부 뒤집힐 수도 있다는 뜻이고.”

악교운의 말에 배단아와 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게 말하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서 발전이 가장 빠른 후보생들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개판이란 거겠죠.”

담진의 말에 악교운과 배단아는 둘 다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개판으로 만든 장본인을 떠올렸다.

“17번 후보생.”

천무린이었다.

만년 꼴찌에 불과했던 그의 실력이 수직 상승하면서 생기는 수많은 변수들.

그리고 그를 통해 자극을 받은 하위권들이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면서 무수한 변수가 생겼다. 늘 고정되어 있다시피 한 명확했던 구분이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더욱 유심히 관찰하고 파악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들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저 변수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앞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 * *

찰방, 찰방.

동굴 안은 습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에 닿는 고인 물이 바지 앞단을 축축하게 적셨다.

이마저도 녀석이 한 일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물론 이 정도로는 위협이 되지 않지만, 나름 자신의 보호 본능으로 한 일이겠지.

전생에 수많은 영물과 영수들을 봐 왔고, 영물의 덕을 톡톡히 봤던 나였다.

섭렵 안 해 본 영물이 없었고, 모르는 영물이 드물었던지라 확실했다.

환경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영물은 사실 드물지만, 그만큼 강하다. 온갖 자연의 대기운을 끌어다가 집어삼킨 녀석들이니까.

만년화리(萬年火鯉).

천년설삼(千年雪蔘).

독각화망(毒角火罔).

인면지주(人面蜘蛛).

등등.

당장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해 봐도 어중간해서는 절대 다가설 수 없는 영물과 식물이다.

괜스레 욕심을 부렸다간 피를 토하고 저세상으로 보낼 정도의 힘을 가진 영귀들이다.

그런 엄두도 못 낼 영물들 중에서 귀구는 겨우 이류급을 벗어나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있을 정도의 녀석으로, 정말 내겐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그렇다고 할지언정.

“귀구를 사로잡는 건 애당초 불가능할 거고.”

귀구를 사로잡는 건 사실상 그 단단함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적어도 공략하는 법을 알고 절정 이상의 경지가 펼쳐 내는 검강이 아니면 녀석의 몸뚱어리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검강이라도 그럴진대, 영단을 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한마디로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차선(次善)이라는 게 있다.

인생은 때로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 될 걸 알면서 굳이 개고생을 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도 않고.

나는 동굴 안을 무리 없이 진입하면서 안력을 최대로 키웠다.

대략 반 시진 정도 걸었을까.

동굴 내 공간이 점점 협소해졌고, 찰방거리는 소음이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이 내 앞의 공간이 막다른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동굴이 크지 않잖아?”

무려 반 시진이나 걸었지만 크지 않다는 내 생각에 조원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할 테지만, 나는 귀구가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찰방, 찰방.

찰방거리는 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질 때쯤 나는 바닥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를 내공을 실어 힘껏 걷어찼다.

타아악!

솨아아, 투욱.

대략 5초 정도 날아가다가 벽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코앞이군.”

슬슬 탐색해야 했다.

동굴 속은 별거 없었다. 가끔 박쥐 몇 마리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동굴 속 깊이 들어올수록 물기가 더욱 흥건해져 있는 바닥 정도라고 할까.

그러면서 각종 바위들이 잔뜩 솟아올라 있다는 것.

여태 걸어 들어오면서 거의 본 적 없던 지형으로 바위들이 동굴 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자연스레 녹아들어 어지간한 이들은 그저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나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들을 각 바위들을 향해 걷어찼다.

타악!

바스스.

타악!

투두둑.

걷어차는 족족 바위의 단단함에 의해 돌멩이들이 잘게 부서지거나 힘없이 굴러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이나 차이고 나면 제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얕게나마 균열이 생기는 법이다.

타악!

그리고 그때, 걷어찬 돌멩이가 맹렬히 날아가 꽂힌 바위에 마치 부서지듯 흩어졌다.

“이건가?”

내공을 실은 돌멩이가 이렇게 먼지가 되어 풀풀 날릴 정도면 대체 얼마나 단단한 걸까.

문질문질.

손으로 매만졌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톡톡.

발로 차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래서.

“후웁!”

다리에 내공을 실고서 걷어찼다. 너무 아프지 않게.

빠악!

“끕!”

끄으으……. 발끝이 마치 쇠몽둥이를 걷어찬 것처럼 아렸다.

역근경으로 온갖 바위는 다 걷어차고 다닌 놈이 난데, 심지어 내공을 담아서 걷어찼는데도…… 더럽게 아프다.

그, 그래도 기뻤다. 찾았으니까.

“후후후……. 요놈인가.”

유독 단단한 바위. 돌멩이들을 걷어차는 족족 그 바위는 돌멩이들로부터 한 치의 생채기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굳건히 서 있었다.

내 내공을 실은 각력으로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인 녀석.

드디어 찾았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나.”

나는 위에 입고 있던 옷을 하나 벗어 바위 위에 덮어 놓고는 화섭자 세 장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안에 말려 있는 종이에 불씨를 숨기고 있는 이 화섭자는 간단하게 입김만 불어 주면 바로 불타오르는 물건이었다.

“후우.”

간단한 입김에도.

화르르륵!

무려 세 장의 화력이 옷가지에 닿자, 그 열기가 상당했고 동굴을 훤히 비출 만큼 불타올랐다.

화아아!

임시 횃불로 쓰이는 세 장의 화섭자는 금세 사라졌지만, 옷깃에 옮겨붙은 불씨들은 더욱 활활 타올랐다.

“반각이 지났는데, 제법 잘 버티네.”

동굴이 워낙 습해서 그 열기가 금방 사그라들 듯 보였지만…….

“분명 세 장이면 괜찮으리라 판단했는데.”

일부러 석 장이나 들고 왔다. 귀구가 가진 기이한 능력 중 하나인, 이 동굴 속 습기까지 고려해서.

내 마음이 초조해질 즈음.

바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됐다! 드디어……!

“후후.”

얼른 움직여 보라고. 이 거북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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