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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5화 (5/250)

제5화

제5화

천무린에게는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과거가 있었지만, 송무에게 이와 같은 광경은 꿈속에서나 볼 법한 것이었다.

늘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일이었고, 그저 꿈속에서나 자신을 괴롭히는 삼견에게 어떻게든 한 방 먹여 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끙끙 앓으며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고 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갑자기 속이 뻥 뚫리는 느낌에 송무는 환한 미소를 짓다가, 순간 그의 이마에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으로 인해 현실로 돌아왔다.

타악!

“뭘 그리 좋아해. 저런 놈들 이긴 게 뭐가 대수라고.”

“그렇지만…….”

얼마나 고생했으면 저리 좋아할까 싶었지만, 내가 그딴 걸 신경 쓸 필욘 없었다.

하지만.

“닥치고 아까 내가 보여 준 천하삼십육검법(天下三十六劍法) 동작을 수백 번 복기하고, 또 복기해라. 그 공간을 네 걸로 만들어. 천하삼십육검법을 펼치는 동안만큼은 네 공간에 그 누구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발걸음 하나, 손짓 하나 모두 말이지.”

그 말에 송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그럼 삼견이 아니라 진짜 삼호가 와도 널 못 이기니까.”

정말이다.

종남검성 진곤 때문에 천마신교의 검은 물결이 잠깐 막혔던 일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물론 이 녀석이 천하삼십육검법을 얼마나 익힐지는, 쯧.

“근데, 무린아.”

“왜?”

“정말 궁금한 건데.”

“뭐?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말해.”

“천하삼십육검법은 종남파의 무공인데,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크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표정 변화를 애써 감추며 입을 열었다.

“전에 종남파의 무공을 본 적이 있다.”

“어……? 그럼 한 번 보고? 무린아, 너 천재였어? 그동안 무공을 숨기고 있었던 거고?”

음, 그렇다고 해야겠지?

천마신교 교주에다 무신인 천무린이어서 종남파를 쥐어 패고 비급을 얻었다고 어떻게 말해.

죽었다가 다시 지금의 이 몸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면 그 누가 믿으랴.

“불만 있냐.”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 어느새, 삼견은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다.

그놈들 참 빠르네.

* * *

“오늘 하루도 정파의 희망이자 의와 협을 가슴에 품은 진정한 협사로 거듭나겠다는 소망을 항시 품고 살도록 하라.”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점호 시간에 8기 후보생 관리 교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훈련에 임했다.

사실 무관이라고 해서 막 특별한 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훈련은 생도가 되어야만 가능했는데, 아직 후보생에 불과한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겠는가.

생도가 되어 상승 절기를 본격적으로 익히기 위해서 갈고닦아야 하는 기본과 기초 체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굴리는 것이 후보생의 숙명이었다.

일찌감치 깨닫자마자, 나는 대장장이가 검 한 자루에 미쳐 반복적인 삶을 이어 가는 것처럼.

혹은 쉼 없이 흘러가는 물레방아처럼 나는 송무를 데리고 훈련을 속행했다.

체력이 길러지고 한 줌에 지나지 않던 내공의 양이 개미 똥구멍만큼 늘어나고 있었고, 쓸데없는 교육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교육과정의 시간을 수료하지 못하면 후보생 자격 박탈이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사천무관의 관리 교관은 얄짤 없었다.

그래서 훈련을 하는 것도, 사천무관의 교육에도 빠지지 않았다.

체력 훈련.

검술 훈련.

권각술 훈련.

신법 훈련.

수많은 훈련들로 점철된 사천무관의 교육과정은 후보생들을 그저 쉴 틈 없이 굴리고 또 굴렸다.

후보생에서 생도가 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생도 진급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후보생들은 무관 후보생 자격을 박탈당한다.

수많은 문파 및 가문의 자제와 제자들이 참여하는데, 그중에서 실력이 뒤처져 진급시험에 떨어진다?

망신 중의 상(上) 망신인 셈이다.

그래서 모두 악을 쓰고 기를 써 가며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려고 애쓴다.

물론 효과는 있을 거다.

다만 부작용도 차고 넘치겠지.

당장 눈에 보이는 검술 교육에도 드러나 있었다.

“자, 지금부터 배울 검술은 사천검법(四川劍法)이다.”

이름도 더럽게 못 지었다. 사천무관에 있다고 사천검법이라고 이름 붙이는 게 어딨냐, 대체.

속으로 투덜거리는 천무린을 뒤로하고, 8기 후보생의 검술 교관인 담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모두 익히 알다시피 사천검법은 사천무관이 자랑하는 일급 검술이다. 이 사천검법만 잘 익혀도 절정의 반열에 오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알겠나!”

“예! 교관님!”

교관의 말에 호기롭게 대답하는 후보생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백도 무림을 이끈 대문파인 오대세가와 구파일방과 연이 닿아 있거나 최소 중견 문파만 되어도 사천검법보다 몇 배는 뛰어난 검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굳이 사천검법을 배울 필요가 없는 셈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빽도 없고 줄도 없는, 그런 거지새끼들은 다 나가 뒈지세요, 뭐 그런 셈인 거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후보생들 사이의 실력의 간극은 메워지지 않을 거다.

거기다.

절정의 경지? 웃기고 있네.

특히 정파 무림에서 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후보생들이 평균 4~5년을 훈련함에도 불구하고 생도로 올라설 땐 고작 이류에서 일류 사이의 수준이다.

그런 녀석들이 저 검법 하나를 완벽하게 익힌다고 죄다 절정의 경지에 올라서면 개나 소나 전부 다 절정이게?

천무린은 그 모든 상황을 며칠 만에 파악했다.

“사천검법은 총 6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초식 상천(上天)을 시작으로 2초식 하천(下天), 3초식 태산(太山), 4초식 구궁(九穹), 5초식 백경(白景), 6초식 천공(天攻)으로 마무리된다.”

거 참, 아까도 말했지만 이름 하나하나가 거창하기 짝이 없다.

누가 들으면 초식 하나하나가 절세의 검법인 줄 알겠다.

하지만 그런 이름마저 마음에 들건 말건 비전절기나 고유의 검술을 배우지 못한 후보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검술이었다.

시큰둥한 반응의 천무린이 귀를 후벼 파고 있는 사이,

담진은 또랑또랑한 눈빛을 보내는 수많은 후보생들을 마주하며 교육열을 더욱 올렸다.

이들 후보생들이 진정한 정파 무림의 기둥이자 대들보라고 믿는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감에 크게 불타올랐다.

“1초식부터 펼쳐 보겠다. 상천!”

자연스레 검의 손잡이를 잡고 기수식을 취한 담진은 사천검법의 1초식인 상천을 펼쳐 보였다.

검 끝이 유려하게 하늘을 향해 종베기를 펼쳤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에 순간적으로 주위는 조용해졌다.

사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동작을 위해 한 걸음 내딛는다.

짧은 보폭과 이어지는 종베기를 통해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이어지는 검 끝.

“2초식인 하천이다. 어찌 보면 단순히 검을 올려치고 내려치는 동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허나, 기존에 익히고 있던 사천심법의 내공과 연계한다면?”

담진은 검 끝에 집중하여 상천이라는 1초식을 새로 펼쳤다.

스읏.

공기를 베는 소리가 현격히 사라지면서 일순간 지켜보던 후보생들의 팔과 뒷덜미에 일제히 소름이 쫙 돋았다.

쭈뼛.

그리고 다시 한번 검 끝을 내려치는 2초식 하천.

핏.

이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후보생들이었다.

“형과 식에만 신경 쓰지 말고 검 끝에 ‘의’를 담아 표출해라. 그래야만 진정한 사천검법의 오의를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바짝 얼어붙은 후보생들에게 싱긋 웃어 주던 담진의 눈에 유독 한 사람이 들어왔다.

“17번 후보생, 앞으로 나와 보겠나?”

만년 꼴찌로 유명한 17번 후보생이 내 검술을 보고 감히 하품을?

“얼마나 자신 있기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궁금해서 말이네. 후보생이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사천검법의 진의를 좀 가르쳐 주는 게 어떤가?”

……하아품?

* * *

질겅질겅.

풀잎 하나를 씹어 뜯으며 신경질적인 눈빛을 한 황태는 최근에 있었던 일 때문에 신경이 무척 예민해져 있었다.

만년 꼴찌, 돼지 새끼, 거지 나부랭이.

그런 거지발싸개 같은 놈한테 처참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다행히 소문은 나지 않았다.

그 일에 대해서는 패거리과 함께 입을 굳게 다물었고, 그 옆에 바짝 따라붙어 있던 놈도 때가 될 때마다 손을 봐줬다.

그렇게 모든 조치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황태는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누군가 천무린의 천 자만 꺼내도 눈을 크게 부릅떴다.

며칠째 그런 나날을 보내고 나니 더욱더 짜증이 났다.

저놈의 행동이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간 비곗덩어리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외모가 요즘 들어 빛을 발하기 시작한 데다 조금씩 군더더기 없는 몸매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었다.

시시콜콜 시비를 걸던 교관들의 표정과 반응도 이젠 열심히 하는 천무린의 모습을 보고 전과 달라졌다.

그러니 매사에 짜증이 솟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다가 조만간 저놈이 자신을 짓밟았단 이야길 마구잡이로 떠들고 다닐지도 몰랐다. 그 전에 만신창이를 만들어 놔야만 할 것 같은 강박감.

손톱을 얼마나 물어뜯었는지 황태의 왼쪽, 오른쪽 엄지손톱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런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황태는 담진에게 훈계 아닌 훈계를 받고 있는 천무린이 눈에 들어왔다.

두근두근.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를 짓밟아 놓을 기회가.

* * *

사천검법의 6초식. 그 검결에 담긴 내용은 상당히 균형 있게 만들어졌지만, 그런 반면에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일급 검술이라고는 하지만, 일급보다 높은 상급과 그 이상인 절정의 검술들이 차고 넘친다.

가문에 돈이 없어서.

인맥이 좋지 않아서.

권력이 없어서.

유명하지 않아서.

억울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는 비일비재할 것이고, 나름의 동아줄을 잡기 위해 사천검법을 익힐 것이다. 가문을 다시 일으켜 보기 위해, 출셋길을 보장받기 위해 뛰어든 이들도 많을 것이고.

하지만 그 배경은 어쩔 수 없는 것.

하다못해 송무도 천하삼십육검법과 유운검법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 불공평하고 불합리함 속에서 무관은 응당 이게 당연하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쯧쯧, 그런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천마신교의 마도관은 백도 무림의 무관과는 달랐다.

마도관에서만큼은 절대적으로 마도관 내에서 익힌 무공만으로 졸업을 해야 한다.

단순히 상승의 검술을 익힌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천마신교의 상층부에서는 어릴 적부터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간에 경쟁을 붙인다.

당연히 차별과 차이가 없으니 노력 여하와 순수한 재능의 차이로 순위가 매겨지지만, 적어도 뒷배경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 생기는 갈등과 적대감은 없앴단 말이다.

솨아악!

1초식부터 6초식까지 천무린은 익히고 배운 것을 단숨에 펼쳐 냈고, 그 동작들은 연계되어 이어졌다.

“후우웁.”

만년 꼴찌 17번 후보생 천무린.

담진은 단숨에 펼쳐 내는 천무린의 모습에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최근 교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한 사람.

끊임없는 노력으로 ‘야차’라고 불리는 총교관 악교운마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보생.

자신이 펼쳐 내는 사천검법의 시연 앞에 하품을 하는 괘씸한 모습에 무척 화가 났지만, 그런 만큼 담진은 무공에 있어서만큼은 진심이었다.

만년 꼴찌인 그가 이렇게 단숨에 펼쳐 낸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해서 보고 들었고, 고심했다는 뜻이 된다.

검 끝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니까.

“아주 좋았다. 17번 후보생. 앞으로는 하품하는 불경한 태도만 없앤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겠어.”

그 말에 천무린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담 교관님.”

하지만 그때.

“교관님!”

둘 사이의 훈훈한 분위기를 방해하는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사이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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