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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408화 (완결) (408/408)

408화. 인연 그리고 인연… (2)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대전 안.

소화여를 중심으로 준혁을 비롯한 주서령 등, 가까운 이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그들은 소화여가 경험한 일을 듣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

번쩍-

콰르릉-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

천지가 개벽할 것 같은 굉음과 함께 하늘의 일부분이 갈라졌다.

갈라진 틈에선 미증유의 기운이 넘실거리다 못 해 주변을 궤멸시킬 듯 일렁거렸다.

하지만 일렁거림도 잠시.

투웅-

갈라진 틈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튕겨 나오자, 하늘의 일렁거림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어? 여긴 어디지?”

조금 전까지 준혁을 도와 천신라와 마규보를 상대하고 있던 소화여는 이질적인 느낌에 주변을 살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리고 그 위로 십여 미터는 자라있는 주먹만 한 두께의 갈대.

“로대(蘆大)?”

남운대륙 최남단. 야수족이 거주하는 곳에서 서쪽으로 석 달 정도 날아가면 나오는 장소.

끝이 없는 펼쳐진 갈대밭에서 나오는 약초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다.

물론 화기를 품고 있던 그녀는 절대 올 수 없는 곳이었기에 소문으로만 들었던 장소.

“말도 안 돼. 손짓 한 번에 나를 이곳까지 날려 보냈다고?”

천운대륙 북동쪽 끝에 있던 자신이 남운대륙 최남단으로 이동됐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봐도 이만한 규모의 갈대밭은 오직 한 곳뿐.

“빨리 돌아가야 해!”

자신이 합류했음에도 준혁이 유리해 보이진 않던 상황.

소화여는 마음이 급했다.

장거리 비술을 이용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했기에 재빨리 재료들을 꺼내며 수결을 맺었다.

“상공! 조금만 기다려요. 빨리 갈게요!”

하지만 그녀의 합류를 하늘은 달가워하지 않은 것일까?

지이잉-

파앗-

그녀가 비술을 준비 중이던 자리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붉은 머리의 사내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강렬한 기파가 주변을 휩쓸었고, 준비 중이던 비술이 발동을 멈췄다. 비술에 필요한 재료가 반작용으로 터져나가 버렸다.

“안 돼!”

대부분 재료는 충분했기에 상관없었지만, 몇 가지는 얼마 없던 상황.

이제 초장거리는 불가능할 테고, 단거리 비술을 연달아 사용해야만 했다.

“뭐야? 인족? 인족이 왜 이런 곳에 있지? 미친년인가? 이곳은 야수족의 영지인데?”

비술이 깨지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소화여는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보자마자 멱살을 잡았던 그자.

사고뭉치 마선이라 불리는 꼴통, 적마를.

“어? 당신이 왜 여기에?”

의문 섞인 소화여의 목소리에 적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너 나 알아? 너같이 생긴 인족을 만난 적이 없느…. 혹시 너. 만인문(萬人門)에서 왔다거나 그런 건가?”

“네? 만인문이 어디죠? 처음 듣는데.”

“아, 아닌가? 난 또, 날 잡으러 온줄 알았네. 근데 만인문을 모른다고? 인족이? 신기하… 에이 씨발, 벌써 쫓아왔잖아!”

스팟-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을 던지던 적마는 욕설을 내뱉으며 사라졌다.

소화여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식아를 통해 준혁에게 종속돼버린 적마.

그가 얼마 전 자아를 찾은 것과는 별개로 그는 준혁의 영역 공간을 벗어날 수 없었다.

설명 듣기로는 준혁이 특수한 비술을 사용하면 일정 시간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 순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도대체 어떻게 적마가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거지?

“게다가 왜? 왜 나를 못 알아보는 걸까?”

자신을 봉인시킨 존재와 닮았다면서 멱살까지 잡았던 적마.

그가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대하자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혼란을 정리하며 단거리 공간 비술을 준비하려는 사이.

파지지직-

이번엔 공간이동이 아닌 뇌둔술로 의심되는 현상이 나타나더니, 네 명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녀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무언가를 찾는 듯 기감을 퍼트리고는 소화여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인족. 감히 우리 땅에 몰래 들어오다니.”

“…그게 무슨.”

우리 땅, 너희 땅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주 오래전 전, 대륙이 전쟁에 휩쓸리기 전엔 종족마다 일정 지역을 영지로 봉해 다스렸다.

하지만 그건 정말 먼 과거의 이야기. 자신의 아비인 소우자가 태어나기도 전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런 구시대에서나 쓸법한 말을 꺼내다니.

소화여가 또 한 번 의문을 느끼는 사이. 네 남녀 중 곱상하게 생긴 여인이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인족 수사. 그대가 지금 이곳에 왜 왔는지. 누구와 왔는지 묻지 않겠어요. 우리도 급한 일이 있으니.”

“무슨 소리냐! 인족 따위가 우리 영지를 침범했는데!”

“오라비! 지금 그게 문젠가요? 당장 그놈을 쫓아야 하는데!”

“끄응-”

대화를 이어가려는 사이 끼어든 사내를 혼쭐낸 여인이 소화여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한 가지만 물어볼 테니 사실대로 말해줘요. 그럼 지금 이 상황은 그냥 넘어가 드릴 테니.”

“…….”

“혹시. 붉은 머리의 마선을 본 적 있나요? 분명 이 근방에서 공간 파동이 느껴지는데.”

“혹시 적마를 말하는 건가요?”

“적마를 아는군요! 맞아요! 그 도둑놈 새끼! 크흠흠. 그 도둑 마선! 그자를 봤나요?”

이글거리는 여인의 눈빛에 소화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는지 아시나요?”

초롱초롱한 여인의 눈빛에 소화여는 부담을 느끼고 재빨리 적마가 도망간 방향을 가리켰다.

공간이동을 사용했다고는 하나, 소화여의 수행으로 방향을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맞는 것 같다. 저 인족의 말대로 저쪽이 미세하게 파동이 더 강해.”

잠시 후, 윽박지르던 사내가 긍정의 고개를 끄덕이자, 여인은 재빨리 그들에게 다가갔다.

“고마워요. 그리고 이곳에 나가주세요. 적마 그놈을 잡고 돌아오는 길에 당신을 만난다면…. 그땐 봐 드릴 수 없으니.”

그리고는 소화여에게 경고 비슷한 말을 남기고는 서로 바짝 밀착했다.

직후,

파직- 콰쾅!

강렬한 뇌전 줄기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그 모습에 소화여는 혀를 내두르다 준비 중이던 단거리 공간이동을 마무리했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해.”

적마의 출현뿐 아니라, 자신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던 수사들도 이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내 준비가 끝나자.

“기다려요.”

파앗-

소화여의 몸이 붕 뜨듯 허공에 녹아들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참 후.

“이게 대체….”

일곱 번의 단거리 공간이동.

가진 재료를 전부 소진하고 겨우 법문이 위치한 곳에 도착한 소화여는 정신이 아득히 날아감을 느꼈다.

팔왕이 돕고 준혁이 주체가 되어 벌어진 천신라 토벌전.

그 과정 중에 마지막 전쟁터가 된 법문의 성채가 자리한 장소.

그곳엔 그녀가 알고 있던 성채가 없었다.

아니, 성채 자체는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마규보가 진선이라니….”

성채의 주인인 마규보는 진선에 오른 수사였으며, 활동하는 마선도 다섯을 넘지 않았다.

이제 막 세력을 떨치기 시작한 천신라에게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며 수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었지만, 아직은 작은 종문만도 못했다.

“설마…. 내가 과거로 왔다고…?”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는 사실.

소화여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멍하니 법문의 성채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아!!”

그녀는 적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등줄기로 소름이 돋아남을 느꼈다.

눈에 핏대를 세우며 자신이 맞다고 주장했던 적마.

“설마…. 내가 정말 그들을 봉인했다는 말이야?”

성광지력을 다루는 여수사.

마선봉인진을 사용할 줄 아는 여수사.

파뢰의 주인.

그리고 외모까지 동일한.

적마에게 멱살을 잡혔을 때만 해도, 얼마나 닮았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정말 자신이 한 일이라면?

정말 적마의 말대로 자신이 그들을 봉인한 이라면?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소화여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었다.

준혁과 함께한 밤. 그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기에 어디서 봉인된 마선들을 만났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명확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그곳에서 마선들을 만날 수 있단 건 아니었다.

“잡아 와야 해.”

다른 이들은 몰라도 최소한 준혁이 신비경에서 봉인된 상태로 만났다는 마선들은 전부 잡아야 한다는 뜻.

만약 적마의 말대로 자신이 그들을 봉인한 사람이라면, 그 일의 실패가 미래의 준혁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조차 두려웠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어느 곳에 숨었는지 모르는 마선들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어디에서부터 시작 해야 하…. 아!”

그때 소화여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준혁이 경험했다던 일 중에서 아주 인상 깊었던 내용.

식아가 처음으로 각성했던 사건.

“마선기록방!”

준혁이 마선기록방을 얻은 곳은 불타는 사막의 유적.

그리고. 그곳에 마선기록방을 놓고 간 이름 모를 수사.

어떤 의도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던 행동.

“나야! 내가 한 거야!”

그 순간. 소화여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장 처음으로 손에 넣어야 할 마선이 누구인지를.

***

시간은 다시 현실.

“그래서 마선기록방을 얻은 후, 내가 언급한 마선들을 하나씩 찾아다닌 것이오?”

“네. 적마부터 시작해, 전부요.”

다행히 준혁이 모든 걸 차단하고 있었기에 마선들은 지금 얘기를 엿들을 수 없었다.

“허어…. 어찌 그런 일이.”

준혁의 탄식에 모두가 놀란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이들을 봉인한 후 마선기록방을 유적에 가져다 두고 나오는데, 때마침.”

“내가 그대를 불렀다?”

“네, 기다렸단 듯이 제 앞에 틈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삼청조가 날아들었어요.”

뒷말은 듣지 않아도 충분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상상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에, 감히 그에 대해 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

끝없이 펼쳐진 전각들과 그사이를 지나가며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엔 근심이 없었고, 걱정도 없었다.

물론 사람이 행복만 가득할 순 없었지만, 현재 눈에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자면 모두 다 행복에 겨운 듯 보였다.

그런 이들이 내려다보이는 탑 정상.

준혁은 난간 끝에 살짝 뜬 상태로 말없이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준혁의 표정엔 알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아…. 시작은 나였던 것인가.”

그런 준혁의 곁으로 작은 소녀가 내려섰다.

그녀는 준혁의 하나뿐인 동생인 최나연.

최나연은 자신이 나타났음에도 시선조차 주지 않는 준혁을 향해 코끝을 찡그리다가 입을 열었다.

“오빠!”

“왜 그러느냐.”

준혁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다들 기다린단 말이야. 언니들이 찾는다구.”

“생각할 게 있었다.”

“생각? 무슨 생각을 그리 심각하게 해? 이제 걱정할 것도 없는데.”

곁으로 다가와 바짝 붙으며 고개를 빼꼼 내밀어 시선을 맞추는 최나연.

준혁은 동생의 행동에 피식 웃고 말했다.

“참으로 웃기지 않느냐?”

“뭐가?”

어느새 그의 곁으로 바가지 머리를 한 텅 빈 눈동자의 꼬마가 나타나 있었다.

준혁은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아이를 만난 후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내게 천운이 함께한다 여긴 적도 없진 않았지.”

“…….”

“누군가는 수천 수백 번 죽어 마땅한 일도, 나는 마선들의 능력으로 헤쳐나올 수 있었다. 어쩌면 독고제가 말한, ‘운명을 점지받은 천혈족의 후인’은 그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

“헌데 그게 아닌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천운을 가진 것도, 운명을 타고난 것도 아니었어. 그저 인연을 소중히 했고, 그 인연이 나를 여기까지 이끈 것뿐이었지.”

고개를 갸웃하던 최나연이 말했다.

“혹시 화여 언니 말하는 거야?”

준혁은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먼저란 말이냐? 내가 그녀를 만났기에 식아를 만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식아를 만났기에 그녀를 만났는지. 도통 모르겠구나.”

하늘이 운명 속에 인연을 숨겨 보내준 것인지, 아니면 인연이 힘을 가지게 되면서 운명처럼 작용했는지.

준혁은 운명론자가 아니었다. 다만 시작과 끝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음….”

준혁의 혼잣말이 이어질수록 최나연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댔다.

마치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길 한참. 결국 최나연이 입을 열었다.

“오빠. 그 말은 결국 그거 아닐까?”

“무엇이 말이냐?”

“인연이 먼저든 운명이 먼저든, 화여 언니가 먼저든 식아가 먼저든 상관없이 모든 건 결국 오빠가 만든 거잖아.”

“더 말해보려무나.”

“화여 언니가 죽어갈 때도 살리지 않았어도 됐어. 서령 언니를 만나러 선계로 올라오지 않았어도 됐고. 결국 모든 선택은 오빠가 한 거고 그 결과가 지금에 이른 거잖아.”

최나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난 어려운 말은 모르겠어. 그니까 결론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나 할까? 지금처럼 오빠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면…. 그러면 되는 거 아닐까? 굳이 뭐가 먼저 인지 답을 찾아야 해?”

최나연은 본인이 내뱉은 말에 만족한 듯 보였다.

그 모습에 준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멀리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의 고뇌가 의미 없음을 느꼈다.

“우리 나연이 다 컸구나. 그래. 네 말이 맞다. 운명에 인연이 숨어있었던들, 혹은 인연이 운명을 나은 것이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지금의 내가 나일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피융- 화르륵-

그때, 범인들이 모여 사는 구역에서 붉은 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화르르 타오르며 소리를 전달했다.

“큰둥아! 빨리 와! 내가 신선초를 이용해서 떡볶이를 만들었다구! 고열로 졸여서 맛이 기가 막혀! 늑대 아저씨가 선주도 가져왔어!”

행복해 보이는 산들바람의 목소리.

준혁은 피식 웃으며 식아를 역소환하고 동생과 함께 바람을 탔다.

“가보자꾸나. 다들 기다리는 듯하니.”

“응!”

“헌데 사쿠라 수사는 여전한 것이냐?”

“아…. 응. 스승님은 오빠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때까지 수련에만 힘쓴다고 하셨어.”

준혁이 절진으로 들어가기 전 각오를 다졌던 사쿠라. 그녀는 700년이 넘은 시간 동안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녀가 그리 원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시간은 많으니까.”

영원을 사는 그에게 700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잠시 후, 준혁과 최나연이 떠나간 자리.

따뜻한 온기가 맴돌다 서서히 흩어졌다.

마치, 남은 영원의 시간을 축복하듯이.

포근함을 남기고….

-<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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