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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404화 (404/408)

404화. 최후의 승부 (3)

“청호! 용천! 천무!”

완전하게 다시 태어난 산들바람은 청호와 용천, 천무에게 지시를 내리며 다시금 기운을 끌어올렸다.

곧이어 하나의 화염구가 된 산들바람이 천신라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산들바람의 신호에 청호는 회색 구름처럼 변해 태풍 같은 바람을 일으켰고,

용천, 천무는 청호가 만든 구름 속으로 뛰어들더니 뇌전과 함께 굵은 빗방울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산들바람이 천신라에게 거의 근접한 순간.

콰콰쾅!

청호와 두 도마뱀이 하나 된 뇌운(雷雲)이 천둥소리를 내며 뇌전으로 변해 쏘아져 나갔다.

‘다 컸구나.’

그 모습에 준혁은 부모의 마음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네 영수는 각자 가진 속성을 극대화해 어엿한 한 명의 수사가 되어있었다.

더는 걱정도 염려도 필요치 않은 완벽한 수사가.

“이런 버러지 같은 영수 놈들이!”

화악!

하지만 준혁의 인정과 다르게 네 영수의 공격은 천신라의 손짓에 가볍게 무력화되었다. 쇄도한 속도보다 더 빠르게 튕겨 나가고 말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사이 준혁은 규극마의 구속을 빠져나와 오행을 자극했다.

신선에 오른 후 식아의 힘을 빌려 융합까지 완성한 천신라.

그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먼저 상대의 의지 자체에 반항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준혁이 생각한 방법은, 자신이 가지고 있고, 그리고 영수들이 나눠 가진 사신기의 공명.

“다들!”

사신기를 공명시켜 오행을 활성화해 의지력을 돋구는 것이었다.

“내 안으로 들어오거라!”

준혁의 외침에 재차 천신라를 공격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영수들이 주위로 모여들었다.

“응!”

“네! 주인님!”

그리고는 구슬처럼 변하더니 준혁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래전 영수들의 수행이 낮을 때도 엄청난 공명 반응이 일어났기에, 지금은 과거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강한 자극이 왔다.

‘아쉽구나….’

다만 완벽한 오행을 이루기 위해서 한가지 기운이 부족했다. 바로 현무의 기운을 나눠 가졌던 아마르곤의 힘.

‘그만 있었다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준혁은 의지를 강화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공간의 왜곡으로 완벽한 방어를 갖추고 있던 천신라 주위 대기가 정상으로 돌아갔다.

“호오, 제법이군?”

“다시 시작해 보시지요. 어디 언제까지 여유롭나 봅시다!”

곧이어 준혁의 몸이 허공으로 스며들 듯 사라지자, 천신라 역시 빛이 반사되듯 자리를 이동하며 대응했다.

콰쾅! 쾅!!

너무 빠른 두 사람의 행동에 시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지만, 연달아 터지는 폭음이 두 사람의 치열한 접전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

‘이대론 끝이 나질 않는다. 아니. 어쩌면….’

천신라와 대적하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무수히 소멸했다 살아나는 분신들로 인해 준혁은 영력이 텅텅 비어감을 느꼈다.

반대로 천신라는 흡수한 수십의 마선들을 조금씩 융합하며 그들의 마선기와 영력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준혁이 승리하기란 요원했다.

천신라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멀찌감치 떨어지더니 입가에 비웃음을 담았다.

“왜? 식아를 이용해 손쉽게 나를 흡수할 수 있다고 여겼나?”

“…….”

“헌데 이걸 어쩌나? 나는 그대 손에 잡혀줄 생각이 없는데.”

수많은 접전에서 준혁은 천신라에게 유의미한 공격을 적중시켰다.

사신기의 공명으로 의지력에서 밀리지 않자, 영역싸움은 평수를 이루었다.

다만 손에 쥔 식아를 가볍게 스치는 정도로는 상대를 흡수할 수가 없었고, 영역의 평수로는 상대를 붙잡을 수 없었다.

준혁이 수십의 권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신라는 더 많은 권능을 사용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조합을 섞어가며.

게다가 천신라 역시 식아의 기운을 가졌기에, 웬만한 시도는 자석의 같은 극이 만난 것처럼 가볍게 튕겨내 버렸다.

‘잠시만, 잠시만 붙잡아 둘 수 있다면….’

1초… 아니, 0.01초에 불과한 찰나의 순간이라도 천신라를 무방비로 만들면 희망을 붙잡을 수 있는데도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자, 다시 가겠네. 이번엔 새로운 걸 보여주지, 이제 조금씩 마규보의 권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감이 오고 있거든.”

파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장을 휘몰아치는 파장.

천신라가 만들어낸 파장에 묵왕을 비롯한 팔왕도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두었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천휴림주가 더 멀리 도망간 건 말하기 입만 아팠다.

“그럼! 받아보게! 이것이 시…! 허, 또 누가 남아있었나?”

마규보의 권능을 융합해 소름 끼치는 파장을 만들어낸 천신라가 행동을 보이기 직전 움찔 멈춰 섰다.

인상을 찌푸리며 팔다리를 흔들자, 그의 전신에서 몰래 자라나던 새싹이 후두둑 떨어졌다.

“감히 이런 잔재주가 통할 줄 알았더냐?!”

쿠우우우-

동시에 땅에서 수십 미터는 될법한 두께를 가진 나무가 자라나 천신라의 지척까지 다다랐고, 자라난 나무에서 수백 개의 줄기가 뻗어 나오더니 천신라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하늘 한쪽의 공간이 미묘한 파장을 퍼트렸고, 그곳에서 월계관을 확대해놓은 것처럼 보이는 진법이 만들어졌다.

“아마르곤 수사!”

그 모습에 준혁이 놀라는 사이.

월계관을 확장해놓은 것 같은 공간 이동 진법이 활성화되며 그곳에서 매우 익숙한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균.

오래전 준혁에게 수많은 공부를 가르쳤던 스승 같은 존재.

그런 천균의 외형을 그대로 갖춘 아마르곤의 등장이었다.

천균의 뿌리를 이용해 새 생명을 얻은 아마르곤은 완벽하게 그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최 수사, 이런 중요한 일이 있었으면 저를 불렀어야지요. 섭섭합니다.”

공간 이동 진법을 벗어난 아마르곤은 삐진 듯한, 하지만 장난스러운 표정을 머금다가 퍼엉 하고 터졌다.

“이제부턴 제가 도와드리지요.”

그리고는 수천 개의 민들레 씨앗으로 변하더니 나무줄기에 구속돼있던 천신라의 전신에 덕지덕지 달라붙기 시작했다.

종속의 인으로 연결된 감응을 통해, 지금 준혁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안다는 듯이 말이다.

“감히!”

팡- 파스르르-

천신라에게 달라붙은 민들레 씨앗은 실시간으로 터져나갔고, 다시 생성되어 달라붙길 반복.

-수사, 지금입니다!

이어지는 아마르곤의 전음이 끝나기도 전, 준혁은 이미 식검 위로 붉은 광검을 만들어내고는 천신라 앞에 이동을 끝냈다.

아마르곤은 척 보기에도 규선급 수행을 안정적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으나, 그건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뿐, 내부는 한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천신라를 구속할 수 있는 건 목기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생명력의 원천을 이용해 무한 증식을 하고 있기 때문.

즉, 아마르곤은 아무렇지 않게 천신라를 구속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실시간으로 생명력의 원천이 기하 급속도로 소모되는 중이었다.

그러니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푸욱-

푸욱-

그리고 마침내 준혁은 나무줄기와 민들레 씨앗에 구속된 천신라의 심장에 식검을 쑤셔 박을 수 있었다.

다만, 그건 천신라뿐이 아니었다.

“어디 누가 더 식아를 잘 다루는지 내기해 볼까?”

“천신라….”

어느새 준혁의 심장으로도 천신라가 만들어낸 식검이 파고든 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이런, 정말 끈질긴 자군. 수사 저도 다른 이들과 같이 돕겠습니다.

슈르륵-

천신라를 덮고 있던 민들레 씨앗이 작은 구슬로 뭉쳐 들더니, 준혁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찰나와 같다고 한다면 찰나와 같고, 긴 시간이라고 하면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

준혁은 천신라의 심장에 박힌 식검을 통해 그의 모든 걸 흡수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자신의 모든 것이 상대에게 밀려들어 갔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공유하듯 뺏고 빼앗기는 일이 무한히 반복됐다.

이러한 과정은 일정한 균형을 맞추며 아득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고, 어느새 자아가 점점 흐릿해지며 정신까지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방법이 없나?’

천신라의 존재를 흡수하고 다시 뺏기는 과정이 되풀이되며 준혁은 그가 가진 지배자의 권능이 정확히 무엇인지 깨달았다.

식아가 상대를 흡수하는 능력이라면, 지배자의 권능은 흡수한 상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었다.

둘 사이에 우위를 논하긴 어려웠기에 상성의 문제는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의 수행 차이가 준혁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었다.

만약 마지막에 아마르곤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사신기 공명을 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면?

그랬다면 이미 준혁은 껍데기와 식아만 남긴 채 상대에게 모든 걸 빼앗겨 버렸을지도 몰랐다.

‘이대로 있다간 죽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고 말…. 죽는다? 죽음?’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던 준혁은 ‘죽음’이란 단어에서 새로운 희망을 엿봤다.

예전에 산들바람을 흡수해 그녀의 수행 상승을 도왔을 때가 떠올랐다.

그 즉시 준혁은 태백랑에게 전음을 날리고, 자신의 심장에 손을 쑤셔 박은 채 웃고 있는 천신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마치 다 이긴 것 같은 표정이시군요.”

“아니란 말인가? 방금 태백랑에게 건넨 말을 들었네. 불을 준비하라고? 혹여나 죽고 난 후 영수의 힘을 빌려 살아나려고 하는가?”

“…….”

“걱정하지 말게. 자네를 죽이진 않을 테니. 이미 말했지만, 나는 식아를 흡수할 생각이 없거든. 식아와 식아가 머물 자네 원영은 살려둘 걸세.”

천신라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그러십니까? 근데 그런 말은 살아난 후에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어. 설마 이런 상황에서 또 수가 남아있다고 말하고 싶은가?”

준혁의 질문에 천신라가 피식 웃어 보였다.

덧없는 발악이라 여기는 듯했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한 수가 남긴 했습니다. 혹 수사께선 제 수행이 보이십니까?”

“물론이지. 그대가 심영근자인 것도 말일세.”

묻지 않은 정보까지 말하는 천신라.

잠시 후, 천신라에게서 발현되는 마선기가 점점 강해지며, 준혁과 이루고 있던 균형이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준혁은 그 현상에 같이 웃어주었다.

말로는 여유가 넘쳐 보였던 천신라가,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준혁은 그 불안을 현실화시켜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럼 잘 알고 계시겠군요. 제가 수행을 올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을.”

“…설마? 이런 상태에서 강제로 수행을 올리겠다는 건 아니겠지?”

서로 심장을 뚫은 채 식아를 통해 공유하고 있기에, 두 사람의 수행은 평온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수행을 올린다는 건 미친 짓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너 죽고 나 죽자는 발상.

“안될 것 있겠습니까? 어차피 방법이 없는데.”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는 천신라를 향해 씨익 웃어준 준혁은 사신기 공명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의지가 하늘에 닿을 만큼 커지자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마치 자신의 신호에 응답하라는 듯이.

“오라! 하늘이여!”

그리고 준혁의 외침이 메아리처럼 번져나간 순간.

콰르르릉

그들이 마주하고 서 있던 상공으로 엄청난 양의 영기가 밀집하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대규모의 먹구름으로 변했다.

그걸 신호로 감히 재단할 수 없는 양의 영기가 요동치며 모여들었고, 먹구름은 순식간에 오색구름으로 변해 뇌전을 뿜기 시작했다.

콰르릉- 쾅-

요동치는 하늘 아래.

준혁은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산들바람에게 명령했다.

-나와 완벽하게 동화되어야 한다. 할 수 있겠느냐?

-응! 걱정 마!

동시에 천신라를 향해 마지막 말을 건넸다.

“같이 이겨내 봅시다. 천겁을.”

물론 본심은 달랐다.

수행을 올리기 위해서 영기구름을 모아오는 일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애초에 준혁은 천겁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목적은 오직 한 가지.

천겁으로 인해 천신라가 무력화되길 원할 뿐이었다. 그랬기에 영기구름이 안정화되기도 전에.

수사가 받아들이도록 충분히 정제되기 전에 하늘에 신호를 보냈다.

“그럼 준비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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