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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346화 (346/408)

346화. 진선(眞仙) (2)

천겁(天劫).

하늘의 위협이라 불리는 일종의 시련.

세상에 만연하게 존재하는 영기는 그 물체가 가진 본연의 양이 정해져 있기 나름이었다.

오직 수도자만이 정해진 법칙을 깨고 강제로 영기를 몸에 쌓았고, 그것은 세상의 괴리를 불러왔다.

수도자가 수행을 올린다는 건, 그 괴리를 키워간다는 것이었고, 천겁은 그런 수도자가 만들어낸 괴리를 없애려고 만들어진 자연현상이었다.

흔히들 하늘에서 뇌전 형태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천겁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이유 없이 수도자들을 귀천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천겁이 준혁에겐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가장 평범한 뇌전의 형태로.

다만 내포한 힘만큼은 감히 평범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번쩍-

마침내 천겁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은 하늘의 기둥 같았다.

마치 세상을 떠받칠 것 같이 생긴 샛노란 기둥이 무자비하게 준혁을 짓이겨 버릴 것처럼 내리쳤다.

잠시 후.

폭이 수십 미터는 넘을 것 같은 뇌전은 엄청난 위력을 품은 채 준혁이 만든 영역에 부딪혔고.

콰콰쾅!

굉음과 폭발력을 터트리고 샛노란 뇌전 가닥을 줄기줄기 흘리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흐음….’

준혁이 아주 쉽게 막은 것 같지만, 실상은 영역을 이루고 있는 공천귀의 권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상태.

준혁은 천겁을 이겨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란 걸 깨닫고 있었다.

‘세 번 남은 건가?’

진선에 오를 때 겪어야 할 천겁은 정확히 네 번.

만들 수 있는 영역분신의 수와도 같았기에 혹자는 분신의 비밀이 천겁과 관련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 규선에 오를 땐 여덟 번의 천겁을 이겨내야 했고, 신선은 열여섯 번이란 소문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준혁이 두 번째 천겁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를 끝낸 직후,

하늘길이 열리며 두 번째 뇌전 기둥이 세차게 떨어져 내렸다.

쿠우웅-

첫 천겁보다 강해진 두 번째는 영역만으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준혁은 수결을 짚으며 하늘을 향해 작게 읊조렸다.

“가라.”

슈악-

그 순간, 준혁의 등 뒤로 마족의 전영이 몸을 일으켰고, 전영은 작은 조각배 하나를 든 채 적마의 힘을 사용해 유적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직후.

밖으로 나온 전영은 반투명하게 주변을 감싸고 있는 영역을 앞에 두고 손을 흩뿌렸고, 전영의 손에서 벗어난 조각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더니 푸른 보호막을 가진 전함으로 변했다.

그리고 전영이 전함 위로 올라선 순간.

콰과쾅!!

두 번째 천겁이 영역을 뚫어내며 전함의 보호막을 강타했다.

그 순간 굉음에 천지가 진동했다.

***

세 번째 천겁은 뇌전이 폭풍처럼 회전하며 떨어졌다.

네 번째 천겁은 다시 평범하게, 하지만 그전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거력을 품은 채 준혁을 압살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전함이 가진 보호막은 크게 흔들릴 뿐 거뜬하게 모든 걸 막아낼 수 있었다.

실로 방어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법기라 할 수 있었다.

“끝난 건가.”

준혁은 네 번째 천겁이 무사히 지나가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남은 영기구름을 흡수하기 위해 기운을 유도했다.

찌릿-

허나, 그런 태도는 성급한 감이 있었다.

“설마, 또?”

네 번으로 끝났을 거라 생각했던 천겁은 다선 번째를 준비한다는 듯 신호를 보내왔고, 상공 끝자락엔 또다시 거대한 기운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전함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에 준혁은 재빨리 전영의 기운을 상승시키며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허, 몇 번이나 계속된단 말인가?”

하지만 다선 번째에 이어 여섯 번째가 이어졌고, 그 후엔 일곱 번째 여덟 번째까지 연달아 떨어져 내렸다.

결국 12번째 천겁을 막고 나자, 전함의 푸른 보호막에 금이 가더니, 작은 조각배 형태로 돌아가 버렸다.

준혁은 전함을 회수하고, 열세 번째 천겁을 느끼며 재빨리 전영의 곁으로 네 명의 분신들을 날려 보냈다.

그것마저 안심이 되질 않아 몸속에 저장하고 있던 화신체 비술로 만든 영기 보관용 수정 세 개를 전부 발동하며 재빨리 합장했다.

“막아서라!”

직후, 합장했던 손을 양 끝으로 뻗으며 월광지력과 태양지력을 손안에 뭉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했다.

콰아앙!!

그 순간 열세 번째 천겁이 분신들을 소멸시키며 사라졌고, 노란 뇌전 가루만을 흩날렸다.

“설마? 정말 분신 수대로?”

열세 번째가 소멸하자 열네 번째 기운이 응축하는 현상을 느낀 준혁은 사람들이 말하는 가설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 위선경에 올랐을 때부터, 일반 수사들보다 네 배 많은 분신을 사용했던 준혁.

그런 그였기에 진선에 오른다면 16명의 분신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예측하긴 했었다.

그리고 그 예측과 지금 상황이 들어맞는다면, 열네 번째를 막아내도 두 번이 더 남는다는 뜻이었다.

갈수록 위력이 올라가는 걸 고려했을 때, 정말 하늘이 자신을 소멸시키려고 작정을 한 것같이 느껴졌다.

“하! 어디 한번 해보아라!”

그 순간 준혁은 하늘을 향해 코웃음을 쳤고,

슈아악-

열네 번째 천겁이 떨어진 순간, 여덟 명의 분신을 날려 보내고는 양손에 각각 모았던 삼대지력을 유적을 격하며 하늘로 날려 보냈다.

***

준혁이 천겁을 맞이하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모래 위.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수사를 피해 멀리 도망쳤던 관청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그뿐 아니라, 일대의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였다.

“스, 스승…. 님. 서, 설마. 지금 저희가 목도하는 게.”

심하게 더듬는 제자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릴 만도 했지만, 관청 역시 떨리긴 마찬가지였기에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그래. 벌써 열다섯 번의 천겁…. 이건, 이건 말로만 들어본. 신선에 오를 때 보인다는 현상이다. 저기 계신 저분은 신선이 되려 하시는 것 같다.”

“누, 누구란 말입니까? 규선에 오른 선사분들 중 신선에 오르실 만한 분이 있었다는 말입니까?”

“낸들 어찌 알겠느냐.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제자는 긴장한 스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린 수도계에 길이 남을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열여섯 번째 천겁을 맞이하기 직전.

준혁은 몸속에 차오르던 고양감이 결국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차자장-

몸속에서 무언가 깨져나가는 감각과 함께 자신의 의지력이 크게 성장한 게 느껴졌고,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분신이 곱절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마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늘이 내려준 작은 배려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준혁은 가지고 있던 화신체 수정의 힘을 전부 뽑아냈다.

그리고는 열여섯 분신을 만들어 천겁을 막기 위해 날려 보내고는 손가락 끝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갈라져라!!”

투앙-

가지고 있는 힘을 대부분 쏟아부은 한 수.

만에 하나 열여섯 번이 끝이 아니라면 낭패를 면할 길이 없는 상황이었다.

준혁의 손끝에서 뻗어나간 천혈의 힘은 거력의 뇌전을 정확히 꿰뚫고 지나갔고, 그 충격으로 떨어져 내리던 뇌전은 주춤하며 힘이 분산되었다.

그러자 열여섯 분신이 득달같이 뇌전을 향해 달려들었고, 마침내 거대한 폭발, 그리고 영기파동과 함께 상공에서 응축하던 기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쿠아아앙-

그리고 그걸 신호로, 아직 상공에 남아 갈곳을 찾아 헤매던 영기구름이 미칠듯한 속도로 준혁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

요란 시끌벅적했던 천지 현상이 사라진 후.

사람들은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영원히 망부석처럼 그곳에 남아있을 순 없는 일.

결국 사람들은 발굴하던 유적으로 돌아가며 각자가 속한 곳에 전령을 보내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소식을 접한 각 대륙은 새로운 초강자의 등장에 긴장하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도대체 누가 신선에 오른 거냐며 예측해대기 바빴다.

그렇게 세상이 요란한 시장통처럼 변해가는 사이.

준혁은 공천귀의 권능으로 만든 영역을 없앤 후, 수행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갔고, 어느 샌가부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준혁은 점점 잊혀갔다.

그 이유인즉슨, 준혁이 수행을 올린 곳이 사막이란 점 때문.

그것이 그가 외부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아 하는 인물이란 걸 대변해 준다 여겨, 괜한 관심으로 그의 기휘를 건들지 않으려 애써 관심에서 지워버린 탓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유적에 포함된 돌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수행을 안정시키던 준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 이게 진선이구나.”

눈을 뜬 준혁은 감격에 겨운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의 모습 때문이었다.

소천경에 오른 뒤로 영기가 눈에 보이고 의지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의 상태는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상에 만연한 영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이라도 되는 듯 준혁의 의지에 따라 생동감 있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자신이 굳이 영역을 발동하지 않아도, 일정 공간이 완벽한 자신의 영역 공간이 되어있다는 뜻과도 같았다.

스윽-

허공을 어루만지듯 쓰다듬던 준혁은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곤 손안에 식검을 소환해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독고제가 말하길, 너는 마선기를 회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천혈족의 힘이라고 했다. 헌데 내 생각엔 다르구나…. 그가 나에게 거짓을 말한 건지. 아니면 그조차도 몰랐던 건지.”

마선기록방으로 인해 식아와의 교감이 강해지면서, 동시에 보유하고 있던 모든 마선들을 흡수하자, 비로소 준혁은 식검의 본질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느낀 게 진짜인지 아닌지 확실히 판단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뜻 모를 말만 하고 있었다.

마치 식아에게 들으란 듯이 말이다.

잠시 후, 한참 동안 식검을 매만지던 준혁이 의지를 일으키자, 허공이 갈라지며 그곳에서 적마가 나타났다.

영역분신의 상태인 적마는 붉은 머리칼과 눈썹을 하고 있었는데, 멍한 눈빛만 아니라면 살아있는 적마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적마는 대천경 때 소환한 적마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적마, 당신이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대뿐 아니라 모두와 직접 대면하는 날이 올 테지요.”

마선기록방이 가져온 변화.

그건 마선들을 완전히 흡수해 그들의 권능을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데 그치지 않았다.

준혁은 마선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나자, 여전히 의지를 가진 채 구속당해있는 마선들을 느낄 수 있었고, 진선에 오르며 그들의 의지가 분신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 적마를 비롯한 마선 분신들은 외형뿐 아니라 실제로 마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더해, 만약 마선기록방과 유사한 능력을 갖추고 있던 마선경이나 괴조 중 누군가를 흡수한다면.

그땐 마선들의 의지가 온전하게 깨어나, 분신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존재가 될 것이란 뜻이기도 했다.

물론 결국은 영역 분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준혁의 영역 안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일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적마에 이어 인지경 귀원패, 공천귀 등 식검을 통해 흡수했던 마선들을 전부 한 번씩 소환한 준혁은 그들의 상태를 파악하고는 마지막으로 쌍괴를 불러냈다.

하계 목족의 대지 근처 호수에서 발견했던,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던 마선 두 명.

식검이 처음으로 식욕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그동안 공간팔찌 안에 방치돼 있던 두 마선은 마선기록방 사건 이후 식아에게 먹히고 말았다.

화괴와 수괴는 이름에 어울리게 불과 물에 특화된 권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만 처음 발견했던 상태가 괜한 것은 아닌 듯. 권능도 크게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다만 월광지력과 태양지력을 이용하면 두 마선들의 권능 역시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었기에 준혁은 나름 만족하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전함을 꺼내 상태를 확인한 준혁은 만족한 듯 입을 벌려 조각배 법기를 삼켰고, 그 뒤를 이어 텅 빈 것처럼 회색빛을 띠는 마정 세 개마저 입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유적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래도 있었군. 이제 나가볼까?”

누군가 들으라는 듯 읊조린 준혁은 한발 앞으로 걸었고, 그 순간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파앗-

이제 적마의 권능을 자신의 힘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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