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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345화 (345/408)

345화. 진선(眞仙) (1)

천휴림의 수많은 방파 중 한 곳인 대오문.

그곳의 부문주인 관청은 문파 내 수사들과 비밀리에 사막 유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고대 거인족이 남긴 유적일 가능성이 컸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유적에 채 진입하기도 전, 피부가 따끔할 정도로 진하게 몰아치는 영기 파동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천경에 이른 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소름이라 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관청은 유적을 발굴하는 일을 진두지휘하는 입장이었기에 그가 빠지면 진행하는 일에 크나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수사로서 수천 년을 살아온 그의 감은 유적보다 지금 느껴지는 파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유적 발굴을 멈추고 바로 지상으로 올라갔다.

“저, 저게….”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영기구름을.

“스승님. 저곳에 무슨 일이? 설마 누가 수행을 올리려고 하는 것일까요?”

뒤이어 지상으로 올라온 제자의 말에 관청은 절로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나도 확신할 수 없구나. 하지만 예삿일은 아니다. 사형이 진선에 오를 때도 저 정도 규모의 천지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 설마 규선이라도 탄생하는 거란 말입니까?”

신선의 숫자는 넓고 넓은 선계를 통틀어도 손가락 꼽힐 듯 보기 힘들었다. 실질적으로 최강자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규선.

그랬기에 제자의 말은 쉬이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 지역의 패자가 탄생하는 것일 수도 있었기에.

“그건 말이 안 된다. 어떤 자가 이곳에서 수행을 올린단 말이냐? 작은 심마조차도 모든 걸 망칠지 모르거늘. 만약 누군가 이곳에서 수행을 올리려고 마음먹었다면. 그자는 이 사막을 극복한 것일 텐데…. 그건, 하아. 도통 모르겠구나.”

“그럼 무엇이란 말입니까? 설마 천영보라도 탄생하는 걸까요?”

관청은 제자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그게 더 가능성이 크지. 저 정도 천지 현상이면…. 아마 희대의 보물이 탄생할지도 모르….”

말을 하던 관청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제자를 보더니, 하나둘 지상으로 올라오는 이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저곳으로 이동한다! 서둘러야 한다!”

영기구름은 얼핏 보아도 수천 킬로를 넘게 뒤덮고 있었고, 사막에서 활동하는 수사들이 아무리 적다고 한들 자신이 최고수라 단정할 수는 없는 일.

관청은 유적을 발굴할 때보다 열성적으로 문파원들을 다독이더니 그들과 함께 하늘을 갈랐다.

“만약 보물이라면! 무조건 우리 대오문이 가져가야 한다!”

천영보에 왜 ‘천(天)’자가 붙었겠는가?

그것을 얻은 자, 하늘의 점지를 받았다는 뜻.

관청의 눈이 욕심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

비행 법기를 최대한으로 가속하여 수천 킬로를 주파한 관청은 천지 영기가 모이는 파동의 중심지를 십여 킬로 남겨놓고 멈춰 섰다.

“스승님, 왜?”

조금만 더 가면 천영보를 손에 넣을지도 모를 상황.

제자는 스승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행 법기를 멈춘 스승은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아, 이 모래밖에 없는 땅덩이에 뭔 놈들이 이리 모여있었던 건지. 참나.”

살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영기파동과 회오리치며 점점 뭉쳐가는 영기구름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

그곳에서 짜증 섞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경사스러운 이 시기에 굳이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셋 셀 동안 사라지거라.”

“저, 저, 저는 대, 대오문의 관….”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던 관청이 겨우 입술을 떼며 자기소개를 하려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소리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셋.”

“저, 저기.”

“둘.”

“저희는 나쁜 의도….”

숫자가 줄어들수록 관청은 자신을 내리누르는 압력이 점점 강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말하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었다.

상대는 절대 허튼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닌 듯, 목소리에 살기가 진해지며 실력을 점점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관청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두려운 것이었다.

“하나.”

“가! 가겠습니다!”

허공에서 들려오는 ‘하나’라는 소리와 동시에 압력을 겨우 밀어낸 관청은 바로 비행 법기의 선두를 돌렸고, 그 즉시 왔던 길을 그대로 쏘아져 나갔다.

날아왔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으나, 목숨의 위험을 느끼고 도망치다 보니 속도가 더 붙어, 자신의 한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관청이 사라진 뒤.

스윽-

허공중에 흐릿하게 그림자가 비치더니 중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괴는 멀어지는 관청을 주시하다가 짜증 섞인 얼굴로 영기파동의 중심지, 준혁이 홀로 남은 유적의 위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냐? 이런 곳에서 수행을 올리려고 하다니.”

준혁에 의해 밖으로 도망쳐온 중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준혁도 나올 거라 여기고, 전송진이 설치된 기둥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그 기간이 한 달이 넘어가자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되었다.

맘 같아서는 다시 한번 유적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유적의 열쇠를 준혁이 가지고 있었기에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밖으로 나온 뒤 적마도도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때, 중괴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고, 그게 바로 수행 상승을 알리는 영기파동과 영기구름이었다.

처음엔 준혁이 말한 천영보가 주인을 각성하며 일으키는 현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때부터 중괴는 준혁의 수행이 방해받지 않게 주변을 지키기 시작했고, 조금 전 도망간 대천경 수사까지 포함해 벌써 세 번째 방문을 막아서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는 족족 죽여버리는 게 더 간단하고 깔끔했지만, 영기구름에 고위 수사가 죽고 남긴 사기(死氣) 따위가 흘러 들어가는 건 왠지 찜찜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원.”

준혁이 수행을 올린다는 건 천신라를 상대하는 날이 가까워져 오는 것이라 중괴 입장에선 매우 기쁜 일이었다.

문제는 이곳이 사막이라는 것.

수행을 흩어버리는 사막의 특성상 준혁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히 상상할 수 없기에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빠져있던 중괴는 어디론가 시선을 옮기더니 짜증을 부리며 사라졌다.

“도대체 이 빌어먹을 사막에 왜 이렇게들 와 있는 거야?”

투덜대는 것과 달리 그의 표정은 한껏 진지했다.

***

한 달 전.

중괴가 유적에서 도망치고, 식아가 난동을 부린 지 얼마 안 되는 시점.

몸 안의 마선기를 제어하기 시작한 준혁은 그것을 압축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압축을 시도했다.

그러자 원영이 신이 난 듯 마선기에 달라붙었고, 자연스럽게 천혈의 힘이 반응하며 마선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느껴진다!’

그 순간 준혁은 희열감과 함께 그동안 식아가 먹어 치운 마선들의 진짜 권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마선의 권능을 사용한 게 익숙지 않은 칼을 들고 휘두른 것이었다면, 이젠 손 자체가 칼이 되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한 단계 진일보했다기보단, 탈피를 거쳐 완성됐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몸 안에서 폭주하기 시작한 영력은 점점 그 힘을 키워갔고, 결국 신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준혁은 한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릇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이미 대천경 끝자락에 올라선 지는 오래였고, 기회만 있다면 진선에 오를 자신도 있었던 준혁.

그런 그가 수행을 올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달에서 몇 년 정도 안정기를 가지면 수행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대천경 전까지와 다르게, 진선에 오르면 수십 혹은 수백 년간 수행을 안정시켜야 했기에.

그랬기에 할 일을 마칠 때까지 수행 상승을 미뤘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에 자신을 넘어설 때를 직면했다.

‘아마르곤 수사도 안정기에 들어섰고, 그녀와의 약속도 지켰으니…. 그래. 이제 때가 된 것이지.’

아직 지구와의 연결통로를 만들지 못했지만, 그 일은 당장 해결해야 할 만큼 급한 게 아니었다.

다만 대화성에 남은 여인들이 완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지가 걱정이긴 했지만, 그건 중괴의 말대로 그녀들끼리의 질서를 만드는 게 나을 거라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커져가는 영력을 꾹 눌러 참으며, 한 달 가까이 숙고를 거듭하던 준혁.

그는 마음속에 남은 사소하리만큼 하찮은 걱정과 고민을 전부 털어내고는 완벽하게 마음을 정리했다.

‘이제 됐다.’

심마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걱정과 감정을 완전히 평온한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때가 왔음을 느끼고 양손을 하늘로 뻗으며 소리쳤다.

“오라!!”

쿠우우웅-

그 순간, 하늘이 울부짖었다.

***

콰과쾅!!

유적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오리치며 모여들던 영기구름이 갑작스레 굉음과 벼락을 만들어내며 강하게 휘몰아쳤고.

먹구름 곳곳에서 엄청난 규모의 오색빛깔 뇌전이 생성되었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마치 구름 안에 수만 마리의 전기 뱀장어가 요동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휘몰아치던 영기구름은 이내 빠르게 압축했고, 잠시 뒤 천지가 개벽할 때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파동을 퍼트리며 지상으로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리던 영기구름은 소용돌이처럼 변하며 한 점으로 응축했고,

마침내 뾰족한 고깔을 뒤집어놓은 것 같은 형상으로 모래뿐인 사막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투웅-

하지만 당장이라도 사막 모래를 파헤칠 듯 쏟아지던 영기구름은 뾰족한 고깔이 깨져 나가며 불안하게 요동쳤다.

‘방해가 시작되었구나!’

그 순간 준혁은 사막이 가진 수행을 흩어버리는 기운이 영기구름을 강제로 흩어버리려 한다는 걸 깨닫고, 즉시 수결을 짚으며 자신의 모든 감각을 개방해 의지를 일으켰다.

동시에 자신이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힘을 사용했다.

투앙-

그러자, 준혁을 중심으로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반투명한 영역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영역은 영기구름의 영력을 빨아들이더니 공간이 차단된 유적 외부로까지 힘을 뻗치기 시작했다.

누군가 멀리서 그 광경을 보았다면, 모래뿐인 사막 한가운데, 도시 규모의 푸른 반원 구를 덮어놓은 듯한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저게 다 뭐란 말이냐?”

그리고 그걸 본 중괴는 말도 안 되는 의지력을 가진 준혁의 영역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수행을 올릴 때만큼은 영역을 유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모든 사념을 버리고 오롯이 몸의 기운을 확장하는 것에만 매달려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는데, 하물며 외부로 힘을 뻗다니?

준혁처럼 수행 상승 도전 중 영역으로 의지를 표출하는 이는 단연코 없다 확언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도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막대한 의지력을 써가면서까지.

그리고 그걸 준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역시 되는구나!’

준혁이 사용한 힘은 영역이라고 할 순 있었지만,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그동안 어떤 방법으로도 사용하지 못했던, 공간을 다루는 공천귀의 능력에 의지를 실어 만들어낸 힘.

공천귀와 절친이라던 중괴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준혁의 방식으로 변형된 공간 능력이었다.

잠시 후, 준혁이 만들어낸 영역이 사막 일부를 뒤덮자, 영기구름은 그제야 방해 없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흐읍!’

그리고 그때부터 준혁은 존재감 자체가 확장되어 가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 고양감이란 실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는데, 이제껏 겪었던 수행 상승은 소꿉장난은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에 좋은 일만은 없다고 했던가?

수천 킬로에 걸쳐 모여들던 영기구름 중 절반 정도가 준혁에게 녹아들어 갈 때쯤.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준혁은 그 현상을 알아채고는 마음의 준비를 하며 또 한 번 소리쳤다.

“오라! 천겁(天劫)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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